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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사는 뭔 죄인가"…다시 부각되는 GMP 처분 가혹성

  • 천승현 기자
  • 2026-08-14 06:00:59
  • 요약
  • 휴텍스 이어 동구바이오도 GMP 적합판정 취소 소송 패소
  • 동구바이오, 처분 효력 발생시 내용고형제 가동 중단
  • 위탁사도 공급 중단 가능성...의약품 수급난 우려
  • 처분 수위 완화 추진에도 중복 처벌 등 불합리성 지적 팽배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국휴텍스제약에 이어 동구바이오제약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소송에서 고배를 들자 과도한 처분 수위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일부 제품의 위반 행위로 회사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처분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위반 업체뿐만 아니라 해당 공장에 생산을 맡긴 위탁 업체들도 동반 손실을 미치는 것은 부당하다는 원성도 나온다. 국회가 처분 기준 완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과도한 처분 기준과 중복 처벌과 같은 불합리한 규정 운용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동구바이오, GMP 적합판정 취소 행정소송 1심 기각...효력 발생시 위탁사도 손실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14일 동구바이오제약이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제기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동구바이오제약이 내용고형제 제조시설의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 2024년 8월 동구바이오제약의 내용고형제 제조시설의 GMP 적합 판정 취소를 결정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이 해열진통제 록소리스정과 당뇨치료제 글리파엠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첨가제 등을 임의로 변경해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고 제조기록서에는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제조한 것처럼 거짓 작성했다는 이유로 내린 행정처분이다.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개정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라 GMP 적합판정을 거짓·부정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경우 GMP 적합판정을 취소하는 일명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도입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은 “GMP 적합판정 취소제도의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시정명령 등의 조치 없이 일률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소송이 청구된지 2년 만에 고배를 마셨다.   

동구바이오제약이 청구한 행정처분 집행정지가 인용돼 처분이 즉각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 2024년 9월 수원지방법원은 집행정지 청구에 대해 본안소송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항소심을 청구하면서 또다시 효력 정지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시행된 적이 없어 아직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동구바이오제약의 외래 처방금액은 611억원으로 처분이 통지되기 전인 2024년 2분기 592억원보다 3.3% 증가했다. 

AI 생성 이미지

하지만 만약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시행되면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가 동구바이오제약에 내린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은 내용고형제 제조시설에 해당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향남 공장에 내용고형제, 외용액제, 내용액제, 연고제 등 4개의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식약처는 GMP 적합판정을 내용고형제, 주사제, 점안제, 내용액제, 외용액제 등 대단위 제형별로 부여한다. 내용고형제 중 정제 생산과정에서 GMP 적합판정 취소가 결정되면 캡슐제도 생산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 2024년 행정처분 통보 당시 내용고형제 제조시설 행정처분에 따른 영업정지금액을 1430억원으로 추산했다. 2023년 전체 매출액 2149억원의 66.6%에 해당하는 규모까지 처분 영향이 미친다는 의미다.  

2개 품목의 제조시 적발된 GMP 위반 행위에 따른 처분이 내용고형제 전체 제조시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손실 규모가 기하급수로 커졌다. 동구바이오제약의 GMP 위반 의약품 2종의 2023년 외래 처방금액은 총 22억원으로 집계됐다. GMP 위반 제품의 매출보다 65배 규모의 손실이 예고된 셈이다. 

실제로 한국휴텍스제약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한 달가량 시행되면서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했다. 

당초 식약처는 휴텍스제약의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2024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공고했다. 휴텍스제약은 행정처분 시행 중단을 위한 집행정지를 청구했는데 재판부의 판결이 지연되면서 2024년 2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2024년 2월 7일 수원지방법원은 휴텍스제약의 집행정지 청구를 기각하면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의 효력이 유지됐다. 휴텍스제약은 항고했고 2024년 3월 4일 2심 재판부의 인용 판결로 해당 처분의 시행이 보류됐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2분기 휴텍스제약은 81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행정처분 효력이 발생한 2024년 2분기에는 305억원으로 1년 만에 62.4%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 처방액은 312억원, 357억원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행정처분 이전과 비교하면 처방 매출이 절반 이상 증발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이 수탁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분이 효력을 발생하면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구바이오제약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위탁 업체들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없다는 점도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의 불합리한 규정으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동구바이오제약으로부터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연질캡슐제를 공급받는 업체는 19곳에 달한다. 대화제약, 테라젠이텍스, JW신약,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한국피엠지제약, 에이치엘비제약, 제일약품, 명문제약, 오스틴제약, 비보존제약, 진양제약, 인트로바이오파마, 넥스팜코리아, 케이엠에스제약, 한국유니온제약, 제뉴파마, 알리코제약, 성원애드콕제약, 동광제약 등이 동구바이오제약으로부터 콜린알포세레이트 연질캡슐을 공급받아 판매를 진행한다. 

