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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도 탐내는 약국 자리의 비밀[24]서울 서초구 사랑의약국"좋은 약국자리는 저절로 '나는' 게 아니라 약사가 '만들어 가는' 거죠."10년 전 1억원이 채 안되던 꽃가게가 10년이 지나 시가 15억원대 약국 자리로 탈바꿈했다. 최근 리모델링 한 서울 서초구 사랑의약국 전경. 주변 약사들은 물론 부동산, 유명 체인 커피전문점까지 눈독들이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약국 이야기다.열혈 약사회장으로 유명한 최미영 약사(48·이화여대). 서초구약사회장은 물론 지역 의원으로도 종횡무진 중인 그가 언뜻 약국 경영에는 무관심하지 않을까 예상도 해봤다.하지만 누구도 약국자리라 생각지 않았던 점포에 들어가 지역 상권에서도 탐내는 명당 자리로 성장시키기까지, 똑소리 나는 약국 경영에는 그만의 철학이 녹아있다.보물 1호인 약국이 자신의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최미영 약사의 똑 부러지는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융자 끼고 산 약국, 15억대 점포로 키우기까지10여년 전, 지금의 점포에 약국을 개국한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게 이렇다할 의원하나 없는 상가 1층 10평짜리 꽃집 자리에 약국이 제대로 자리잡기는 불가능해 보인 탓이다.최 약사는 지금의 약국 자리를 찾기까지 발품을 팔았다. 약국 전문 중개인이나 브로커 등을 통해 약국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내 약국은 내가 직접 찾겠다는 생각이 컸다.주요 지역을 돌며 무작정 부동산에 들러 약국 할만한 자리를 찾기를 수차례. 그러다 약국이 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 못하던 지금의 자리를 잡았다.의약분업이 막 시작될 당시 같은 건물에 이렇다할 의원 하나 없어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최 약사는 "자신 있었다"고 한다.단골 고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최미영 약사. 같은 건물은 아니더라도 인근 건물에 처방전이 많은 진료과가 자리잡고 있었던 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의원이 있는 건물에 약국이 없진 않았지만 우연히라도 자신의 약국을 찾은 고객이 있다면 그 고객만큼은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적지 않은 금액을 융자받아 점포를 매입했어요. 당시엔 권리금도 없던 자리였죠. 약국 자리라고 해서 약국만 가능한 점포를 선택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어요. 예상이 맞았고, 지금은 약국은 물론 커피전문점까지 탐내는 15억원대 자리가 됐어요. 약사가 그 약국에 최선을 다하면 모두 아니라고 말하던 자리도 대박 자리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끊임 없는 변화, 리모델링…10년 약국 발전 비결이달 초 최 약사는 15평 약국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감행했다. 건물주와 상의해 주변 잉여 공간까지 약국 공간도 확장했다.기존에도 2~3년에 한번씩은 크고 작게 인테리어를 바꿔왔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공사를 한 건 처음이다.약국의 콘셉트도 바꿨다. 약국 공간이 확보된 만큼 드럭스토어 형태로 약국을 개조하고 출입구부터 바닥, 진열장까지 인테리어를 변화시켰다. 구비하는 품목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진열하는 의약품, 건기식, 의약외품 등의 섹터도 넓혔다.3개월 전 사랑의약국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드럭스토어 형태의 약국으로 탈바꿈했다 누구보다 약국의 변화를 반기는 건 단골 고객들이다. 이전보다 화사하고 밝아진 약국 모습에 환자들이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할 정도다.최 약사는 약사를 위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도 약국을 끊임 없이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곧 고객들에게는 약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최 약사의 지론이다.약국을 새롭게 꾸미기 위해 약사는 계속 약에 대한 공부 이외에도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최 약사가 약국 경영과 다양한 외부 활동에도 불구하고 늦은 저녁이나 주말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약학 관련 강의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약사 관련 강의는 물론 부동산이나 경영, 경제 관련 강의 등도 시간만 맞으면 최대한 찾아다니며 들으려 해요. 계속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흡수해야 약국 경영에 활용할만한 아이디어도 나오기 때문이죠. 약사가 약국 밖의 다양하고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좁은 약국 안에서 삶이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죠.""한번 온 고객은 놓치지 않는다"…약국 경영 철칙으로최 약사의 경영 철학은 "한번 내 약국을 찾아온 고객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다. 약국을 찾은 고객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해 다시 찾고 싶은 약국으로 인식시키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그런 약사의 노력은 환자 반응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같은 건물에 이렇다할 의원 하나 없지만 주변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약국을 찾았던 환자도 약사의 친절한 서비스와 세밀한 복약상담에 다시금 약국을 찾아 재방문율이 높기 때문이다.최미영 약사. 최약사가 10여년 전 약국을 운영하며 지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단골 고객들이 언제든지 약국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오면 싫은 내색없이 설명하는 것이다.해서 지역 주민 중 혼자 사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약국을 찾으면 언제든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약국에 전화를 해 상담하라고 이야기한다. 지역 주민들의 주치 약사임을 자임하는 것이다."우리 약국 약사들에게 항상 환자에겐 친절할 것을 강조해요. 약국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환자가 오면 매대 밖으로 나가 직접 맞고, 약 복용이나 파스 붙이는 것도 돕곤해요. 약국 고객이 곧 주민이고, 그 주민들이 우리 약국을 지역의 건강지킴이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항상 일하고 있어요."2015-10-07 06:14:59김지은 -
