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05:21:23 기준
  • #GE
  • 진단
  • 처분
  • 인력
  • 제약
  • 글로벌
  • 신약
  • #복지
  • #약사
  • #염
네이처위드

약과 건기식, 그 경계는...성분과 기준은 합당한가

  • 이탁순·이혜경
  • 2022-03-16 15:09:02
  • 건기식만 있는 루테인...전문약만 있는 멜라토닌
  • 오메가3, 전문약과 건기식은 있는데 일반약은 없어
  • 비정상적 규제가 원인…표준제조기준에 성분 추가 절실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건강기능식품에는 있는데, 약에는 왜 없을까? 반대로 약에는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에는 없는 성분들이 있고, 똑같은 성분이 약과 건강기능식품 둘 다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기준은 무엇일까?

노화된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 성분은 오로지 건강기능식품에만 존재한다. 루테인은 2013년부터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식약처 '개별인정원료'로 인정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루테인 에스테르와 루테인지아자틴복합추출물이 주요 성분이다.

10년 넘게 건강기능식품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사용해왔지만, 루테인은 의약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멜라토닌 성분은 국내에서 의약품으로는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통용되는 성분임에도 그렇다.

국내 기업들은 루테인을 일반의약품으로,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규제와 환경 때문이다.

표준제조기준에 없는 '루테인'…건기식 공전에 갇힌 '멜라토닌'

루테인을 일반의약품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표준제조기준과 관련돼 있다.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은 널리 쓰이는 의약품에 대한 성분의 종류·규격·배합한도, 제형, 용법·용량, 효능·효과,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을 지정한 것이다. 여기에 포함되면 허가심사를 받지 않고 신고로만 일반의약품으로 등록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표준제조기준에 루테인 성분은 없다.

표준제조기준에 없으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길은 해외에서 루테인 성분으로 된 일반의약품을 도입하는 경우다. 식약처는 선진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는 경우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면제해 허가를 쉽게 내준다. 그런데 루테인은 해외에서도 일반약보다는 건기식 사례가 많아 들여올 제품이 없었다.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 성분은 건강기능식품에는 있지만, 의약품에는 없다.
제약기업 한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 중에서도 일본을 제외하곤 일반의약품 시장이 활성화된 나라가 별로 없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한정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해외 일반약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면제 기준도 작년 11월 규정 개정으로 삭제가 확정돼 내년 10월부터는 적용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루테인이 일반의약품이 되기 위한 길은 표준제조기준 개정 뿐이다. 다행히 식약처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부터는 표준제조기준을 매년 개정해 새로운 성분 등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해외 일반약 안·유 심사 면제 기준 삭제와 맞물려 일반의약품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부터 1년에 한번 업계 의견을 반영해 표준제조기준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현재 세부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제조기준은 개정이 늦어 제약업계가 항상 불만을 나타내곤 했다. 작년 11월 개정된 표준제조기준 안에는 메코발라민, 코바마미드, 타우린 성분이 추가되고, 비타민 제형에 필름형·젤리형도 가능하도록 했다. 2년만에 나선 개정이었다.

업계가 요구한다고 해서 표준제조기준에 모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해외 현황이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논문·임상 자료 등이 제시돼야 한다. 해외 일반약 자료가 부족한 루테인의 경우 표준제조기준에 추가되기 더 어려운 구조다.

제약사 관계자는 "루테인을 유효성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면 주성분과 함께 함유되는 부성분으로라도 표준제조기준에 추가해 달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며 "기본적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성분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에 추가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멜라토닌이 건강기능식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멜라토닌의 건기식 지정은 루테인과는 또다른 문제다.

멜라토닌이 업계 요구에도 건기식으로 지정 받지 못하는 이유는 법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는 ▲원료의 특성상 심각한 독성이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의약품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원료 등 섭취방법 또는 섭취량에 대해 의·약학적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멜라토닌은 현재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만 사용되고 있어 건강기능식품 지정이 어려운 것이다. 멜라토닌의 전문의약품은 건일제약의 '서카딘서방정'으로 지난 2014년 국내 도입됐다. 이스라엘 뉴림사가 개발한 이 약은 '수면의 질이 저하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의 단기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식약처가 건기식 공전의 원칙을 깨지 않는 한 멜라토닌이 국내에서 건기식으로 제조되긴 어렵다. 해외 건기식도 국내 수입되면 현재로선 불법의 영역이다.

