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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불순물 의약품' 정부 학습능력 기대한다

  • 천승현
  • 2019-09-23 06:10:15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한주 제약업계는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을 촉발시킨 불순물이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추가로 파장이 악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잔탁에 함유된 NDMA가 극미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도 잔탁과 잔탁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원료의약품 검사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수입 또는 국내 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혹시라도 불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생산·판매 중인 라니티딘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 20일 식약처가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사용현황 전수조사에 나서자 제약업계에선 불안감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제조소 4곳을 지목하고 제약사들에 해당 원료의약품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생산·수입량이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의 사용내역을 파악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지만, 제약사들은 일부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제약사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라니티딘의 유해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악몽 때문이다. 발사르탄 파동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7월6일 유럽 22개국에서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을 회수한다고 발표되자 식약처는 이튿날 해당 원료가 등록된 219개 품목의 판매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7월9일까지 추가조사를 거쳐 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을 구제했다. 이후 추가로 NDMA 검출 원료를 사용한 60개 품목을 확인하면서 판매금지 제품은 총 175개로 늘었다.

판매금지 발사르탄 의약품은 모두 회수가 이뤄졌다. 제약사들은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제약업계가 라니티딘의 후속조치를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라니티딘에서도 NDMA는 규격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이다. 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진 뒤 한 달 가량 지난 후에야 NDMA의 기준치가 설정됐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NDMA 검출 발사르탄제제의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제약사들의 허탈감이 커졌다.

만약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을 때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도 관건이다. 불순물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공인 시험법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지난해 제시한 발사르탄의 시험법을 통해 라니티딘의 NDMA 검출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표준화된 시험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체 시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처지다. 아직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NDMA 시험법을 제약사들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NDMA 발사르탄제제를 유통한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도 임박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의 발생 이후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주면서 투입된 21억1109만원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의도다. 이 조치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행정이다.

물론 매뉴얼에 없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때 정부 입장에서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정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라니티딘제제의 유통을 중단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회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차원의 단호한 결론을 기대하기엔 어정쩡한 상황이긴 하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부는 발사르탄 파동의 대책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조치로 혼란을 부추겼다”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의 발사르탄 후속조치는 투명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해당 의약품의 자진 회수를 독려하면서도 사실상 강제 회수를 종용했다고 한다. 발사르탄 파동은 한번만 겪어야할 교훈이 돼야 한다. 정부의 학습능력을 굳건히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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