황 약사의 단골만들기…10평이면 충분[23]부산 해운대구 마리나약국 "환자를 상대하고 상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약국이 클 필요 없겠더라고요. 40평에서 10평짜리 지금 약국으로 옮겨온지 1년 정도 됐어요."아파트로 둘러싸인 주차장에 홀로 선 육각형 노란 건물. 외관부터 특별한 이 약국을 운영하는 황이경 약사(33·부산대 약대) 경력을 들어보니, 보통 약사와는 또 다른 길을 걸었다.주변 빌딩 경비아저씨들이 쉴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약국 2층을 비워 휴게실로 제공한다는 황 약사의 고운 마음은 약국만큼 특별했다. 맨 땅에 개설해 처방전 100건짜리 약국으로 키운 후 해운대 아파트단지 사이 작고 외진 약국으로 온 황 약사의 이야기는 이랬다.40평 약국 뒤로하고 이곳에 정착한 건..."처음 개설한 약국은 약국끼리 경쟁이 심한 지역에 40평대 크기였어요. 호프집 자리를 임차해 약국으로 만드는데, 혼자 인테리어에 물건 매입까지 혼자 다 해냈으니 애착도 컸죠."약대를 졸업한 후 짧게 근무약사로 일한 경험 말고는 약국을 몰랐다. 병원약사로 일하다 스물여덟, 많지 않은 나이에 약국을 개설했다. 지금 생각하니 '무모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하다고.그에게는 첫 약국이자 20대 열정을 쏟은 약국이었다. 크기도 컸고 주변 약국과 경쟁도 심했다. 약국을 찾는 주 연령층인 노인 환자 대부분이 어린 약사를 쉽게 신뢰하지 않았다."직원 한분과 고군분투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아요. 처음 처방이 하루 열 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상담하고 매약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노인분들 댁에 약을 직접 갖다드리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러면서 약사로서의 역할을 모두 배운 것 같아요. 힘들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열 건 정도였던 처방이 4년 후 하루 100건까지 늘었다. 한번 마음 준 노인환자들은 꼭 황이경 약사를 찾아왔다. 그 마음 속에 '환자분들께 뭐든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읽은 탓일까."생활수준이 높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약을 가지고 환자분 집에 갔는데, 아주 불편하게 생활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집에 온 저한테 자꾸 대접하려 하시더라고요. '이분들께 뭔가 내가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런 경험을 통해서였어요. 환자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이 때 많이 배운 것 같아요."약국 내부 전경그렇게 키운 약국을 미련 없이 다른 약사에게 넘긴 건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환자 대하는 법을 알고 나니 '큰 약국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고 약국을 알아보다 지금의 10평 남짓, 조용한 곳에 위치한 '마리나약국'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여기다' 싶었다."환자를 상대해보니 큰 약국일 필요 없겠더라고요. 조용히 혼자서 상담하고 환자를 만날 수 있는 지금 약국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주택가에 있어 단골손님 위주로 찾아오시는데, 환자들이 필요한 걸 주문하고 챙긴다는 마음으로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적고 만족도가 높습니다."올해 결혼한 새색시 황이경 약사는 현재 임신 4개월이다. 출산 후에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그만의 약국'을 만난 것이다.있을 건 다 있는 약국..."단골손님 챙기는 마음으로 운영"그래서일까. 앙증맞은 외관처럼 내부도 오밀조밀 구성이 짜임새있다. 황 약사는 '그저 평범한 약국일 뿐'이라며 손사래쳤지만 얼른 보아도 다품목 소량 재고가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입원환자 위주지만 병원이 있어 조제실 안에는 많은 종류의 전문약이 있는데, 그만큼 일반약과 동물약까지 갖추고 있는 매약 수도 적지 않다.황 약사가 사용해보고 판매하는 화장품과 그외 OTC제품들. 좁은 공간에 잘 정리돼있다.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고 자부해요. 같은 성분이어도 무수히 많은 제품이 출시되는 요즘이잖아요. 비타민이나 건기식은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부모님 친구분께도 제품을 드리고 드셔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해요. 이렇게 '효능,효과가 입증된' 제품 위주로 구비해요. 저만의 고집이자 노하우 중 하나지요."화장품도, 건기식도 가능한 황 약사나 주변 사람이 써보고 먹어본 것 위주로 판매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주변 약사 선배에게 조언을 얻는다. 끊임 없이 묻고, 정보를 얻으며 환자에게 정말 추천할 수 있는 제품들로 약국을 채웠다."재고는 결국 약국 부담이 되고 말더라고요. 매입한 후 판매하기보다, 판매될 것들을 매입해요. 환자가 찾으면 시간이 걸리더라고 주문해서 판매하고요."좁은 공간이지만 진열장과 다품목 소량 재고를 원칙으로 정리해놓았다.비가 와 손님이 없는 약국이지만 전화 상담이 이어졌다. 휴대폰으로 상담하는 모습을 보니 개인 휴대폰 번호를 환자와 공유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 약사는 필요한 제품은 왜, 얼마나 필요한 지 묻고 언제쯤 황이경 약사입고되는지 답했다."제약사는 제품 좋은 점만 홍보하니까, 약사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해서 제품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제품 관련 세미나는 거의 놓치지 않고 나가고, 약사 대상 스터디에도 참여해요. 배울 기회가 있으면 계속 배우며 신제품도 익히고 정보도 접하려고 합니다."황 약사는 제품 뿐 아니라 관련 POP도 꼼꼼히 챙겨 놓았다. 'POP가 자연스러운 상담 매개가 된다'며 약국 빈 곳이 없도록 붙여놓았다."저는 동네약국이 좋아요. 단골손님이 생기고 인간관계도 만들어지고,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작은 약국이지만 약사로서 역할을 모두 할 수 있고 보람을 느끼니 어떤 큰 약국보다도 저에게는 이 약국이 큰 약국이죠."2015-09-30 06:14:59정혜진 -
약국 안에 애견카페…복합공간으로 변신[22]경기도 일산 해피팜약국(페로페라 동물약국)"약국 개설 허가를 위해 찾아온 보건소 직원분도 전국 최초 시도라며 놀라시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이지만 이곳에 있는 시간들이 마냥 즐거워요.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죠."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약국이 등장했다. 오픈과 동시에 애견인은 물론 동물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애견 제품 업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곳, 경기도 일산의 해피팜약국(페로페라 동물약국)이다.이름부터 특이한 이곳은 건물 한층이 애견 카페를 비롯해 놀이터, 호텔, 뷰티숍 등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경기도 일산에 문을 연 해피팜약국(페로페라 동물약국)전국에서 500여평 규모 애견 카페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데 이곳이 더 관심을 받는 데는 공간 한켠에 마련된 약국 때문이다. 그 시작은 이곳의 주인, 주현진 약사(34·이대 약대) 약사와 그 남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부터였다.평소 동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각각 카페와 약국을 운영하고 싶은 생각들을 하나로 합쳐보았다. 그게 곧 전국에서 유일한 동물약국이 있는 애견 카페의 등장으로 이어졌다.동물에 대한 관심, 애견카페+동물약국 모델로주현진 약사는 결혼과 함께 견주가 되고 동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지금의 일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러던 중 애견 카페 오픈을 구상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카페를 찾는 견주는 물론 일반 고객들의 건강 상담과 더불어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는 약국을 운영하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동물들을 실컷 보면서 주업인 약사로서의 역할까지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어떤 것보다 매력적이었다.반짝이던 아이디어는 두달 전 전국 유일무이한 애견카페+동물약국 모델로 나타났다.애견 카페와 호텔, 놀이공간, 미용공간, 약국이 한 공간에 복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편이 카페를 열면 인근에서 약국을 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아예 그 카페 안으로 약국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죠. 예상 외로 주변에서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카페를 찾는 견주는 물론 동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어요."카페 개설 과정에서 지역적인 특색도 반영했다.