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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주는 중립 의견…바이오주는 저점 찍고 반등"◆방송: 이슈진단 ◆기획·진행: 제약바이오산업2팀 김진구 기자 ◆촬영·편집: 영상뉴스팀 김성회 기자 ◆출연: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김진구(이하 김): 하태기 애널리스트님 모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제약바이오주 거품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약바이오주가 과대 포장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요? 하태기(이하 하):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실제로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 이후로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거품론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 근거를 보면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이 기대만큼 못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한 편으로는 투자자들이 너무 기대를 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바이오기업이나 제약사는 그동안 R&D 투자를 엄청나게 많이 늘렸습니다. 매출의 15~20% 가까이 R&D에 투자하고, 바이오기업들도 주식시장이나 벤처캐피탈에서 자금 조달해서 R&D를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상·전임상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이 기대를 하게끔 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이 열심히 하긴 했지만 결과가 신약 개발에서 잘 안되고 데이터가 잘 나오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주가가 많이 빠지고 실망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글로벌에선 SK바이오팜의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 정도가 결과를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가능성을 보이는 게 오스코텍과 유한양행의 항암제 ‘레이저티닙’ 정도입니다. 그 외에 신약 파이프라인이 많이 있지만, 해외 시장에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만하다고 하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R&D 확대·신약개발 생태계 구축…완전한 거품으로 보긴 어렵다” 하: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이 낮긴 하지만, 그동안 얘기했던 수백 개의 파이프라인에서 성공한 사례를 추려 확률로 계산하면 1%로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확하진 않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성공 확률은 임상1상에서 8%, 2상에서 15% 정도입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제약 선진국의 성공 확률이지, 우리나라는 1% 미만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성공 확률을 너무 높게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바이오주에 대해선 상당히 실망을 많이 하고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바이오주를 사지 않습니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짧게 오르고 그치는 게 후속해서 계속 사줘야 하는데, 그런 신뢰가 없기 때문에 바이오주가 안 좋은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성공 케이스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바이오주가 완전히 거품이고 앞으로 완전히 희망이 없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R&D 비용이 매출액의 15~2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많은 고급 인력이 이쪽으로 많이 유입됐습니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과 관련한 생태계가 많이 구축돼 있습니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한 서류작업이나 일정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물이 100도에서 끓어야 의미가 있는데, 현 상황은 100도까진 아니더라도 80~90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신약 개발 수준은 많이 올라와 있는데, 단지 100도까지 끓지는 못하고 있다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바이오기업 투자 위축, 하반기엔 시장 상황 따라 해소될 수도” 김: 바이오기업은 투자가 생명줄과도 같은데, 올해 이들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하: 바이오기업 투자가 확대되려면 결국은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돼야 하고, 무엇보다 바이오기업들이 성공사례 혹은 좋은 데이터를 발표해야 합니다. 또 하나 기대하는 점은 시장이 좋아지면 수급 측면에서 좋아지면 바이오기업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결국은 시장의 자금 사정이 좋아져야 하는데, 하반기쯤 돼서 금리가 하향 조정되면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 바이오기업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몇 개 바이오기업들에 투자자들이 반응을 하는 것은 그러한 조짐이 조금씩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엔 다시 금리가 내려가진 않더라도 금리하락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될 수 있고, 실질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자금 사정이 많이 해소되면 바이오기업들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당장 시장의 자금 사정이 안 좋더라도 정말 좋은 신약을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임상데이터를 보여주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주가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제약주는 중립 의견…바이오주는 반등 전망” 김: 올해 제약바이오주가 반등할 것으로 보시나요? 그렇다면 시점은 언제가 될 것으로 보시나요? 하: 저는 제약주에 대해선 중립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 좋았는데, 올해 상황이 바뀌면서 올해 또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제약주는 중립입니다. 바이오주는 당장은 아니라도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하반기에 가면 그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주가 전체적으로 중립이지만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든지, 또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해외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낸다든지 장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들은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2023-04-21 12:10:26김진구 -
"주춤했던 제약바이오주, 분위기 바뀌었다"◆방송: 이슈진단 ◆기획·진행: 제약바이오산업2팀 김진구 기자 ◆촬영·편집: 영상뉴스팀 김성회 기자 ◆출연: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김진구(이하 김): 안녕하세요. 데일리팜 이슈진단입니다. 오늘은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님 모시고 제약바이오 주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는데, 제약바이오주는 어땠나요? 하태기(이하 하): 제약바이오주가 작년에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장 대비해서는 수익률은 좋았다. 덜 빠졌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면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가 많이 오르면 제약바이오주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병원에는 가야 하니까 의약품은 팔리기 때문입니다. 작년 전체 시장 코스피는 25% 가까이 빠진 반면, 제약주는 13% 정도 빠졌습니다. 상대적으로 12%p 정도는 덜 빠진 셈입니다. 역시 제약주는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바이오주는 상당히 많이 빠졌습니다. 바이오 기업들은 돈을 못 버니까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자금 조달 이슈가 있어서 많이 빠졌습니다. 김: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하: 한미약품은 작년 10% 가까이 올랐고요, 대웅제약도 8% 올랐습니다. 그런데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현대자동차는 27%가 빠졌고, 삼성전자는 29%가 하락했습니다. 확연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바이오기업 호재에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 김: 작년 어려운 와중에도 선방했고, 오히려 오른 종목도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올해도 일단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제약바이오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시나요? 하: 올해 들어와선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상승세는 크게 둔화됐습니다. 