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속등재 시범사업, 후회는 사치다
- 어윤호 기자
- 2026-08-10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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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여전히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목표로 제시했던 기간 내 등재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법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최종 등재까지 100일의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파격은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을 모두 생략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에서 예상 청구액 협상마저 생략해 선등재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 치료제로 희귀암은 제외된다. 허가를 받았거나 심사 중이거나 신청 예정인 약제여야 하며, A8개국 중 3개국 이상 등재된 약제는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8월)까지 접수를 받고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경평면제 약물에 상응하는 약가를 부여한다는 시범사업의 혜택은 제약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매달려왔던 '선등재 후평가'의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염원이 이뤄졌는데, 업계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제약업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근거 생산을 통한 사후평가이다. 정부는 실사용 레지스트리를 구축하여 임상성과 관련 RWE 자료를 산출하고 평가 재 후 5년 시점에 현행 유지, 약가 일부 인하 또는 전액본인부담까지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RWE 데이터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정에 따라, 5년 후 사실상 비급여 전환도 가능한 셈이다. 이는 다국적사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본인들의 보유 약제에 공식적으로 '효능이 없는 약'이란 명찰을 달아주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여기에 지금까지 등재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환자 치료 지속성 보장계획'이 필수 제출 서류로 등장한다. 정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지의 장치는 망설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암환자 대비 기대여명이 높은 희귀질환치료제 대상 시범사업인 만큼, 총액제한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앞에서 열어주고 뒤에서 조이면 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업계다. 당연히 파격엔 리스크가 따른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을 위한 시험대다. 적극적으로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안정적인 본사업의 윤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의 MFN 여파에 따른 신약 접근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 신약을 위해 변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 시작되는 시범사업이다. 고의적 무관심 속에 제도가 사장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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