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고 대형 견주들이 많은 일산 위시티에 대규모로 카페를 열고 그에 맞춰 인테리어와 보유 제품도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콘셉트에 관심을 보인 애견 관련 업체들이 먼저 찾아와 자신들의 제품 판매를 권유하거나 다른 애견숍에는 유통을 꺼리는 업체들도 흔쾌히 제품을 납품해 주고 있다.타깃 적중으로 이 지역 견주들과 평소 동물에 관심이 있던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고객도 점차 늘고 있고,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애견 제품이나 동물약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카페 안에 개설된 약국에선 일반 매약과 동물약품 등을 주로 상담, 판매하고 있다. 같은 건물은 물론 근방에 그 흔한 의원 하나 없지만 주 약사는 개의치 않는다. 시작부터 처방전에 의존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보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일반약 상담과 더불어 동물약에 주력하며 약사가 즐겁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약국을 만들어보고자 했다."오픈하기 전부터 처방전에 의존하는 약국은 생각하지 않았아요. 약국 수익에 너무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도 했고요. 내가 관심을 갖고 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약국을 하자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예상 외로 고객분들이 약국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더라고요.""카페 고객과 자연스럽게 상담…365일 즐거운 시간의 연속"애견 호텔 등이 운영되는 만큼 카페는 오전 11시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주말은 물론 공휴일까지 365일 카페는 문을 연다.페로페라 애견 카페 모습. 그 방침은 약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현진 약사 역시 365일, 저녁 10시까지 카페에 상주하며 약국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근방에선 문을 가장 늦게 닫고 휴일이 없는 약국으로 고객들에게 인식돼 가고 있다.주 약사가 즐거운 이유는 건강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이 속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약국이 함께 있다보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상주하는 주 약사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곧 상담이나 매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아무래도 약국이 있으니 신기해하고 관심을 보이시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제가 약사라는 것도 인식하시고요. 그러면서 평소 건강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물으시고 애견 건강 문제 등도 말씀하세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담이 되고 매약으로 이어지고 있는거죠."오픈한 지 3개월 여, 초기 단계이지만 벌써부터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주현진 약사. 주 약사는 콘셉트를 살려 동물약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해 전문성을 살리는 동시에 규모를 넓혀 애견 수영장, 운동장 등도 차차 갖춰나갈 꿈도 갖고 있다. 이후에는 애견 펜션을 오픈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이 공간 안에서는 애견가이자 약사로서 제 마음과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하루도 쉬지 않고 밤 10시까지 일해도 지치지 않고 마냥 행복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고요. 즐기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2015-09-17 06:14:59김지은 -
시…감성…휴식, 그 약국은 예뻤다[21]강원도 원주 예쁜약국 "여기 약국 맞나요?"약속이라도 한듯 문턱을 들어서는 사람마다 같은 말을 되묻는다. 약사의 따뜻한 미소를 확인한 후에야 이미 들여 놓은 발과 눈으로 약국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바빠진다.지난 6월에 문을 연 강원도 원주 무실동에 위치한 예쁜약국. 약국 이름 만큼이나 인테리어부터 약국장의 생각까지 남다르다.약국 출입구에는 정 약사가 평소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한구절이 적혀있다. 이 약국의 약국장 정문영 약사(32·숙명 약대)는 제약사, 근무 약사 경험을 두루 거친 후 지금의 첫 약국을 개국했다."약사가 만족하고 환자에게 아늑함을 주고 싶다"는 약사의 생각 그대로 이 약국은 여느 카페 못지않은 독특한 인테리어로 주변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약국에 감성을 더하고 싶단 생각에서 2개월 여 간 디자인부터 기획, 인테리어, 제품 선정까지 혼신의 힘을 쏟았다는 초보 개국 약사의 약국 경영 스토리를 따라가 보자.인테리어에 감성 입혀…약사, 환자 편한 복층 구조 탄생'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전면이 유리로 된 유럽풍 입구 한켠에 적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정 약사가 좋아하는 시 구절이자 약국의 이름인 예쁜약국의 의미를 살린 글귀다.약국 전면에는 정 약사가 평소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글귀가 적혀있다. 처음 약국 자리를 선정하고 오픈하기까지 2개월 간 정 약사는 서울과 원주를 오고가며 약국 디자인부터 재질,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직접 보고 선택했다.천편일률적인 약국 모습에서 벗어나 나만의 약국을 만들어보잔 생각에서 일부러 약국 경험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는 피했다.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복층 구조다. 흔히 카페들에서 볼 수 있는 2층 구조가 이 약국에선 환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천장을 높여 만든 2층은 심신이 지친 환자들이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쇼파와 잡지, 인테리어 소품 등을 감각적으로 배치해 놓았다. 이 공간은 정 약사 자신이 특히 사랑하는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환자와 약사가 약국에서 편히 쉴 수 있다는 개념을 살리기 위해 천장을 높여 복층구조를 마련해 놓았다. 예쁜약국만의 CI를 제작한 것도 이 약국의 독특한 특성이자 강점 중 하나다. 업체를 통해 CI를 제작해 약국 안 인테리어에 활용하는가 하면 약봉투, 약국 스티커, POP 등 곳곳에 활용하고 있다."우선 제가 먼저 만족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소 생각했던, 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약국에 가미하고자 노력했고요. 그 모습을 고객분들도 좋아해주시고 약국이 남다르고 예쁘다고 칭찬해주시면 그 보다 기쁠때가 없는 것 같아요."제약 담당자 일일이 상담…깐깐한 제품 선택으로 승부인테리어에 마음을 담았다면 약국에 배치된 제품에는 정 약사의 정성이 그대로 묻어있다.개국을 준비하는 2개월 여 기간 동안 정 약사는 기존 근무약사 시절 자신이 직접 사용하거나 환자 피드백을 통해 효과를 인증했던 제품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뽑았다.그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제약사 본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담당자들과의 미팅을 요청했다. 기존 관심을 갖고 있던 제품과 더불어 그 회사의 다른 제품들의 정보와 자료를 확보하겠단 생각에서다."인테리어 공사로도 바빴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 제약사에 직접 연락해 담당자들을 만나 제품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어요. 