주가는 경제보다 선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반기에 가면 금리가 떨어지진 않더라도 떨어질 것이란 데에 컨센서스가 모이고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과는 반대 경향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경기방어적인 제약주가 시장에 어필이 됐다고 보면, 올해 들어와선 경기방어적인 종목보다는 앞으로 금리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좋은 2차전지 등 주목받는 종목들에 조금 쏠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 궁금한 것은 바이오주입니다. 작년에 많이 떨어졌는데, 마찬가지로 작년과 반대로 오를 수 있을까요? 하: 바이오주는 변수가 많습니다. 작년에 엄청 하락했습니다. 짧게 보면 바이오주가 오를 것 같다는 근거는 약합니다. 다만 길게 보면 시장에서는 약간 변화가 있습니다. 성장주로 관심이 많이 이동했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바이오주가 당장 크게 안 오르더라도 올해는 작년에 많이 빠졌으니까 더 떨어질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조금 재료가 있는 바이오기업이나 신약 개발에서 진전이 있는 기업들은 반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겠냐 이런 생각입니다. 김: 바이오주 전반에 대해선 저점을 찍었거나 저점을 지나는 구간이고, 개별 바이오주는 반등할 요소도 조금은 있어 보인다는 말이죠? 하: 그렇습니다. 최근 조사를 해보니 호재나 이벤트가 나오면 시장이 반응을 합니다. 작년엔 호재가 나와도 주가가 조금 움직이다가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단기적으로 차백신연구소나 지노믹트리, 앱클론, 한올바이오파마, 에스티큐브, 이오플로우 등 바이오 기업들이 제법 올랐습니다. 작년과 조금 다른 점은 기업에서 좋은 정보가 나왔을 때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죠. 호재에 대한 민감도가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전체 바이오주를 보는 것은 아직은 아니지만, 일부 좋은 데이터를 발표하는 기업에 관심은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신약개발·CDMO 등 글로벌 무대 타깃해야 기업 가치 오를 것" 김: 제약바이오기업 스스로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필요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 신약 개발 측면에선 1987년 물질특허 인정된 이후로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약 3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슬슬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장의 기대보다는 훨씬 미흡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제약주가 오르기 위해선 제약사들이 잘 해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 관심을 두고 봅니다. 첫째는 제약사라는 이름에 맞게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면 문제가 전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신약 개발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수출을 하기 시작하면 기업이 돈도 많이 벌고 가치도 높아질 것입니다. 현재 SK바이오팜이 뇌전증치료제를 개발해서 지난해 미국에서 1700억원 정도를 벌었다든지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선순환이 돼서 전부가 잘 풀리는 건데,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게 성공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신약개발입니다. 그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CDMO 사업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문을 받아서 만들어주는 쪽에서 굉장히 성공을 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사업적인 측면에서 성공하는 제약사가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꼭 신약 개발이 아니더라도 CDMO 사업 형태로 성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에스테틱 쪽에서도 많은 기업이 수출도 하고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 쪽에 비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이나 바이오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국내 시장만 타깃으로 해서 제네릭을 주류를 이룬다든지, 개량신약이라도 국내 시장에 한정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제약사들은 물론 실적도 좋고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비전은 약합니다. 이는 시장에서 디스카운트 되는 요소입니다. 주가 밸리데이션을 결정할 때 이익에다 PER을 곱하면 시가총액이 되는데, 적정 PER을 계산할 때 프리미엄을 줍니다. 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좋은 기업에는 프리미엄을 주는데, 이런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약사들은 디스카운트 되는 게 현실입니다. 국내 제약시장의 규모를 약 30조원으로 보면, 글로벌 시장은 1500조원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차이가 50~60배가 납니다.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선 한계가 분명하고, 넓은 해외 시장에 나가서 팔 수 있는 제품을 내놔야 비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2023-04-21 06:18:14김진구 -
뭉툭한 비대면 정부안, 의원·약국 '플랫폼 종속' 우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강모(53) 씨는 "의약분업 당시엔 시민단체, 의사협회, 약사회,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국민 건강권과 의·약사 업권 침해 문제를 상호조율 하려 며칠이고 밤샘토론을 했었다. 그런데 왜 버금가는 충격을 줄 비대면진료는 제대로 된 의약·의정협의체 한 번 없이 당정이 일방적으로 시범사업을 확정하나.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전문의 이모(51)씨는 "플랫폼이 전국 의료기관 환자 유입을 좌우할 게이트웨이가 되면 과연 제대로 된 보건의료체계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기관 쏠림현상을 해소해 국민 건강권을 보위하는 게 정부 소명아닌가"라고 지적했다. 17일 약사, 의사 등 다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당정이 예고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2000년 의약분업과 비견될 만큼 국내 보건의료체계와 약국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며 세부안 마련 움직임이 더딘 보건복지부를 향해 짙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한 정책안을 코로나19 종식 후 시범사업 모델로 차용한다고 가정해도, 보건의료 전달체계 훼손과 약국 생태계 파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애플리케이션 등 환자와 의료기관, 약국을 중개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표준화·개방화 여부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데다가, 전자처방전 공공성도 확보되지 않아 자칫 플랫폼이 동네의원과 약국으로 유입되는 환자를 콘트롤 하는 힘을 가진 수문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걱정이 가장 컸다. 더욱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회원사 모집 형태로 의료기관과 약국을 선별 등록할 수 있는 현행 방식으로 시범사업이 정립되고, 플랫폼의 일탈행위를 규제하는 별도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특정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나친 특혜를 주거나, 경영타격 수준으로 배척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실제 복지부가 국회 제출한 비대면진료 정책안을 살펴보면 허용 의료행위와 대상의료기관, 대상환자, 의사의 책임, 규정 위반 시 벌금·처벌·시정명령 등 기타사항까지만 명시했다. 모법인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만 복지부 입장을 제출했기 때문인데,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모법을 넘어 시행령, 시행규칙에 준하는 세부 사항을 확정해야 의료기관과 약국 업권 침해 없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가능할 것이란 게 의약계와 국회 보건복지위 중론이다. 다행히도 복지부는 대상환자에서 비대면진료 적용 환자 사례를 '1회 이상 대면진료한 환자' 즉, 재진 환자로 명시하고, 입법 이후 복지부령에서 주기적 대면진료를 의무화하고 일평균 비대면진료율을 제한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규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닥터나우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표준화·개방화와 함께 전자처방전의 표준화·개방화 방안부터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복지위에 따르면 플랫폼 표준화·개방화, 전자처방전 표준화·개방화란, 대면진료 시 환자가 전국 어느 의료기관·약국에 대한 배척없이 원하는 곳을 방문해 진료·처방·조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플랫폼에 비대면진료를 원하는 전국 의료기관·약국이 빠짐없이 포함돼 환자가 이용하게 될 플랫폼에 따라 의료기관·약국 접근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실적으로 이 같은 플랫폼 표준화·개방화를 도입·시행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면, 플랫폼이 중개하는 의약품 전자처방전 전송시스템을 표준화·개방화 해야 특정 의료기관·약국이 플랫폼에 의해 배제되거나 환자가 특정 기관에 접근하지 못하는 불합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의약계 견해다. 