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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바로 약국한다고요? 선배들의 걱정6년제 약사들이 배출됐지만 지역 약국에서는 아직도 근무약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2년 간 약사 배출이 없었으니, 6년제 약사가 두 번에 걸쳐 배출됐고, 약대 정원 증가로 졸업생도 늘었으니 셈법으로 따지자면 약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일까? 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 두 명의 의견을 조합해 대화 형식으로 가상 인터뷰 상황을 꾸며보았다. 이들의 대화에는 선배 약사가 바라보는 후배 약사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제 약사 인터뷰 내용에 기반해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A약사: 여약사, 47세, 제약사 근무 후 약국 경력 8년 차 ▣B약사: 남약사, 45세, 근무약사와 약국장 경력 15년 차 A약사: 안녕하세요, B약사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B약사: 별 말씀을요, A약사님. 저야말로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약국도 한번 가보고 싶었고요. 어떻게, 요즘 약국은 잘 되세요? A약사: 정신 없이 바빠요. 아이들 키우느라, 약국 하느라. 얼마 전에 근무약사님이 독립하는 바람에 새 약사님을 구하고 있는데, 잘 안구해져서 저 혼자 떼우느라 너무너무 바쁘네요. B약사: 그렇죠. 요즘 약사 구하기 힘들죠. 그나마 서울이나 문전약국은 좀 나아요. 저같은 지방의 동네약국은 근무약사 구하기 거의 포기하고 있어요. 아직 근무약사 구할 형편도 안되지만요. A약사: 아는 동료한테 근무약사 좀 알아봐달랬더니 하는 말이, '선배님, 약사 못 구하실 것 같아요. 요즘 졸업생들은 전부 바로 약국 할 거래요' 하는 겁니다. B약사: 네? 졸업하고 바로 약국을 한다고요? A약사: 네. 바로요. 그래서 근무약사 하려는 친구들이 없다기에 너무 정말 놀랐어요. 저희 때는 배울 게 한참 많아 약국을 하려면 근무약사는 필수라 생각했는데... 요즘 친구들, 특히 6년제를 나온 친구들은 '다 알고 있다. 바로 개국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B약사: 약국은 정말 실전인데, 염려스럽네요. 과연, 그 친구들 괜찮을까요? 저만 해도 처음 약국 근무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약물치료학을 배웠다고 해도, 당장 약국에 '배가 아프다'고 찾아온 환자에게 어떤 약을 권할 지 알 수 없어 쩔쩔 맸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저도 얼마전에 6년제 졸업한 한 후배가 '바로 약국을 열려고 하는데, 조언 좀 해달라'고 연락해와 흠칫 놀랐습니다. A약사: 저만 느낀 게 아니네요. B약사: 그렇죠. 6년제 출신 모두를 만나본 건 아니니 일반화할 순 없겠죠. 그래도 요즘 친구들은 나이도 많고 경제적으로 개국 준비를 해놓고 입학한 친구들도 꽤 된다고 하니,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A약사: 저는 제약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근무약사 거쳐 약국을 열고도 처음은 '멘붕' 수준이었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던 제약사인데도 '왜 그만뒀을까'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바로 개국해도 된다는 그 자신감, 어찌 보면 대단하네요. B약사: 아마 연령대도 그렇고, 학교에서는 전문약 위주로 배우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실습을 나와서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은 조제실 안에서 조제만 하고 손님 응대를 제대로 경험하거나 배워보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약국이 '처방전 대로만 조제해서 복약상담 잘 하면 되는 곳'으로 인식한다면, 졸업하고도 바로 실전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죠. A약사: 제가 6년제 교과과정을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일반약에 대해 많이 배우나요? 환자 증상을 듣고 '베아제'를 줘야할지, '까스활명수'를 줘야할지, 병원에 보내야 할지 알 수 있는 수준으로 배우나요? B약사: 그 점이 제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약물 치료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약사국시에도 약물 치료학이 포함되는데, OTC 케어와 트리아지(triage)를 포함해 자세히 교육받는지는 담보할 수 없죠. A약사: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오는 환자야 오류 없이 조제하고 복약지도 잘 하면 되지만…당장 급한 증상에 약국에 온 환자에게는 OTC케어가 필수인데요. 환자가 '타이레놀 주세요'라고 말한다 해도 약사는 그 말을 '통증이 있어요, 아파요'로 해석해 왜 먹으려 하는지, 누가 먹을 건지, 증상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물어봐야 하잖아요. B약사: 그렇죠. A약사: 제가 처음 약국을 했을 때 힘들었던 점도 그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해서, 오로지 경험과 나만의 임상으로 익혀야 해서였는데. 그런 점에서 졸업하자마자 약국을 열려는 후배들은 걱정스럽네요. B약사: 선배들이 더 잘 이끌어야 하죠. 지역 약사회와 선배 약사들의 의무가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A약사: 네. 그래서 B약사님은 약국 오픈 상담하려는 후배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B약사:...뭐라고 잔소리할 수 있나요. 이미 성인인데요. 개국에서 조심해야 할 점, 꼭 필요한 점 짚어주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부당부했죠. A약사: 조언을 하면 자칫 잔소리가 되고, 본인이 느끼지 않는 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저도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해주신 얘기들을 이제서야 '그때 그 말씀이 이 뜻이었구나' 한다니까요. B약사: 누구나 그렇죠. A약사: 네. 저는 근무약사님 들어오시면 정말 잘 가르쳐드릴 수 있는데.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B약사: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A약사: 네. 약사님도요. 건강하세요.2016-04-16 06:14:59정혜진 -
세포면역치료제 가시화…"암 완치 멀지 않다"[연속 인터뷰 ⑦]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 "연구 성과는 좋은데,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 그 과정을 줄여야만 했다" 다발골수종연구회장으로서 다년간 연구와 진료현장에 헌신해 온 임상의사가 바이오벤쳐 CEO가 되어 돌아왔다. 국내 토종 항암 면역세포치료 전문기업 박셀바이오의 이제중 대표다. 2010년 자본금 15억원만을 가지고 출발했던 박셀바이오는 2015년 말 첫 성과를 냈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다발골수종 치료제의 초기임상을 완료한 것이다. 덕분에 현대투자금융과 현대기술투자로부터 15억원의 유상투자를 받아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인 토대를 확립했다. 올 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암에 대한 자연살해세포 치료제의 1상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반려견을 위한 암 면역치료제와 면역증강제에 대한 연구도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중 대표는 "지금까지 긴 준비과정을 가졌고, 이제 도약기다. 2017년부터는 회사가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 임상의사로서 바이오벤처를 설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계기가 있었나. 물론이다. 2005년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수 시절 같이 공부하던 선배가 처음 바이오벤처 설립을 제안했다. 많은 후배들이 연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기초연구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주자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경제적 욕심은 없지만 혹 이윤이 나면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 연구소를 짓고 백신 메카로 키워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연구하랴 환자 진료하랴 그럴 여유가 있느냐고 거절했는데, 2008년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2000년부터 암 면역치료에 대한 이행성연구를 수행했는데, 연구 개발이 다 되었음에도 지역 내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다음 단계로 진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굴지의 제약기업과 협상과정에서 난항을 겪던 중, 전남대학교에서 먼저 바이오벤처를 만들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뒤 기술이전 하는 방향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연구 단계에서만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환자에게 전달되려면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변 선후배들로부터 삼삼오오 연구비 지원을 받아 2010년 박셀바이오를 자체 창립하게 된 것이다. 