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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날고 중소사 기고...제약산업 구조조정 가속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양극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간 전반적으로 외형은 비슷하게 확대됐지만, 수익성의 경우 기업 규모별로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매출 5000억원 이상 대형제약사들은 5년 간 영업이익이 186% 증가한 반면, 나머지 중소형제약사들은 9%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지난해엔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이 기간 실적 변동폭이 매우 큰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 경향이다. 대형제약사들은 5년 간 매출이 98% 증가한 반면, 중소형제약사들은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외형 동반 확대…영업이익은 대형-중소제약 편차 뚜렷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75곳이 지난해 거둔 합산 매출은 32조735억원이다. 2019년 21조5274억원 대비 4년 새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7078억원에서 3조3864억원으로 98% 늘었다. 업체 규모별로 차이가 뚜렷하다. 2019년 기준 매출 5000억원 이상 14개 대형제약사의 매출은 12조5889억원에서 19조8349억원으로 58% 늘었고, 영업이익은 9404억원에서 2조6888억원으로 186% 증가했다. 반면 2019년 기준 매출 5000억원 미만 61개 중소제약사의 매출은 8조9386억원에서 12조2386억원으로 37% 늘었고, 영업이익은 7674억원에서 6977억원으로 오히려 9% 감소했다. 이 기간 실적 변동폭이 매우 큰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해도 마찬가지 경향이다. 해당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의 수혜를 크게 받아 펜데믹 기간 동안 매출·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변화한 바 있다. 2019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외 대형제약사 12곳의 합산 매출은 10조7588억원·영업이익은 4671억원이었다. 2023년엔 이들의 매출이 13조9639억원으로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9236억원으로 98% 증가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중소형제약사 60곳의 경우 매출은 8조7546억원에서 11조8691억원으로 36% 늘었고, 영업이익은 7446억원에서 7097억원으로 5% 감소했다. 5년 간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 모두 매출이 30%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수익성에 있어선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대형제약사들의 경우 수익성이 2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중소형제약사들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전반적으로 차별화된 장점을 갖춘 기업이 고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제약사들의 경우 CDMO 사업이나 바이오시밀러, 신약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영업이익의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간 매출이 5배 이상, 영업이익이 12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모더나 백신의 생산을 맡았고, 동시에 주력사업인 CDMO의 수주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매출이 약 2배 늘고 영업이익이 71% 증가했다. 이 회사는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다. 한미약품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는데, 복합신약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5년간 영업이익이 2.7배 늘어난 대웅제약과 매출이 54% 늘어난 HK이노엔의 경우 각각 보유한 신약이 외형과 수익성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제약 10곳 중 7곳 영업익↑…중소형제약 과반은 수익성 악화 대형제약사 14곳 가운데 10곳(71%)의 영업이익이 증가 혹은 흑자 전환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제일약품 등의 영업이익이 5년 간 2배 이상 늘었다. JW중외제약은 흑자 전환했다. 반면 중소형제약사 61곳 중 영업이익이 증가 혹은 흑자전환한 기업은 28곳(46%)에 그쳤다. 중소형제약사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 전환 혹은 적자 상태를 유지한 셈이다. 동국제약·한독·일양약품·대원제약·삼진제약·영진약품·메디톡스·경보제약·삼천당제약·하나제약·코오롱생명과학·대한뉴팜·이연제약·바이넥스·알리코제약·대화제약·한올바이오파마·유유제약·옵투스제약·서울제약·위더스제약 등 21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신풍제약·SK바이오사이언스·경동제약·부광약품·종근당바이오·국제약품·한국유니온제약 등 7곳은 적자 전환했다. 씨티씨바이오·조아제약·에이프로젠제약·일성신약·삼성제약 등 5곳은 2019년의 영업적자 상태가 2023년에도 이어졌다. 엔데믹 이후 양극화 더욱 심화…대형제약 vs 중소제약 희비 교차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 간 수익성 양극화 경향은 엔데믹 이후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는 수익성에서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그려왔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얼마나 늘었는지 살피면, 코로나 1년차(2020년) 땐 대형제약사들이 호조를 보였고 중소형제약사들은 부진했다. 대형제약사들의 2020년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66%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을 제외하더라도 증가율이 18%에 달한다. 반면 중소형제약사들은 11% 감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면 1년 새 14%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 초기 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2·3년차 때는 중소형제약사가 선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외 대형제약사 12곳의 경우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0.3% 감소했고 2021년엔 13% 증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 중소형제약사 60곳은 2021년·2022년 영업이익이 각각 5%·38%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으로 완전히 전환한 지난해의 경우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 간 수익성이 크게 양극화했다. 대형제약사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9% 늘었다. 반면 중소형제약사는 24%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72개 기업이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이 1년 새 5%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제약사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실제 대형제약사 12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한 9곳(75%)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 혹은 흑자 전환했다. 반면, 중소형제약사 60곳 중 영업이익이 증가 혹은 흑자전환한 곳은 25곳(42%)에 그쳤다. 22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6개 기업은 적자 전환했다. 나머지 7개 기업은 적자 상태가 유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팬데믹과 엔데믹으로 시장 환경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됐다”라면서 “의약품 허가와 약가 규제도 큰 변화를 겪으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제약사들의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라고 진단했다.2024-06-03 06:20:51김진구 -
전공의발 의료대란...새국면 맞은 대형병원 환자쏠림[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정부가 대대적으로 카드를 꺼내 든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돼 온 해묵은 이슈로, 의료 자원 편중을 막기 위한 고민은 계속돼 왔던 난제 중 하나다. 최근 의료전달체계 이슈가 다시 화두가 된 배경에는 의대증원 발 의료대란이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곧 국가 의료체계 마비, 대란 사태를 불러오는 현 상황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재확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정부. 현 진료 체계에 대대적 수술을 예고하고 나선 정부의 강경한 의지가 추후 보건의약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집중도는 얼마나=일명 ‘원정진료’로 불리는 서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정부는 물론 국회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 필요성을 언급해 온 부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에서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진료를 보러 가는 원정 진료 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조 의원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방환자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도 기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지방 환자는 총 93만55명이었으며, 이는 전년도인 2021년보다 11% 이상 상승한 수치라고 밝혔다. 