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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못한 불순물도 제약사 책임...손해배상 의무있어"

  • 천승현
  • 2021-09-17 06:20:18
  • 서울중앙지법, 채무부존재 소송서 제약사 패소 판결
  • 제조물책임법 근거 불순물의약품은 제조물 결함 인정
  • '제조 당시 결함 발견 불가시 손배 면제' 면책조항도 불인정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에서는 제약사가 불순물 위험성을 인지할 수 없었더라도 최종적으로 의약품에 문제가 노출됐다면 책임져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담겼다. 정부가 불순물 의약품의 유해성을 낮게 판단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제약사 36곳과 국민건강보험공단간 펼쳐진 채무부존재확인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약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구상금 납부와 함께 2019년 11월 1일부터 2020년 9월9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 사건은 불순물 의약품 책임 공방을 두고 펼쳐진 첫 법정 다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7월과 8월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 175개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렸다.

2019년 10월 건보공단은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2018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의 발생 이후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의약품 교환 조치에 따라 10만9967명의 진찰료 9억6400만원과 13만3947명의 조제료 10억6600만원 등을 청구했다.

구상금 청구 대상 69곳 중 제약사 36곳은 2019년 11월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어 구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건보공단을 상대로 재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지난해 9월 구상금과 함께 이자도 추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약사들에 청구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불순물의 책임을 제약사에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판결문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제약사들이 제조물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조사의 제조물 및 안전성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물 결함 사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제조물책임법 제3조에 근거했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에서 NDMA가 잠정 관리기준을 초과 검출되는 제조물의 결함이 있었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조제받은 환자들은 대체 의약품을 구해야만 했는데 교환 과정에서 공단부담금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라면서 제약사들이 손해배상으로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제약사들은 불순물 발사르탄에 대한 제조·설계상 결함이 없다고 맞섰다. NDMA는 애초에 국내외에서 관리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불순물 의약품을 생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조물책임법에 명시된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약사들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이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제조물책임법에서 제조물의 결함은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돼 있는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됐다.

재판부는 불순물 의약품에 제조물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약사법에 ‘누구든지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해서는 안된다’라고 규정됐다. 발사르탄에 검출된 NDMA는 이미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발암 유발 개연성 물질로 분류됐고, 사후에 마련됐더라도 식약처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유럽의약품안전청(EMA)과 동일하게 설정한 잠정 관리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불순물이 제약사의 책임에 있다는 견해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의 손해배상 책임이 제약사에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제시한 손해배상 면책사유는 불순물 발사르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발사르탄제제를 생산하기 이전에 이미 NDMA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발암 유발 개연성 물질로 분류돼 있었고 EMA의 발표 이후 국내에서 신속하게 발사르탄 품목 전부에 대해 NDMA 검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NDMA가 비의도적 불순물로 제약사들이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했을 때 발생하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도 면책사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게 재판부의 견해다.

재판부는 불순물 발사르탄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책임 근거로 제시했다.

식약처는 2018년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한 화하이 제조의 NDMA 함유 발사르탄 사용 의약품의 처방자료를 토대로 해당 제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들이 더 이상 문제의 제품을 복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산출했다. 재판부는 기존에 해당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에게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정도의 입장일 뿐 불순물 발사르탄의 안전성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제시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건보공단이 구상권 행사 권한이 있는지 여부도 다퉜다.

제약사들은 환자들이 발사르탄제제 교환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본인 일부부담금을 전액 면제받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제3자의 제조물 책임있는 행위의 경우에도 가입자 등이 보험급여를 받고 건보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때에는 건보공단이 지출한 보험급여 비용의 한도에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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