기초의학 전문가 1명, 기업 경영 및 자문을 담당해주시는 2명과 연구소장으로 수의학 박사 1명, 상임연구원으로 이학박사 1명, 수의학박사 1명이 있고 석사연구원 1명, 학사연구원 2명과 행정인력 2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다. - 창립 이후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후회도 많았다.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전무한데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지 않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표이사직을 병행하는 데 대한 부담감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는데, 주위 지인들과 동료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호전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였다. 그 때 처음으로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면역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안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임상현장과 치료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임상의사가 개발자로서 직접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지를 절실히 느낀다. 임상의들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 있다. - 기업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박셀바이오(Vaxcell-Bio)'는 '백신(vaccine)'과 '세포(cell)'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백신과 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회사의 방향성을 담았다. 박셀바이오의 설립이념은 난치성 종양 치료를 통한 인간의 생명존중과 인류애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의료기술을 상용화 하고,면역세포치료를 대중화시켜 난치성 종양을 극복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 화순전남대병원과는 어떤 관계인가? 2005년 화순전남대병원이 개원한 뒤 전남생물의약연구원이 들어섰고,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내에 의생명과학융합센터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갖춰지면서 '화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2010년 설립된 박셀바이오도 그 일부로, 화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에서 암면역치료제 등을 사업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초연구 개발부터 비임상시험, GMP 설비, 중개 임상연구, 산업화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수행된다는 게 가장 큰 의의일 것이다. 특히 화순군 지역이 백신산업 특구로 지정되면서 백신산업 연구에 상당 부분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화순의생명융합센터 기초 연구팀과 화순전남대병원 이행성연구팀에서 암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비임상 독성시험을, 박셀바이오와 화순전남대병원 암면역치료연구센터에서 각각 안정성과 유효성 시험을 진행한다. 식약처에서 임상연구 승인을 받은 후에는 박셀바이오가 임상연구에 쓰이는 암면역치료제를 제조하고, 전남생물의약연구원의 무균시험을 거쳐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이 이뤄진다. - 2013년에 화순전남대병원과 함께 다발골수종 치료제를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약인가? 'Vax-DC/MM'은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면역치료제다. 수년간 기초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한 것으로, 특별한 이상반응 없이 임상적 유효성 66.7%로 상당히 고무된 성적을 보였다. 2015년 말 1/2a상 임상을 종료하고 논문작업 중이다. 몇 가지 보완사항을 거친 뒤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2상 연구를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레날리도마이드 같은 기존 면역조절제나 PD-1, PD-L1 등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와 병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 최근 식약처에서 1상 임상 승인을 받은 간암 치료제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Vax-NK/HCC'는 체내 면역세포 중 하나인 자연살해세포(NK cell)를 활용한 치료제다. 화순전남대병원 암면역치료연구팀에서 수 년간 자체 연구를 시행한 결과, 고순도의 강력한 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NK 세포는 체내에서 있으면 활성도가 낮아 종양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떨어지는데, NK세포를 환자 몸 밖에서 체외 증식시킨 뒤 강력해진 면역세포를 다시 간 종양에 주입해 종양을 사멸시킨다는 개념이다. 1상 임상에서는 4주기 동안 간동맥내 항암주입요법을 시행받은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5일간 자가 자연살해세포를 집중 투여하게 된다. -수지상세포나 자연살해세포를 활용한 세포면역치료제는 기존 항암제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강력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일선에서 환자치료를 직접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직접 개발하고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했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러한 암면역치료제의 적용 범위를 다발골수종, 간암 외에 다른 암종으로 확대하고, CAR NK 세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동물의약품으로 반려견을 위한 림프종 및 고형암 치료제와 예방접종 효과를 올리기 위한 면역증강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 지난해 현대투자금융과 현대기술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 내실을 키운 뒤 외부에 회사를 알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개발 성과가 나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몇몇 회사들이 관심을 보여 왔다. 임상의사로서 경제적 가치보다도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약물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현대 측에서 이를 좋게 받아들여 3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현재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후 기업경영 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회사가 한결 안정권에 진입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2015년 말 항암제 분야를 선도하는 다국적 기업과 협의를 진행했고, 향후 암면역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회사 기반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도약할 시기다. 2017년 이후부터는 회사 매출이 나오고 제 3단계로 진입할 것이다.2016-04-14 06:14:59안경진 -