이런 약사는 처음이라며 그분들이 오히려 놀라고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단순 영업사원이 홍보하는 제품을 받기보단 제가 적극적으로 판매할 제품을 확인하고 선택하고 싶은 생각에서였죠."구강용품 코너를 따로 마련해 놓고 예쁜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특화상품을 전시해 놓았다.이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특화제품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 치과에서만 취급 전문 칫솔, 치실 등 구강용품을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약국에 들여놓았다.납품업체에 요청해 약국의 CI를 제품에 부착해 이 약국만의 제품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이번에 약국을 준비하면서 병원이나 외부에서만 판매 중인 좋은 제품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그런 제품들은 일일이 업체에 연락하고 찾아가 약국에 납품해 줄 것을 요청했죠. 예상 외로 약국에서의 제품 취급을 반기는 곳도 있었어요. 뿌듯한 부분이었죠."약사의 오랜 피부 트러블 고민, 자신만의 특화상담으로이 약국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피부'이다. 아토피부터 여드름, 트러블, 극건성피부 등 다른 약국에서 보기 힘든 관련 제품에 정 약사의 상담이 가미해지면 환자의 만족도는 상승하기 마련.정문영 약사. 피부 질환 분야에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정 약사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청소년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에도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며 여러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며 약사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다.더모 코스메틱 제품 중에는 자신이 직접 사용해 봤고 여러 정보를 거쳐 효과가 입증된 것의 경우 현재 약국에 유통되지 않는다 해도 직접 연락을 취해 납품을 요청해 들여놓고 있다.피부, 어린이, 여성 등 특화 분야에 대한 상담 이외에도 앞으로 조제에 쫓기기 보단 작은 것 하나라도 환자와의 상담, 대화의 시간을 늘리고 싶은 게 정 약사의 생각이자 약국 경영 철학이다.2015-08-13 06:14:59김지은 -
깐깐한 아기엄마 약국 단골 만들기[20]경기도 고양시 행복드림약국넓지 않은 약국인데도 오픈매대 사이사이 간격이 널찍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오픈매대에는 비타민, 진통제, 상처연고 하나라도 대여섯 종류 이상 여러 제품이 갖춰져있다.비 오는 날인데도 아기 안은 엄마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길게 상담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오 약사와 농담만 주고받고 가는 엄마가 있다.경기도 고양시 아파트촌 대로변에 위치한 행복드림약국. 오보라 약사(31, 중앙약대)에게 개국 1년이 안된 약국이 대형 약국들 사이에서도 아기엄마 단골을 확보하는 비결을 물었다. 유모차 공간과 투약대, 방문 환자 맞춘 인테리어약국을 들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대 사이 널찍한 공간. 여느 약국과 달리 매대 사이 동선이 단순하고 여유있다. 아이들이 약국 구석구석을 뛰어다녀도 무리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효율성이 느껴진다."소아과 처방이 많다보니, 유모차를 가져오는 엄마들이 많아요. 유모차가 넉넉하게 다닐 수 있게 공간을 넓혔어요. 제품 수에 비해 매대를 촘촘하게 놓을 수도 있는데, 과감하게 매대 수를 줄였어요. 진열에 좀 더 신경써 매대 수를 줄이고도 제품 진열을 가능케 했습니다."넓은 통로(왼쪽)와 투약대(오른쪽) 약국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한쪽에는 편의점 간이 식탁과 비슷한 투약대를 설치했다. 대로 방향으로 위치한 투약대에서 꽤 많은 엄마들이 투약대를 사용했다. 소아과 처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또 하나의 팁이다."작년 10월 약국을 인수해 한달정도 약국 방문 손님과 동선, 패턴을 지켜봤어요.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 관찰한 부분이 잘 적용되도록 신경썼습니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약국을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복용법을 기재해놓은 일반의약품약국 곳곳에는 오 약사의 철저한 '관리' 노하우가 숨어있다. 일반약과 건기식 코너에는 제품보다 각종 브로슈어가 눈에 띈다. 환자들이 읽고 오 약사가 상담을 할 때에도 적극 활용하는 것들이다. 제약사 자료 뿐 아니라 동료 약사들과 공유하는 자료, 직접 만든 자료 등 종류도 갖가지. 환자들이 제품 디자인보다 제품과 질병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판매빈도가 높은 일반약에는 제품마다 복용방법을 적어 스티커 작업을 해놓았다. 보는 환자도 편하고 판매하는 약사도 편리한 노하우다."제품 매입? 좋은 제품이면 무조건 확보"진열대에는 수 많은 제약사의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있다. 같은 제품을 수십군데 제약사가 만들어내는 요즘, 오 약사는 어떤 기준으로 매입 제품을 고르는지 궁금했다."약국 방문자 90% 이상이 소아과 찾는 아기엄마들이에요. 깐깐한 엄마들 맞추려면 그저 브랜드만 보고, 인지도만 믿고 제품을 추천할 수 없어요. 약사의 검증과 확신이 있어야죠."그가 매입하는 기준은 '좋은 제품'이다. 제약사 브랜드나 영업사원 얼굴을 보고 제품을 매입할 법 하지만 오 약사에게는 기준이 있다."하나하나 동료, 선배 약사들에게 '어떤 게 좋으냐'고 물어보고 주문해요. 직접 사용해보고 좋았던 제품도 비치하고요. 그렇다고 한가지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찾으면 웬만하면 주문해 비치해둡니다."제품 이해를 돕는 각종 브로슈어 오 약사가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데 욕심을 내는 이유가 있다. '환자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는 약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거 대신 이걸 써보라'고 말하지 않고 '갖다 놓겠다'고 약속한다.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직거래를 유지하는 제약사만 30곳이 넘는다.제품 종류가 많다보니 제품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면서도 오 약사는 약국 규모에 비해 제품 수에 있어 시쳇말로 '역대급'이라 자신한다."환자가 원하는 건 이유가 있다고 봐요. 대신 판매하며 설명을 합니다. 제품 간 차이도 말씀드리고요. 오픈매대는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제품 선택권이 있는 형식이니, 선택권을 더 넓혀 주는 것도 약국 역할이라고 봅니다."상담을 위한 환자 건강상태 체크리스트비수기엔 상담 치중…"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제약사와 근무약사 경험을 통해 오보라 약사가 생각한 것은 상담과 매약의 중요성이었다. 혼자 근무하다 보니 조제와 복약지도에 밀려 더 많은 상담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선은 약국 비수기로 불리는 여름이라도 상담에 치중하자고 마음 먹었다."우선은 7,8월 약국이 한산할 때 상담을 더 하려고 합니다. 당장 상황이 안되면 환자에게 건강상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달라 하고 차후에 전화나 재방문 시 상담을 해요. 카드를 작성해달라 하면 거부하는 환자가 거의 없더라고요."오보라 약사지금의 상담이 곧장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환자가 100% 단골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장기적으로 약사 자신과 약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약사가 더 공부를 해 환자와 상담하는 사이 약사 스스로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일주일 두 번 약국을 일찍 마치는 날은 강의를 나가고 강의를 듣습니다. 상담카드를 보면 저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다른 약사에게 문의해 공부하고 알려드려요. 약국 사정이 더 나아지면 함께 일할 약사를 구해 저는 상담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좋은 상담 내용에, 좋은 제품을 권하는 좋은 약국. 제가 생각하는 '행복을 드리는 약국'입니다."2015-07-29 06:49:23정혜진 -
