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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코로나 한달, 재택근무·방문자제…달라진 영업환경

  • 김진구
  • 2020-02-20 06:20:30
  • 재택근무 확산…"되려 업무 늘었다" 하소연
  •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언제까지 영업활동 자제할 순 없다"
  • 영업사원들 "남은 건 실적압박뿐…처방 줄었는데 목표치는 그대로"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제약업계는 큰 영향을 받았다. 여러 업체가 재택근무에 돌입하는가 하면, 영업현장에선 대면미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 2~3월로 예고됐던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줄 알았던 이번 사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제약업계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언제까지고 영업활동을 자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이 커졌다.

◆방문자제 요청 병의원 증가…"대면미팅 크게 줄었다"

가장 큰 변화는 대면미팅의 감소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영업사원의 방문을 제한하는 병의원이 늘었다. 영업사원들도 자발적으로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 중인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어지간한 대형병원은 영업사원들이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방문 자제를 공식요청한 곳도 있고, 진료목적 외 방문을 엄격히 통제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입구에 걸린 병동 출입제한 문구.
그는 "시간이 갈수록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의원도 많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두 군데서 이런 요청을 받았다"며 "방문이 허용된 곳이라도 영업사원과 의료진 모두 극도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병원 문턱을 밟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팅은 병원 밖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행사의 취소도 줄을 이었다. 학술대회부터 소규모 심포지엄까지 대부분 공식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

대한혈액학회는 3월 12일부터 14일로 예정된 국제학회를 8월 12~14일로 연기했다. 대한신경중재치료학회는 2월 집담회를 완전 취소했다. 대한정신약물학회도 2월 아카데미 일정을 재논의키로 했다.

대한소아심장학회는 3월 20~21일로 예고된 심포지엄을 취소했다. 현재 등록비를 환불하는 중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마취통증의학회 역시 춘계세미나를 잠정 연기했다. 한 다국적제약사는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여기에 지역단위로 예정됐던 소규모 심포지엄도 줄줄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해당지역 원장들을 대상으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로 무기한 취소·연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국내 학회행사
◆재택근무 확산…일부선 "말로만 재택근무" 목소리도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외국계제약사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결정하는 곳이 늘어났다.

이달 4일 암젠코리아를 시작으로 20여개 제약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재택근무는 1~2주간 계속됐다. 대부분 회사가 이번 주 월요일(17일)부터 정상근무 체제로 돌아왔다.

업무 특성상 하루에 수십곳의 요양기관을 드나드는 영업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19일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규모로 추가되자, 해당지역 영업소에서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ST, 보령제약, 삼일제약 등이 대구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된다.

재택근무를 결정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오전 대규모 확진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직원들을 귀가시켰다"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서 정상근무 재개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에 역행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실제 몇몇 국내사 경영진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이 뜸해졌을 테니, 이 틈에 경쟁사 거래처를 공략하자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일종의 '꼼수'로 작용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회사에선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현장출근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며 "사무실에만 출근하지 않는 것일 뿐, 영업사원들의 감염·전파 위험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언론에는 재택근무로 알려졌지만, 사실 회사가 강제로 연차를 쓰도록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재택근무라는 미명 하에 업무가 과중됐다. 재택근무를 집에서 노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영진이 억지에 가까운 숙제를 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태 장기화 우려…"언제까지 자제해야 하나"

19일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영업활동을 자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제약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사도 외국계제약사도 마찬가지다.

19일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15명 추가됐다.
한 외국계제약사 관계자는 "사태가 진정되는 것으로 판단해 이번 주 초부터 정상근무로 돌아왔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재확산의 길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무기한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은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언제까지고 영업활동을 자제할 수만은 없다"며 "당분간은 영업사원들에게 손소독제·마스크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압박은 그대로…영업사원의 딜레마

이런 상황에서 영업사원이 느끼는 가장 큰 박탈감은 실적압박이다. 당장 처방감소에 따른 실적악화가 우려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주는 회사는 없다.

한 영업사원은 "담당 의원을 방문해보면 환자가 적게는 10~20%에서 많게는 40%까지 줄어든 것으로 관찰된다. 그만큼 이달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회사에서 제시하는 실적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되, 실적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가져오라는 것"이라며 "영업사원 입장에선 재택근무를 할 수도, 병원을 방문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영업사원은 "만에 하나 감염될 경우 제약사 영업사원 전체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데 우려가 크다. 병원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눈앞의 실적을 생각하면 별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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