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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9개 병원서 비대면 진료…우울증약 1800정 처방

  • 김지은 기자
  • 2026-09-15 06:00:50
  • 요약
  • 동일 환자 30·60·90일 장기처방 반복…스타브론정 무차별 처방
  • 약국은 처방 점검·중재 없이 조제 후 직접 전달…약사회, 사실관계 확인 착수
  • "초진 처방 7일로 제한하고 재진도 상한 필요…약배송 확대 앞서 실태 파악을"
김인학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동일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통해 열흘간 9개 의료기관을 돌며 특정 전문의약품을 반복 처방받은 정황이 약사회에 접수됐다. 처방일수가 최대 600일에 달하거나 한장의 처방전에서 1800정이 처방된 사례도 포함됐다.

김인학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14일 전문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회원 제보를 통해 접수된 비대면진료 반복·과다처방 의심 사례를 공개했다.

약사회가 밝힌 이번 사례를 보면 특정 환자가 지난 8월 3일부터 13일까지 비대면진료를 통해 9개 의료기관에서 스타브론정(성분명 티아넵틴)을 반복적으로 처방받았다. 처방일수는 30일과 60일, 90일 등 장기처방이 반복됐으며, 이 가운데 한 의료기관에서는 600일분으로 표시된 처방전도 확인됐다. 한 번에 2년 가까이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한 처방전에는 스타브론정을 1회 10정씩 하루 세 차례, 60일간 복용하도록 처방해 총 1800정이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인 복용량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이라는 게 약사회 설명이다.

스타브론정은 우울증 등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김 이사는 티아넵틴이 해외에서 과량 복용에 따른 중독과 사망 사례가 보고된 성분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처방의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동일 환자가 열흘 동안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해 장기처방을 반복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었는지, 한 처방전에서 1800정이 처방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비대면진료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처방이지만, 비대면 환경에서는 원하는 처방을 해주는 의료기관을 찾을 때까지 빠르고 손쉽게 의료기관을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오남용의 문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약국 단계의 처방 점검과 의약품 전달 과정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제보에 따르면 해당 처방전을 접수 받은 약국은 동일 환자에 단기간 여러 의료기관의 처방전이 집중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처방 점검이나 중재 없이 조제를 진행했다. 이후 조제한 의약품을 환자에 직접 전달한 정황도 파악됐다는 게 약사회 설명이다.

대한약사회에 제보된 처방 내역. 비대면진료를 이용해 특정 의약품을 여러 의료기관에서 반복적으로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이사는 “해당 약국에서 다수의 처방전을 조제했기 때문에 동일 환자의 반복처방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방 과정뿐만 아니라 약국의 점검과 중재, 조제의약품 전달에 이르는 전 과정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확인 결과에 따라 약사 윤리위원회 회부나 법적 조치, 복지부 고발 등이 필요한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앞서 비대면진료를 통한 항생제와 항진균제, 외용제 등의 과다처방 의심 사례도 접수됐지만, 이번처럼 단기간 여러 의료기관에서 동일 의약품이 대량으로 처방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초진 처방 7일 제한…재진도 처방일수 상한 필요”

약사회는 초진 비대면진료의 1회 처방일수를 최대 7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7일 이내 환자 상태를 다시 평가하고 대면진료로 전환하도록 하위법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급성기 질환의 단기처방을 막자는 취지가 아닌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은 첫 진료에서 30일이나 90일, 180일 이상의 장기처방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재진 비대면진료에도 별도의 처방일수 상한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일정 기간 안에 대면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한 번에 수백일분을 처방하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는 “재진이라고 해도 1년이나 2년에 가까운 분량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은 환자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진 뿐만 아니라 재진에도 합리적인 처방일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방일수 제한이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환자 요구나 플랫폼 내 경쟁에 흔들리지 않도록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쉽게 처방하는 의료기관일수록 플랫폼에서 선택을 많이 받고 상단에 노출되는 구조가 형성되면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보다 환자 요구와 플랫폼 내 경쟁이 처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약사회는 현행 체계의 허점을 해소하지 않은 채 의약품 약국 외 인도를 확대하면 비대면진료를 통한 일명 ‘의약품 쇼핑’이 더욱 쉬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고른 뒤 이를 처방하는 의료기관을 찾아 비대면진료를 받고 특정 약국에서 조제한 의약품을 집에서 전달받는 전 과정이 플랫폼 안에서 완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청소년들의 의도적인 과량 복용을 뜻하는 OD(오버도즈)에 이용될 수 있는 의약품이나 마약류 제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의약품 등까지 반복적으로 처방될 경우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려면 어떤 의약품이 얼마나 처방됐고, 동일 환자의 반복 진료와 오남용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관련 데이터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약국 외 인도까지 확대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이 특정 플랫폼이나 의료기관에 집중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조사해야 한다”며 “약사회도 반복·과다처방과 의약품 오남용, 플랫폼의 환자·처방 유인, 불법적인 의약품 전달 의심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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