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파동이 다른 이유는
- 김진구
- 2019-10-01 06:20:16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NDMA 검출 같지만 조사대상·기준·대응조치에 차이
- 불순물 사태 만성화 우려…'2A등급' 인체유해 정도가 관건
- AD
- 12월 3주차 지역별 매출 트렌드 분석이 필요하다면? 제약산업을 읽는 데이터 플랫폼
- BRPInsight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이번 라니티딘 사태는 여러모로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검출된 불순물이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로 같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업계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도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NDMA가 검출됐다는 것을 제외하곤 너무도 다른 사안이다. 원인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치, 그리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아닌 새로운 '라니티딘 스캔들'인 셈이다.
발사르탄의 경우 원인이 명확하다. 중국 제지앙화하이를 비롯한 일부 제조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체는 발사르탄 NDMA 검출의 원인을 "제조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로 설명했다. 발사르탄을 제조할 때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용매가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라니티딘은 다르다. 식약처는 "물질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제조과정에서 NDMA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보관과정에서 자연 생성됐을 가능성에 식약처는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라니티딘은 분자구조의 양 끝단에 두 원인 물질, 즉 아질산염(N)과 디메틸아민기(DMA)가 있다.
물질 자체에 문제가 될 두 재료가 혼입돼 있는 것이다. 물질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NDMA로 합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식약처는 설명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니티딘은 실온에서 14일 정도가 지나면 분해되기 시작한다"며 "베리에이션이 굉장히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발사르탄의 경우 제조공정에서 특별한 조건이 만족할 때만 NDMA가 생성되는 반면, 라니티딘의 경우 자연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NDMA의 위험성 = 원인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공통점도 있다. 검출된 불순물이 NDMA라는 점이다.
NDMA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발암추정물질 2A 등급에 속한다. 2A 등급은 '인체발암 가능성은 충분히 증거가 없지만, 동물실험에서 증거가 발견된 물질'로 정의된다.
같은 2A 등급으로는 ▲튀긴 음식 ▲이발·미용직(파마약 등의 원인) ▲말라리아 ▲교대근무(수면장애) ▲아크릴아미드 ▲아드리아마이신 ▲안드로겐스테로이드 등이 있다.
발사르탄 사태의 경우 결국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 전 생애동안 평균 암발생률에 더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지만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지난 8월 "니트로사민계 불순물 함유 ARB를 복용한 환자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당초 발표된 예상치보다 낮다"고 재확인했다.

두 기준치를 정한 배경으로 식약처는 똑같이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전문가 협의를 거쳐 기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같은데 전문가 협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준치가 제시된 것이다.
식약처의 계산 과정을 보면 이렇다. 발사르탄의 경우 1일 최대용량을 320mg으로 놓고, 평생 복용할 경우로 계산했다. 라니티딘도 마찬가지다. 1일 최대용량으로 평생 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다만, 최대용량은 600mg으로 발사르탄보다 약 2배 많다. 결국 기준치가 2배가량 차이 나는 것은 이 최대용량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나치게 보수적인 계산이라고 비판한다. 발사르탄의 경우 만성질환 치료제로 평생 복용하는 것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지만, 라니티딘은 길어야 한 달 복용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 라니티딘을 '최대용량'으로 '평생' 복용할 가능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내외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영향 = 발사르탄 사태는 공동생동 폐지와 제네릭 가격인하라는 나비효과를 촉발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라니티딘 사태가 앞으로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본다. 단순히 매출타격뿐 아니라, NDMA를 비롯한 불순물 전반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발사르탄의 경우 단발성 사태로 보는 해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같은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업계는 NDMA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에서 물질 자체의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앞으로 같은 사태의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서 NDMA와 관련한 표준화된 검출방법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무슨 물질에서 언제 어떻게 NDMA가 검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표준화된 검출방법 없이는 앞으로도 속수무책으로 판매정지 혹은 퇴출 조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예상치 못하게 불순물 NDMA가 검출될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하고 목록화하겠다"며 "NDMA 발생가능성이 높은 순서를 선정해 해당 성분을 사용한 원료를 수거·검사하는 등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
'불순물 공포' 확산....라니티딘 이어 니자티딘 등 타깃
2019-09-30 06:10:55
-
큐란이 '일동라니티딘'으로 처방됐다면…INN 이슈화
2019-09-28 06:25:55
-
미량→미검출→검출…들쭉날쭉 NDMA 시험결과 왜?
2019-09-27 12:09:00
-
발사르탄보다 더한 충격...라니티딘 사망선고 수용 불가
2019-09-27 06:10:55
-
라니티딘 판매중지...제약사들, 1700억 손실 현실화
2019-09-26 14:50:23
-
불순물 라니티딘제제 강제회수 아닌 '자진회수 유도'
2019-09-26 11:54:18
-
'라니티딘' 발암 우려물질 확인…269품목 판매중지
2019-09-26 10:00:00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4천여 품목, 1월 무더기 인하…품목·인하율 아직도 '깜깜이'
- 2믿을건 임상 성공 뿐?...콜린알포 사수 벼랑 끝 총력전
- 3창고형약국, 조제용 슈도에페드린 무차별 판매 논란
- 4상장사 줄었지만 체급↑…바이오 IPO 시장 '옥석 가리기'
- 5[2025 결산] GMP 취소 법적 공방…생약 재평가 시동
- 6오늘부터 의사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시 투약내역 확인
- 7이 대통령 "탈모약·비만약 건보급여 가능성 검토하라"
- 8'키트루다' 약가협상 마무리...내달 적응증 급여 확대
- 91차 급여 두드리는 골형성촉진제...복지부 "적정성 검토"
- 10의약외품이 손발톱약으로 둔갑…약사회, 국민신문고 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