쉽게 말해 환자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대면진료와 동등한 수준의 의료기관·약국 접근성을 보장 받게 해야 특정 의료기관·약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약사들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플랫폼이 의원·약국으로 가는 길목을 넓히고 좁히거나 때로는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플랫폼이 의원·약국 머리 위에 서서 의료전달체계 훼손과 약국 생태계 파괴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플랫폼 이익만 추구하는 방식의 경영을 할 우려가 지나치게 크다고 했다. 정형외과 원장 이씨는 "비대면 시범사업이 허용하는 만성질환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경증질환은 계속 허용할 것인지 등 복지부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후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만 고수 할 뿐 예측가능성이 제로"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재진·일차의료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진을 요구하는 플랫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소적으로 허용해도 의료전달체계에 영향을 끼치는데, 복지부는 세부안은 커녕 방향성 조차 오리무중"이라며 "동네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간 환자 편중현상을 최소화하는 게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약국장 강씨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은 인근 병원 진료과목, 입지, 출입구 위치, 신규 출입구 여부, 키오스크 등록 여부 등에 따라 처방전 유입량이 급격히 달라졌다"면서 "20년이 넘도록 의약분업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따른 약국 매출 변동은 부동산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의료기관 입지 별 약국 처방전 유입량은 곧 약국의 매출과 직결되고 이게 바로 약사 업권이다. 비대면진료로 플랫폼이 활성화하면 의료기관 입지와 함께 플랫폼까지 고려한 약국 처방전 유입률을 따지게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여전히 구체적인 플랫폼 관리 방안이 전무한데다, 전자처방전 표준화·개방화에 대한 대책도 없다. 뭘 믿고 시범사업에 약국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국회도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복지부가 의료계, 약사회와 만나 선결과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불가피하게 비대면진료를 한시적 허용하면서 의료법과 약사법이 엄격히 규제해 온 '환자 대면'과 의료기관·약국 '장소 제한' 원칙이 예외적으로 허물어진 만큼 코로나 종식 후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무너진 법규를 다시 원상복구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를 희망하는 전국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이 플랫폼에 빠짐없이 포함되는 플랫폼 개방화·표준화가 이뤄진다면, 의원·약국 업권침해가 최소화 될 것"이라면서 "이게 어렵다면 전자처방전을 공공화 해 환자가 전자형태로 받은 처방전을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의약사 걱정을 해소하는 방편 중 하나"라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한시적 비대면진료인 지금은 플랫폼이 원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으로 환자와 처방전을 보낼 여지가 있다. 환자 선택권이 없다"며 "이 때문에 환자와 처방전이 특정 의원·약국으로 몰리거나 배제될 수 있다. 공적전자처방전은 플랫폼이 아닌 환자에게 의원·약국 선택권을 주는 장치"라고 했다. 복지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도 "지금까지 비대면진료는 팬데믹 예방 차원에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사라지면 비대면진료 해야할 이유도 사라진다"면서 "남는 건 편리성인데, 진단이나 처방, 조제·투약은 편리성을 우선에 두면 안 된다. 의료법과 약사법에 환자 대면, 장소 제한 원칙이 있는 이유다. 코로나19처럼 원칙에 대한 예외를 둘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년 간 큰 부작용이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여부는 제대로 된 평가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시범사업을 연장한다는 것은 논리가 없다. 코로나19 팬더믹이 종식됐는데 왜 비대면진료를 입법 없이 허용하냐"고 비판했다. 복지위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복지부에게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을 제도화하려면 의사협회는 물론 약사회와 긴밀하게 협의를 하라고 요청했다"면서 "우선적으로 공적전자처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DUR 시스템 활용방식 뿐 아니라 여러가지 형태로 대체조제를 대폭 허용할 것을 제언했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처방전 리필제도 마찬가지 취지다. 이게 선행돼야 약사회도 비대면진료로 인한 약 배달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약국에 처방적이 집중되는 약국 생태계 붕괴 등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복지위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법과 약사법이 환자 진료·처방·조제 과정에서 '장소제한'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제1항은 응급환자 등 별도로 정한 상황이 아니면 의사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약사법 역시 '제50조(의약품 판매)' 제1항에서 약국개설자 등 약사는 약국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취급·판매해선 안 되게 규제 중이다. 서정숙 의원은 "약사법 50조 1항은 약사는 약국 바깥에서 약을 판매해선 안 되도록 명시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오직 약국에서만 조제약과 일반약을 투약·판매할 수 있게 장소적 제한을 뒀다"며 "약사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변함없이 약국 외 장소에서 약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 약사법 제50조1항은 합헌이란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약사가 환자를 대면해야 충실한 복약지도가 가능하고, 의약품 변질·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며, 약화사고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국민보건 향상·증진이란 약사법 입법 목적을 달성한다는 게 합헌 배경이다. 특정 직역 근간을 훼손하고 존재를 위협하는 수준의 비대면진료는 안 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피력했다.2023-04-17 18:40:18이정환 -
베일 쌓인 비대면 시범사업…한시적 모델 연장하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코로나19 종식으로 팬데믹 위험이 사라지더라도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끊김 없이 이어가겠다고 공표한 보건복지부가 정작 구체적인 시범사업 시행안 마련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입법 또는 시범사업을 위해 협의해야 할 직능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와도 회의 일정을 잡거나 별다른 정책협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대로 오는 5월경 코로나19 심각단계가 해제되면, 현재 감염병 예방·관리법을 근거로 허용 중인 한시적 비대면진료 모델이 그대로 시범사업으로 연장되면서 팬데믹이 아닌데도 규제 없는 초진 비대면진료가 변함없이 계속되는 모순이 현실화 할 전망이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수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입법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분주히 의원실을 방문하면서도 뚜렷한 제도화 방식이나 시범사업 시행안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복지부의 불투명한 정책 움직임과 시행안 미제출은 비단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더 반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만 국한된 게 아닌, 국민의힘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9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대면진료 원칙 ▲재진 환자 중심 ▲일차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불허라는 4가지 큰 틀의 원칙만을 반복할 뿐, 진전된 정책안을 제시한 바 없다는 게 여야 의원실의 공통된 목소리다.