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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면허만 빌린 '기업형 약국' 막아라…'전대' 논란 확산

  • 김지은 기자
  • 2026-09-03 06:00:58
  • 요약
  • 서울교통공사, 의원·약국 전대 승인 대상서 제외 추진
  • 약사사회 "문제는 임대계약 아닌 누가 실제 약국 지배하느냐"
  • 대형·체인형 약국도 전대·전전대 의혹…민간시장 제도 공백 숙제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잠실역 지하철 역사 내 병원·약국 입점을 계기로 불거진 '전대 약국' 논란이 약국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의원과 약국을 전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상가관리규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약사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지하철 역사 안에서 약국 전대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만은 아니다. 최근 대형·기업형 약국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특정 법인이나 기업이 먼저 상가 임차권을 확보한 뒤 약사에게 다시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 나아가 전대·전전대 또는 위탁운영과 유사한 구조를 통해 약국 운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누가 약국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느냐'보다 '누가 실제 약국 운영을 지배하느냐'에 있다는 게 약사사회의 시각이다.

'법인이 공간 확보→약사 입점'…잠실역서 수면 위로

잠실역 논란은 이 같은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직접 개설할 수 없는 법인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공간을 임차한 뒤 다시 의료인이나 약사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구조가 알려지면서 약사사회에서는 약국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약국 개설자는 약사지만 약국이 입점하는 공간과 사업구조를 제3자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상가관리규정 일부개정안을 사전 예고하고 의원과 약국을 아예 전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일반적인 전대의 경우 계약체결 전에 서울교통공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절차를 강화하고 전전대를 금지한다. 여기에 의원과 약국은 별도로 전대 승인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잠실역 사태 이후 상가관리규정 일부 개정을 예고하면서 의료법, 약사버에 따라 의원, 약국의 전대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공사가 밝힌 개정 취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단순한 상가관리 효율성 차원이 아니라 의료법과 약사법 취지를 반영해 의원·약국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과도한 상업화를 방지한다는 이유를 명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잠실역 논란이 단순한 '상가 임대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전대차라는 계약 형태 자체만 놓고 모든 약국을 불법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건물주와 약국 개설자가 직접 계약하지 않는 다양한 임대차 관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차권을 갖고 있는 제3자가 약국에 어느 수준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다.

서울시약사회 역시 서울교통공사에 제출한 검토의견에서 약국은 일반 상업시설보다 개설자와 실질 운영주체의 일치와 운영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3자가 임차권을 확보하고 약사에 공간을 전대하면서 의약품 구매와 가격, 인력, 영업방식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독립적인 약국 운영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이나 기업이 약국의 점포를 확보하고 입점자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취급 상품과 공급선, 판매방식, 인력 배치, 가격정책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약사 개인이 개설한 독립 약국인지, 외부 사업자가 약사의 명의를 통해 사실상 운영하는 약국인지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체인형 약국으로 번지는 '전대·전전대' 의혹

이 같은 논란은 잠실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일부 대형·체인형 약국의 확장 과정에서도 유사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약국을 직접 개설할 수 없는 법인이나 사업자가 대형 상가를 먼저 확보하고 다시 약국 개설자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단순 전대를 넘어 여러 사업자를 거치는 전전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최근 약국 시장이 빠르게 대형화·기업화되면서 '약국 개설자는 약사'라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실제 독립 운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사업자가 부동산과 자금, 물류, 상품 구성 등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고 약사는 약국 개설 명의와 조제·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가 가능해질 경우 기존의 약국 개설 규제가 우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약사회(회장 최명수)와 회원 약사들은 잠실역사 내 특정 법인의 전대로 의원, 약국이 입점을 앞둔데 대한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시약사회 역시 이번 잠실역 사태와 관련 개정 약사법 취지를 감안하면 전대·위탁운영 등을 이용한 우회적·실질적인 복수 약국 운영 가능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서울교통공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서울교통공사 규정 개정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라는 공공공간에서는 적어도 앞으로 '제3자가 공간을 임차한 뒤 의원이나 약국에 다시 전대하는 구조'를 관리규정 차원에서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사와 상업 공간은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성이 높은 시설인 만큼 상업적 효율성 뿐만 아니라 의약품 공급 안전성과 약국 운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약사사회 입장이다.

반면 민간 건물에 들어서는 약국은 상황이 다르다. 누가 원 임차인인지, 몇 단계의 임대차 관계가 존재하는지, 약국 개설자와 상가를 확보한 법인 사이에 어떤 계약이 체결돼 있는지 외부에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전대 계약과 경영지원 계약, 브랜드 계약, 상품공급 계약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면 어느 지점부터 외부 사업자의 '지원'이 아니라 약국 운영에 대한 '지배'로 볼 것인지 판단도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대형·기업형 약국 논란 역시 단순히 점포 면적이나 판매가격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약국의 공간과 자본, 경영 의사결정을 누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약사회 "전대 금지만으로는 부족…임차 단계부터 봐야"

대한약사회가 이번 서울교통공사 개정안보다 한 단계 강화된 의견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의원·약국을 전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찬성하면서도 애초 의료기관이나 약국처럼 법령상 개설 자격이 제한된 업종은 자격이 없는 사업자가 임대차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상가관리규정 제8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의원과 약국을 전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탁운영 동의' 대상에서도 제외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전대만 금지해 놓고 위탁운영이나 다른 형태의 계약을 허용하면 유사한 사업구조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약사회 역시 서울교통공사에 제출한 검토의견에서 제3자가 임차권을 확보한 뒤 약국개설자에게 공간을 전대하면서 의약품 구매·가격·인력·영업방식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약국의 독립적인 운영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잠실역에서 시작된 논란은 '지하철역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넘어 약국의 개설과 운영에서 제3자 자본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이 같은 문제를 내부적으로도 주요 현안으로 올려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기업형 약국 등 새로운 형태의 약국 개설과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대·전전대 구조를 '기형적 약국 TF'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대라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개별적인 운영구조와 계약관계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는 이런 방식이 약사법의 취지를 우회하거나 약국 운영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약국 운영구조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기형적 약국 TF에서도 전대·전전대를 비롯한 관련 문제를 주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실제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사례와 구조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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