조 의원 측은 또 이 기간 지방 환자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도 전년 2조4203억원에서 3천여억원 증가해 2조7060억원(11.8%)이 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지역의 수도권 원정진료 환자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총 46만9913명이 수도권의 의료기관을 찾았고, 이들을 위해 건강보험에서 지불한 진료비는 총 8억6413만6380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강원 지역에서는 34만3477명(진료비 6억3232만8971원), 충북 26만9253명(5억2852만4234원)이 2023년 한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 의원은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은 국가의료 균형 발전 붕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하며 “지역 간 의료 환경 격차가 더 이상 심해지지 않도록 정부의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쏠림 현상은 심평원이 발표하는 진료비 통계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초 심평원이 공개한 2023년도 진료비 통계지표를 보면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의 요양급여비가 전년도인 2022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 요양병원은, 의원은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환자 내원 일수는 6695만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고, 요양급여비는 21조 6679억원으로 25.2% 급증했다. 반면 의원급은 내원일수가 5억 9339만일로 전년 대비 6.4% 증가, 요양급여비는 24조 6496억원으로 6.6% 증가하는데 그쳤다. ◆‘원정 진료’ 왜 줄지 않나=정부도 상급종병 진료 쏠림 현상, 지방 환자의 서울, 수도권 원정 진료 현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 같은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년간에 걸쳐 여러 정책 추진으로 진료 분산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런 정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꿔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지방 환자가 서울,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지방의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급병원이 서울, 수도권에 대부분이 몰려있는데다 의사 수도 서울,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확연하다. 수도권에만 전문의가 5만여명 몰려있는 점만 봐도 지방 환자가 서울,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올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희귀 질환, 암 치료와 같은 중증 질환의 의료 인프라는 서울, 지방 격차가 특히 더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은 국민 정서와 더불어 사회적 변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KTX, SRT 등 고속전철의 등장은 서울,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의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 서울 수서역으로 통하는 SRT가 환자 수송열차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수서역은 빅5 병원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어 사실상 암 환자 등 중증질환 환자의 거점역이 되고 있다. ‘빅5’ 병원 중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약 2㎞), 서울아산병원(서울 송파구, 8㎞), 서울성모병원(서울 서초구, 14㎞)과 거리가 가까워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서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되기도 한다. 여기에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던 대형 병원들의 경영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 중증질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외래 진료 수익을 위해 고혈압·당뇨 등 경증 만성 외래 환자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가벼운 질환조차 큰 병원으로, 서울,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정작 중환자가 제때 상급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곧 전체적인 의료비 상승과 지역 격차 확대를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의대증원 이슈로 단지 수련 받는 전공의들이 떠났을 뿐인데 대형 병원들의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두고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둘 수 만은 없다”…속도 내는 정부=현재의 의대증원 발 의료 대란을 기회로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포함한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수 의료를 담당해야 할 전국의 대형 병원이 1만 여명 전공의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 상황은 분명 정상적인 진료 체계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 의료대란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변화도 감지되는 모습이다. 대형 병원들이 전공의 공백에 의해 진료를 줄이면서 응급실, 진료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 신규 환자 입원과 수술은 감소했지만,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삼성 서울병원·인하대병원·울산대병원을 대상으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기대와 공존이 우려한다. 이번 의대증원 발 의료대란을 계기로 각성한 정부가 이번만큼은 경증 환자는 지역에서, 증중, 응급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가 자리 잡을 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그간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막아내지 못했던 상급종병 쏠림 현상을 제대로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도 나온다. 또 다른 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상급종병에서 경증 환자를 동네 병원으로 돌려보내면 수가를 주는 일명 회송 수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이런 당근책이 상급종병원의 환자 쏠림을 막지는 못했다”며 “정부의 의료개혁은 당근책과 더불어 패널티도 함께 가는 쪽으로 가야 일정 부분 여파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정부가 기존과는 다른 강력한 정책을 도입한다면 전반적인 의료체계, 약국가에도 일정 부분 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4-06-03 05:10:19김지은 -
대형병원 경증환자 분산 가속화...흔들리는 '문전불패'[데일리팜=강혜경·정흥준 기자] 디카맥스디정250mg 365T, 씬지로이드정0.1mg 365T, 씬지로이드정0.0375mg 365T 2월 20일 전공의 사직 사태로 시작된 1년짜리 처방은 이제 으레 당연해지고 있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3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전담의를 만나 처방을 받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의정갈등이 시작되던 1, 2월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되고 심각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기존에 병원을 다니던 환자가 아닌 이상 진료 예약이 쉽지 않다 보니 신규환자는 대폭 줄었고, 예약이 미뤄지거나 취소가 되면서 처방 역시 20% 가량 줄어들었다. 완연히 준 처방에 걱정이 된다 싶으면 다음 주는 조금 나아졌고, 이렇게 14주를 보냈다. ◆한 처방에 2590T…늘어난 장기처방에 '진땀'= 빅5 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가에 따르면 의정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장기처방' 증가다.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평균처방일수는 2023년 70.0일에서 2024년 77.3일로 10.6%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제건수는 1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약사는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 20일부터 장기처방이 늘어났다. 특히 주기적으로 반드시 내원을 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6개월, 1년치 장기처방은 당연해진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6개월, 1년치 장기처방의 경우 평상시 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통약이 아닌 ATC조제를 통해 포로 나가는 약의 경우 압박은 심할 수밖에 없다. 