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이란 당정 합의안만 도출하고 세부적인 정책 운영 계획을 대외 공개하지 않으면서, 보건의료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복수 복지위원들은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지속 중인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새로운 시범사업'이 아닌 사실상 본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기본법 내 시범사업 조항 취지는 국가가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안전성이나 효과, 부작용 등을 미리 검증해보기 위한 것으로, 이미 3년째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진료는 해당 조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실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1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44조 제2항도 '국가와 지자체는 1항에 따른 시범사업을 실시한 경우 그 결과를 평가해 새로 시행될 보건의료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범사업을 허용하고 있는 조항 모두 시범사업 조건으로 '신규성'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진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복지부 논리대로 비대면진료 이용 국민의 불편 방지를 위해 부득이 시범사업 형태를 빌어 비대면진료를 연장한다면, 법이 규정한대로 아예 새로운 틀과 방식, 적용 범위의 시범사업안을 짜야 한다는 게 복수 복지위원들의 견해다. 초진부터 비대면진료 빗장을 풀어 놓은 데다가,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물론 감기·알러지·소화불량·피부발진 등 경증질환까지 전화상담만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한시적 비대면진료 모델을 시범사업으로 그대로 이어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복지위 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제도를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비대면진료는 지난 3년 간 본사업을 한 셈"이라며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심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비대면진료 본사업을 다시 시범사업으로 돌리겠다는 당정 합의안은 황당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한시적 비대면진료에 대한 정확한 평가조차 없이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행위다. (복지부가)겉으로는 환자 편의성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의도하는 바는 플랫폼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것 밖에 더되겠냐"며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살리기에 무게를 두고 비대면진료 정책을 짜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각종 오남용과 안전문제, 오진 위험성을 제대로 점검·보완하지 않고 뭉개는 것은 국민 건강 담보로 플랫폼 봐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득이 시범사업을 하겠다면 지금처럼 한시적 범위로 해서는 안되고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극히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을 하는 게 맞다. 국회 계류 중인 재진 비대면 법안의 틀을 따라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복지부의 시범사업 관련 공식안이 제출되지 않았지만 지금대로 간다면 수용할 수 없다. 24일 전체회의에 앞서 복지부에 운영방식 자료를 요청하고 미흡한 점을 질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위 다른 야당 의원실 관계자도 당정 시범사업 합의를 편법으로 규정하고 제대로 된 시범사업안 마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당정합의대로라면 앞으로 국회는 비대면진료 법안을 심사할 필요도 없다. 보건의료체계에 큰 영향을 가져오는 제도를 국회를 거치지 않고 복지부와 여당 마음대로 시행하겠다는 시범사업 합의는 입법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시범사업안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고민하는 기색조차 없다. 이대로 강행한다면 야당은 물론 국민들의 성토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약 5개 단체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초진 비대면진료 등 플랫폼 중심 제도화 반대에 뜻을 모은 상황이다. 보건의약 단체들은 복지부가 시범사업 시행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전시키지 않는 점을 비판하며 한시적 비대면 모델을 그대로 시범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한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처방전 자동발행기'에 불과하며 시범사업 시행 타당성과 당위성에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반발 중이다. 의료취약자 대상 비대면진료가 꼭 필요하다면, 지난 3년 간 시행한 비대면진료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비대면진료 관련 명확한 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하고 적용 범위, 시행 방식 등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게 약사회 견해다. 김대원 부회장은 "팬데믹이 끝난 후 비대면진료를 일반화 해 계속 적용하겠다는 복지부 태도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면 한시적 비대면진료 폐지와 함께 플랫폼 서비스도 중단하는 게 사회적 약속이자 현행법"이라고 피력했다.2023-04-16 11:39:11이정환 -
국감·청원에도 등장하는 신약…접점과 소통의 조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국정감사에서 특정 신약의 제품명이 거론되고 의약품 보험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동의 5만명을 달성한다. 지금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며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다. 정책(GA, Government Affairs)과 환자(PA, Patient Advocacy) 담당자의 대두는 이 같은 신약 이슈의 대중화 현상, 그리고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고가약 시대의 도래와 무관하지 않다. ◆환자의 각성과 대중적 관심="의사 선생님, 제발 잘 부탁 드릴게요. 살려만 주세요." 시대가 변했다. 의사에게 매달리며 읍소하는 일이 전부였던 환자, 혹은 그 가족들은 이제 수술 논문을 뒤지고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gov)에서 신약을 찾는다. 국내 허가된 약이 보험급여 장벽에 막혀있을 때는 유관부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에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한 민원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예외는 아니다. 해당 신약을 공급하는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 표현하는 관계자도 있다. '존재하지만 먹을 수 없는 약'을 바라보는 환자와 가족들의 분노의 크기는 예전과 다르지 않겠지만 고학력 인구 비중이 커진 지금 세대는 '행정력'을 갖췄다. 목소리가 커지니, 국회에까지 그 소리가 닿는다. 복지부와 산하 기관(심평원, 공단) 국정감사에서 질의, 혹은 질타를 쏟아낸다.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 ICER값, 암질환심의위원회 등 의약품 급여와 관련된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제약사가 아닌, 국회와 환자의 압박은 보건당국 입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무게다. 당연히 신약의 급여 등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PA와 GA는 이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핸들링하는 데 주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의 근본 배후로 제약사를 지목하는 경우도 적잖다. 어찌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같은 이해관계에 놓였을 때, 환자는 제약사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여론의 비판이 쇄도해도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에 둬서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하지만 지금은 제약사 입장에서도 환자는 '양날의 검'이다. 약의 허가 후 제약사가 세우는 등재 계획보다 환자들이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제약사와 보건당국이 조율 중인 급여 기준은 되레 대상에서 벗어나는 환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PA와 GA는 국회, 환자를 만나 해명과 설명을 내놓고 지원방안을 고민한다. 업무의 영역 자체가 워낙 예민하다 보니, 선을 넘지 않기 위한 교육도 필수다. 분명한 건,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의 입장도 있겠지만 대승적인 시류가 만들어 낸 포지션이기도 한 것이다. 한 다국적사 PA 담당자는 "비급여에 머무르는 치료제들의 지원 프로그램도 공정거래법을 살펴야 한다.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보면 누구나 같은 심정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업무를 하다보면 이 같은 영향으로 회사와 부딪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환자단체들이 항상 토론 등에서 말하는 내용 중에는 정부(특히 복지부)에서 환자들과의 공식적인 소통 채널(전담인원 및 부서 마련)을 마련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는 정부도 제약업계도 이를 받아 들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좋아지고 비싸진 약, 좁아진 제도의 테두리=불치병이었던 질환이 약만 있으면 평생을 살고 어떤 암은 완치를 이야기 한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첨단 신약들은 놀라운 효능과 안전성을 제시하고 있다. 굳이 원샷치료제 CAR-T 떠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ADC 등 다양한 기전과 특정 타깃 혹은 광범위(올커머) 환자에게 적용되는 신약들의 허가가 줄을 잇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등재제도 역시 발전해 왔다.