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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약국 열 돈이 어딨어"...수천만원 건네 준 스승

  • 이정환
  • 2017-05-17 12:15:00
  • 스승과 제자처럼, 선배와 후배처럼...이범구-정국현 약사의 동행

"생활이 어려웠어요. 대학원을 중단하고 약국을 열겠다고 스승님께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단박에 '네가 돈이 어딨냐'는 말씀이 돌아왔어요. 그러시더니 직접 보증을 서 마련한 수 천만원을 제 손에 쥐어 주시는 거에요. 약국 여는데 쓰라면서 말이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성균관약대 7회 졸업생 이범구 약사(근화사 약국)와 32회 정국현 약사(도곡메디칼 약국)가 30년간 이어온 인연은 따뜻하다.

둘은 1987년 성균관 약대에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나 평생 '멘토-멘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선배이자 스승인 이 약사는 형편이 어려운 정 약사가 학업에 전념하도록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 준것은 물론 약국을 여는데 드는 수 천만원의 비용까지 대줬다. 믿음의 크기가 얼마면 가능한 일일까.

사랑은 대물림이다. 정 약사는 이 때 느낀 후배 사랑을 오늘까지 잊지 않고 해마다 동문회 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만 2억원에 가깝다.

약국경영 경쟁이 치열해며 매출이 잘 나오는 약국부지를 놓고 금전적 이익이 선후배나 상도덕 위에 서는 게 당연시되는 요즘, 사제 간 의리나 돈독한 정을 나눴던 과거는 빛 바랬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흐른다.

17일 데일리팜은 가정의 달을 맞아 정 약사를 만나 스승인 이 약사와 쌓아온 따스한 시간들을 더듬어 봤다. 두터운 신뢰와 세월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선배로부터 후배에게 연결되고 있었다.

정 약사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어요. 너무나 따르고 싶었던 스승이라 학업·강의·개국·기부·인품 모든 것을 똑같이 따라하며 군사부일체를 체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25년 세월을 건너 뛴 두 약사는 정 약사가 학부시절 이 약사 한방 강의를 수강하면서부터 사제의 연을 맺었다. 당시 교수였던 이 약사 인품과 학식에 반한 정 약사는 석사, 박사 과정을 밟을 때도 이 약사를 따라 학업에 매진했다. 특히 이 약사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정 약사에게 2학기 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줬다.

1991년은 정 약사에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해다. 대학원 학기중에도 수 년간 야간 약사 업무를 보며 가족과 생활비를 책임졌던 그는 심신이 지쳐 학업 대신 돈을 벌기로 마음 먹었다.

성대약대 이범구 약사(가운데)와 정국현 약사(오른쪽), 김형지 약사(왼쪽)가 녹우재 현판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당 녹우재 현판 글씨는 이범구 약사가 직접 썼다.
학업을 멈추고 전일제 페이약사로 일하며 돈을 모아 약국을 열 뜻을 밝히자 이 약사는 개국비 수 천만원을 선뜻 내놨다. 정 약사가 후배들의 학업과 생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날부터다.

정 약사는 이렇게 회상한다. "부모님과 두 동생의 생활비가 필요했고, 야간 약사 월급과 장학금만으로 턱없이 부족했어요. 페이약사로 일하며 개국하겠다는 의지를 스승님께 밝히자 돌아온 첫 마디는 '네가 개업할 돈이 어디있냐'는 말씀이었죠. 손수 보증을 서 당시 거액인 수 천만원 개국비용을 전해주셨습니다. 웬만한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때부터 선생님이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 약사는 요즘 약사사회는 사제지간 정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는 "약사들의 사제지정이 많이 옅어졌습니다. 살기 바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약국개업을 위해 전액에 가까운 개국비를 선뜻 낼 수 있는 사례가 쉽지 않을 겁니다"라며 "요즘은 인간적인면 보다 지식의 전달이나 배움 정도로 가벼워졌고 끈끈함도 사라졌습니다. 제게 이범구 선생님은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친구같은 멘토에요"라고 했다.

정 약사는 "후배 약사는 좋은 스승, 멘토를 정해서 도움을 받는게 효과적입니다. 저도 선생님 발자취를 그대로 쫒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고요. 학업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약사로서 열정이나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셨기 때문에 매해 모교 장학금을 내고, 클래식 기타 동아리 PIMA 운영비를 사비 충당하는 것을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약사분들이 좋은 스승을 만나고 또 대를 이어 후학을 돕는 약사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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