당뇨약도 환자도 다양…"맞춤형 처방, 선택아닌 필수""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덕분에 고민도 늘었다." 당뇨인구 3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임상의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체내에서 당뇨병을 유발하는 생리학적 기전이 하나둘 밝혀지며 선택지는 늘어나는데, 당뇨병 패턴도 점차 세분화 되고 있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 조합을 적용해야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당뇨병 환자를 보는 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여기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당뇨병 약물치료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한 Korean Diabetes Fact Sheet 2015에는 당뇨병 유병률부터 동반질환, 합병증,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한국인의 당뇨병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2012년부터 매년 나오던 통계자료지만 이번 Fact Sheet는 단순한 업데이트 외에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다. 2002~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와 건강검진자료가 반영되면서 계열별 혈당강하제 처방비율과 변화 추이 등을 구체적으로 수치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당뇨병 치료제의 역사서나 다름 없다. ◆메트포르민 '흥'하고 SU '쇠'하고= Fact Sheet를 통해 들여다 본 국내 당뇨병 치료역사에서는 지난 10년간 커다란 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트포르민(하늘색)의 성장이다. 2002년 절반 수준(52.9%)에 머물던 메트포르민 처방률은 2013년 80.4%로 정점을 찍었다. 곡선 기울기가 다소 완만하긴 하지만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 2010년 설포닐우레아를 꺾은 뒤 '처방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왕년에 1위였던 설포닐우레아(SU, 회색) 계열은 힘을 잃었다. 2002년 처방률 87.2%에서 2013년 58.5%로 하향세를 그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도변화가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상대적으로 인슐린 분비능 저하로 인한 당뇨병 환자가 많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SU 계열 약물이 잘 들었지만, 이제 SU만으로는 효과적인 혈당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인한 당뇨병 발생비율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메트포르민에 유리해졌다. 그만큼 안전한 혈당강하제에 대한 요구도가 올라갔음을 나타내는 결과기도 하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에는 혈당조절 효과가 높은 약제보다 저혈당증 발생이 적고 체중을 증가시키지 않는 약물이 선호된다"며 "비만, 고령 인구의 증가 영향으로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안전성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치아졸리딘디온(TZD, 빨간색)에 안타까움을 갖는 임상의들도 상당하다. 2000년대 초반 경 도입된 TZD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약이었는데, 심혈관질환, 방광암 등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김대중 교수는 "TZD는 여전히 필요한 약이다. 안전성 논란으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초기 또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TZD처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용 효과로 'DPP-4 억제제' 가치상승= 메트포르민 다음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 보라색 그래프, 바로 DPP-4 억제제다. TZD의 빈틈을 노린 전략은 주효했다. DPP-4 억제제는 인슐린 감수성과 안전성이라는 최신 경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약제로서, 2008년 도입 이후 가장 가파른 기울기를 보인다. 2013년 기준 처방률 38.4%로 순서상 3위지만, 2인자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는 단일제 처방이 줄어들고 2제·3제 등 병용처방이 늘어나는 현상도 큰 몫을 차지했다. Fact Sheet의 또다른 그래프를 보면 단독요법은 2002년 58.4%에서 2013년 39.5%로 감소했으며, 2제요법과 3제요법은 각각 35.0%→44.9%, 6.6%→15.5% 증가했다. 단독요법 중에선 2013년 처방률 기준으로 메트포르민(53.2%)이 SU(30.6%), 인슐린(10.8%)보다 압도적이고, 2제요법으로는 메트포르민 + SU 조합(41.7%)과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 조합(32.5%)이 1, 2위를 다퉜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복합제나 병용처방이 늘면서 부작용은 적고 다른 약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DPP-4 억제제 선호도가 높다"며 "과거에는 당뇨병을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인슐린 분비능 저하 2가지로만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8가지, 11가지 유형으로 세분화 하는 추세다. 다양한 계열의 약제를 환자에 맞게 적용하는 맞춤형 치료전략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SU, 2가지 선택만 가능했던 10년 전과 달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비만형과 비(非)비만형, 베타세포 기능, 인슐린 저항성 등 환자의 병태생리학적 특성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해야만 한다. 향후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적절한 약제선택 만큼 복약순응도와 합병증 관리도 중요한 영역이다. 궁극적으로 당뇨병 조절률을 높이려면 환자 스스로 저혈당 증상과 합병증 예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수가 마련 등 정부지원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2016-04-12 06:15:00안경진 -
승부사 'GLP-1 유사체'·심장병도 잡는 'SGLT-2 억제제'당뇨병 치료의 최신 경향 [하] GLP-1 유사체·SGLT-2 억제제 ◆반전을 노린 승부사 'GLP-1 유사체'= 인크레틴 계열의 장점을 갖춘 경구용법제가 DPP-4 억제제라면, 주사용제에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간접적으로 인크레틴 분비에 관여하는 DPP-4 억제제와는 달리, GLP-1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피하주사제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감만 감수할 수 있다면 혈당이나 체중조절 면에서는 강력한 효과를 자랑한다. 같은 주사제지만 인슐린과 차별화 되는 포인트다. 국내 첫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008년 허가된 바이에타(엑세나타이드)다. 바이에타는 DPP-4 억제제 자누비아와 동년배지만 급여 문제와 주사제라는 제약에 걸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사노피아벤티스의 릭수미아(릭시세나타이드)나 노보노디스크의 빅토자(리라글루타이드)도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써볼만 한 약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적어도 지난해 초까지는 그랬다. 반전은 2015년 후반기부터 일어났다. 보건복지부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급여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메트포르민, 인슐린과 3제요법에 보험 혜택이 적용됨은 물론, 체질량지수(BMI) 기준도 30kg/㎡에서 25kg/㎡으로 낮아졌다. 시장상황에도 운이 따랐는데, 마침 주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사제인 대신 반감기를 대폭 늘림으로써 경구제의 편의성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시도였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듀리언(장기지속형 엑세나타이드)이 유일하던 주 1회 GLP-1 시장에 릴리의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와 GSK의 이페르잔(알비글루타이드)이 진입해 경쟁 체제를 구축했고,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2상 임상에서 성과를 거두며 한 달에 1번 투여하는 GLP-1 유사체의 개발이 가시화 됐다. 그 외 기저 인슐린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고정용량 복합제도 전망이 밝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설토피(인슐린디글루덱 + 리라글루타이드)는 유럽 허가 이후 미국에서 FDA 검토를 진행 중이고, 사노피 역시 릭실란(인슐린글라진 + 릭시세나타이드)의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지난해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랩스인슐린콤보(에페글레나타이드 + 랩스인슐린)는 주 1회 투여용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복합제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슐린과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하나로 담아낸 주사제는 혈당과 체중조절 효과를 높이면서도 저혈당증 발생을 줄이고 편의성을 개선해 기대가 높다"며 "그간 인슐린 투여가 필요함에도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하는 제품이 나온다면 획기적 반응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혈압·체중도 잡는다...'SGLT-2 억제제'=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주사 맞기는 죽기보다 싫다고 버티는 환자가 있다면? 그런 환자들에게도 대안은 있다. 