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경제성평가 면제 등 고가 신약의 도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들 제도가 있었기에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약들도 많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신약들이 현 제도 내에서 움직이기에 그 폭이 좁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등재 신청은 제출됐지만 1년, 길 게는 3년이 넘게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약들이 늘어나고, 항암제 급여의 필수관문인 암질심의 탈락율은 정점을 찍었다. 한 조사 결과, 현재 급여 시스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업계 76% 응답자가 RSA제도의 확대와 환급형의 분리를 꼽았으며, 무려 16%가 등재 제도 자체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즉, 제도 내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닌,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보유한 신약을 급여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GA는 이 같은 상황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MA가 복지부, 공단, 심평원을 상대로 약의 필요성을 어필한다면, 이들은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대중적인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회 보좌진 출신의 업계 GA가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대내외적 갈등은 있다. 내부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제약업계 전문가인 MA는 약물과 약가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반면 GA는 제약업계 종사자가 아니었던 경우가 많다. 즉 'GA는 업계를 잘 모른다'는 인식이 실제 존재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MA가 심평원, GA가 국회의 대변인이 돼 논쟁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 한 실무자의 귀띔이다. 한 다국적사 GA 담당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외근이 많아 '일을 안 한다'는 오해를 받을 때 가장 속상하다. 제약회사도 이제는 시대에 맞는 소통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내 부서와 시너지를 이뤄내는 제약사들이 GA 활용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내부적인 메시지 통합이 이뤄져야 그 다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2023-04-07 06:00:55어윤호 -
약국 2천곳 가맹 셀메드, 공정위 등록 안했나 못했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셀메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약국체인'을 표방한 데 대해 시정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체인화에 대한 입장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셀메드는 체인화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셀메드가 지난해 11월 열린 제8회 대한민국 약사학술제에서 올해부터 회원약국제를 가맹약국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약국체인'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이미 체인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제시하는 프랜차이즈 요건인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 서비스표, 상호, 휘장 또는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를 하고, 가맹사업자는 이에 대한 대가로 가맹본부에 금전을 지급하는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체인의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놓고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셀메드가 타 프랜차이즈는 물론 일부 약국과의 관계에 있어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에 가맹한 약국이 또 다른 프랜차이즈에 가맹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보편적이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정보공개서 등을 통해 중복가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점주가 한 점포 내에서 CU와 GS25를 동시에 운영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게,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프랜차이즈들이 상호 간 중복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보공개서 등에도 주의사항을 통해 '이 정보공개서는 체결하려는 가맹계약 및 해당 가맹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맹 희망자에게는 정보공개서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 정보공개서는 제공받은 날부터 14일이 지날 때까지 가맹본부가 귀하로부터 가맹금을 받거나 귀하와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와 같은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1약국이 복수 프랜차이즈에 가맹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약국이 학술적 목적이나 PB제품 공급 등의 목적으로 복수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는 경우가 일부 있지만 간판과 점포운영, 재고관리 등에 대해서는 우선 가맹한 프랜차이즈의 관리·감독을 따르는 게 통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셀메드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셀메드 측은 체인사업안이 구체화되면 중복 가입 부분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셀메드 관계자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약국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기존에 프랜차이즈에 가맹했다고 하더라도 약국이 셀메드로 가겠다고 하면 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약사님의 판단에 달려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미 2000여개 가맹약국을 확보하고 있다는 부분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가진 약국 프랜차이즈가 2100여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가장 많은 체인을 보유한 프랜차이즈가 될지, 혼선을 유발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프랜차이즈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공개서 등록 등 기본적인 필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2023-03-16 13:04:26강혜경 -
진단부터 치료까지 통합솔루션 제공...기업도 통큰 지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한국형 정밀의료 프로젝트 KOSMOS 연구에 1700억원을 투자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로슈그룹이다. 국내 기업도 아닌 글로벌 제약사가 왜 한국 정밀의료에 막대한 비용을 쏟았을까.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교수들이 한국형 정밀의료 연구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무렵 로슈도 글로벌 차원에서 '맞춤의료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암 환자의 전 여정을 아우르는 맞춤의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정밀의료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서로의 목표가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로슈는 기업 최초로 파트너십에 참여, 연구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과 진단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로슈는 늘어나는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을 낮추고, 학계나 산업계의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체외진단 1위 기업인 진단사업부와 바이오의약품 1위 기업인 제약사업부가 함께 있어 진단부터 치료,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로슈그룹은 2020년부터 5년 간 KOSMOS1과 2 연구에 총 1700억원 어치의 의약품과 검사 및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방위 지원에 나선 한국로슈가 KOSMOS 연구에서 맡은 역할은 상당하다. KOSMOS 연구의 시작은 환자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다. NGS 검사 결과를 여러 전문의들이 함께 보고 의논할 수 있는 '종양보드'에 저장한다. 한국로슈진단은 이 과정에 필요한 유전체 검사 서비스와 분자종양보드(MTB) '네비파이 튜머보드'를 제공한다. 특히 네비파이 튜머보드는 암 진료에 특화된 종양보드다. 조직 검사, 영상정보 등 다학제 진료에서 필요한 환자 데이터를 하나의 대시보드에 취합해 준다. 