유한메트포르민서방정500mg과 리바로정2mg, 슈글렛정50mg, 액토스정30mg 370일분은 총 투약할 약만 2590T에 달한다. A약사는 "조제도 문제지만, 장기처방의 경우 카드수수료, 소모품, 인건비, 임차료, 관리비 등을 감안할 때 본전이면 감지덕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국 조제수가는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5가지 항목이지만, 투약일수가 91일을 넘길 경우 1만5670원으로 조제료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91일치 처방이나, 365일치 처방이나 동일한 조제료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A약사는 "반면에 약포지, 지퍼백, 투약봉투 등 약국이 소모하는 소모품과 카드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사실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장기처방이 계속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조제수가 개편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올해 수가협상에서 늘어나는 장기 처방에 따른 업무, 비용 증가 부분에 대해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약국 경영비용 조사 결과 올해 3월 기준 약국의 조제건수는 6.4% 감소한 반면 처방일수는 10.6%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91일치나 365일치나 조제일수로는 4배가 차이나지만 조제료는 동일한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카드 수수료 인상이 굉장히 컸다. 장기처방에 대한 수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B약사는 "장기처방의 경우 조제도 조제지만, 약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특히 최근 씬지로이드 품절이 겹치면서 약국에서 약을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부광약품은 품절 사태의 원인을 장기처방 증가로 보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생산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요가 더 많다 보니 품절이 발생했다"며 "6월부터 증량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생산은 종전대로 이뤄지고 있으나, 대학병원의 장기처방 등으로 인해 약국과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약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매달 수입이 감소한다는 부분이다. 나아가 의료체계 개편이 3차 문전약국 불패를 깨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데서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C약사는 "1년치씩 약을 타간 환자는 1년간은 약국을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자리를 신규환자나 기존환자들이 메워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능한 구조"라며 "2, 3월보다 4, 5월 타격이 심한 것을 미뤄볼 때 앞으로 하반기 타격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3차 경증외래 줄이려 수천억 투입...약국 미칠 영향은?=전공의 파업 후 환자는 줄고 장기처방은 늘어난 탓에 문전약국들의 경영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 파업 위기를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상급종병의 경증 환자 비율을 낮추는 데 더욱 집중하면서 약국들은 추가적인 외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3곳에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1년차 5%, 2년차 10%, 3년차 15%의 경증 외래를 줄이면 4년간 36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상급종병에서 1, 2차 병원으로 경증환자를 회송할 경우 회송료 수가를 30%에서 50%로 인상하기도 했다. 최근 의료개혁특위 회의에서는 경증환자와 2차병원 의뢰서가 없는 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결국 병원에는 보상금을, 환자는 부담을 높이면서 경증환자를 1, 2차로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약사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경증 외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남겼다. 삼성서울병원 인근 D약사는 “경증 비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그걸 기준으로 더 줄이겠다고 나선 게 아니겠냐”면서 “그동안 경증진료 부담을 높이는 건 환자 선택에 의해서였는데 지원금으로 병원 자체적으로 숫자를 줄이려고 나서면 경증환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파업과 맞물려있기 때문에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과 ‘회송료 수가 인상’ 등의 영향을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서울은 원내 회송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중인데 수가 인상으로 더욱 활성화될 여지는 분명하다. 또 다른 상급종병 인근 E약사는 “경증진료 부담을 높였을 때는 확 줄어드는 것 같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들은 경증 환자를 치료했을 때와 정책에 맞춰 변화했을 때 더 높은 이득이 있는 쪽을 택할 것”이라며 “하지만 매번 보상으로만 유도할 순 없고, 환자들의 저항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경증 외래 환자 숫자에만 집중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정부 보상책만으로 환자를 분산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산병원 인근 F약사는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와야 검사도 하고 입원이나 수술도 할 수 있다. 정부 보상으로는 역부족이다”라며 “근본적인 걸 해결해야 한다. 지방 환자들이 왜 지역 대형병원을 두고 서울로 올라오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방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과로 몰리는 의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총리는 복지부에 전문병원 수가를 상급종병 수준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상급종병으로 집중되는 환자를 분산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 역시도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고 봤다. F약사는 “전문병원은 이미 시도해 본 카드다. 하지만 키우는 게 쉽지 않고 또 늘어난다고 해도 환자들이 상급종병에서 원하는 의료 서비스 질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도 보장돼있지 않다”고 했다. ◆"의료체계 개편 논의에 약국 역할도 포함해야"=정부는 5월 28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전문의 중심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운영 혁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동네의원과 같은 일차의료기관 등 각각의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방안,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지원 사업 추진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전달체계 변화에 따라 약국은 희비가 엇갈린다. 상급종병 경증 환자들이 1, 2차로 분산되면 지역 약국들에겐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파업 이후 그 영향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방 2차 병원 인근 약사는 "체감할 만큼 처방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를 뽑아본 결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처방이 늘어나기는 했다"며 "의정갈등의 영향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3차 병원 대신 2차 병원을 찾는 만성질환자들이 어느 정도 전원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 논의에서 이처럼 약국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1차 의료기관의 강화와 함께 약국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국체인 관계자는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시스템을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양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증으로 가기 전 1차 의료기관들의 역할을 같이 봐야 한다. 그때 약국의 역할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의료체계 재정비를 할 때 늘 약국의 역할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2024-05-29 16:52:20강혜경·정흥준 -