쌍둥이 엄마 약사의 상담 전문약국[19]서울 동작구 팜그린약국그 흔한 병의원 하나 없는 상가 2층에 자리잡은 약국. '건강상담 전문 약국'이라 적힌 문구에 의아해할 때쯤, 유리문 넘어 보이는 내부 모습에 또 한번 이 약국의 정체가 궁금해진다.세탁소, 여행사 등과 나란히 위치한 5평 남짓한 약국 내부에는 조제실도, 약 진열대도 아닌 중앙에 위치한 상담 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팜그린약국, 5살 난 쌍둥이맘 노민정 약사(37·숙명 약대)가 1년 전 야심차게 개업한 곳이다.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팜그린 약국. 여성, 어린이 상담전문약국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노 약사는 지금의 특별한 약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쌍둥이 딸, 아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오랜기간 병원약사로 살아오다 둥이맘이 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실질적으로 엄마와 아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게됐다.그 고민의 끝 상담 전문약국이란 새로운 길이 보였고,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약사로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둥이맘' 노 약사의 아주 특별한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쌍둥이맘 계기로 상담전문약국 개설…엄마 블로그서 인기 상담가노민정 약사는 이미 쌍둥이 엄마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인기 상담 약사로 통한다. 5년 전 어렵게 임신하고 육아를 하면서 누구보다 쌍둥이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알게됐다.때로는 자신의 하소연도 하고 아이, 그리고 엄마들의 건강이나 약 관련해 궁금증을 갖는 회원들에게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 것이 자연스럽게 온라인 상에서의 상담으로 이어졌다.회원들도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갖고 전문로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주는 노 약사의 모습에 고마워하고 단골 상담 고객이 되길 자청하기도 한다.병원약사로만 일해 왔던 그였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임신에서부터 육아까지 유난히 건강 관련 이슈가 많은 쌍둥이 엄마들에게 전문가의 조언이나 건강 상담이 필요하단 점을 인식했다. 엄마, 아이들을 위한 건강전문상담약국이 탄생한 배경이다. 노 약사는 쌍둥이 엄마로 직접 겪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어린이, 엄마들을 위한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병원약사로만 일하다 아이를 낳고 퇴직을 한 후 고민이 많았어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돌아갔지만 쌍둥이 육아와 병행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상황에 가장 맞고 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어린이, 여성 전문상담 약국을 떠올리게 됐죠. 둥이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어요."조제, 매약을 통한 고정 수입 없이 상담으로만 약국을 운영하기란 예상보다 녹록치 않았다. 개업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노 약사는 여전히 약국 경영과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우고 또 공부하고 있다.현재 약국의 주 고객은 온라인 상에서 인연을 맺은 엄마들이다. 그 고객이 자신과 자녀, 다른 가족까지 상담을 요청하고 지인들에게 소개도 해주며 단골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현재까지는 엄마와 아기 관련 상담과 매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저만의 강점을 살려 장기간 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 보람도 느끼고 단골 고객들 반응을 보면 뿌듯할 때가 많아요. 일반 약국에 비교하면 고객 한명한명에게 더 신경을 써 줄 수 있다보니 고객들도 감동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반응을 보며 저도 행복해지고요."국내 마크로바이오틱 1호 전문가…고객 영양상담에 접목식생활 지도사. 노 약사가 갖고 있는 약사 이외 또 하나의 수식어이다. 노 약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크로비오틱 자격증을 취득했다.제철 음식을 이용한 건강, 영양을 공부하는 마크로바이오틱은 단순 요리라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자체에 대한 공부 과정이었다.노 약사는 현재 어여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크로바이오틱 코너를 맡아 회원 약사들에게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중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으로만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아기들이 있어 속이 상할 때가 있었는데, 그 아기들에게 무엇보다 영양 개선이 필요하단 것도 그때 깨달았다."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증상과 제품의 연결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어요. 눈에 띄는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마크로바이오틱 공부를 하며 섭생의 중요성을 알게됐고 체질에 맞는 음식 섭취의 중요성도 알게됐죠. 고객들에게 약에 대한 설명 이외 각자에게 맞는 음식도 함께 설명하고 권해주면 굉장히 좋아하세요."노민정 약사. 최근에 결성된 '어린이·여성 건강을 위한 약사모임(이하 어여모)' 운영진으로도 활동 중인 노 약사는 모임 블로그 내 마크로바이오틱 코너를 맡아 지속적으로 글을 게재하고 있다.일반 고객들과의 소통을 넘어 동료 약사들과도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고 많은 엄마, 아빠 약사들이 자신의 환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향후에는 약과 건기식, 음식을 접목해 요리와 약이 함께하는 까페같은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꿈도 갖고 있다."단순 취미로 시작한 요리에서 약사인 저에게 접목되는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지금의 경험을 살려 향후 마크로바이오틱 요리와 약 상담, 건강 쿠킹 클래스 등을 병행할 수 있는 약국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직 힘든 점도 많지만 상담전문약국 선배인 정혜진 약사님을 비롯해 동료 약사님들이 큰 힘이 돼요. 여전히 약사이자 둥이맘으로서의 저의 꿈과 희망은 현재 진행형입니다."2015-07-21 06:14:59김지은 -