신세뇨관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담당하는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 SGLT-2 억제제다. 만약 그 환자가 비만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SGLT-2 억제제는 인슐린과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베타세포 기능장애가 있거나 인슐린 분비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에게도 저혈당증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기존 치료제들과 작용기전이 겹치지 않아 병용요법으로서 활용도도 높다. 특히 최근에는 혈당조절은 기본이고 혈압, 체중감소 효과까지 밝혀지면서 DPP-4 억제제의 영역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출시된 SGLT-2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릴리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얀센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4종. 그 중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포시가다. 올해부터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SU)를 포함한 3제요법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인정받기 시작했고,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등과 복합제 개발도 가장 활발하다. 자디앙은 후발주자라는 표현이 무색하리 만큼 큰 일을 냈다. 지난해 유럽당뇨병학회(EASD 2015)에서 공개된 EMPA-REG OUTCOME 연구를 통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심혈관계 고위험군 7000여 명을 평균 3.1년간 추적한 결과, 자디앙은 위약 대비 심혈관계 사망률을 38%, 심부전 입원율을 35% 감소시켰고, 전체 사망률 또한 32% 줄이며 유의한 차이를 냈다(NEJM 2015;373:2117-28). 당뇨병 치료제로서 심혈관사건과 사망을 줄인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혈당조절만이 아닌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종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고 있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EMPA-REG OUTCOME에서 나타난 심혈관계 예방 효과가 자디앙만의 효과인지, SGLT-2 억제제의 계열 효과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평가다. 이에 동일 계열의 경쟁품목들은 일제히 심혈관계 혜택 검증에 나섰다. 포시가는 DECLARE-TIMI 연구를, 인보카나는 SAVOR 연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한편 SGLT-2 억제제에 주어진 또다른 과제는 비뇨생식기계 감염이나 케톤산증 등 부작용 이슈를 극복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 FDA는 시판 중인 SGLT-2 억제제 3종-인보카나·포시가·자디앙-의 제품 라벨에 케톤산증과 중증 요로감염에 관한 경고문구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관해선 작용기전상 예상됐던 이상반응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메트포르민도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나.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임상의가 강력한 혈당조절과 체중감소라는 장점과 감염, 탈수 등의 부작용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요로감염, 생식기감염 등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지만 국내에서는 드물고 개인적으로도 경험한 사례는 없다"며 "FDA 권고사항은 주의해서 사용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정리했다.2016-04-11 12:15:00안경진 -
종병잡은 로벨리토 "이번엔 개원가 잡는다"④ 한미약품·사노피 '로벨리토' 복합제의 장점이 편의성이라면 관건은 조합이다. 제약업계의 복합제 개발 능력이 상승하면서, 시너지 효과와 함께 차별화된 조합은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르지만 연관성이 깊은 두 질환, 고혈압-고지혈의 복합제 시장에서 한미약품과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로벨리토'가 그렇다. 현재 시장에서 대세는 'ARB+스타틴'이다. 여기서 출시된 복합제 대부분은 스타틴 중 '로수바스타틴(크레스토)'을 기반으로 한다. 로벨리토의 특징은 최초이자 유일하게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을 조합했다는 점이다. 특별한 조합의 뒤에는 우수한 제제 기술이 있다. 사실 아토르바스타틴은 분자(지용성), 대사경로(CYP 3A4) 등 특성으로 인해 타 약물과 결합이 용이하지 않다. 실제 상당수 회사들이 이같은 이유로 인해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차별화의 결과 역시 좋다. 2013년 12월 출시된 로벨리토는 해당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35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무려 200% 이상 성장했다. 데일리팜이 최영오 로벨리토 PM을 만나 성공비결에 대해 들어 봤다. -200% 성장은 고무적인 결과다.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미약품과 사노피-아벤티스가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함께하고 있다. 코프로션으로 인한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고 본다. 특히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성공적인 랜딩을 통해 처방 선점이 이뤄진 부분이 주효했다. -병원 급 랜딩 얘기가 나왔는데, 의원급과 병원급의 로벨리토 처방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차이가 좀 있다. 현재 3대 7 정도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처방이 많다.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 듯 하다. 한미가 의원급 영업에 강점이 있는데, 병원급이 압도적인 이유가 있나? 기존에 없던 시장에 창출한다는 점에서 여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고혈압-고지혈 복합제 자체가 로벨리토가 최초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낯설어하는 개원의들이 많았다. 개원가 처방은 병원에서 인지도가 확고해진 이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로벨리토 이후 다양한 제약사들이 고혈압-고지혈 복합제를 출시하면서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된다. -개원가 처방 확보를 위한 향후 계획이 있을 듯 하다. 영업 현장에서 디테일 강화는 물론, 이르베사르탄과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 즉 로벨리토의 특장점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아토르바스타틴이 당뇨병 환자에 강점(심근경색, 뇌졸중 위험 감소)이 있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당뇨병 전문병원이나 내과, 가정의학과 의원에 적극적으로 학술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로벨리토와 관련해 추가로 진행중인 연구가 있는가? 현재 두개의 질환을 한알의 약제로 치료했을때 시너지 효과를 살피는 임상을 설계중이다. 이르베사르탄과 아토르바스타틴 각각의 성분은 이미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된 약이다. 따라서 두 성분이 합쳐졌을때 예상되는 장점인 복약순응도와 항염증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주 목표이다. 참고로 이미 로벨리토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동반환자 230명을 대상으로 8주간 단일요법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를 통해 목표 평가항목을 충족시켰다. -향후 매출 목표, 그리고 마케팅 측면에서 계획이 있따면? 종병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개원가 공략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로벨리토가 500억원 이상의 처방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믿고 있다. 사노피와의 협업활동 역시 더 강화하고 'ARB+스타틴=로벨리토'라는 이미지를 더 확고히 쌓아갈 것이다.2016-04-11 06:14:59어윤호 -