"다른 약국보다 왜 비싸죠?"...이런 고객 만난다면[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시내 약국은 용각산이 6000원이라던데 왜 이 약국은 7000원이야?" 무심결에 훅 들어온 환자의 가격비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그럼 그 약국에서 사세요"라고 말하고 싶다는 욕구가 굴뚝같겠지만, "들어오는 가격이 다를 거예요. 저희는 그 가격을 맞춰드릴 수 없을 거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애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표현은 결국 우리 약국의 판매가가 비싸다는 걸 인정하는 표현이 되고 만다. 하지만 "와, 그렇게 싼 데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면 버스로 2~3정거장은 가야 할텐데, 급하신 거면 우선 저희 약국에서 구매하세요"라고 얘기한다면, 적어도 우리 약국이 비싼 게 아니라, 그 약국이 싸다는 걸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가격비교는 매우 흔하고, 단편적인 일례가 된다. 그렇다면 이미 화가 나 있는 환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화 난 환자를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는 없다"= 제주도에서 번영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오원식 약사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한 행복실천법 강사로 활동 중이다. 환자들의 심리가 알고 싶어 심리상담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는 오 약사는 "친절에도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의 친절이 상대방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며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많지만 기준 없는 친절은 나를 약하게 보이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화난 내담자 상담하기' 특강에 나선 오원식 약사는 "친절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찾아야 한다. 개인적인 정의는 '사람으로서 다정하고, 약사로서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그냥 물건이 필요한 사람인지, 약사의 도움이 필요한 내담자인지에 따라 친절과 응대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원식 약사는 약국에서의 컴플레인 대부분은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실제자기'와 자신이 이상적으로 되길 바라는 모습인 '이상자기', 자신이 의무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인 '의무자기'간 차이가 발생할 경우 우울이나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가 실제자기라면, 건강하고 똑똑하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은 이상자기, 정확하게 약 먹이기와 아이 건강을 챙겨야 하는 의무자기간 갭이 커질 경우 불안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처음 복용하게 된 환자 등도 우울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기 쉽다. 이때는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라는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이상자기, 의무자기와 현실자기간 갭을 줄일 수 있는 약사로서의 개입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오원식 약사는 "화난 내담자를 대할 때는 반응이 아닌 대응이 중요하다"며 "'저 사람 왜 저래? 이해가 안돼'가 반응이라면, '그럴 수 있어'라고 한 뒤, 내담자의 요구를 수용할지, 불수용할지 여부를 정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친절에도 단계가 있다. 덜친절한 것은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 보다 문제 해결이 용이할 수 있다"며 "감정을 어루만져주되, 내가 풀어야 할 문제인지, 혹은 들어주고 공감해 줌으로써 해소를 도와줄 수 있는 문제인지를 분명히 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내가 기분 좋은 상태라면, 환자의 무례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나 자신에게 먼저 친절하고,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가격시비 휘말리지 말고 흥정 피해야…복명복창 필수= 부산 오거리약국 황은경 약사는 자신의 저서 '나의 복약지도 노트'에서 각양각색 블랙컨슈머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황은경 약사는 "약국은 몸이 아파 오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다른 사람의 약을 대신 사거나 미리사는 고객, 약 이외의 것을 구입하는 고객 등 고객층이 이질적이다 보니 약국에서의 응대가 어렵고 매뉴얼화가 쉽지 않다"며 "약사 역시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지만 서비스 감정노동자로 상처를 입는 경우 또한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약사가 블랙컨슈머로 느끼는 유형으로 ▲판매 가격으로 시비를 거는 고객유형 ▲과음한 고객유형 ▲1년에 한 번도 잘 오지 않으면서 약국 생기기 전부터 단골이라고 우리는 고객유형 ▲다른약국에서 산 약을 우리 약국에서 샀다고 우기면서 꼭 같은 약을 달라고 하는 고객유형 ▲늦게 와 큰소리로 자기 약을 먼저 주지 않는다고 외치는 고객유형 ▲버스 환승을 해야 한다며 얼른 약을 달라고 하는 유형 ▲본인의 의사로 지명 구매한 다음날 겉포장을 훼손한 채 원한 약이 아니었다고 무조건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는 고객유형 등을 꼽았다. 황 약사는 "판매가격에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약국을 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만큼, 가격시비에 휘둘리지 말고 판매가격을 흥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술을 먹고 들어오는 사람이나, 단골이라며 무례한 요구를 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돈을 주고 받을 때는 복명복창을 하는 것이 좋다"며 "원칙과 배짱 역시 약국을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도 중요= 헬스커뮤니케이션 1호 박사를 취득한 모연화 약사는 "약사의 복약지도를 환자들이 흘려듣는 이유는, 관련한 정보를 건강 관련 종편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의원 등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누구든 아는 정보가 아닌 전문가로서 고객의 삶에 개입했을 때 AI를 능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처럼 답하지 않고, 관계 설정을 통한 heart to heart communication이야 말로 고객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모 약사는 "'질문하는 자가 상황을 지배한다'는 문장이 있을 정도로 질문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지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답의 질을 결정하고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며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 보다는 오픈 퀘스천 기법을 활용해 환자가 운을 떼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언어적 요인 이외에 눈빛, 미소, 어조, 서 있는 포즈, 손 모양, 가운 모습, 명찰 모양, 넓게는 약국의 청결 상태와 인테리어, 자격증의 디스플레이까지도 약사와 고객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조언했다.2024-04-25 12:11:57강혜경 -
폭행방지법도 시행됐지만...오늘도 불안한 약사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은 예상 외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여약사 비중이 높은 약국에서의 주취객 소동은 경우에 따라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단순 물리적 폭행 뿐만 아니라 스토킹 같은 심리적 폭행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본인이 경비원으로 일하던 중 같은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79일간 무려 44차례 약사를 찾아가 구애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교제한 적이 없었고, 명시적으로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요청했음에도 수십차례 찾아가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내렸다"고 판시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죄가 성립되기는 했지만 피해를 당한 약사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약사를 스토킹하던 남성이 약국에 찾아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해 보험처리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는 게 약화사고 보험 담당자의 얘기다. ◆"약사·한약사, 약국 이용자 폭행·협박 그만" 폭행방지법 시행=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2월부터 '폭행방지법'이 시행됐다는 것이다. 폭행방지법에 따라 약국 안 또는 약국 밖에서 조제업무나 복약지도를 수행하는 약사·한약사와 약국 이용자를 폭행·협박하면 약사법 제22조의2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대한약사회는 '지역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약국 내 상호 존중과 배려를 부탁드린다'는 약국내 폭행금지 포스터를 전국 약국에 배포했다. 최광훈 약사회장은 "약국 내에서 약사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언어 또는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을 언론보도로 심심치 않게 접할 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약사 업무와 약국 시설, 의약품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약사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됐고, 약사 업무 안전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약사로서 사명을 다하는 순간에도 부적절한 사건으로 고통받았던 동료 약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시사점을 밝혔다. ◆"CCTV 있어야 입증 가능" 설치 늘리는 약국= 과거 취사선택 대상이던 CCTV 역시 이제는 필수가 됐다. 일부 약국에서는 약국 전반이 녹화되는 CCTV는 물론, 투약대 부분을 타깃으로 한 CCTV를 추가 설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약을 적게 받았다거나, 잔돈을 덜 받았다는 식의 시비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투약대 전용 CCTV를 통해 투약 전과정을 촬영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약사는 "환자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CCTV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한다"며 "CCTV 녹화본을 돌려보고는 환자가 수긍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약국을 대상으로 한 악의적인 신고 사례가 늘면서 약국들 역시 CCTV 설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김인혜 서울 중구약사회장은 "번화가 약국을 위주로 무자격자 판매 행위 등을 촬영해 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촬영기기의 발달로 소리까지 녹음이 되고, 민원인 역시 동일한 약국을 수 회 방문해 촬영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촬영분을 약국 CCTV 녹화영상이 사라진 뒤, 예를 들어 6개월 후 보건소에 제시함으로써 억울함을 겪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CCTV 용량을 긴 걸로 교체하고, 필요시 백업을 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례' 따라 대응 방식 달라= 중구약사회는 약국을 대상으로 한 악성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약국관리를 주제로 연수교육을 진행했다. 