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의 경우 씨티씨바이오, 영풍제약, 한국파비스제약, 일화, 에이치엘비제약, 케이엠에스제약, 영일제약, 명문제약, 셀릭스, 큐엘파마 등이 동구바이오제약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위탁생산(CMO) 사업본부 운영을 통해 수탁 사업을 전개한다. 국내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에 대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의 수탁사업을 영위한다. 전문의약품은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위수탁을 대행한다. 일반의약품은 직접 개발품목의 CMO 영업과 발주처 요청품목에 대한 공동개발 및 완제품 납품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만약 동구바이오제약의 내용고형제 제조시설 생산이 중단되면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의약품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 제약사의 행정처분으로 다른 업체가 동반 피해를 입을 뿐더러 처방 현장이나 약국에서 의약품 수급난으로 번질 수 있다. 

더욱이 공동개발 규제 강화로 위탁 생산 제약사 입장에선 수탁사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수탁 제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까지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상당수 수탁사들은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 개수를 모두 채워 위탁 제네릭을 추가로 생산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업체가 GMP 처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수십개 업체의 위탁 의약품 생산 중단으로 공급난 문제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소송이 기각되더라도 소송 기간 중 GMP 재인증 준비와 충분한 재고 확보를 진행하고, 최단시간 내 재인증을 완료한 뒤 확보한 재고를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구바이오제약은 행정처분 집행정지 기간에 GMP 적합판정 재인증을 받으면서 현재 정상적인 생산과 출하가 가능한 상태다. 식약처에 따르면 GMP 적합판정 취소 이전에 적법하게 제조돼 도매업체, 약국 등에 이미 출하한 제품은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한 GMP 적합판정서 제도에 따라 의약품 제조소는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이 허용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8월 내용고형제 제조시설에 대해 3년의 적합판정서를 재인증받았다.  

다만 행정처분 효력이 발생하면 GMP 적합판정 취소에 따른 재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인증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에 대해 재인증 신청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설정되지 않았다. 

"일부 제품 위반 행위로 가혹한 처분 기준"...처분 수위 완화 추진에도 중복 처벌 등 문제점 노출

업계에서는 “일부 제품의 위반 행위로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처분 수위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약사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처분 수위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복 처벌 등 불합리한 규정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함께 지난 2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정 합리화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위반 행위의 경중에 따라 처분 수위를 달리 적용하는 내용이다. 

GMP 기록서 작성에 단순한 오류가 발생했거나 GMP 규정 준수·운영에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경우 심각한 위반 행위가 아니면 6개월 이내 기간에서 GMP 효력 정지 처분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규제가 신설된다. GMP 기록서를 거짓·허위·부정 작성하거나 GMP 기록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존하지 않고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경우에는 GMP 적합판정 취소가 적용된다.  

AI 생성 이미지

향후 약사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더라도 GMP 적합판정 취소와 기존 품질관리 기준과 중복 적용되는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GMP 적합판정 취소 기준이라는 새로운 품질관리 위반 처분 기준을 신설하면서 기존 품질관리 위반과 중복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정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동구바이오제약에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결정한지 15일이 지난 2024년 8월 28일 정제 제조업무정지 1개월 처분과 함께 글리파엠정2/500mg의 제조업무정지 5개월, 록소리스정 제조업무정지 3개월 15일 처분을 결정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GMP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다른 처분 기준에 따라 2건의 행정처분이 연이어 결정됐다. 

식약처가 동구바이오제약에 추가로 통보한 제조업무정지는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신설 이전에 시행된 품질관리 기준 위반에 따른 처분 기준이 적용됐다.  

GMP 적합판정 취소가 더욱 강력한 처분이라는 점에서 추가 행정처분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노출된다. GMP 적합판정 취소는 내용고형제, 주사제, 점안제, 내용액제, 외용액제 등 대단위 제형별로 부여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의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이 취소되면 내용고형제 중 정제 뿐만 아니라 캡슐제도 생산이 금지된다.  

추가 행정처분 수위에 해당하는 정제 제조업무정지나 위반 의약품 제조업무정지는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에 대해 제약사의 취소소송이 승소해 효력이 사라질 경우에만 두 번째 행정처분이 효력이 발생한다.  

식약처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규정을 시행한 이후 처분 대상에 오른 제약사들 모두 별도의 품질관리 위반 기준에 따른 처분이 내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도입하면서 제도의 명분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 기준을 설정했다”라면서 “기존의 품질관리 위반 규정이 있는데도 추가로 GMP 적합판정 취소 규정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동일 위반행위의 중복 처벌 문제가 여전히 노출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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