"약국, 사람사는 이야기 들어주는 곳이죠"[18]경기도 부천시 동경약국춤, 문학, 그림, 음악. 취미에 집중하는 약사를 만날 때마다 그 부지런함과 열정, 효율적인 시간 쓰임에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의문이 남았다. '이 약사의 본업인 약국은 생계일 뿐일까.'이러한 의구심을 설명해주는 약사를 만났다. 약국 밖에서 하는 모든 왕성한 활동의 기반이 약국이 되는 경기도 부천시 동경약국 이희국 약사.이희국 약사(56, 경희약대)는 '동경(棟庚)'이라는 약국이름이나 '희국(熙國)'이라는 본인의 이름에 맞는 약국을 갖추고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바른 기둥이 되어 주변을 아우르고(동경), 나라를 빛낸다는 이름 만큼(희국), 그는 처음부터 이웃돕기가 목표였다. 목표를 실행하는 데 있어 약사만큼 빛나는 직업은 없다고 말했다."어릴적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주변에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어요. 그런 면에서 약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봅니다. 약국을 열심히 하면서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부턴 계속해서 약국 아닌 지역 사회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섰죠."근무약사와 약국을 찾은 환자.부천원미경찰서 경찰발전위원장, 행복문화포럼 자문위원장, 국제로타리 3690지구 다문화 위원장 등 직함도 여러가지. 이희국 약사는 이웃돕기에 주력하며 살아왔다.그런 넘치는 에너지와 활동력의 원천이 다름아닌 약국이라고 말한다. 30년 이상 약국을 운영하며 많은 환자를 만났고, 약국을 하며 비로소 국민에게 약사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실감했다."보통 약사를 어둡고 작은 공간에 갇힌 답답한 사람으로 보기 쉽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하루에도 200명 이상의 환자를 만납니다. 그 중 100명 이상은 자기의 힘든 얘기를 하고싶어 하죠. 개인사까지 언급하는 깊은 상담을 하는 사람이 하루 10명 가까이 되는 직업, 많은 사람을 만나 사는 얘기를 묻도 답할 수 있는 직업, 그들의 힘들고 아픈 얘기를 들으려는 직업, 약사 말고 누가 있습니까."상담을 하다보면 환자는 맘 속 응어리까지 얘기한다. '내 얘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약사는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이희국 약사의 시가 실린 문예지약국 내 위치한 책장들이웃돕기 관심이 많았던 이희국 약사는 일찍이 사회단체와 봉사단체 활동에도 참여했다. 지역사회 다양한 봉사를 이어갔다. 지역에 꽤 이름이 알려지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러브콜이 있는 등 다양한 제의가 잇따랐다고 한다.그는 정치활동을 거절하고 취미로 삼던 시작(詩作)에 열중했다. 약국을 하며 틈틈이 쓴 시로 문단에도 등단한 이 약사는 문예사조에 월 5편의 시를 연재하고 있다. '약손의 하루'라는 그의 시는 약사의 하루, 그 안에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잘 녹아있다.'손을 씻는다/오늘 하루 건네 줄 손길 위해/어루만져줄 가슴 위해//서랍장에는 수많은 선물과 알찬 지식이 담겨있다//몸을 공격하는 세균과 바이러스와의 투쟁을 위해 찾는 이/피로와 불편의 지우개가 필요한 이/건강의 선물 전하려는 이, 위해 서랍을 연다//때로는 삶과 죽음 오르내리는/인생의 파노라마 상영되고/간절한 상담에 서랍장 모두 연다, 함께 살고 죽는다//과장된 정보의 홍수, 황당한 지식이 난무하는 시대/갑옷입고 의심의 칼날 휘두르는 죄 없는 무사에게/말꼬리 잘린 전문가는 침묵한다/서랍장 닫는 순간이다//70% 착한 친절, 향기를 뿌리며 기쁨주고 간다/20% 팔색조 개성, 나름을 뽐내고/10% 오만과 의심에 찌든 굴곡의 때/함께 만나는 삶의 체험장//손을 씻는다, 마음을 씻는다/힘들었던 귀는 존중으로 닦고/기쁜 보람들 가슴에 담아, 소중히 서랍에 넣는다//오늘도 보람 찾아, 기회를 엿본다'"취미로 시작했지만 시를 쓰는 것도 약국이 원천이 돼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만큼의 이야기를 하니 소재도 무궁무진해요. 지금은 약국을 찾는 환자와의 에피소드를 수필로 쓰고 있습니다. 약사만큼 글 소재를 많이 가진 사람도 없을 겁니다."이희국 약사환자 대기석 뒤로는 넓은 책장이 있고 꽤 많은 책이 꽂혀있다. 문학책과 이희국 약사 시가 실린 문학지가 나란해 조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오며가며 볼 수 있다."글을 쓰는 것도, 남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도, 약국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른 기회를 마다한 것은 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손으로서 사회봉사를 위해 지역사회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젊은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환자와 상담하기 위해 약사는 여느 직업보다도 경험이 많고 생각이 올바라야 한다고 말하는 이희국 약사. 그러기 위해 그는 약사들이 지역활동에 더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 밖을 향하는 그의 에너지의 원천은 약국 안에 있었다.2015-07-17 12:14:59정혜진 -
약국에 걸린 어린이 사진 수백장의 비밀[17]경기도 하남시 건강한약국약국이 맞나 싶어 잠깐 망설였다. '약'이라 적힌 간판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경기도 하남시에 자리잡은 건강한약국. 출입구부터 궁금증을 일으키더니 내부도 여느 약국들과 뭔가 다르다.건강한 약국 외부 모습.세명의 자녀를 둔 주부이자 여약사로 30여년을 살아온 김정자 약사(63·숙명 약대). 그는 30년 넘게 1인 3역을 하며 약국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약국 위치와 인테리어, 끊임없는 자기관리에 있었다고 말한다.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약국, 엄마들이 믿고 아이의 약을 지어갈 수 있는 곳. 건강한약국 김정자 약사의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아이들 모습 기념 사진찍어…엄마·아이 모두 만족지금의 건강한약국 인테리어는 건축학과 출신인 김 약사 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딸과 같은 학과 친구가 직접 디자인하고 약국 매대 타일 하나까지도 손수 붙여 제작했다.여느 약국들의 천편일률적 인테리어와 색감부터 재질, 배치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소아과약국인 만큼 노란색과 주황색 등의 조화로 따뜻한 느낌을 주고, 엄마들이 약국에서 편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대기 의자도 여느 약국들과 다르게 배치했다.약국 한켠 김 약사가 직접 촬영한 약국을 찾은 아이들의 사진을 진열해 놓았다.어린 아기를 편하게 눕혀 기저귀를 갈거나 약을 먹일 수 있도록 대기 의자를 넓게 배치하고 재질도 폭신한 쇼파로 배치했다.그 중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건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벽면에 부착된 아기들의 사진이다.5년 전까지 김 약사는 약국을 찾는 아이들의 사진을 손수 찍어 인화해 엄마들에게 선물했다. 미처 찾아가지 않은 사진들은 약국 벽면에 부착하기 시작했다.약국에 자신의 사진이 부착된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엄마, 아기들의 모습을 볼때 누구보다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꼈다는 김 약사다."딸의 아이디어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5년전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휴대폰 사진이 발달하지 않았었잖아요. 사진을 찍고 일일이 인화해 다음에 올 때 선물하면 엄마나 아기나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큰 일도 아닌데 참 행복하더라고요."약사 편의 고려한 인테리어…아이도 드나드는 조제실약국 안에서는 누구보다 약사가 편안해야 한다는 게 김 약사의 지론이다. 약사 한명이 근무하는 나홀로약국의 경우 더욱 약사에게 최적화된 약국 인테리어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약국에서 보내야 하는 만큼 김 약사는 자신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약국 공간들을 활용했다.그 중 하나는 조제실 바닥의 단을 높여 약사가 신발을 벗고 편하게 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시간 조제를 해야 할 때가 많은데 신을 신고 있으면 다리가 붓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을 벗고 편안하게 조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조제실 뒤편에는 독서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바쁜 업무 중 시간이 날 때 여유를 갖고 마음도 가다듬겠단 생각에서다.조제실을 오픈해 환자와 조제 중에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장시간 약국에서 혼자 근무하는 만큼 다리가 붓지 않도록 조제실의 단을 놓여 신을 벗고 조제할 수 있게 인테리어했다. 