또 유사한 유형의 환자 사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로 다른 병원에 속한 의료진이 함께 모여 다학제 진료를 펼치기 때문에 자칫 의사 결정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네비파이는 각기 다른 의료진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환자 특성에 맞는 임상시험 옵션을 도출하거나 전 세계 최신 의학 문헌과 간행물, 임상 가이드라인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치료 단계에선 한국로슈가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신약도 무료로 제공한다. 한국로슈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부터 VEGF억제제 아바스틴, HER2 표적치료제 허셉틴, 퍼제타, ROS1 표적치료제 로즐리트렉, HER2 항체약물접합제(ADC) 캐싸일라, RET 표적치료제 가브레토 등 광범위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파일럿 연구인 KOSMOS1에서는 100명의 환자가 한국로슈의 신약을 받았다. 규모가 3배 이상 커진 KOSMOS2 연구에서는 300명에게 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도 KOSMOS2 연구에 합류하며, 국내사 첫 참여 기업이 됐다. 루닛은 자체 개발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제공하고 있다. 분자종양보드에서는 NGS 검사 결과를 두고 임상적으로 유의한 유전자 이상 소견에 대한 리뷰와 어떤 치료가 가장 권장되는지, 해당 치료제를 썼을 때 효과가 어떨지 등을 전문가들이 모여 의논한다. 루닛은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유전형질을 분석해 결과지 해석을 돕는다. 또 항암제를 썼을 때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루닛 관계자는 "전국 3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KOSMOS2 연구는 진행성 암 환자에게 정밀진단 및 치료의 근거를 마련하고, 임상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루닛은 이번 연구에 자체 개발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제공해 정밀한 치료방침 결정과 항암제 신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개척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KOSMOS 프로젝트에 참여해 새로운 연구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한국로슈그룹이 1700억원을 투입한 배경이다. KOSMOS 프로젝트는 임상에 등록한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해 고품질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국가암데이터센터인 국립암센터가 통합 DB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치료로 이어진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도 담는다. DB가 완성되면 암 종류 별로 어떤 변이 양상을 보이는지, 특정 변이에 특정 약제를 썼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은 DB를 토대로 새로운 신약이나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 더 많은 제약사가 참여해 다양한 약제를 제공할 수록 데이터는 더욱 풍성해지고 환자들도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연구 KOSMOS1이 좋은 성과를 내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KOSMOS2 연구를 주도하는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기업 중 약제 임상을 제공해 임상시험 계약을 앞두고 있는 회사가 있으며, 몇몇 제약사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규모가 커진 만큼 많은 제약사로부터 약을 제공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제약사가 기대효과를 얻기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길고 어려운 논의를 해야 한다. 다행히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참여를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닉 호리지 한국로슈 대표이사는 한국형 정밀의료 프로젝트에 산업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친환경 자동차가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개발을 넘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 및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정밀의료 환경 조성 역시 개별 기업만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며 "기업 최초로 한국형 종양학 정밀의료 파트너십에 참여한 로슈에 이어 기업, 정부기관 등 더 많은 주체들이 힘을 모아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바꿔가길 바란다"고 전했다.2023-01-19 06:20:29정새임 -
'최적의 치료를 찾아라'...한국형 정밀의료의 장밋빛 여정[데일리팜=정새임 기자] "KOSMOS 연구는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개인 별 맞춤 치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환자가 허가나 보험 급여의 허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정밀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죠. 국내 전문의들도 유전체 검사를 통한 유전자 변이 해석의 경험을 쌓으면서 정밀의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국형 정밀의료 프로젝트 'KOSMOS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연구 책임자다. 김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학계 전문의들이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기술 발전해도 정밀의료 '그림의 떡'…의료진 직접 나섰다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KOSMOS2 임상 프로젝트에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의료진의 목마름이 담겨있다. 국내 표적항암제가 늘어나고 바이오마커를 파악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도 일부 급여화가 됐지만, 여전히 정밀의료를 실현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NGS 경험, 병원 간 정보 교류, 약제 접근성 등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마치 '그림의 떡'처럼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없었다. 허가나 보험이 안 되면 치료를 할 수 없다. 전문의들도 NGS 검사로 환자 유전자 변이를 해석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경험이 부족했다"며 "KOSMOS 연구의 가장 큰 목표는 답답한 치료 현실을 조금이나마 타개해 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장벽을 허물고 환자의 맞춤형 치료에만 집중해보자는 공감대가 KOSMOS 연구의 싹을 틔웠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학계를 대표해 연구의 앞 단에 섰다. 한국로슈·한국로슈진단이 프로젝트에 합류해 진단 플랫폼과 약제 지원을 약속했다. 2021년 KOSMOS1 파일럿 연구의 시작이었다. KOSMOS 연구는 병원 간 경계를 허물고 '최적의 치료'라는 공통된 목표에만 집중한다. 병리과·종양내과·바이오인포메틱스 등 각계 전문가들이 각자의 업무와는 별개로 자진해 시간을 냈다. 이들은 6개 팀을 짜 매주 2회씩 분자종양보드(MTB)라 불리는 다학제 회의를 연다. 환자들이 어떤 변이를 보이는지, 이 변이에 맞는 약제가 있는지, 약을 투여했을 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약제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한다. 전문의들은 자신이 속한 병원의 임상 정보를 공유해 조건에 맞는 환자가 있으면 전원을 시키기도 하고, 필요한 약제를 갖고 있는 병원이 약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를 보며 전문의들이 유전체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 학회는 KOSMOS1 연구를 통해 얻은 NGS 결과 해석과 치료전략 방안에 대한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어떤 환자는 여러 번 치료를 받다 보니 처음에 없던 변이가 나타났다. 유방암에서도 매우 드문 변이었고, 신약이 연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환자 등록을 하다 보니 책에서만 보던 드문 케이스도 접하게 된다. 반대로 한 환자는 특정 변이가 있다고 생각해 연구에 등록했는데, 실제 검사지를 해석해 보니 정상적으로도 나올 수 있는 변이어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안타까운 사례이지만 이렇게 변이 검사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MTB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교수)도 "다기관 의료진이 참여하는 MTB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환자에게 새로운 임상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지방이나 작은 규모의 병원은 개별적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기 어려운데, KOSMOS 연구가 큰 도움이 된다"라며 "환자 데이터 역시 담당의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러 의료진이 함께 볼 때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KOSMOS1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다기관 다학제 협의체의 성공을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밀의료 가능성에 규모 3배 확장…"장벽 허무는 계기 되길"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KOSMOS1 연구는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당초 의료진들은 1년 간 300명을 모아 그 중 100명만이라도 신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 여겼다. 