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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약에 종합감기약까지?"…암울한 약 배송 확대 시나리오

  • 강혜경 기자
  • 2026-09-15 12:00:37
  • 요약
  • 플랫폼의 약국 지배 메커니즘②
  • 힘 세진 소비자·플랫폼 "초진·처방약 제한 등 현장에 맡겨야" 주장
  • '일반약 판매액 11% 수수료 부과' 플랫폼, 이미 관련 서비스 준비
  • 장기적으로는 전담 의료기관·약국, 30% 캡도 사실상 무용지물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에서 사는 것 보다 처방받는 게 싸다 보니 한 번에 인공눈물 6통씩 처방받고 가족·친구들과 나눠써요."

"처방약 배송하는 김에 종합감기약 2통, 소화제 1통, 지사제 1통도 같이 보내주시겠어요?"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이 전면 확대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이같은 시나리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초진 제한, 처방약 제한, 재택 수령 제한 등 '제한'에 방점을 둔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초진환자의 범위와 처방약, 의원·약국당 비대면 진료·조제 건수 등을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약단체와 현장의 임상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플랫폼 업체간 입장차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재택 수령 대상자를 놓고는 의약단체간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원칙은 대면 진료…대면 진료 기록 있는 경우 실시"

정부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기조를 세우고 있다.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제34조의2(비대면 진료)에는 '의료인은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전제가 명시돼 있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경우 역시 '환자가 해당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해 진료받은 기록이 있는 경우', '환자의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동일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에 한해 '의약품의 종류·처방 일수 등이 제한된 범위에서만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게 법에 규정돼 있다.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체 진료 건수 대비 비대면 진료 건수가 일정 비율을 초과하도록 해서는 안되고,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의료인은 비대면 진료의 한계·비대면 진료시 환자의 의무 및 협조 필요사항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역시 제34조의3(비대면 진료시 중수사항)에 포함돼 있다.

즉, 시범사업 대비 초진 대상자와 지역적 제한 등이 촘촘해지는 구조다.

서울에 거주하는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가 대전·부산 소재 의료기관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현재의 시범사업은 사실상 종료되게 되는 것이다.

의사단체 역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일 뿐, 플랫폼이 주축이 돼 특정 약 처방을 부추기거나 용이하게 처방전을 수령하게 하는 창구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탈모, 비만 관련 약제들이 오남용 되고 있고 오남용에 있어 플랫폼이 부추기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여러 차례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처방을 제한하는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면 진료를 거치지 않고 증상만으로 약을 처방한다는 부분은 의사 입장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할 부분이자, 명확한 한계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따라 플랫폼 희비…핵심은 하위 법령

핵심은 초진 기준과 처방 가능일수 등이 담긴 하위 법령 마련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부는 초진 환자의 처방 가능 일수를 7일로 제한하고,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플랫폼 등 산업계는 OECD 사례를 예로 들며 현장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초진 진료 가능 여부와 처방 일수 등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계가 정부 하위 법령에 목을 매는 이유도 정부 지침에 따라 시시각각 비대면 진료 이용행태 등에 차이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태동기'라고 할 수 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전면 허용되면서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를 비롯해 30여개 이상의 민간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간 30여곳 이상의 플랫폼이 개설됐다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후발주자로 나선 플랫폼들은 '소아과 비대면 진료 중개',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중개', '탈모 비대면 진료 중개', '한의원 비대면 진료 중개', '남성 비대면 진료 중개' 등 서비스를 구체화하며 틈새 전략 구사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 하향에 따라 2023년 6월부로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플랫폼들은 위기를 맞게 됐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종료에 따라 퀵, 택배 배송이 '방문수령'으로 제한되면서 플랫폼 이용율이 급격히 줄었고, 재진 환자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플랫폼 업체들도 서비스 중단에 나섰다.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는 업체. 

하지만 같은 해 12월 정부가 휴일·야간 초진 허용 및 의료취약지 등으로 대상을 대폭 확대한 데 이어, 2024년 2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계기가 돼 종합병원급을 포함한 전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되기도 했었다.