김 약사가 자신이 고안한 것 중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것은 오픈 조제실이다. 유리까지 걷어낸 오픈 조제실은 김 약사가 특별히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부탁한 부분이기도 하다.환자에게 신뢰를 주겠단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홀로약국인 만큼 약사가 조제실에 들어가면 환자와 대화가 단절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고안했다.조제하면서도 환자와 대화를 이어가고 환자가 필요한 부분을 살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보니 약사가 조제실에 들어가면 환자가 조제실 앞으로와 약사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 곳 약국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다."약국 안에서 누구보다 약사가 편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약국 자리 선정부터 인테리어까지 저한테 최적화된 쪽으로 선택했죠. 30여년 넘게 여약사로 나홀로약국을 운영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런 부분도 작용한 것 같아요. 많은 후배 여약사님들이 큰 욕심 없이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며 약국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길 바래요."2015-07-07 06:14:59김지은 -
메르스 태풍에도 빛난 매약·상담 약국의 힘[16]서울 강동구 산들약국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가 위치한 상가 1층 약국. 언뜻 보면 혹할만하지만 병원들 옆으로 층약국만 2개다.처방전은 층약국이 거의 흡수하는 15평 남짓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 약국이 뭐 재미볼 게 있겠냐 싶지만, 이 약국은 특별하다.서울 강동 지역 메르스 확산으로 병의원, 약국 출입이 뜸하던 시기에도 산들약국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강동경희대병원에 이어 성심병원까지 메르스 광풍이 서울 강동구 일대를 휩쓸던 25일에도 이 지역 중심에 위치한 산들약국은 오후 내내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심치 않게 처방전을 들고 오는 환자와 더불어 마스크, 소독제, 비타민을 찾는 환자까지 활짝 열어 놓은 약국문은 끊임없이 오고가는 환자들로 잠시도 쉴틈은 없었다.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자신의 약국 경영 철학이 틀리지 않았단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김환중 약사의 약국 경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발품 판 첫 약국 자리, 성향 적중"김환중 약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약대 오기 전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특허 파트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그런 그가 돌연 약학대학에 진학해 약사의 길을 접어든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비약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약사의 모습은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약사가 되기로.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첫 약국인 만큼 약국 자리 선정에 누구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 남들처럼 약국 전문 매매업자나 브로커의 손을 빌리고 싶진 않았다.그렇게 직접 발품을 팔며 상가 부동산들을 찾아다녔고, 약국자리는 자신들 소관이 아니란 업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일반 자리를 약국으로 안내해 주는 중개자들이 있었다.그 가운데 자신의 성향을 살려 약국을 경영할만한 자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지금의 자리를 선택했다. 조제보단 매약에 관심이 있었던 그에게 주변 5000여 세대가 포진한 단지 내 상가 1층 약국은 장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내 성향에 맞는 약국자리를 찾아야된다고 생각했어요. 조제보단 매약에 흥미가 있고,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약국자리를 원했어요. 그래서 약국 브로커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발품팔며 서울 일대를 돌아다닌거고요. 그렇게 선택해서인지 7년을 운영하는 동안 약국 자리에 대한 불만은 없었던 것 같아요."일평균 처방 70건…반품 쌓이지만 없는 약 없는 연중무휴 약국약국이 위치한 상가에는 내과와 소아과, 이비인후과까지 그야말로 처방전 수혜 진료과는 다 있지만 산들약국에는 큰 의미는 없다. 병의원과 같은 층에만 2개 약국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사실상 같은 건물에서 유입되는 처방전은 50건 안팎. 단골 환자들이 외부에서 들고 오는 처방전까지 합하면 하루 평균 유입 처방건수는 70건 내외다.하루 평균 조제 건수가 70거이 채 안되지만 김 약사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약을 보유해 놓으려고 하고 있다. 그만큼 약국에는 반품약도 많이 쌓여있다. 하지만 산들약국에는 여느 메디칼 약국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없는 약이 없다. 단골 환자가 약이 없어 조제를 못하고 돌아가는 일은 사전에 방지하자는 생각에서다.그만큼 반품약이 쌓이지만 반품하는 약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이 없어 조제를 못하고 돌려보내는 것이 약사로서 더 못할 일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어쩌다 준비하지 못한 약이 있으면 환자에게 설명하고 대체조제를 한다. 대다수 환자들은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약사의 말을 따르기 마련이다."연차가 쌓일수록 외부에서 처방전을 들고 오시는 단골 고객이 늘고, 다양한 약을 구비할 수 밖에 없어요. 그만큼 약국 한켠엔 항상 반품약들이 쌓여있곤 하죠. 손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야 낱알반품이 안됐지만 요즘은 도매들도 많이 변해 일정 손해액을 제하고는 최대한 보상을 해주니까요. 최소한 약이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요."산들약국은 연중무휴를 표방하고 있다. 연중무휴가 고마워 일부러 약국을 찾아오는 단골 고객도 생겼다.하루 평균 조제 100건이 안되는 약국이 근무약사 한명을 고용하고 연중무휴로 운영할 수 있는 데는 매약과 조제 매출의 적절한 균형 때문이다.김환중 약사. 매약 매출이 조제 매출의 2배를 넘어서니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약국 운영이 가능하단 것이다. 오전에 근무약사를, 오후에는 약국장인 김 약사가 운영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전방 2km 이내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이 위치해 있어 메르스 사태가 계속되는 지금까지도 약국은 쉴틈 없이 바쁘다. 그 속에서 나름 깨달은 점도 있다."사실 메르스 확산으로 모두들 힘들어하시는 시기인데 그 속에서 나름 깨달은 점도 있어요. 조제 건수에만 매몰돼 일희일비하지 않고 저만의 소신을 지켜나간 게 저희 약국이나 단골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말이예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2015-06-30 06:14:59김지은 -
