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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약사 배출 이후를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른다"

  • 김민건
  • 2020-01-08 20:40:25
  • [인터뷰] 대한한약사회 김광모 회장

김광모 대한한약사회 회장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7일 한약사국가고시 21회가 치러졌다. 이들이 배출되면 한약학과 1기 학생이 나온지 20년 만에 2800명 가량의 한약사 면허자가 생긴다.

지난 1994년 한의약분업과 한약의 전문화·과학화를 명분으로 만든 한약사 제도. 그러나 지지부진한 의약분업으로 지난 25년간 설 자리를 잃었다.

원광대·경희대·우석대약대 한약학과에서 매년 120명씩 한약사를 배출하지만 이들의 미래는 20년 전 선배들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데일리팜은 지난 3일 약계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대한한약사회 김광모(45) 회장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근처에서 만나 한의약분업과 한약사 미래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2005년 원광대 약학대학 한약학과에 입학해 2009년 면허를 취득한 김 회장은 "한의약분업 얘기를 듣고 한의사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할 것으로 생각해 한약학과에 들어갔다"며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도 분업은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한약사제도를 만들기만 하고 아무런 의지도 없어 답답하다"며 "우리는 약국 개설자로 살고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한약조제)을 하면서 살고 있지 못 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정말 분업을 할 게 아니라면 못 하겠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분업을 위해 만든 한약사 제도를 어떻게든지 책임질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의·약사 다툼 속 태어난 '한약사', 허울 뿐인 면허증

한약사 탄생은 기구한 운명을 탔다. 지난 1994년 정부가 한약조제권을 놓고 의사와 약사가 다툼을 벌이자 중재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25년간 한의사가 처방하고, 한약사가 조제하는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약조제 면허증을 받는 한약사이지만 약사법 부칙에 따라 한의사와 약사도 한약을 조제할 수 있게 하면서 직능간 이익 싸움과 그 중간에 낀 정부는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 회장은 "의사, 한의사, 약사 틈에 낀 한약사는 이 판에서 제일 약소단체"라며 "한약사는 이제 2700명인데 약사는 7만 5000명, 의사는 10만명이 넘는다"며 단체간 힘의 차이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를 많이 가진 집단이 더 목소리가 클 것이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표를 가진 집단을 바라보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치권은 그럴 수 있어도 정책을 세우고 시행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정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피해를 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직능 이익에 따르는 한의사회나 약사회에 불만은 없다"며 "결국 제대로 만들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인터뷰 중간 "정말 답답하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그는 "한약사 배출 20주년임에도 여전히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없어 자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약사회는 지난 12월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항의하며 면허증 사본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는 "한약사도 결국 조제 직능"이라며 "정부가 만든 제도를 통해 면허증을 취득해도 한약사에게만 주어진 조제권이 없다. 우리가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한약사들의 불만은 김 회장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8년 7월 15일 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뒤이은 11월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95%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김 회장은 "회원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분업할 것이 아니라면 복지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대책을 강구토록 결단을 요구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었다"며 "너무나 지친 회원들의 마음이 나와 같았기 때문에 지지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정부, 피해 한약사 계속 만든다

김 회장은 정부가 한의사 반대를 의식해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한약사 제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의약분업으로 생길 변화와 기존 기득권(나쁜 의미가 아니라고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가 고착된 상황에서 한의사가 조제이익을 빼앗기기 싫어한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의사 반대는 당연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이익을 떼어줘야 하는 사람에게 의·약분업처럼 어떤 이익과 비전이 있고 발전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며 "한의사에게도 양의학처럼 혜택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제 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한다. 김 회장은 "정부가 이제는 숙제를 하길 바란다"며 "한의학 관련 계획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한다면 깔끔하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한약사 제도를 어떻게 할지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사 처방을 약사가 조제하는 한약제제 분업도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김 회장은 한약제제 정의만 있고 일반약·전문약으로만 분류하고 있어 제제분업에서 그 대상을 어떻게 할지 논쟁이 있다고 얘기했다.

우선 김 회장은 1980년대 한의원에서 처방한 56종 제제부터 1차적으로 시행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1년 전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시민은 '한의사 처방에 따른 조제를 약사가 받는 건 아니다'는 결론이 나온 적 있었다"며 "한약사 제도 입법 취지가 살아 있고, 한약사조제시험을 통과한 약사도 조제와 복약지도가 가능한 만큼 올해는 제제분업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첩약급여 논란, 한약사회 메시지는 '분업'

김 회장은 첩약급여 시범사업 논란에서도 메시지는 분명함을 강조했다.

그는 "식약처가 관리하는 H-GMP 제도를 통해 제조업소에서 한약제 중금속과 유효 성분 등을 검사, 관리하고 있어 안전성은 있다"며 "문제는 한약제 조제와 전탕 시 누가 어떻게 달이냐에 따라 안전성과 균일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처방과 조제 분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작년을 되돌아보며 "한약과 한방 전문가는 한약사라는 점을 열심히 알려 성과가 있었다"며 "올해는 한약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부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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