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상시 의약품 재분류…한국은 10년 째 제자리
- 이탁순·김진구
- 2022-05-02 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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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재분류 2012년 한 차례…전문약 36개가 일반약 전환
- 미국·일본·영국·싱가포르 등 '상시 재분류' 체계 구축…활성화 유도
- "의료비용 감소+의약품 접근성 확대+일반약 시장 확대"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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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제약사 요구나 재평가를 통해 분류 변경 사례는 있었으나,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약은 일반약으로, 반대로 의사 관리가 필요한 일반약은 전문약으로 변경하기 위한 목적과 의지를 갖고 재분류를 한 사례는 2012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복지부와 식약처는 약 1년 간 평가를 거쳐 2012년 8월 29일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262개 일반약이 전문약으로 이동했으며, 200개 전문약은 일반약으로 분류가 변경됐다. 또한 42개 품목은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동시 분류 제품으로 인정했다. 분류 전환 품목은 총 504개, 당시 전체 의약품의 1.3% 수준이었다.
동일제제(성분, 함량, 제형)로 좁혀보면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분류된 제제는 36개,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분류된 제제도 36개로 균형을 맞췄다. 전문·일반 동시 분류 품목은 6개 제제였다.
당시 재분류TF팀을 이끌었던 서경원 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전년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10여명 인력이 재분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주사제와 진단이 필요한 의약품 등을 제외하고, 분류가 필요했던 의약품들의 선진국 현황과 약리작용 등을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위해 정부가 던진 타개책
식약처(당시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는 절차적으로는 의·약단체와 시민단체 제안으로 진행됐다. 당시 약사회는 479개를, 의사협회는 517개의 재분류를 요청했다.
또한 그전에 녹색소비자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7개 성분에 대한 재분류를 제안하며 급물살을 탔다.

당시 약사회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반대하면서 재분류는 찬성했고, 의사협회는 그 반대였다. 따라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약사회, 의사협회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재분류안이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의·약 단체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2012년 이후부터는 의약품 재분류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식약처의 의약품 분류 기준을 보면, 전문의약품 또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려면 해당 제약사 신청과 의사·치과의사 및 약사 관련단체, 소비자단체 이의제기가 있어야 한다.
식약처는 이에 맞춰 심사기준에 의해 분류를 결정하게 된다. 2012년 전면 재분류 이후 의약단체나 소비자단체의 분류 이의제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제약사가 신청한 분류 건에 대해서만 심사가 이뤄지다 보니 분류가 바뀐 의약품은 손에 꼽힐 정도다.
미국에서는 OTC로도 판매중인 오메프라졸같은 PPI 제제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전문의약품으로 남아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굳이 식약처가 의약단체, 소비자단체의 이의제기가 없는 품목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직권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분류 사안은 없다"면서 "전체 의약품을 대상으로 재분류한 사례는 2012년 한 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의약품 재분류를 촉발했던 경실련 측도 2012년 이후 의약품 분류에 대한 이의제기를 별도로 한 적 없다고 전했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안전성과 접근성을 검토해 재분류를 제도화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2012년 이후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한 것 외에는 분류 이의제기를 한 케이스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상시 재분류 체계' 가동 중
반면 미국·일본·영국·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선 상시에 가까울 정도로 의약품 재분류가 빈번하다.
미국은 'Rx-to-OTC Switch'라는 이름의 규정을 운영 중이다. 말 그대로 처방약(Rx)을 비처방약(OTC)으로 전환하는 장치다. 처방약으로 사용되면서 안전성·유효성이 폭넓게 인정되면 비처방약으로 전환한다. 재분류 신청 자격은 제품 허가권자를 비롯해 누구에게나 있다. 원칙적으론 한국과 유사하다.
다만 빈도는 한국보다 높다. 정부 주도 하에 일회성으로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한국과 달리, 제품 허가권자 등이 신청하면 즉각적으로 심사에 들어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처방약→비처방약 전환된 제품은 2001년 이후 44개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 3월 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나조넥스 24시간 나잘스프레이(Nasonex 24HR Allergy nasal spray)'가 처방약에서 비처방약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도 알레르기결막염 치료제 '라스타카프트(Lastacaft)'와 알레르기비염 치료제 '에스테프로(Astepro)'가 비처방약으로 전환됐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아예 매년 2회 의약품 분류체계 조정을 시행한다는 규정을 시행령으로 못 박았다. 이를 통해 처방의약품(POM)-약국의약품(P)-자유판매의약품(GSL)간 상시 재분류가 가능하도록 했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처방약→약국약→자유판매약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위험이 발견되면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아그라 재분류다. 영국은 지난 2017년 실데파닐 50mg을 처방약에서 약국약으로 변경했다. 심바스타틴·이지트로마이신·에스오메프라졸·올리스타트 등도 같은 과정을 거쳐 약국약으로 전환됐다.
이밖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상시 의약품 재분류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경우 1995년 이후 39개 성분이 처방약에서 비처방약으로 재분류됐다.
◆그들은 왜 의약품 재분류에 팔 걷어붙이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국 정부는 의약품 재분류를 더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은 2009년 약사법 개정과 함께 Switch OTC 제품에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간 1만2000엔 이상 Switch OTC 제품을 구입했을 경우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에서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일반약 전환이 급속히 진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지난해 1830개에 달하는 세금공제 대상 품목을 2026년까지 328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에선 처방약→약국약 전환 제약사에 3년 간 시장독점 기회를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환 과정에 들어가는 제약사의 제반 비용을 독점권 제공을 통해 보상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들이 의약품 재분류 활성화로 얻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의료비용 감소다.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불필요한 병의원 방문을 줄이고, 자가치료(self-care) 범위를 확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료비용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다른 하나는 의약품 접근성 확대다. 특히 지난 2년 이어진 코로나 사태는 전문약→일반약 전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팬데믹 사태로 병의원 방문이 어려워지고 전문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마지막 하나는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다. 해외에선 전문약→일반약 전환 자체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전 세계 Rx-to-OTC Switch 시장 규모를 2020년 330억 달러(약 42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나아가 이 시장이 매년 5% 이상 성장해 2031년엔 580억 달러(약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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