뚝딱뚝딱…'태안군 맥가이버' 강 약사[15]충남 태안 옵티마솔약국충남 태안 옵티마푸른솔약국어수선하지만 약사 동선에 맞춰 잘 짜여진 약국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환자 공간과 더불어 일반약 진열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제실 안으로 들어가니 또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그다지 넓지 않은 약국이지만 넉넉한 조제공간에 많은 수의 조제약이 구비된 충남 태안 옵티마솔약국. 좋지 않은 여건에서 약국을 시작했지만 점차 상황에 맞춰 스스로 약국을 고쳐가고 있는 강신택 약사(38, 삼육대)를 만났다.약국 공간을 틈틈이 고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한편, 약국 수납공간과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들고 설계했다. 강 약사가 '맥가이버'가 된 데에는 젊은 약사들의 고충도 일조하고 있었다."이만큼 바꿔놓기도 힘들었어요"기자가 머문 반나절 동안 약국에는 처방 환자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태안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상당하다."굴, 전복같은 해산물이 많이 나는 곳이다 보니 굴까기 등 수작업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다른 농어촌 지역보다 평균 소득도 높고 병의원 이용률이 높습니다. 손으로 작업하는 어르신들은 관절염 발병 빈도가 높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자주 찾으시거든요."태안 내 한 정형외과는 하루 방문 환자만 3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솔약국은, 그런 정형외과는 아니어도 가까운 곳에 내과가 있어 처방전 유입이 많은 편이다.그럼에도 처음 약국을 열었을 때, 인테리어 업체는 처방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었다. 전기 배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했다."처음엔 약국체인 없이 혼자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봤어요. 그런데 건물주가 업체를 선정해주더군요. 강제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건물주 업체에 일을 맡겨야 할 것 같았어요. 처음 공사가 마무리됐을 때만 해도 처방 비율이 높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약국을 여니 조제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시쳇말로 손바닥만한 조제실에는 약을 비치하기도 힘들었다. 조제기를 들여놓자 조제실은 옆으로 비껴서야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해졌다. 안되겠다 싶어 집기를 전부 옮겨 정면에 있던 환자 응대 공간을 한쪽으로 밀고 조제실을 넓혔다. 약 수납장도 새로 만들어 넣었다.일반약 장도 새로 짜 넣었다. 응대 공간 뒤 짜투리 공간을 벽을 허물고 수납장을 짜 넣었다. 지금은 일반약 판매대 뒤에 바로 창고 역할을 하는 수납장이 있어 편리하다. 한창 유행인 'DIY'이라고 하기엔 소박하다. 하지만 강 약사가 소품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한 건 환자 패턴에 맞지 않았던 당초 솔약국 공간 상황에서 비롯됐다."원래 가구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는데, 약국에 필요한 게 눈에 띄니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적당한 걸 사서 쓸수도 있겠지만, 약국에 제일 알맞은 걸 아는 건 약사 본인이라는 생각에 치수를 재고 설계도면을 그리기 시작했죠."강약사가 설계한 일반약 수납칸(왼쪽)과 제작한 파스 수납장(오른쪽) "약국 다른 사람에게 팔면 울 것 같아, 당신"이렇게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한 수납장이 어느 덧 약국 내 제법 눈에 띄게 자리한다.파스 종류가 한눈에 들어오는 파스 진열대는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것까지 강 약사 손으로 했다. 약국 한쪽에 눈에 띄는 한약수납장은 강 약사가 설계해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사용해왔다.강 약사는 '이름표를 넣을 수 있는 손잡이를 찾아 백방으로 알아본 것'이라며 뿌듯해했다.의약외품과 일반약 설명을 담은 제품 가격표도 강 약사가 디자인해 출력한 결과물이다.엑셀 파일을 이용해 만들면서 배경 색깔에도 의미를 담은 거라고 설명했다. 냉파스부터 온파스까지 색깔을 달리하고 가격과 특징을 간략하게 적어넣었다.각종 밴드를 모아놓은 진열대에도 강 약사가 제작한 가격표가 눈길을 끌었다."소소하게 작은 수납장이나 진열장을 제가 설계해서 목공소에서 제작한 것들이예요. 인테리어를 한꺼번에 하기 보다는 제가 그때그때 조금씩 고치고 더하며 꾸려온 약국이예요. 아쉬운 점도 많지만 애착도 크지요."오죽하면 부인이 '약국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면 당신 울겠다'고 까지 했을까. 지인들의 말처럼 강 약사가 약국에 쏟는 애정은 대단하다. 조제실 전문약 관리를 위해 쉬는 날에도 혼자 나와 약을 정리한다고 한다.강 약사가 설계해 제작을 맡긴 한약장 직접 디자인, 제작해 비치한 제품 설명표"처방전이 여기저기 많은 병의원에서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방약이 자주 바뀌는 통에 골치가 아파요. 이것만 해결돼도 약국 하는 데 힘들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문전약국 버금갈 만큼 많은 약을 가지고 있고, 사실 관리하기에도 벅찬 수준이죠. 그래도 처방이 들어오면 물리치지 않고 모두 조제한다는 방침이예요. 어르신들이 약국 여기저기 다니기 힘드시기도 하니까요.""젊은 약사의 고민, 모두 나와 비슷할 것"삼육대를 졸업한 강 약사는 서울에서 안산으로, 안산에서 다시 태안으로 옮겨와 정착한 경우다. 좀체 도시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여느 젊은 약사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 여기에는 인생을 좀 더 여유있게 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약사로서 직업에도 충실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민 끝에 태안에 정착했습니다. 서울과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고 무엇보다 시외버스 터미널과 멀지 않아 머지 않은 미래에 동네가 더 많이 발전할 거란 생각이었어요. 동네도 조용하고 살기 좋고. 만족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조용한 전원생활만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약사 직능을 순수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도시보다 지방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과거에 씁쓸했던 계기가 있었다.강신택 약사"안산에서 약국을 할 때, 하루 50만원이 채 되지 않던 매약 매출을 몇 달간 정말 열심히 복약지도하고 상담한 끝에 70만원 대까지 올렸어요. 정말 뿌듯했어요. 단골도 생기고. 그런데 목 좋은 곳에 약국이 들어서고 그곳은 상담도 없이 하루 80~100만원 매약 수입을 그냥 올리는 거예요. 약사 개인이 아등바등하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입지가 약국 존재 의미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경쟁은 의미가 없겠더라고요."그는 지금 젊은 약사들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자신이 약국을 열심히 가꾸지만 전문가가 해내는 '한 방 인테리어'를 당하지 못하듯, 자본과 높은 임대료로 밀고 들어오는 약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강 약사는 지방 행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약사들이 도시를 벗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우선은 제 약국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예요. 상황이 좋지만은 않지만 지금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야지요. 당장은 약국에서 더 좋아질 여지가 없는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당장 여름 오기 전에 얼음정수기도 놓고 싶고, 어수선한 약 배송박스도 정리하고 싶고요. 고민 대신 하나씩 풀어가는데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2015-05-06 06:14:59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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