박빙의 승부, 'DPP-4 억제제' 9품목 치열한 경합당뇨병 치료의 최신 경향 [상] DDP-4 치료제 ◆다크호스 'DPP-4 억제제'의 출현= 2000년대 들어 경구혈당강하제 시장에는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치아졸리딘디온(TZD)의 안전성 논란 이후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SU)의 독주가 지속되던 판국에 제동을 건 신흥강자가 나타났다. 체내 인크레틴 호르몬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조절에 관여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 DPP-4 억제제의 등장이다. DPP-4 억제제의 작용기전은 GIP, GLP-1 같은 인크레틴 호르몬의 기능을 알고나면 이해하기 쉽다. GLP-1의 생리작용은 포도당 의존적으로 일어나는데, 인슐린 분비는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한편 베타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리용량을 투여할 경우 식욕억제와 위배출시간 지연시킴으로써 체중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즉 제 2형 당뇨병에게 GLP-1 또는 GLP-1 유도체를 적용하면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와 DPP-4 억제제가 같은 인크레틴 계열 약물로 분류되는 것도 이러한 공통기전 때문이다. 인크레틴 계열 중 DPP-4 억제제는 GLP-1의 분해효소인 DPP-4와 결합해 GLP-1과 GLP의 분해를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시타글립틴, 리나글립틴, 알로글립틴, 제미글립틴 등은 DPP-4의 촉매영역과 비공유결합을 형성하고, 빌다글립틴과 삭사글립틴은 공유결합을 통한 효소-억제제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결합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DPP-4에 가역적, 경쟁적으로 부착해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DPP-4 억제제는 췌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도 혈당조절에 관여하는 인체 메커니즘을 조절함으로써 저혈당, 체중증가 등 기존 치료제의 이상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특히 비슷한 계열인 GLP-1 수용체 작용제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경구용제라는 장점을 내세워 무서운 기세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당뇨병학회(EASD) 등 주요 가이드라인은 이제 메트포르민 이후 2차약제로 SU 대신 DPP-4 억제제를 적극 권고하고 있으며, 진단 당시부터 당화혈색소(HbA1c)가 높은 환자 등 경우에 따라서는 초기부터 메트포르민과 병용 또는 1차약제로도 사용 가능하다. 덕분에 경쟁 열기도 치열하다. 국내 시장에도 2008년 말 가장 먼저 출시된 자누비아(시타글립틴)를 필두로 가브스(빌다글립틴),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 트라젠타(리나글립틴), 제미글로(제미글립틴), 네시나(알로글립틴),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가드렛(아나글립틴)에 이어 최근 슈가논(에보글립틴)까지 총 9개 제품이 포진했다. 각각 자누메트, 가브스메트, 콤비글라이즈, 트라젠타듀오, 제미메트, 네시나메트, 테넬리아엠, 가드메트, 슈가메트라는 제품명으로 메트포르민을 장착한 2제 복합제까지 출시를 마친 상태다.이러한 시장 상황은 DPP-4 억제제에 대한 임상현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라고도 보여진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ACCORD 연구 이후 지나친 혈당조절보다 저혈당, 체중증가 등 부작용 위험이 적은 안전한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단일 약제만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때 메트포르민의 작용기전과 상이하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DPP-4 억제제가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PP-4 억제제에 찾아온 '심부전 논란'...진행형= 이처럼 잘 나가던 DPP-4 억제제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DPP-4 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심부전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 2013)에서 발표된 SAVOR TIMI 53 연구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의 안전성 논란 이후 당뇨병 신약에 대한 심혈관계 안전성 검증을 필수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된 SAVOR TIMI 53 연구에서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 투여군의 심부전 입원율이 위약군보다 27% 높게 나타났다(3.5% vs 2.8%). 심부전 또는 만성신부전 병력이 있거나 나트륨이뇨펩타이드(natriuretic peptide) 수치가 증가된 환자일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Circulation 2014;130:1579-88). 네시나(알로글립틴)의 EXAMINE 연구는 통계적 차이는 없었지만 네시나군에서 심부전 입원율이 위약군보다 높게 나타나(3.1% vs. 2.9%) 심부전 의혹을 온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Lancet 2015;385:2067-76). 이에 FDA는 두 연구를 근거로 지난 2014년 심부전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DPP-4 억제제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안전성 서한을 냈고, 불과 며칠 전인 4월 5일자로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와 네시나(알로글립틴) 두 약물의 제품 라벨에 심부전 증가 가능성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동일 계열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는 2015년 유럽심장학회(ESC 2015)에서 발표된 TECOS 연구(NEJM 2015;373:232-42)를 근거로 이번 조치에서 빠졌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전체 DPP-4 억제제 계열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DPP-4 억제제가 심부전 위험을 올린다는 자료도 있지만 아니라는 근거도 많은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주의는 하되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SAVOR TIMI 53 연구를 예로 들어보면 온글라이자군과 위약군의 심부전 입원율이 0.7% 차이가 난다. 1000명 중 7명 꼴로 증가하는 셈인데, 상대위험도 27% 라는 수치가 발생률이 낮을 때는 아주 작은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DPP-4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 같은 인크레틴 계열 약물을 사용해 심부전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국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과 DPP-4 억제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작 단계지만 두어달 뒤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보다 명쾌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역시 "DPP-4 억제제의 사용 경험이 10년가량 쌓이면서 몰랐던 위험들이 밝혀지는 것뿐, 못 쓸만한 부작용은 아니다"라며 "임상연구와 실제 현장은 다르다. 주의해서 사용하되 DPP-4 억제제 계열 전체의 문제인지 특정 약제의 문제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2016-04-11 06:14:57안경진 -
'변신'…노장 인슐린·춘추전국 경구제·왕의 귀환 TZD우리에겐 다행히 당뇨병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많다. 당뇨병 치료제 의 원조격인 인슐린을 제외하더라도 오늘날 경구요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메트포르민부터 2000년대 후반 진입한 이래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DPP-4 억제제까지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복약 편의성은 물론, 심혈관계 예후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치료제들이 등장하며 "약만 잘 먹으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 못지 않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20년대 최초의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이 등장한 이래 약 100년간 숱한 약물들이 울고 웃었다. 1막. "노장은 죽지않는다. 다만 진화할 뿐이다"...인슐린 편 인슐린은 장수 약물이다. 1889년 독일에서 개의 췌장제거수술에 성공하면서 췌장기능과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뒤, 1921년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해 낸 게 당뇨병 치료의 시초였다. 