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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삼성 성공사례 따라갈까...HD현대의 바이오 도전기

  • 차지현
  • 2024-12-06 06:19:27
  • HD한국조선해양, 신약개발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270억 투입
  • 신약사업 진출 본격화, 아산병원 임상데이터·연구 자원 시너지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HD현대그룹이 신약개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가 최근 의학·약학 연구개발 자회사를 세웠다.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성장 고부가가치 바이오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현대그룹의 신약 사업 진출 과정은 삼성의 행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삼성의 사례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해외 진출 공식이 녹아 있는 축약판 격이다. 후발주자지만 성공 사례를 표본 삼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약개발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여러 물질 검토 중"

5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을 주사업으로 영위하는 에이엠시사이언스를 설립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자본금 270억원을 투자하고 에이엠시사이언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아산사회복지재단도 오는 9일 에이엠시사이언스 유상증자에 50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4월 병원장 직속의 사내독립회사 형태로 AMC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AMC사이언스는 국내 유일 병원 기반 엑셀러레이터(창업 촉진 기관)로서 여러 난치성 질환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아산병원이 가진 임상 데이터와 연구 자원을 활용해 초기 바이오벤처를 발굴·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해 수익을 창출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이후 외부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AMC사이언스와 신사업을 고민하던 HD현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양사는 논의 끝에 AMC사이언스를 청산하고 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신규 법인 에이엠시사이언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생 에이엠시사이언스는 엑셀러레이터가 아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에이엠시사이언스가 사실상 HD현대그룹의 신약개발 전진기지인 셈이다.

초대 수장은 부지홍 HD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가 맡았다. HD현대미래파트너스는 HD현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자회사다. 부 대표는 셀트리온·보스턴컨설팅그룹·차병원그룹·한국아이엠에스헬스 등을 거친 바이오 전문가로 2021년 12월 HD현대에 합류했다. 이외 남궁훈 HD한국조선해양 전무, 이상혁 HD한국조선해양 전무 등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엠시사이언스의 보유 기술이나 파이프라인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없다. 다만 다양한 플랫폼과 적응증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여러 후보물질을 검토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단계에서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신약 위한 자본력·인프라 보유, 현대미래파트너스 존재감↑

HD현대그룹 입장에서 바이오 사업은 매력적인 사업이다. 신약 성과에 따라 회사 가치가 크게 커질 수 있다. 올해 오너 3세 경영체제를 출범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도 바이오 사업이 독자적인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이 바이오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HD현대그룹이 관련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HD현대는 신약개발을 위한 그룹 차원의 자금력과 제반 여건도 갖췄다. HD현대그룹은 조선업으로 시작해 에너지와 건설기계 등 사업군을 갖춰 재계 순위 8위로 올라섰다. 작년 말 기준 29개 계열사 공정자산 총액은 84조7920억원에 달한다. HD현대의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1년부터 몸담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서울아산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빅5 병원이 가진 자원이 신약개발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원 창업 회사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도 많다. 웰마커바이오, 뉴냅스, 네오젠TC, 엘엔로보틱스 등이 서울아산병원에서 독립한 회사들이다. 온코클루, 피알비, 세나클소프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테라노비스 등 아산사회복지재단이 투자한 바이오·헬스케어 업체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보험사 현대해상화재보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와 접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HD현대는 바이오 사업 진출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신약개발은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분야인 만큼 보수적 전략을 택했다. HD현대가 처음 바이오 시장에 발을 들인 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D현대와 카카오는 총 100억원을 투자해 합작사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2022년 청산됐다.

2021년 HD현대미래파트너스는 약 239억원을 들여 보건의료솔루션개발사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메디플러스솔루션은 암과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해 11월엔 현대중공업지주이 미래에셋그룹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 유망 벤처 발굴을 목적으로 340억원 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어 HD현대미래파트너스는 2021년 12월 신약 개발 회사 암크바이오를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신약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암크바이오의 사업목적은 신약 연구를 포함해 사업개발 자문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있다.

눈에 띄는 점은 HD현대그룹의 신약 사업 진출 과정이 삼성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회자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작년 업계 최초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은 신약개발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다만 삼성 역시 신약 사업에 있어선 조심스러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의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이 바이오 사업 관련 큰 그림을 그리고 그룹의 바이오 투자 펀드인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유망 기술과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신약개발 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이후 연구개발(R&D) 거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구심점으로 신약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HD현대그룹으로 보면 HD현대 경영기획실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 HD현대미래파트너스가 바이오 사업 관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HD현대그룹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게 에이엠시사이언스다.

삼성이 불확실성이 낮은 C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먼저 진출한 뒤 신약개발로 영역을 넓혔다면, HD현대그룹은 신약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다. 바이오 사업 경험이 없는 데다 신약개발 영역에서 후발주자인 HD현대가 삼성의 사례를 표본 삼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HD현대그룹이 신약개발 움직임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HD현대미래파트너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D현대미래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부 대표도 HD현대그룹 신약개발 사업의 '키맨'으로 지목된다. 부 대표는 HD현대미래파트너스, 에이엠시사이언스 대표뿐만 아니라 암크바이오 대표도 맡고 있다. HD현대미래파트너스가 인수한 메디플러스솔루션의 사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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