김인혜 회장은 "흡입제 같이 유효기간이 짧은 의약품의 경우 반드시 날짜를 확인한 후 투약해야 하며, 유효기간 경과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1차 업무정지 3일, 2차 업무정지 7일, 3차 업무정지 30일의 처분이 내려진다. 1일에 52만원이 부과되다 보니 환자가 이같은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52만원*3일에 해당하는 금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며 "흡입제 뿐만 아니라 건강보조식품, 한방과립제, 한약 팩 등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약품 품절 문제로 인해 늘고 있는 대체조제와 관련해서도 "대체조제한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1차시 자격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의약품을 주문받고 택배로 배송하는 행위, 의약품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행위, 명찰을 패용하지 않은 행위 등도 모두 행정처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조제실수에 대해서는 "단순 조제실수의 경우 약국의 무고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약이 잘못 투약됐을 경우 오조제를 인정하고 환자상태를 확인,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환자와 쉽게 합의를 보거나, 보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문제가 더 커질 수있는 만큼 가급적 진행상황을 일자, 시간별로 정리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약국의 잘못이 있더라도 지나친 요구가 계속된다면 지역약사회나 지역보건소, 보험담당자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 약화사고 보험을 통해 약국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도 보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천구약사회에서 약화사고 관련 연수교육을 진행한 DB손해보험 조재영 팀장은 "피보험자인 약사가 의약품 등을 타인에게 조제, 판매 또는 공급한 후 그 의약품 등에 의해 생긴 우연한 사고나 실수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힌 결과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해 주는 것이 배상책임"이라며 "약화사고 발생시 단골환자가 소위 진상으로 바뀌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합의금을 요구하며 밤낮으로 시달리게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약화사고 발생시 약국은 전문가적 입장에서 환자를 대하기 보다, 역지사지로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가장 나쁜 화해도, 가장 좋은 판결보다 낫다는 말처럼 절대적으로 화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의 요구에 따라 모든 걸 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도한 서비스, 되레 화 부른다= 친절을 위한 약국의 서비스가 인근 약국은 물론, 약사사회 전반에까지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약국의 무상드링크 제공이나 차량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문전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는 "환자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점차 약국간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한 약국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되레 '당연한 권리'가 되는 경우"라며 "어느 약국의 친절에서 시작된 서비스이지만, 약국간 갈등은 물론 환자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지역 인근 문전약국가에서는 서비스 차원으로 시작된 커피 서비스가 점차 떡, 건빵, 만두, 과일, 찐고구마, 삶은 달걀 등으로 번져 도시락 형태로 진화했으며 약국마다 안마의자나 차량 서비스 등까지 요구받는 실정이라는 것. 동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환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라 진위를 확인해 보니 인근약국에서 야간·주말 할증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관련한 사항을 보건소에 신고한 바 있다"며 "개인의 이기 내지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환자들로부터 화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2024-04-23 17:00:59강혜경 -
30년차 베테랑 약사도 속수무책...내가 만난 진상고객1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 구성…원하는 니즈 달라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백화점은 시계와 창문을 두지 않는다'는 정설이 있다. 소비자가 시간과 외부 환경을 알지 못할 때 상점에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국 인테리어에 통하는 정설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거울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태여 아픈 환자들이 본인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게 함으로써 아픈 상태를 상기시키지 않게 한다는 의미에서다. 친절은 서비스업의 시작이자 기본이라지만 호의를 권리로 인식하거나, 본인이 무례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비단 약국과 소비자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약국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대상이 환자이고, 대상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특정되지 않는 대상을 기억하기 위해 약사들이 흔히 기록해 두는 표현이 있다. 'JS'. 진상 내지는 조심이라고 기록해 둠으로써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옷에 소변본 환자, 약국도 책임? "재간 없다"= 최근 한 지자체는 의약단체와 의료기관, 약국에 '화장실 관련 민원 사례'를 공유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지자체가 이 같은 사례 공유에 나선 것은, 실제 약국에서 화장실 관련 민원을 해소해 주지 못해 환자가 옷에 소변을 보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환자가 급히 화장실 이용을 요청했으나 약사는 조제실과 인접한 관계자용 화장실만 있어 이용이 불가하다고 응대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가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실제 건물에는 점포 내 화장실만 있어 방문객이나 환자가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부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는 이 같은 민원에 대해 "관내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는 유사한 사항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근처 이용 가능한 공중화장실 및 개방화장실을 내방객에게 안내해 환자·방문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관련 안내를 본 약사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환자의 고충을 처리해 주는 것 또한 약국의 역할이지만,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을 안내해 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제기됐다. 입지나 진료과목에 따라서도 컴플레인 정도는 차이가 있다. 메디컬센터 약국을 정리하고, 로컬에 약국을 개국한 A약사, 그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내 위치한 다른 약국과의 무한 경쟁을 피하고자 개국을 했지만 가격 시비와 무한 짐 맡아주기 서비스로 초창기 몸살을 앓기도 했다. 채소부터 생선까지 맡기는 품목도 다양하다. A약사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간혹 짐을 맡겨두신 걸 깜빡해 찾으러 오시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는 성함과 얼굴이 매치가 돼 전화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약사는 "시장 인근 약국이다 보니 가격시비가 잦다. ○○약국은 얼마라던데라며 약값을 깎는 분들이나 간혹 냉장고에서 드링크를 꺼내 '서비스'를 요구하는 분들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저가 판매 약국이 위치해 있다는 B약사는 "인근 약국과의 약값 비교가 가장 스트레스"라며 "주요소마다 가격이 다르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도 '처방전을 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는 복약지도를 해야 하는데 계속해 통화를 한다던가,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하세요'라고 복약설명을 했는데 '밥 먹고 먹어야 해요?'라고 되묻는 분들도 꽤나 많다. 