소비자 접근성 고려 적극적 일반약 전환…관리 유연성 필요

건일제약은 멜라토닌 성분뿐만 아니라 오메가3 성분도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아 다른 카테고리보다 시장을 먼저 독점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오메가3산에틸에스테르90성분의 오마코연질캡슐이 그 주인공이다. 노르웨이 프로니바가 개발한 오마코는 2005년 국내에서 신약으로 허가됐다. 앞서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동일제제인 '로바자'를 처방의약품으로 승인한 바 있다.

건일제약의 대표 전문의약품 오마코와 서카딘서방정. 오마코는 오메가3, 서카딘서방정은 멜라토닌 성분이 유효성분이다. 오메가3는 건기식에는 있지만, 일반약에는 없고, 멜라토닌은 국내 일반약과 건기식에는 없지만, 해외 건기식에는 있다.
또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도 전문의약품 분류돼 사용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급여도 등재돼 있다. 이 약은 미국에서 2~3만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고지혈증 감소 및 심근경색 2차 예방 효과를 입증한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해외 승인 경험과 임상 데이터 보유로 식약처 허가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문제는 오메가3 제제가 건강기능식품에는 있지만 일반의약품에는 없다는 점이다. 전문약 오마코가 건기식 오메가3 제제보다 유효성분인 EPA·DHA 농도가 훨씬 높고, 품질관리 면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는 있는 오메가3 제제를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2011년 의약품 재분류 당시 약사회는 오마코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오마코는 신약 재심사 중이였기 때문에 재분류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후 신약 재심사가 종료된 뒤에도 '의사의 전문적 진단 및 지시, 감독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는 이유로 재분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 약이 A8국가 중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급여가 등재돼 있어 작년부터 본격 진행된 급여 재평가 대상에서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면 일반약과 전문약, 건기식까지 모두 포함된 성분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타민만 봐도 전문·일반 의약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심지어 의약외품에도 있다.

특히 일반의약품 타이틀을 포기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변모한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화이자의 종합 비타민 제제 '센트룸', 고려은단의 '비타민C' 제품이 유명한 예다.

이는 일반의약품이 약국에 한정돼 판매해야 하는 등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이 되면 약국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다.

특별히 의약품과 건기식 기준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다. 비타민C 원료로 사용되는 'L- 아스코브산'의 경우 건기식은 일일 섭취량이 30~1000mg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50~100mg 제한을 두고 있는 차이일 뿐이다. 중간 접점은 넘쳐난다. 따라서 일반의약품 비타민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변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비타민 성분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심지어 의약외품에도 있다.
다만 의약품은 건기식과 달리 업체가 GMP(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를 통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일관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기식 제조업소도 최근들어 GMP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의약품의 높은 기준과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품질, 안전성, 안정성 등 검증에서 의약품이 훨씬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규제 장벽이 낮고 유통채널이 다양한 건기식에 집중하면 되지, 왜 일반약 제조가 가능한 성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할까? 실제로 대부분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취급한다.

이는 제조시설과 관련이 있다. 제약사들은 대부분 GMP 제조시설을 갖고 일반의약품을 생산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외부시설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성을 위해서는 일반약 품목도 다변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약 성분을 다변화하자는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이는 일반의약품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시장 플레이어도 적어진 탓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장 요구가 크면 의약품이든, 건기식이든 생겨나는 것 같다. 비타민 제제는 그만큼 해당 카테고리 내 시장에서 요구가 컸던 사례"라면서 "다만 의약품과 식품이 겹치는 성분이 생겨나면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카테고리에 식품 성분을 추가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식품 성분을 일반의약품 영역으로 적극 끌어와 관리를 엄격하게 해나가는 게 더 효율적인 방향 같다"며 "관리 문제로 의약품 성분 추가에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파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