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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유통업체의 '라니티딘 회수비용 3%' 요구 타당할까

  • 정혜진
  • 2019-10-17 06:20:04
  • 정부·업계 "회수비용 일반화는 위험...기업 간 거래계약 침범할 수 있어"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유통협회의 '회수비용 3% 별도 정산' 입장이 이번 라니티딘 회수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당장 회수비용을 부담해야 할 제약사는 물론, 회수의무자에 속하는 유통업체, 이를 바라보는 정부 모두가 유통협회의 단체 행동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내놓은 라니티딘 정산 기준 '요양기관 공급가+3% 회수비용'이 논란이 되고있다.

유통협회는 식약처의 라니티딘 판매중단 발표 직후, 반품에 드는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제약사에 의약품 요양기관 공급가 기준의 정산에 별도 회수비용 3%를 추가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유통협회는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때 유통이 중간에서 입은 피해가 막대하며, 같은 피해를 다시 입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유통협회의 입장에 따라 개별 유통업체들이 제약사에 '회수비용을 약속 받아야 반품을 보내겠다'면서 실제 제약사는 반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의 중간 이음새 역할을 하는 유통업체에서 제동이 걸리자 제약사의 최종 반품 작업이 지연되는 것이다.

반품 정산, 법 규제 부재..."개별 계약 기준 따라야"

그렇다면 약국과 유통업체가 반품에 따르는 비용을 제약사에게 받겠다는 입장이 합리적일까.

현재 공정거래법과 상법에서 개별 업체 간 반품과 정산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밝힌 바는 없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규모유통업자의 제조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신설, 올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유통체인의 반품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대형유통업체가 팔고남은 재고를 생산업체에 떠넘길 수 없게 규제한 것으로, 최근 올리브영이 공급업체에 재고를 반품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억원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매출 1000억원 이하 유통업체는 기업 간 거래약정서에 따라 반품과 정산을 조율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통상적인 반품은 불가하지만, 제품에 결함이 발견돼 강제 회수조치나 자발적 리콜이 시행되면 제조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며 "제조업체는 반품 과정을 유통업체에 공지하고 제품을 회수하는데, 정산은 보통 마트 공급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법의 취지가 대규모 유통업체가 소규모 제조업체에 불공정거래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이 우선시된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약국이나 도매업체가 매출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에 포함되지만, 이 과정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계약서에 따른 민사상 책임과 일반 공정거래법 상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유통의 흐름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기업 간 계약서라는 뜻이다.

다만 이 규정은 일반 유통체인과 이반 소비재에 대한 것으로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되는 의약품 반품, 정산 기준은 따로 마련된 바가 없다. 게다가 라니티딘 사태는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관련 법이 있다 해도 바로 적용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제약과 유통, 유통와 약국, 제약과 약국 간 거래약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라니티딘이 이례적인 경우라 해도 이를 대비한 계약서 상 정산기준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회수 과정 체크할 뿐, 정산 내용에 손 댈 수 없다"

문제는 유통협회가 '3% 회수비용'을 내세워 회원사들의 반품을 유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협회는 회원사들에게 제약사가 회수비용에 합의할 때까지 반품을 보류하라고 안내해 일부 유통업체들은 약국에서 들어온 반품재고를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약사법 39조에서 위해의약품 회수에 대해 정한 바에 따르면, 회수의무자는 약을 다루는 모든 사업자가 포함되고 이들은 회수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약사법 76조 5항에 따라 허가취소나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유통업체로 인해 위해의약품 회수가 늦어지거나, 회수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식약처는 회수의무자 관리자로서 유통업체와 약국에 회수를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산은 애매하고 사적인 문제라 정부가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반품이 원활하게 되는지, 반품에 따른 정산이 빨리 진행되는지, 회수의약품이 안전하게 폐기되는지 등 과정을 체크하지 정산액을 얼마만큼 해줘야 한다는 등의 거래 내용에는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회수를 지연시키는 주체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라니티딘이 특수한 경우라 해도 정산이 문제된다면 기업 간 계약서 상 조건으로 해결할 문제이며, 만약 계약서 상 이런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계약서를 허술하게 작성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 간 약속에 따라 정산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유통업체가 회수비용을 약속받기 위해 회수한 재고를 마냥 보관하고 있는 건 유통업체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보관에 따른 관리비용 때문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하루빨리 재고를 회수해 제약사에 폐기의약품을 넘기고 정산일자를 당겨 창고의 의약품 회전률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유통이 이번에 손해를 봤다면, 다음 계약에 이를 반영해 손해를 일정부분 보상받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협회가 일률적인 회수비용을 못박고 모든 회원사에게 이를 따르라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우선 문제있는 의약품을 신속히 회수하고, 정산 문제는 개별 기업 간 계약과 조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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