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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같은 불순물 다른 의약품' 식약처 대처는 왜 달랐나

  • 천승현
  • 2019-09-18 06:20:52
  • 식약처 "발사르탄제제 유해가능성 높았고, 시험법도 없었다"
  • 식약처, 잔탁 NDMA 검사 이후 후속계획 발표
  • 제약사들 "발사르탄은 판매금지 이후 NDMA 검사...유해성도 드러나지 않아"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위장약 잔탁의 불순물 조사를 두고 제약업계 일각에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에서는 우선적으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제약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잔탁은 불순물 검사 이후 불검출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비슷한 사안을 두고 정부가 서로 다른 조치를 내렸다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사르탄의 경우 잔탁에 비해 불순물 검출량이 많았고 당시 불순물 시험법조차 없었다는 이유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항변한다.

◆식약처, 잔탁 NDMA 검사 후 후속조치...발사르탄은 선 판매금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17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잔탁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지난 13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제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밝힌지 3일만에 내린 후속조치다.

식약처는 FDA의 발표 이후 국내에 유통 중인 잔탁 완제품을 수거 검사했다. 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등록한 라니티딘 원료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GSK는 라니티딘의 제조소로 ‘1 Pioneer Sector 1’과 ‘Singapore 628413’ 2곳을 등록한 상태다. 해당 원료가 잔탁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NDMA 검사를 진행했고, 불검출 결과가 나오자 판매금지와 같은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현재 수입 또는 국내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수거·검사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17일 다수의 업체를 방문해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이번 조치가 발사르탄 파동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을 촉발시킨 불순물이다. 중국산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만 총 175개 품목이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발사르탄 파동의 경우 선제적으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후 안전성 점검이 이뤄졌다.

지난해 7월 6일 유럽 22개국에서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을 회수한다고 발표되자 식약처는 이튿날 해당 원료가 등록된 219개 품목의 판매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7월9일까지 추가조사를 거쳐 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을 구제했다. 이후 추가로 NDMA 검출 원료를 사용한 60개 품목을 확인하면서 판매금지 제품은 총 175개로 늘었다.

식약처는 판매금지 조치를 결정한 한 달 가량 경과한 지난해 8월9일 발사르탄 원료의 NDMA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원료 6개에서 NDMA가 6.7~112.1ppm 검출됐고 완제품 18개 품목에서 불검출~18.72ppm의 NDMA가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당시 제약사들은 “실제로 NDMA 검출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도 일괄적으로 판매금지와 회수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라고 반발했다.

◆식약처 "발사르탄 NDMA 검출량 많고 시험법 없어...적절한 행정"

하지만 식약처는 발사르탄의 선 판매금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NDMA 양이 많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자진 회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잔탁의 경우 NDMA 검출량이 극미량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회수와 같은 후속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애초에 NDMA의 시험법조차 없었기 때문에 잔탁의 사례처럼 NDMA 점검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졌을 당시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었다. NDMA를 걸러내는 표준 시험법조차 없었다는 의미다. 발사르탄 파동이 발생한지 한달 뒤에서야 '0.3ppm 이하‘라는 NDMA 기준이 설정됐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파동 이후 석달 만에 시험법을 도출했다. 예를 들어 표준원액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N-니트로소디에틸아민(NDEA) 표준물질을 메탄올에 녹여 농도가 500 ng/mL가 되도록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식약처 관계자는 “발사르탄 파동과는 달리 현재 NDMA 표준 시험법이 도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잔탁과 원료에 대해 점검이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발사르탄 해외보다 강경한 조치...형평성 위배

제약사들은 국내에서 발사르탄 후속조치가 강경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원성을 토로한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판매중지 대상이 광범위하다.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식약처는 제약사들에 발사르탄 의약품의 자발적인 회수를 요청하면서도 회수를 독촉하며 사실상 강제회수를 종용했다는 게 제약사들의 주장이다.

제약사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NDMA 검출 발사르탄의 유해성이 최종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 전 생애동안 평균 암발생률에 더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지만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발사르탄 고혈압약 영향평가 결과(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FDA는 지난달 "니트로사민계 불순물 함유 ARB를 복용한 환자들이 암에 걸릴 가능성은 지난해 발표된 예상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 당초 FDA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졌을 당시 "NDMA가 함유된 발사르탄 최고용량(320mg)을 4년간 복용할 경우 8000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FDA는 ARB 계열 모든 약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예상한 유해성보다 낮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정부가 불순물 발사르탄 제조 기업들에 손해배상을 예고한 점도 제약사들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발생 이후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주면서 투입된 21억1109만원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의도다.

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별로 구상금을 내라는 청구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한달 가량의 납부기한내 제약사들이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 건보공단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NDMA 검출 잔탁에 대한 식약처의 조치는 문제가 없어보인다”라면서도 “시험법 도출과 같은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일한 유해물질인데도 상반된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발사르탄 파동 당시의 행정은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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