약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플랫폼 업체들은 물론 환자 이용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이말인 즉슨 정부가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플랫폼들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약 배송이 전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비대면 진료 이용은 급증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 배송이 허용될 경우 비대면 진료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방문 수령이라는 '반쪽짜리 평가' 속에서도 젊은 세대와 비급여 약을 비대면 진료로 처방 받으려는 수요가 늘었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경우 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대는 2040일 것"이라며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약까지 받아볼 수 있다면 비급여 시장은 물론 감기·소화불량·단순 통증·인공눈물 등 경증질환 시장까지 요동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택, 회사 등 내방이 가능한 의원·약국을 1차 선택지로 하는 개정 의료법에서의 변화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약 배송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의료법 제34조의5(비대면 진료시 의약품의 인도)에 명시된 재택 수령 가능 대상자인 섬·벽지 거주환자, 장기요양급여 수급 환자, 장애인 환자, 제1급 감염병 및 제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을 넘어 전 대상자로 확대될 경우 대격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약 배송' 수요 얼마나? 정책 따라 파급효과 천차만별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약국은 물론 플랫폼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해외 거점이던 일본 법인을 청산, 코로나19 당시 제공했던 약 배송 인프라 복원과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연·오배송 위험을 없애고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차 검증 기술을 구상, 자체 배송망 구축 등도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 주문 서비스 플랫폼 역시 약 배송 전면 확대 가능성을 가늠하며 전담 TF팀 구상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들 역시 약 배송 정책에 따라 입지별, 주요 진료과목별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역의 약사는 "만약 약 배송이 전면 허용될 경우 연령층에 따라 이용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며 "당장의 변화보다는 초진 제한 허용, 일반약 배송 허용, 비대면 진료 캡 확대 등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고 본다. 최악의 경우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원하는 약을 처방받고 구입하는 온라인 약국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존 5060 세대의 경우 여전히 대면 진료, 대면 투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지만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3040 세대나 단순 감기·통증의 경우 비대면 진료로 대체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시술·수술 이외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는 일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국 역시 비대면 진료 처방을 주로 수용하는 약국이나, 창고형 약국, 층약국 등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일반약 판매 중심의 창고형 약국이 조제를 병행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반약 배송까지 곁들인 물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 경우 약국 권리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비대면 진료·조제로 권리금을 상향했던 약국이 양수도 과정에서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플랫폼 업체들 역시 일반약 판매 영역에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닥터나우가 선보였던 일반약 연계 구매 서비스.

이미 닥터나우는 일반약 연계 판매 서비스를 론칭한 이력이 있다. 약국이 상품을 등록하면 환자가 약국별 품목 등을 확인하고 약을 찾으러 와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판매액의 11%를 수수료로 책정했다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약 배송 등이 가능해 지면 플랫폼이 이같은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시나리오 역시 수순이 될 수 있다는 게 보편적인 우려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뿐만 아니라 일반약 결제·배송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도 다수 있다.

배송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약의 변질이나 훼손 등을 막고, 적절한 시기에 투약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배달음식과 같은 형태의 배달구조나 퀵서비스가 주로 통용될 텐데, 배송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서도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료 배송 이벤트를 진행했던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 

5000원 남짓의 약제비를 부담해야 하는 환자가 비슷한 금액의 배송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는지 등은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

초창기 플랫폼들이 무료 이벤트나 반값 할인 쿠폰 살포 등을 통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묶어둘 가능성도 높다.

지역 약사회 임원은 "비대면 진료에 관한 지침이 대면 투약과 약국외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2의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라며 "약국당 25건, 30% 캡은 방어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플랫폼과 환자·소비자 단체는 정부의 규제에 반기를 들며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본 사업에 진입하는 12월부터는 일반약 배송이나 배송 대상자 확대 등에 대한 요구 역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모임인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약은 직접 받으러 오라는 반쪽짜리 제도를 거부한다"며 "의약품 배송은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인해 환자와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선택권의 확대로써 정치권과 정부가 법으로 이용을 강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플랫폼 업체들 역시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을 하나의 흐름이자 당연한 수순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약 배송을 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모순된 제도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약 배송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국민적 수요가 있다면 개방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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