"또 제약사 책임인가"...발사르탄 손해배상 반발 확산
- 천승현
- 2019-07-24 06: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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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정책 시행착오, 막대한 손실...무리한 행정" 비판
- 정부 손배 청구에 법적대응 모색..."규격 위반 없고, 유해성 드러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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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불순물 발사르탄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정한 규격기준을 준수했고 문제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났는데도 정부 행정비용을 제약사들에 떠넘기려한다는 하소연이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정책 시행착오로 발사르탄 의약품의 판매금지와 회수·폐기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는데도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며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다.
◆“발사르탄 의약품 교환 비용 제약사 책임” vs "법적 근거 불명확"
2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발생하자 문제의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줬다. 이때 25만1150명에 대한 재처방 및 재조제로 투입된 21억1100만원을 제약사들에 청구하겠다는 의미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 중 대원제약이 2억227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휴텍스제약, LG화학, 한림제약, JW중외제약, 한국콜마 등도 1억원 이상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제약사별로 구상금 결정을 고지할 방침이다. 만약 제약사들이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발사르탄 손해배상 근거로 제조물책임법을 제시했다. 제조사의 제조물 및 안전성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물 결함 사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제조물책임법 제3조에 근거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라고 반발한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발사르탄 파동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애초에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정부와 제약업체 모두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발사르탄 파동 이후 식약처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도출했고, 기준치도 새롭게 마련했다. 식약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ICH M7), 국내외 자료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해 발사르탄 원료의 NDMA의 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했다.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큰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대적으로 소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업체들은 소송 진행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규정 위반도 없었고 유해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반발
제약업계가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에 큰 분노를 보이는 배경은 “규정을 위반한 적도 없고, 최종적으로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유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라는 인식에서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 전 생애동안 평균 암발생률에 더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게 당시 식약처 설명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정부의 무료 재처방·재조제 방침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된 측면도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비용을 제약사에 책임을 무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꼬집었다.
◆제약사들 “정부 정책 시행착오 책임전가...이미 막대한 손실 감수”
제약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정부 정책마다 모두 제약사들이 희생양이 됐다”라는 인식이 짙다.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정부 정책의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고스란히 제약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제약사들은 판매금지로 인한 매출 감소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이번에 가장 많은 손해배상 규모가 청구되는 대원제약의 경우 판매금지된 ‘엑스콤비’의 지난해 상반기 원외 처방실적은 43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처방실적이 없다. 한국휴텍스제약의 ‘엑스포르테’의 처방실적은 작년 상반기 45억원에서 올해는 1000만원대로 급감했다.
제약사들은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폐기로 적잖은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한 상태다.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판매중지 대상이 광범위하다.
제약사들은 도매상과 약국에 유통한 물량 뿐만 아니라 기존에 생산해 창고에 보관 중인 물량도 폐기했다. 일부 업체들은 회수·폐기한 발사르탄 의약품이 원가 기준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폐기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다.
식약처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에 대해 강제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고 제약사들에 자발적인 회수를 요청했다.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강제회수 이상으로 회수를 압박했다고 하소연했다.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이 사실상 시장 퇴출로 이어지면서 제약사가 체감하는 손실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판매중지 발사르탄 의약품 175개 품목 중 134개 품목의 판매재개를 허용했다. 판매가 재개된 발사르탄 의약품은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NDMA가 관리기준(0.3ppm) 이하로 관리됐다고 인정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판매중지 이후 1년 가량 지났다는 점에서 사실상 다시 처방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게 제약사들의 우려다. 판매재개 제품은 모두 제네릭이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데다 이미 수십개의 동일한 제품이 팔리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힘든 여건이다.
아직 시장에서 발사르탄 성분 제네릭에 대한 불신이 소멸되지 않아 문제가 해결됐다는 이유로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
제약사들은 판매중지가 풀렸더라도 이미 ‘불순물 고혈압약’으로 낙인찍혔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업체들은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진 시점부터 발사르탄 시장을 포기하고 유사 시장을 두드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규정을 위반한 적도 없고, 사전에 발사르탄 원료에서 불순물을 걸러낼 수도 없었다. 정부는 해당 제품이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났는데도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다”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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