실제론 198명이 등록한 시점에 약을 제공한 환자가 100명에 달해 연구를 조기 종료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실제 맞춤형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국내에선 불법으로 치부되는 '오프라벨(허가 범위 외 사용)'의 장벽도 넘어섰다. 한국은 허가 받은 약제라도 해당 적응증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유방암 적응증만 있는 약은 아무리 최신 연구에서 위암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도 위암 적응증을 받기 전까진 사용이 불법이다. 예외적으로 의료기관이 사전승인을 받은 후 사후평가 보고를 낸 경우 쓸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사실상 적용이 힘들다고 여겨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 약을 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고가의 약값을 병원이 책임져야 해 부담도 크다. 특정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여러 암종에 쓰일 수 있는 최근의 신약 트렌드와 달리 임상 현장에선 절차로 인한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KOSMOS 연구에선 유방암으로만 허가된 약을 데이터에 근거해 다른 암 환자에게 써볼 수 있다. 이 근거가 쌓이면 '오프라벨' 사용 금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김 교수는 "실제 이 연구에 등록한 대장암 환자는 어떤 치료도 효과를 보지 못해 마약제 패치를 붙이고 있었는데, 논의를 거쳐 대장암으로 허가 받지 않은 약제로 치료를 받았다. 진통제와 패치를 모두 중단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미국처럼 전문가 합의를 이뤄 오프라벨로 치료하는 것이 적어도 불법이 아니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결과가 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OSMOS1의 확장판인 KOSMOS2 연구는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1000명의 환자를 모집해 300명에게 약제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앞선 연구처럼 500~600명 선에서 연구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KOSMOS1에 등록했던 일부 환자들도 KOSMOS2 임상에 재등록했다. 기대 여명이 6개월 이하였던 이 환자들은 1년 넘게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이사장은 "KOSMOS1 연구에서는 유전체 데이터를 모아 다기관 MTB를 실험적으로 실시해 기본 플랫폼을 만들었다. KOSMOS2는 그 규모를 키워 참여 기관을 확대하고, 참여 제약사도 늘렸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공공 임상 유전체 데이터베이스(Clinico-Genomic Database, CGDB)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KOSMOS2 플랫폼이 다양한 약제와 진단법,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더 발전시키고, 정밀의료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또 연구가 2에서 끝나지 않고 3, 4, 5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2023-01-18 06:20:18정새임 -
치료제 없어도 완치 도전...한국형 정밀의료 드림팀 뜬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60대 남성 A씨는 몇 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다. 수 년 간 투병 생활을 했지만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6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마음으로 KOSMOS 연구에 등록한 A씨는 유전자 검사에서 발견된 변이에 쓸 수 있는 유방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방암 치료제를 투여하니 치료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됐다. 암의 크기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A씨는 병상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A씨처럼 더 이상 치료제가 없는 국내 말기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서막이 올랐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암센터, 한국로슈, 루닛 등 학회와 병원, 연구기관,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허가 안 되고 적응증 없어도 OK…말기암 환자 새 희망 KOSMOS2(KOrean precision medicine networking group Study of MOlecular profiling guided therapy based genomic alterations in advance Solid tumors II)라 불리는 임상 프로젝트는 3년 간 총 1000명의 환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 환자, 그 중에서도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어 기대 여명이 6개월 미만에 불과한 말기 환자들이 대상이다. 보통 이 환자들은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약이 없어 퇴원을 권유 받는다. 보호자들은 가족의 병을 조금이라도 더 봐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끝까지 치료를 맡을 병원을 찾지 못하면 대부분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는 수순을 맞는다. 이들이 KOSMOS2 연구에 등록을 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우선 KOSMOS2에 등록한 환자들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법으로 환자에게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한국로슈가 NGS 기반의 종합 유전체 검사(CGP) FMI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분석 결과는 한국로슈진단이 개발한 암 치료에 특화된 분자종양보드(MTB) '네비파이 튜머보드'에 저장된다. 이는 연계된 병원들이 함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다기관 MTB로 KOSMOS 프로젝트에서 처음 시도됐다. 병리과·종양내과·바이오인포메틱스 등 학계 전문의들이 6개 팀을 짜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환자의 변이 상태를 분석하고 사용 가능한 약제, 치료 전략 등을 논의한다.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가 설령 국내 허가가 나지 않거나 적응증이 없는 경우여도 KOSMOS2에서는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환자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쓸 수 없는 신약을 투약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약제비는 제약사가 부담한다. 물론 KOSMOS2에 등록한 모든 환자들이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온 변이를 타깃하는 약제가 존재해야만 한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비율을 약 30% 정도로 본다. 그런데 KOSMOS2 연구의 토대가 된 KOSMOS1 연구에선 예상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었다. 전문의들도 놀랐던 정밀의료의 성과다. ◆한국형 정밀의료에 유기적 협력…선순환 체계 구축 KOSMOS2 연구는 학계, 연구기관, 병원, 제약사가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연구 세부 디자인을 개발하고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생성하며 연구를 주도한다. 구체적으로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실제 임상에 참여할 환자를 모으고 연구를 시행하는 주축이 되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임상시험 시행 전문기관으로서 임상 세부 진행을 돕는다.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정 국가암데이터센터로서 정밀의료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제공한다. 또 수집된 데이터를 선별·분류해 고품질 DB로 만들어 제공한다. 한국로슈는 의약품과 최적의 정밀의료 플랫폼을 지원한다. 루닛은 환자들의 유전형질을 분석하고 항암제를 썼을 때 치료 효과를 예측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관련 기관 간 협업, 국내·외 제약기업과 유전체 및 소프트웨어 기업 등과의 협력을 연계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환자 모집에 나선 KOSMOS2 연구에 최근 첫 환자가 등록됐다. KOSMOS1에 참여했던 일부 환자들도 KOSMOS2에서 치료를 이어간다. 2년 간 환자를 등록하고 1년 추적관찰을 통해 3년 뒤 연구를 종료할 계획이다. KOSMOS2 연구 프로젝트는 환자에겐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학계는 소속과 지역을 떠나 진정한 의미의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기관과 산업계는 고품질의 암 환자 유전자 DB를 활용해 신약 개발 등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정밀의료와 혁신신약 개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국내외 우수한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EMR 시스템, NGS 검사로부터 수집된 방대한 양의 임상 및 유전체 정보가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KOSMOS2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정밀의료 신약개발의 기초가 되는 임상유전체 데이터의 통합 구축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학계·병원·기업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정밀의료 분야의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한국 정밀의료 치료 활성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2023-01-17 06:20:42정새임 -