주사제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최장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혈당강하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갓 도입된 신약들의 최대 약점인 장기 데이터 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저혈당증과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었는데, 2012년 발표된 ORIGIN 연구는 이러한 분위기를 단번에 역전시켰다(NEJM 2012;367:319-328). ORIGIN 연구는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진 당뇨병 전단계 및 초기 환자 1만 2000여 명(평균연령 63.5세)을 대상으로 6.2년간 인슐린 글라진(란투스)과 표준요법의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인슐린 글라진군의 일차종료점(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 혈관재관류술, 심부전에 의한 입원 등) 발생빈도는 연간 100명당 2.94명으로 표준요법군(2.85명)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인슐린 글라진을 6년 넘게 장기간 투여했을 때도 표준요법과 비교해 비열등함은 입증됐다. 저혈당증(연간 100명당 1.00명 vs. 0.31명)이나 체중(1.6kg 증가 vs. 0.5kg 감소)은 인슐린 글라진군에서 다소 높았지만,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김신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구 시작 당시 60대였던 환자들이 70대가 되도록 인슐린 글라진을 사용했지만, 심혈관사건이나 부작용 우려 없이 당화혈색소(HbA1c)를 6%대로 유지했다는 건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며 "조기 인슐린요법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란투스 같은 인슐린 유사체를 뛰어넘는 기저 인슐린이 등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트레시바(인슐린 디글루덱)와 사노피아벤티스의 투제오(인슐린 글라진), 릴리가 개발 중인 페그리스프로 등이 그 주인공들. 이들은 란투스에 뒤지지 않는 혈당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저혈당증 발생을 현저히 줄였다는 강점을 지녔다. 김신곤 교수는 "인슐린을 투여할 때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지만 과거 NPH보다 란투스가, 란투스보다 차세대 인슐린 제제들이 저혈당증 위험을 개선시켰다"면서 "신약들은 야간 저혈당증과 투여 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여 환자들의 숙면과 삶의 질을 보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더 안전하게, 더 오래' 진화해 가는 차기 인슐린의 앞날이 기대된다. 2막. 경구혈당강하제의 춘추전국시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는 지난 반 세기 동안 더욱 치열한 변화를 겪었다. 당뇨병의 병태생리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이를 세분화 해서 공략하는 약물들이 등장했다. DPP-4 억제제, GLP-1 유사체 작용제 등 인크레틴 기반 약물이 도입된 2000년대 이전까지 설포닐우레아(SU), 메트포르민으로 대표되는 비구아니드,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와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 등 다양한 약물이 개발, 사용돼 왔다. ◆췌장·인슐린 분비 촉진하는 SU= 경구용 약물치료의 서막을 알린 것은 1950년대 개발된 SU였다. SU는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이 세포와 잘 결합해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다른 치료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인슐린 분비를 유지·증가시킨다는 특징 덕분에 60년이 넘도록 애용돼 왔다. 오늘날엔 SU 단독보다 다른 약제들과 병용요법으로 흔히 사용된다. 다만, 췌장을 직접 자극하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효능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으며, 인슐린과 마찬가지로 저혈당과 체중증가 이슈를 안고 있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메글리티나이드도 약리작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부작용 역시 비슷한데, 설폰요소제에 비해 작용시간이 짧아 주로 식후혈당을 내리는 목적으로 처방된다. ◆당 흡수·생성 과정에 작용 '메트포르민'= 이처럼 저혈당이나 체중증가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결실은 비구아니드계, 바로 메트포르민의 개발로 이어졌다. 비구아나이드 계열은 당분이 대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간에서 당 생성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체내 혈당 수치가 낮아지게 만든다. 또한 몸의 세포가 인슐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적은 양의 인슐린에도 혈당이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즉, 췌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기전. 덕분에 메트포르민은 가장 안전한 약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비교적 굴곡 없이 태평성대를 누려왔는데, UKPDS 연구를 통해서는 심혈관계 혜택에 대한 가능성까지 선보였다(Lancet 1998;352:854-65). 오늘날엔 서로 다른 계열 간 병용전략이 강조됨에 따라 메트포르민의 가치가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ADA)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일제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1차치료제로 권고됐음은 물론, 자누비아(시타글립틴)나 트라젠타(리나글립틴) 등 DPP-4 억제제와 스타틴, SGLT-2 억제제에 이르기까지 복합제 개발도 활발하다. ◆왕의 귀환...비운의 주인공 'TZD'= 1999년 미국에 도입된 TZD 계열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의 등장은 가히 획기적이었다. SU와 메트포르민 위주였던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킨다는 새로운 치료개념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TZD는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신 근육과 지방 세포가 인슐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혈당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전상 차별성으로 근 10년간 한 시대를 풍미하던 아반디아는 돌연 심혈관계 안전성 문제에 휩싸이면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2007년, 아반디아가 심혈관계 사망과 심장마비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주요 저널(NEJM 2007;356:2457-71)에 발표되면서 부터였다. 당시 식품의약국(FDA)마저 심혈관계 안전성을 문제로 사용제한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시장퇴출 위기였다. 설상가상 방광암 유발 논란까지 제기되며 TZD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2013년 FDA가 아반디아의 안전성을 재검토, 사용제한을 철회한 것이다. TZD 계열 중에서도 특히 '액토스(피오글리타존)'는 2005년 PROactive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받으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혈관사건 발생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피오글리타존과 다른 약제를 비교한 PROactive 연구에서는 피오글리타존이 전체 사망률,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Lancet 2005;366:1279-89). 이로써 TZD는 심혈관질환을 증가시킨다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냄과 동시에 예방 가능성마저 입증하게 됐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TZD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탁월한 약이다. 그간 저평가 된 것이 안타깝다"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가는 추세를 따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2016-04-08 06:15:00안경진 -