건성으로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아과 약국에서는 로스율로 인한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C약사는 "아침, 저녁 복용하는 약을 하루 3번 투약하고 '약이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나, 로스율을 감안해 여유분의 시럽을 투약해도 '약이 부족하다'고 하는 민원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며 "소아 부모의 경우 투약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산제조제부터 시럽병 요구, 약을 섞어달라·빼달라 등 세부 요구가 많다 보니 소아과 문전약국은 근무약사들조차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과 약국의 경우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지역 맘카페 등을 통해 사건이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기 때문에 수시로 지역 맘카페 등을 살피는 약국도 있다. 경영 20년차 D약사는 "약국 정수기에서 물을 떠가는 분부터 팩스를 보내달라는 분, 처방전 없이 며칠 먹을 약을 요구하는 분, 상가 내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주고 나면 화장지를 달라고 다시 오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간혹 무례하게, 당연하다는 듯 하는 분들을 보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D약사는 "마약을 요구하는 주취환자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당시 혼자 있다 겪은 일이다 보니 아찔했고, 지금도 트라우마"라고 주장했다. 계좌이체나 휴대전화 어플 설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성북구의 한 약국은 30년 단골인 80대 할아버지가 평상시와 다른 상태인 것을 알아차리고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을 막은 긍정적인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블랙 컨슈머로 인해 본인의 밝은 에너지를 잃고 조제실 뒤로 숨다가, 끝내 약국을 폐업했다는 30대 젊은 약사의 글이 약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욕설은 기본, 무릎킥까지…고초당하는 약국= 갈등이 원만히 마무리되지 못해 법원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판례를 보면 울산 남구의 한 약국은 실손보험청구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환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가 욕설과 행패를 겪었다. 환자가 욕설을 하며 약국 데스크와 가림판을 손으로 수 회 치고 데스크 안에 서 있는 약사의 팔을 잡으려고 하는 등 5분간 위력으로 약국 영업을 방해했다. 이에 울산지방법원은 "업무방해 범위는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것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라며 "벌금 30만원에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간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울산 중구의 약국은 '처방전을 가져왔는데 약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가 약국 직원을 폭행하는 일을 경험했다. 당시 환자는 약국 직원을 때릴 듯 왼손을 들어 올리고 왼쪽 무릎으로 피해자의 사타구니 부분은 1회 걷어찼다. 이 사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지만 현장 CCTV 영상에 나타난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와 당시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 50만원, 1년 간 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고 판단했다. ◆"약국이 만만한가?" 그 이유는= 뿐만 아니라 화장지나 군밤, 수세미, 인형을 팔러 오는 상인들의 방문도 잦다. E약사는 "상인들부터 시주를 하라고 오는 분들까지 다양한 층이 방문한다"며 "다른 상가에도 방문하겠지만, 아무래도 약국은 심리적으로 공공성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약국이 가진 사랑방 개념의 공간적 정의와 약사라는 직업적 특징이 일반 유통점이나 식음료점 등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약국체인 차원의 CS(Customer Service)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체인 관계자는 "약국과 약사의 공공적 기능이 인정받는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접근성이 용이하다 보니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약국의 경우 타 업종과 달리 소비자의 연령대가 1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하다 보니 관련한 니즈와 니즈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 운영의 묘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성별이나 연령대 등에 따라 약국을 방문하는 이유와 소거하고자 하는 부분이 다른 만큼, 각각의 소거 포인트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모든 고객이 왕이 될 수는 없다. 약사로서 응당 응대할 부분에 대해서는 친절한 응대가 필요하겠지만, 나름대로의 원칙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신적 피해는 물론 물질적 피해가 심각할 경우 명예훼손죄, 모욕죄, 업무방해죄, 협박죄, 건조물침입 및 퇴거불응 등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원칙'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2024-04-22 18:44:03강혜경 -
젊은약사, 소분 건기식 관심...매출 다각화 기회될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진행한 건강기능식품 전문가 과정에는 20~40대 젊은 약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약사사회에서는 젊은 약사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약국 경영이 녹록하지 않다 보니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국 시장에 막 진출한 젊은 약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 처방 조제 수익의 한계에서 벗어날 그 무언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 점에서 약사회가 내세운 약국 맞춤형 소분 건기식, 약국 전용 건기식은 약사들에게 당장의 기회이자 희망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약사회 건기식 전문가 과정, 학술제에 젊은 약사가 대거 몰리고, 약국 전용 건기식 학회, 제품 등에 대한 젊은 약사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신생 약국들의 경영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며 “약국 권리금,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가 있는 데다, 약국 간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신생 약국들의 경우 조제료 만으로는 버티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진입한 사회 초년생 약사들의 경우 그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젊은 약사들로서는 건기식 소분사업이나 약국 전용 건기식 제품들의 활황이 하나의 경영 활성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건기식 전문가 과정 이수가 '소분 건기식' 자격증?"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약사회가 진행하는 약국 맞춤형 소분 건기식 사업의 경우 일선 동네 약국이 참여하기에는 넘어야 할 허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기식 소분 전용 ATC를 구비하거나, 기존 약 조제용 기계를 일일이 청소하고 소분을 해야 한다는 시설 측면을 넘어 소비자를 약국으로 유입하기 위한 홍보도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약사회가 진행하는 전문가 과정 이수가 소분 건기식을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자격증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약사는 “젊은 약사들 사이에서 건기식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면 약국에서 건기식 소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 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약국의 경우 실증특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소수 약국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약국마저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약사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현재 약사회 주도로 진행되는 실증사업 규정상 건기식 소분 전용 ATC가 있거나, 기존 의약품 ATC가 있다 해도 소분 때마다 청소를 해야만 가능한 구조”라며 “관련 법이 개정돼 약국의 경우 맞춤 건기식 판매업소로 포함되도록 하고 지자체 신고 없이 소분 맞춤 건기식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지만, 소분 시설에 대한 허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도 저기도 약국 전용 건기식, 강의 질 담보 필요” 약사회 연수교육, 학술대회 등에서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 제품 강좌가 비율을 늘려가면서 일각에서는 임상 중심 학술 강좌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품, 업체 위주 강좌 기획이 자칫 강좌를 기획한 지역 약사회에 수익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고, 유료로 진행한 강좌에 신청이 대거 몰리면서 뜻하지 않은 수익 발생으로 인한 문제 소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약사회 연수교육이나 강좌는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수익을 내기보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을 위한 투자로 충당되는 것이 맞지만, 최근 업체나 특정 제품 위주 강좌가 주를 이루고 일부 강좌는 유료로 진행되면서 약사회가 잉여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최근 약사회 학술대회나 학술강좌, 연수교육 등에서 특정 건기식 업체나 학회의 제품 중심 강의가 주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경향이 자칫 전반적인 약사 대상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약사들의 니즈를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강좌와 행사를 주관하는 약사회 입장에서는 스폰이나 수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발생한 잉여 수익이 자칫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2024-04-08 17:35:43김지은 -
