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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리아 굴기(倔起)...제약바이오만한 게 없다

  • 조광연
  • 2017-06-13 06:14:54

얼마전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솔깃한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 "다른 산업 관계자들은 똘똘 뭉쳐 미래 방향성을 잘도 만들어 내는데 우리 쪽은 그게 잘 안돼요. 한데 뭐, 이쪽 사람들이라고 유별나서 그러겠어요?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워낙 복잡한데다, 각각의 구성원들이 자기 입장서 펼치는 논리들이 나름 타당성 있게 들리기 때문이겠죠.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도 이 분야, 저 분야의 주장에 헷갈릴거에요. 만약 생태계를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게하며,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숲의 공간으로 비유한다면 최적의 생태계란 균형일 겁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 역시 생태계 관점서 들여다봐야 해요."

전세계 반도체 시장 400조원, 한국 자동차 연간 수출액 50조원, 한국 반도체 연간 수출액 69조원, 세계의약품 시장 1500조원(2020년 추정).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교 우위 수치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의 대안을 이야기할 때 제일먼저 나오는 에피타이저다.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도 의약품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오래된 레퍼토리인데, 100% 수긍할 수 있다. 이 분야 선진국이라는 미국, 일본, 벨기에 같은 나라가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마당인데 토를 달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 시점에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정부가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산업으로 제약바이오 만한 게 없음을 바로 인식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정책도, 육성 지원책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처럼 노바티스나 로슈같은 다국적 제약사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도 필요한데, 제약바이오 산업계 종사자들은 이 점에 대해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네,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Yes, we can)"라고 말한다. 응용력 뛰어난 인재가 많고, 연구개발(R&D)에 관한 열망이 충만하며, 어느나라 못잖은 임상능력이 있고, 혁신신약에 대한 갈망이 크다. 구슬을 누가 꿰어 보배로 만들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했다면 최적의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데 정부의 역할이나 정체성을 눈을 부라리는 관리감독자로 규정하면 곤란하다. 군 열병처럼 각진 대오를 꿈꾸는 순간 창의성은 대오를 이탈하고 만다. 대신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일원이 되어야 한다. R&D, 즉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ement)'이 강물처럼 흐르도록 해야한다. 연구의 싹을 틔우고, 꽃으로 열매로 더 개발하려는 사람이나 벤처, 기업을 시스템으로 격려해야 한다. 흔히 지원이라면 여기저기 주문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 생각하기 십상이나, 그렇다고 '돈비'를 내려해결 할 수는 없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부가가치가 생겨 'R&D하면 돈이되는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게 만들어야 한다.

R&D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생태계의 아우성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고 한다. 대학은 혁신제품과 기술개발의 근원이라며 기초과학 투자를 주장하는 측면이 있는가하면 세계 눈 높이에서 벤처 수준인 국내 제약기업들은 '라이센싱 아웃'을 넘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3상 임상한번 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다. R&D투자 능력 강화를 위해 약가정책도 연동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 일리있다. 그렇다고 '몰빵'할 수 없는 것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현실을 균형있게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귀를 열어 각계 의견을 곰처럼 듣되 판단은 여우처럼 해야 한다. 그럴듯 포장된 주장들의 이면과 본질을 꿰뚫어 내려는 노력과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사람을 걸러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바이오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생태계를 조망하는 거시적 기준(김선영 서울대교수 제언)이 필요하다. 연구 성과 평가방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학에서 창업 활성화는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맞춤형 퍼스트 무버(First mover)전략은 어떻게 짤 것인지, 과학기술과 돈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금융적 접근과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할 것인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R&D 컨트럴 타워는 어떻게 만들고 실행할 것인지라는 큰 관점이 요구된다. 이곳 저곳의 주문에 응답하는 땜질식 대응은 안된다. 대학이든, 벤처든, 전통의 기업이든 이곳 연구실에서 나온 성과가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큐베이팅 되고, 여기에 시장의 자금이 자연스럽게 달라 붙어 기업공개로 이어지고, 더 큰 기업이 인수합병(M&A)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면 제약바이오는 대한민국의 굴기가 될 수 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줄탁동기 같은 생태계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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