성인 3명 중 1명 당뇨병 노출…'비만형 환자' 급증당뇨병 경보, "성인 3명 중 1명이 위험하다" 대한민국 당뇨병 관리에 적색 불이 켜졌다. 건강보험공단이 '제44회 보건의 날(4월7일)'을 맞아 지난 5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당뇨병 진료환자는 251만5000명이다. 5년 전인 2010년(201만 9000명)보다 24.5% 늘었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5 유병 현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당시 학회는 당뇨병 진단코드(E11~E14) 및 약제 처방코드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 환자가 272만 777명이라는 집계를 냈다. 검진자료 기준일 때는 그 범위가 더 늘어난다. 전체 성인인구의 10.89%가 공복혈당 126mg/dL 이상으로 당뇨병에 해당했으며, 공복혈당 100~125mg/dL 범위의 당뇨병 전단계도 25.0%를 차지했다. 30세 이상 성인인구 3명 중 1명은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공단 분석자료에서도 2015년 당뇨병 진료인원 중 40대 이상 연령대가 대부분(95.6%)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20대에서 0.8%, 30대에서 3.2%에 불과한 당뇨병 유병률은 40대(11.5%)를 기점으로 50대(25.7%), 60대(27.9%)까지 증가하다가 70대(22.8%), 80세 이상(7.7%) 순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진료비 역시 2010년 1조 3516억원에서 2015년 1조 8015억원으로 33.3% 늘어 국가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인은 당뇨병에 취약하다? 이쯤에서 한가지 의구심이 생긴다. 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당뇨병이 급증하느냐 하는 것이다. 서구화 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탓으로 돌리기엔 증가세가 지나치다. 일각에서는 비만도(BMI)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들어,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당뇨병에 취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인슐린 분비능 저하'라는 기전 차이에서 답을 찾았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우리 몸이 인슐린의 자극에 둔감해져서 같은 양의 인슐린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개념. 비만이나 운동부족, 과도한 칼로리 섭취 등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졌다. 즉 당뇨병의 병태생리를 인슐린 또는 베타세포 고유의 기능보다 과다한 에너지의 축적이라고 봤을 때,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인들은 주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증가가 당뇨병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면 한국인들은 베타세포 기능저하(인슐린 분비능력 감소)로 인한 경우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같은 체중이라도 한국인들이 서양인보다 당뇨병이 잘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봉수 교수는 "서양인과 동양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수 천년째 다른 문화권을 형성해 오면서 현재까지는 비슷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들은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비만이나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일찍부터 생활습관 관리를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뚱뚱한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또 있다. 한국인들의 당뇨병 유병 형태가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서구화 되어가는 생활습관을 따라 국내 환자들에도 서양에서처럼 비만한 당뇨인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은 타고난 베타세포 기능 자체가 서양인보다 낮은데,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슐린 저항성까지 높아지다보니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차봉수 교수는 "인슐린 분비능과 인슐린 저항성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데 소아비만이 늘면서 성장기 때 제한된 인슐린을 소진해 버린다. 이러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금새 당뇨병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분비능 저하와 저항성 증가라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도 어렵다는 것. 진단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 당뇨병 환자임에도 인슐린을 써야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 교수는 "사회환경이 급변하는 개발도상국에서 보고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면서 "대한민국은 90년대 이후부터 비만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당뇨병 환자들이 혼재돼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형으로 넘어가는 이행기"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당뇨병 유형과 개별 환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화된 치료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당뇨병을 환자 개인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보고, 국가가 개입할 부분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2016-04-07 06:15:00안경진 -
약 모양까지 바꾸고…"약국엔 왜 안 알려주나요?"황버럭(가명) 할아버지가 약국 문을 들어선다. 서순진(가명) 약사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었다. 처방전을 받아 조제실에 들어갔다. 미리 주문해둔 'L' 약 새 포장을 뜯어 조제를 마쳤다. 복약설명을 하는데 황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먹던 약이 아니잖아. 약사가 약도 제대로 못짓고 말야, 이래서 어디 되겠어?" 깜짝 놀란 서 약사는 얼른 조제실에 들어가 약통을 확인했다. 맞는 제품임에도 환자는 '내가 먹던 약은 동그란 거였는데, 이건 길쭉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양이 달라졌을 뿐, 같은 약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환자. '약사인 당신도 모르고 있지 않았냐'는 지적에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처방전을 다시 되돌려주고서야 해프닝은 마무리됐고, 서 약사는 해당 제약사에 전화를 걸었다. '약 모양이 언제 바뀌었느냐. 약국에 왜 공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제약사는 "직거래 약국은 담당자들이 안내하도록 했고, 거래 도매업체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따져물을 수 없었다. 옆 약국 약사에게 'L약 모양 바뀐 걸 알고 있었냐'고 묻자 옆 약국 약사는 "지난 주에 30정 두 개를 주문했는데, 서로 다른 약이 와 60일분 조제에 같이 주지 못해 나 역시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제약사 "변경 내용 도매·전문지 통해 공지" 낱알 성상 변경이나 색상 변경은 약국에 분명 공지되고 있다. 제약사는 성상 변경에 대해 공문을 만들어 도매업체에 공문을 발송하고 보건의료계 전문지를 통한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낱알 색깔이 변경되는 것은 코팅제가 달라지는 것이므로 허가사항 변경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약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허가의 새로운 약을 받아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상 변경은 성분에 변화가 없지만 약국 혼란을 고려해 공지를 띄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공지가 도매업체를 통해 약국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도매업체가 제약사의 공지를 일일이 출력해 거래약국에 전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 도매업체 관계자는 "업체에 따라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거나 지역 약사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곳도 있다. 약국 협조를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도매가 아무리 공지 전달에 애를 써도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제약사 전달 사항을 빠짐 없이 챙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도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의 공지 전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낱알 변경 내용을 일일이 약국에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럴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며 "변경 내용 고지를 의무화해 제약사 처벌까지 이어지는 건 지나치게 약국 입장만 생각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결국 약사가 일일이 낱알·성상 변경 내용을 챙기고 숙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약사가 제보할 수 있는 '낱알 식별 홈페이지' 이런 점에서 '의약품 식별표시' 홈페이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04년부터 운영된 '의약품 식별표시' 홈페이지(www.pharm.or.kr)의 기본 기능은 제약사와 약국, 환자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제약사가 자사의 의약품 낱알 정보를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약사는 이를 통해 낱알 정보는 물론 변경 사항도 체크할 수 있다. 