전용 건기식 열풍…약국 건기식 업체들 때아닌 활황[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여기도 저기도 건기식 강좌를 하잖아요. 그간 약사 교육을 지속해 왔던 지부나 분회에서도 누가 먼저 교육을 시작하냐를 두고 눈치싸움을 하는 상황이 됐다니까요.” 바야흐로 약국 전용 건기식 시대다. 약사회가 주도하는 맞춤형 소분 건기식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과정에는 4000~5000여명 약사가 몰리고,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의 제품 강좌가 줄을 잇는 시대가 됐다. 대한약사회, 지역 약사회가 진행하는 행사, 학술제에는 최근 들어 제약사보다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들의 스폰과 제품 강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로지 ‘약국’의, ‘약국’에 의한, ‘약국’을 위한 전용 건기식 활성화가 약사들에게 반가울 수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박 난 건기식 전문가 과정…약국 전용 건기식 박람회도 지난해 말 대한약사회가 진행한 건기식 소분 전문가 과정에는 4700여명 약사가 신청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약사회로서도 기대 이상의 신청 인원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유료 강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청 약사가 대거 몰리면서 약사회는 해당 교육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금을 특별회계로 편성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지난해 말 열린 이사회에서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전문가과정 전기 과정에 4700여명 약사가 각각 10만원 교육비를 내 참여했으며, 성금이 원칙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특별회계 개정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추가로 신청을 받은 후기 건기식 전문가 과정도 지난달부터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500명을 목표로 신청을 진행한 전기에 이어 후기 강좌 역시 약사 한명당 교육비 11만원이 책정된 유료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약사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건강기능식품 학술제에는 약사 1500여명이 몰려 건기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시키기도 했다. 서울시약사회도 최근 약국 전용 건강기능식품 박람회 및 온라인 건기식 목요강좌를 열었다. 해당 박람회, 강좌에는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 학회 등이 참여한다. 시약사회는 12주 과정의 이번 약국 전용 건기식 강좌 취지에 대해 ‘약국 전용 건기식 학회 소개와 실제 유통 제품에 맞춘 학술강의로 구성해 관심 있는 회원들이 바로 응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특정 제품 위주 강의를 배제해 왔던 서울시약사회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시약사회는 이번 강좌를 지난 2022년부터 기획해 왔다고 밝혔다. 약국 전용 건기식에 대한 회원 약사들의 관심이 높고, 약국 경영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시약사회의 이번 강좌에는 당초 목표를 넘어선 300여명의 약사가 신청했다. 분회 단위로 특정 약국 전문 업체와 연계해 강의를 진행하거나,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가 약사 대상 질환, 제품 중심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이전보다 늘고 있다. “약국 전용 제품 강좌 수요 높아“…약사회-업체 니즈도 맞아 약사회들에서는 약국 전용 제품 강좌에 대한 일선 약국 약사들의 수요를 반영한 강좌 기획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국은 제약사 건기식의 유통 채널 다변화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약국 전용 제품에 대한 니즈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약사들의 이런 심리와 더불어 약국 전용 건기식 업체나 약사 중심 학회 등이 활성화 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면에는 지역 약사회 수익사업 목적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제약사 스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약국 전용 업체나 학회들의 후원, 제품 강의를 통한 찬조가 지역 약사회로서는 회원 약사들에게 교육도 제공하고, 일정 부분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기존 제약사 건기식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약사들 사이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할 제품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며 “자연스럽게 약국에서는 제품력도, 마진도 좋은 약국 전용 제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약국 전용 건기식의 경우 약사들이 제품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회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는데, 학회 소속 약사가 아닌 일반 약사들은 제품 정보 등에서 제한을 받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관련 강의에 대한 니즈가 높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2024-04-05 16:39:23김지은 -
전문약사·로봇 협업시대 온다...약무 고도화 분기점[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전문약사 시대의 막이 오른 만큼 조제 로봇, 자동화기기와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순 반복 조제 업무를 줄이고, 환자 상담 관리와 처방 중재를 고도화하는 분기점에 와있는 것이다. 물론 병원과 약국 약사들이 체감하는 약무 자동화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 그럼에도 다가올 미래에 자동화된 시스템과 약사의 협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삼성서울병원에 ATC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지역 약국가에 ATC가 보편화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약국가에는 AI알고리즘을 기반한 맞춤 영양 상담도 주목을 받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국가 전문약사의 탄생, 약대 통6년제 전환, 스마트병원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 의료시장에서의 AI서비스 도입하는 업체들의 등장들도 의·약무 고도화의 시대를 가리키고 있다. 나양숙 병원약사회 표준화이사는 “6년제 약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만 매몰되면 직무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임상이나 다학제 협력 업무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자동화가 그 대책이 될 수 있다. 최근 새롭게 자리 잡는 병원들은 조제 자동화를 염두에 두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이사는 “아산병원도 약무를 포함한 자동화 시스템을 확대하기 위해 약 250억원의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제 자동화가 되면 약사들은 다제약물 관리사업, 퇴원약 복약지도, 약물 조화 등 다양한 업무를 키울 수 있다. 약사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의료비 감소와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약사 역할을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약무 자동화는 국내 약사들의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황은정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장은 “장비를 보러 일본 약제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장비가 고도화되지는 않았고, 남달랐던 건 약사의 역할이었다. 환자안전팀, 항생제 스튜어드십팀 등 다양한 팀별로 약사가 배치돼있었다”며 국내에서도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부장은 “우리 병원은 입원센터에서 약사가 환자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약을 복용했는지, 부작용이 있었는지 등 관리를 해주는 역할인데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도 입원약 관리를 약사가 해주길 원했다”면서 “나아가 완전히 없던 역할도 생겨난다. 항생제 스튜어드십도 없던 역할이고, 앞으로는 마약류 스튜어드십도 필요하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처럼 후향적 역할 말고 선향적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약사가 맡는 팀의료...수가 마련되면 자동화와 동반 성장 국가 인증 전문약사가 작년 처음으로 탄생한 가운데, 앞으로 매년 약국 병원으로는 수련교육과 시험을 거친 전문약사가 새롭게 배출될 예정이다. 