항암제·치매치료제 약가인하 70%는 어떻게 가능했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작년 자진 인하 약제 중 최대 인하율은 77%다. 3월 한국엠에스디의 테모달캡슐(테모졸로미드) 3개 품목이 종전보다 상한금액을 77%까지 낮춘 것이다. 이어 아리제약 아도페정5mg(도네페질염산염수화물)이 73.8%까지 약가를 내렸다. 항암제인 테모달캡슐은 오리지널 품목이다. 당시 자진 인하로 급여 등재돼 있는 국내 제약사 제네릭 2품목과 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테모졸로미드 20mg을 기준으로 테모달캡슐20mg은 2418원, 제네릭인 일동제약 테모람캡슐20mg은 9588원, 신풍제약 테몰드캡슐20mg은 1만49원으로 제네릭이 오리지널보다 오히려 3~4배 가량 비싸졌다. 항암제 시장에서는 보통 후발 경쟁자이면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제약사 제품들이 오리지널보다 가격을 내려 어필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테모졸로미드 시장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오리지널의 자진인하, 시장 가격경쟁 파급력 대변 이는 정상적인 자진 인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한국엠에스디는 당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폐암 1차 치료 급여 확대를 위해 테모달캡슐, 에멘드캡슐 등 자사 제품의 상한금액을 내렸다. 일명 '트레이드 오프'다. 키트루다 폐암 1차 치료 급여 확대로 인한 소요 재정액 추산액만 1762억원이다. 2021년 아이큐비아 기준 65억원 판매액에 불과한 테모달캡슐 가격을 77% 내릴 만한 금액이다. 오리지널 자진 인하로 일동·신풍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진 상황이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엔 산정 금액보다 낮춰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는데, 이제는 역전된 환경에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역설적으로 이 사례야 말로 자진 인하의 파급력을 설명해 주고 있다. 테모달캡슐이 특수한 자진 인하 사례라면, 73.8%까지 내린 아도페정5mg은 기존에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제네릭 약제의 자진 인하다. 하지만 인하율만 보면 결코 평범하진 않다. 특히 세 번째로 인하율이 컸던 제품도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염산염에서 나왔다. 아이월드제약 도넬정10mg이 71.1%까지 가격을 내린 것이다. 도네페질 제품은 작년 이 같은 자진 인하로 최고가와 최저가의 격차가 4~5배까지 벌어졌다. 도네페질염산염수화물 정제 5mg의 경우 최저가는 425원, 최고가는 2060원이다. 다만 동일성분 123개 가운데 3분의 1인 40개가 최고가 품목이다. 최저가 속출이 일부 업체에 한정됐다는 의미다. 최저가 도네페질의 등장은 2019년 개편된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치매약제를 요양병원 입원비 정액수가에 포함시켜 상한선을 뒀다. 이에 따라 정해진 금액 내에서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는 저가 약제 수요가 높아졌다. 이것이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이 도네페질 제제의 상한금액을 낮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약가 한 담당자는 "일반 병·의원에서는 저렴한 가격이 처방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제약회사들은 가격을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다만 정액수가가 책정되는 요양병원 입성을 노린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이 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NS 약제 저가 수요 있는 만큼 관련 제약사들끼리 가격 경쟁 심해 치매치료제를 포함해 신경계(CNS) 약물들은 다른 약제들에 비해 가격차가 심한 편이다. 요양병원 정액수가 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는 약사법에 의해 의사가 직접 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신경과에서는 의약품 구매력도 상당하다. 따라서 낮은 약값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는 저가 구매를 통해 장려금을 지급 받는 신경과가 포함된 병원 및 의원이 가장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신경과 약물은 장기 처방도 많아 환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것도 제약사들이 자진해 약값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S약물을 공급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경과 의원들은 지방으로 갈수록 가격에 더 민감한 편이다"며 "환자들도 저가를 선호하기 때문에 CNS에 강점을 둔 제약사들끼리 저가 경쟁도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CNS약물 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된 테모달 같은 항암제도 가격에 민감한 제품군 중 하나다. 항암제는 대체로 비싸 환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고, 처방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 경쟁 입찰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광동제약은 다발골수종치료제 '레날도캡슐'을 최고 11% 자진 인하하기도 했다. 보령제약은 동일성분 약제인 '레블리킨캡슐'을 급여 등재하면서 산정 금액보다 훨씬 낮춘 동일성분 내 최저가로 책정했다. 이처럼 가격에 민감한 치료제 내에서는 많지 않지만 자율적인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를 유도할 환경과 제도를 마련한다면 제약사들의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약품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준가격 정해 본인부담금 차등해 약가경쟁 도모…차라리 최저가 약물만 조제토록 박실비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지난 2020년 펴낸 '수요 기전을 이용한 약품비 지출의 효율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는 "의약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약에 동일한 비율로 약제비 본인부담금을 산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개편해 동일 성분 동일 제제 의약품 가격을 건강보험에서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수준(기준 가격)으로 정하고, 그보다 높은 가격의 동일 성분 의약품을 선택할 경우 환자가 약가 차액을 전액 부담하도록 한다"면서 "환자가 대체 가능한 의약품 중 낮은 가격 이하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대폭 감면해 수요를 촉진시키고 약가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참조가격제다. 참조가격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다수의 학계 전문가들이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제도다. 다만 처방권 침해를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고, 소비자단체도 본인부담금 증가 때문에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도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최저가 의약품 대체조제를 대안으로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대 교수는 "국가 또는 지역이 선정한 동일성분 내 최저가 의약품으로 대체를 강제화 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저가 의약품이 시장을 넓히는 기전이 있다면 제약사들도 약가를 낮출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약사들은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춰 상대적 저가약에 대해서는 사용량-약가연동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약제 상황에 맞춘 제도화를 주문했다. 한 대형 제약사 약가 담당자는 "산정 가능한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등재하는 판매예정가 제품들은 사용량-약가연동제 모니터링 시에는 절감액을 반영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인하율을 낮춰야 한다"며 "약제 특성을 반영해 사후 관리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인센티브 제도인 저가약 대체조제, 처방·조제 장려금제 등이 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어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저가약 구매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현 제도는 저가약을 대체조제한 약사에게, 사용량을 감소한 병원에게 인센티브가 부여되고, 상한 금액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병원에게 그 차액을 장려금으로 주고 있다. 제약사들이 자진 인하할 수 있는 가장 큰 동기인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동일성분 중 저가약을 선택해 얻는 인센티브는 없다.2023-01-12 16:29:47이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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