약정원 관계자는 "제약사의 의무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사이트에 제품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었다"며 "대부분 약사들이 제보해 누락된 케이스를 찾아왔는데, 약사들의 관심과 신고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약사는 달라지는 의약품 정보를 주로 팩스로 전달했다. 그러나 보니 중간에서 유실되거나 제대로 전달돼도 흑백으로 프린트되는 문서에서 구분이 어려웠다.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으로 낱알 변경 사항을 체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며 "제약사의 의무사항이라 해도 이를 감시하고 제보할 사람은 약사 뿐이다. 낱알 식별 시스템에서도 약사들의 관심과 제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약사들 "제약사 인식부터 바꿔야" 낱알 식별 홈페이지가 '하드웨어'적 대안이라면, 제약사와 도매업체의 변화는 '소프트웨어'적 변화다. 약국은 낱알 변경 뿐 아니라 품절, 공급 재개, 신제품의 학술 정보 등 제약사로부터 꼭 필요한 정보 전달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M약국 H약사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제약사들은 정보 전달에 너무 인색하다"며 "약국에서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도 이를 잘 처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사가 의약품 생산, 유통 이후 과정에는 무심한 경향이 크다"며 "낱알 변경에 대한 고객의 컴플레인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제약사도 인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2016-04-02 06:15:00정혜진 -
이건 무슨 약이죠? 약사들도 헷갈리는 쌍둥이약들단골 환자가 알약 하나를 가져왔다. "약사님, 이게 무슨 약인가요?" 김깐깐 약사(가명)의 약국에 이른 아침부터 단골 환자가 찾아왔다. '친정 아버님이 드시는 약인데, 무슨 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 묻는 여성에게 약사는 '아무렴요. 잠시 기다리세요'라 말해놓고 혼란에 빠졌다. 낱알식별정보 사이트를 통해 색깔과 모양, 식자로 검색한 결과, 언뜻 보기에 같은 약으로 보이는 품목 두가지 중 어떤 것이 '이 약'인지 알 수 없었다. 환자를 돌려보내놓고 도매업체에 두 약을 모두 주문해 실물을 비교해본 김 약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다. '크레스토'와 '비바코'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해보자, '쌍둥이 약'이라는 용어 아래 '크레스토'의 위임형제네릭 약 '비바코'가 출시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김 약사는 생각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건가?' 김깐깐 약사는 제약사에 있는 동기에게 연락해 이게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동기의 "위임형 제네릭이라고 하는데, 오리지널이랑 제네릭을 한 공장에서 찍어내기 때문에 그냥 같은 약이라고 보면 된다"는 답에 김깐깐 약사는 다시 물었다. "그럼 이게 같은 약이야, 다른 약이야? 바꿔 조제하면 청구불일치 아냐?" 동기 약사는 답이 없었다. 같은 약이어도 약가 달라...정 당 140원까지 차이 실제 약국 사례를 재구성한 이 상황은 '위임형 제네릭' 제도의 단면을 보여준다. '위임형 제네릭'(authorized generic)은 오리지널 제조업체가 직접 또는 위탁 생산을 통해 제품명을 변경, 판매하는 품목을 말한다. 통상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진입 방어전략으로 선택하는 전략인데, 같은 의약품이 두가지 이름, 보험코드로 출시되면서 조제 환경에서 종종 혼란을 빚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에 정제에 찍힌 문자(식자)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같은 성분, 같은 약'이라는 이유로 문자까지 전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와 CJ헬스케어 '비바코'가 대표 사례. 이밖에 GSK '아보다트'와 한독테바 '자이가드'는 식자까지 같은 구분 불가능 의약품이며, MSD '싱귤레어'와 CJ헬스케어 '루케어'는 MSD 음각을 제외한 색깔, 모양이 같은 일명 '쌍둥이 약'이다. 약정원에 따르면 이같은 위임형 제네릭 사례는 약 50가지로 추산된다. 잇따른 대형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 만료로 위임형 제네릭이 잇따라 출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약인데도 약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크레스토는 몇차례 약가 인하로 현재 비바코와 약가 612원으로 똑같다. 그러나 2014년 4월 1일 비바코 출시 당시 약가 670원, 크레스토 약가 995원으로 325원 차이가 났다. 아보다트와 자이가드는 현재 0.5mg 기준 각각 927원, 788원으로 139원 차이가 나며, 싱귤레어정 10mg는 774원인 반면 루케어는 772원으로 2원 저렴하다. 부산의 한 약사는 "약가가 다르고 보험코드가 다른데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약국에서 청구불일치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임형 제네릭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약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식약처 "오리지널·제네릭은 같은 약...식별 불필요" 제약사는 왜 당초 같은 약을 다른 이름으로 출시했을까. 특허가 만료되기 직전 오리지널 의약품을 등에 업고 손쉬운 영업을 하기 위해 위임형 제네릭은 제네릭 사에게도, 오리지널 사에게도 유효한 수단이다. 제네릭사 영업사원들은 '같은 약인데 약가가 10% 가량 싸다'는 점을 무기삼아 영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오리지널 의약품의 모양, 색깔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 역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얼마전 한미약품의 승소로 마무리된 '팔팔정'은 화이자가 비아그라의 색깔과 모양을 문제삼은 것이데 이처럼 식별이 비슷할 경우, 오리지널사가 의장등록한 특허에 위배되지 않으면 걸림돌은 없다. 위임형 제네릭은 오리지널사와 협력해 생산한 의약품이기에 제네릭사에 제형과 색깔, 코팅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생산라인을 별도로 마련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사의 완제품을 수입, 제네릭사가 포장만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모양과 색깔이 같은 게 왜 문제되냐'고 되묻는 실정이다. 이같은 태도는 식약처 측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같은 약' 개념이므로, 두 의약품 사이에 낱알 식별 기준이 철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낱알 실별이란 서로 다른 성분의 약을 구별해 조제 오류를 줄이고 불량 의약품을 구분하는 동시에 의약품 위조 방지를 위한 것"이라며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같은 약이므로 낱알식별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제 사고 개연성에 대해서도 "같은 성분이므로 약화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다"며 "위임형 제네릭에까지 낱알식별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게 약사인 사용자 입장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약가 산정은 심평원 등 보험기관의 영역이며, 의약품 허가와 낱알식별은 식약처 영역이다. 서로 다른 약가의 똑같은 오리지널, 제네릭 의약품은 두 정부기관이 각자의 역할만을 신경쓰면서 생긴 '식별 사각지대'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도, 청구불일치 가능성도" 오래 전부터 위임형 제네릭 문제를 지적해온 부산의 H약사는 "청구불일치 가능성 뿐 아니라 약사들 역시 기본적으로 두 약이 똑같은 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약처의 답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약사는 "위임형 제네릭은 일종의 편법"이라며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추세를 보면 앞으로 이같은 '같지만 다른 약'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성분이 같더라도 가격과 이름이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한 약사도 "크레스토와 비바코, 싱귤레어와 루케어가 같은 약인지 다른 약인지 식약처와 심평원에 묻고 싶다"며 "이런 경우가 합법이라면 제도가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2016-04-01 12:15:00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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