병원약사는 ▲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정맥영양 ▲장기이식 ▲종양 ▲중환자 총 9개 과목이, 약국 약사는 통합약물관리 과목에 대한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병원 약제부는 팀 의료 활동을 활성화하고, 약국 약사들은 복약상담과 환자 관리를 고도화 하는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다학제 업무를 맡거나 기존 업무를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조제 테크니션을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는 자동화기기를 통해 업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명숙 전문약사운영단장(병원약사회 부회장)은 “우리는 해외와 달리 테크니션 관련 제도가 없다. 대신 자동화 장비들이 도입되면 약사들이 전문적인 역할을 확대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여력이 생기면 전문약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된다. 환자 안전 차원에서도 조제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화 기기가 확산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이는 정부의 지원 정책에 따라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전문약사 행위에 수가가 발생한다면 병원들은 자동화기기 도입도 적극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 당장은 “삼성서울병원이 ATC를 처음으로 수입해서 도입했다. 당시에는 국내 제품이 없을 때였는데, 지금은 동네 약국들도 다들 사용하고 있다”면서 “아직 자동화 장비가 고가이기 때문에 확산 도입되기 위해선 전문약사에 대한 수가가 확보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약사의 전문성 확대와 자동화 전환은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에 기여하면서, 치료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험재정에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민 단장은 “자동화와 전문성 강화가 가야 할 방향은 맞다. 조금씩 더디더라도 바뀌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NST 영양약료가 수가가 적용되는 좋은 예다. 다음으로는 항생제 내성관리 팀 활동도 수가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전문약사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하는 건 환자 치료에 기여하고 재입원도 줄여 경제성도 있다. 보험재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2024-03-28 17:58:13정흥준 -
약사업무 대체하는 로봇..."잘 쓰면 약, 아니면 독"[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사 업무 자동화에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약사 직능이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는 약사가 자동화기기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최근 수년 동안 전자동약품분배캐비닛인 ADC(Automated Dispensing Cabinet) 도입이 급증한 것도 인력난을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ADC는 응급실과 병동 등에 설치해 약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채우면 약이 필요할 때 간호사 등이 불출 가능하도록 자동화한 기기다. 항암조제로봇도 마찬가지다. 항암조제는 약사 조제 과정에서 주사에 찔리는 등 위험성이 높아 병원약사 이직의 이유로 꼽혀왔다. 항암조제로봇은 안전성 뿐만 아니라 조제 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도입 병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항암조제로봇과 ADC가 늘어나면 약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 이 자동화 기기들을 도입한 복수의 약제부들은 “약사들의 우려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암조제 37%를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항암조제로봇 2대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총 6대로 확대한 결과, 약사 항암조제를 63%까지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아산병원 약제부는 항암조제로봇의 확대 도입은 일정 수준의 조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항암조제 인력 감소로 업무 재배치가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나양숙 병원약사회 표준화이사(서울아산병원)는 “항암조제 100건을 약사가 해왔다면 이제 60건 가량만 하면 된다. 로봇 도입으로 조제 오류에 따른 고가항암제 폐기가 줄고, 약사들은 항암조제 교육과 위험성에 대한 부담이 줄어 다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 이사는 “항암제 조제 로봇은 인력 대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로봇 1대를 사람 1명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자동화 이후로 약사 처방감사는 더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처방을 확인하는 감사가 아닌, 다제약물에 대한 검토의 질이 분명히 올라갔다”고 했다. 오히려 자동화기기가 더 많이 도입돼 약사의 반복적 조제 업무가 대체돼야 한다는 데 상당수 약제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업무에 약사 부담 커져...자동화 없다면 과부하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비롯해 약사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업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약사 법정인력기준은 이에 맞춰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동일한 인력으로 다양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것. 약사들은 자동화를 통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자동화 기기를 도입해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보라매병원은 작년 3월 약제부 조제실에 ADC를 도입해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업무를 간소화했다. ADC를 조제실에 도입한다는 것은 병동과 응급실, 외래주사실에 들여놓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마약류의 안전한 보관과 정확한 입불출, 재고와 사용량 관리 등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민정 약제팀장은 “ADC는 환자 별로 약을 선택해 불출할 수 있도록 전산프로그램이 구성돼있다. 하지만 약제부 조제실에 도입하려면 시점별, 약품별로 마약류 배출이 가능해야 했다. 추가적인 전산개발이 이뤄져야 했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업체와 수차례 논의 끝에 약품별로 불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DC를 도입하자 이중잠금 등 보관 업무부터 재고 확인, 불출 시 데이터 누적 등으로 업무 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김 팀장은 “마약류 관리에 활용해보니 철제금고 2대가 1대로 대체되면서 공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또 철제금고는 이중잠금 관리에 번거로움이 있었다. ADC도 이중잠금이 돼있는데 지문인식과 아이디로 2번 인식해서 불출할 수 있어 간소화됐다. 또 누가 문을 열었는지 정보가 남아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또 김 팀장은 “과거에는 재고 확인을 위해 집계표를 출력해서 철제금고에서 하나씩 전부 확인해야 했다. 이제는 실재고량을 전산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약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단순 조제 업무만을 하고 있을 때이고, 오늘날처럼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동화는 효율을 높여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약사 인력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법정 인력 기준은 새로 늘어나는 업무량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인력은 유지하면서 자동화에 투자돼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처방 검토, 복약상담은 시간이 부족해 충분하지 못한 면도 있다. 자동화로 보완이 되면 이런 곳들에 약사가 더 투입돼야 한다. 질 좋은 환자 관리가 이뤄지려면 약사들에게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좋지만 올바른 사용해야...병원약사회 가이드라인 추진 약사 업무 자동화는 분기점에 있기 때문에 올바른 사용에 대한 지침도 필요해졌다. 현재는 병원 환경에 따라 사용 방법에 차이가 있어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인력 대체의 우려도 자동화의 남용에서 비롯될 수 있다. 병원약사회는 ADC를 시작으로 자동화 기기에 대한 지침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양숙 병약 표준화이사는 “2022년 조사에서는 ADC를 38개 병원에서 이용했는데, 작년 말에는 61개 병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또 항암조제 로봇도 9곳에서 14곳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자동화 장비는 점차 다양화되고 사용하는 의료기관도 늘어나고 있는데 사용방법은 원내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ATC와 ADC, 항암조제로봇 등 모두 자동화기기이지만 약사 관리 하에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 모두 동일하다. 나 이사는 “병원약사회는 ADC를 시작으로 자동화 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갈 것이다. 병원에 따라 활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의약품 충진과 식별, 의약품 배출까지 지침을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2024-03-24 18:03:20정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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