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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값 못하네" 고개 드는 PCSK9 억제제 회의론

  • 안경진
  • 2017-03-21 12:16:24
  • 암젠 '레파타' 연구 결과에 가격논란 대두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심장학회(ACC 2017)의 포문을 연 #암젠의 FOURIER 연구는 그동안 반신반의해 왔던 #PCSK9 억제제의 심혈관계 혜택 논란을 종결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가 발간하는 권위있는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3월 17일자 온라인판)은 학술대회 일정에 맞춰 FOURIER 연구의 세부 결과를 공개하며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그런데 일각에선 PCSK9 억제제의 비싼 가격을 두고 회의론도 제기된다. 이러한 혜택이 천문학적 가격을 감수할 만큼 뛰어난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다. 암젠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심혈관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고가약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년새 뇌졸중·사망 위험 20% 감소= FOURIER 연구는 'Further Cardiovascular Outcomes Research with PCSK9 Inhibition in Subjects with Elevated Risk'의 약자로서 스타틴과 PCSK9 억제제 '#레파타(에볼로쿠맙)'의 병용전략이 심혈관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는지 평가한 최초 연구다.

연구팀은 스타틴을 복용하면서도 LDL-C 수치가 70mg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지질혈증 환자 2만 756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만 레파타 140mg 2주 1회 또는 420mg 월 1회 요법을 추가했다. 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환자를 피험자로 선정했으며, 그 중 81%는 심장마비 과거력이 있었고 19%는 허혈성 뇌졸중, 13%는 말초동맥경화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심혈관계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및 불안정형 협심증에 의한 입원, 관상동맥재개통술을 일차평가변수로 정의했고, 평균 2.2년간(중앙값) 추적관찰이 이뤄졌다.

레파타 투여군은 48주째 측정한 LDL-C 수치가 92→30mg/dL으로 떨어지면서 위약군보다 59% 뛰어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일차평가변수로 정의된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 역시 15% 차이를 보였다(HR 0.85; 95% CI 0.79~0.92). 레파타 투여군의 9.8%(1344명)와 위약군 11.3%(1563명)에서 심혈관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심혈관사망과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의 복합발생을 의미하는 이차평가변수는 레파타군이 5.9%(816명), 위약군이 7.4%(1013명)로 확인돼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HR 0.80; 95% CI 0.73~0.88).

정리하면 평균 2년간 약물치료를 했을 때 심장마비 위험을 27%, 뇌졸중 위험을 21%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투약기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계 혜택이 높아졌다는 사실.

유투브에 공개된 미국심장학회 FOURIER 연구 발표현장
미국심장학회 리차드 샤잘(Richard Chazal) 회장은 "기존 스타틴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이 LDL-C 저하가 임상적 혜택으로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레파타 투여 환자들은 첫 1년간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률이 19% 감소했고, 3년차에는 33%까지 감소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등록 당시 LDL-C 수치가 74mg/dL로 비교적 낮았던 환자군도 투약 후 22mg/dL나 감소됐다는 하위군 분석 결과 역시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당뇨병 발생과 인지기능 저하를 포함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두 군간 유사했으며, 주사제 특성상 주사부위 자극은 레파타군(2.1%)에서 위약군(1.6%)보다 소폭 높았다. 0.5% 더 많았는데(각각 2.1% 대 1.6%), 그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다. 이상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율은 두 군이 1.6%와 1.5%로 차이가 없었다.

학회 현장에서 직접 연구결과를 발표한 하버드의대 마크 사바틴(Marc S. Sabatine) 교수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하면서 스타틴만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절되지 않았던 고지질혈증 환자에게 레파타를 추가하면 LDL-C 감소는 물론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추적기간이 짧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라벨로 전환해 연장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대비 효과는 낮아"…주가급락= 이번에는 이 같은 심혈관계 혜택에 과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려볼 시간이다. 미국에서 시판 중인 PCSK9 억제제의 연간 투여비용은 대략 1만 4000달러(한화 약 1600만원)로 알려졌다.

암젠의 글로벌 개발책임을 맡고 있는 엘리엇 레비(Elliott Levy) 수석 부사장은 "레파타가 첫해 심혈관계 위험을 19%, 이후에는 최대 33%까지 감소시켰음을 확인했다"며, "제품런칭 지연에 따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보험금 환불보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암젠의 주식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FOURIER 연구 결과를 접한 애널리스트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혈관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및 불안정형 협심증을 합친 복합종료점은 15% 감소했지만, 심혈관계 사망만을 놓고 보면 유의한 수준까지 감소되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가 애널리스트와 가격정책 전문가 및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론을 불러 일으키면서 17일 발표 직후 암젠의 주식은 6% 이상 감소하고 말았다.

메모리얼슬로언암센터의 보건정책 국장인 피터 바흐(Peter Bach) 박사 역시 트윗터를 통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심혈관사건 예방률이 비싼 약값을 대변하기엔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트윗터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피터 바흐 국장
미국 투자기관인 번스타인(Bernstein)의 론니 갤(Ronny Gal) 애널리스트는 "약값을 연간 7000달러라고 잡았을 때 이번 연구 결과에 대입해보면 심혈관사건 1건당 95만 800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환산 가능하다"며, "가격이 약제의 접근성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영국 바클레이즈(Barclays)의 애널리스트들도 "현행 표준요법인 스타틴과 비교했을 때 비용증가에 따른 이익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가격 제한으로 인해 PCSK9 계열의 시장성이 확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암젠 측은 "이 같은 수치가 임상현장의 진료관행을 바꿀만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믿는다. 이상반응을 증가시키지 않은 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발생률을 4~5명 중 1명 꼴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진료표준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대응하고 있다. 또한 "레파타를 처방받는 환자에게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이 발생하면 치료비를 전액 환불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생각"이라며,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퍼져있는 잘못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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