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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간절한 그대...급여에 발목잡힌 폐암 신약

  • 안경진
  • 2017-06-22 06:15:00
  • "급여등재와 환자 아우성 간극 좁히자" 데일리팜 미래포럼서 열띤 토론

제27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 지상중계

21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미래포럼 현장
#폐암 진단이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던 15년 전에는 이러한 고민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2000년대 초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작용하는 면역항암제 '이레사(게피티닙)'가 등장한 이후 폐암 치료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표적항암제를 통해 1~2년의 생존기간을 보장받게 됐고, 최근에는 치료과정에서 생겨난 내성마저 극복할 수 있는 약제가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이 약을 쓸 수 있는 환자가 극도로 제한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 달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약제비 부담으로 인해 포기를 강요받는 환자들. 표적항암제 대신 독한 항암제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들은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어진 재정을 효율적이면서도 형평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임무수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등재와 폐암 환자들의 아우성.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데일리팜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은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임상전문가부터 정부기관과 환자,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왜 '폐암치료제'여야 하나= 폐암은 지난 15년간 가장 급진적인 발전을 이뤄온 분야다.

'이레사'나 '잴코리(크리조티닙)' 같은 #표적항암제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등의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2배가량 향상됐다. 2000년 전까지 12.7% 수준에 머물던 5년 생존율은 2010년 이후 25.1%까지 뛰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질병 부담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2014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발생률은 연간 2만 4000건으로, 위암과 대장암 다음 3위에 해당한다(갑상선암 제외). 5년 상대생존율은 25%로 5대암 중 가장 높다.

발생률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사망자수가 가장 많은 암종이란 얘기다.

주요 암의 5년 상대생존율 추이: 남녀 전체(출처: 2014년 국가암등록통계)
미래포럼의 발제를 맡은 #강진형 교수(가톨릭의대 종양내과)는 "한달에 800만원~1000만원이 소요되는 약값을 환자 혼자 짊어지기엔 부담이 너무나 크다"며, "실손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이상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비급여 약제를 신속하게 급여화 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성허가와 급여 사이…좁혀지지 않는 '간극'= 식약처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평균 600일. 다국적 제약사들이 자사 의약품의 급여를 촉구할 때 흔히 거론되는 근거자료다.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뒤 급여등재 신청을 하는 주체가 제약사이기 때문이다.

허가 이후 즉시 등재신청을 하는 회사도 있지만 자료를 검토하거나 시장성을 따져보는 등 여유기간을 두고 신청하는 회사들도 있어서 급여등재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를 정부 책임만으로 돌리기엔 많은 제한점이 따른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건 급여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 따르면, 2011년 12월 허가를 받았던 ALK 표적항암제 '잴코리'는 2015년 5월 급여등재까지 40개월이 걸렸고, 동 계열 약물인 '자이카디아(세리티닙)'는 2015년 1월 허가시점부터 지난해 8월 급여등재되기까지 19개월이 소요됐다.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지난해 5월 허가된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올리타(올무티닙)'는 심평원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제를 맡은 강진형 교수
강진형 교수는 "면역항암제 2종이 빠르면 9월경 급여등재가 기대되는 데 반해 타그리소, 올리타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며, "일주일 차이로 임상시험이나 동정적사용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해 운명이 바뀌는 환자들도 종종 보게 된다. 투여대상이 명확하고 우수한 반응률을 보이는 3세대 표적항암제의 급여시기가 유독 늦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래포럼 패널로 참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은 "임상현장에서 지적해주신 암환자들의 어려움에 100% 공감한다"며, "다만 심평원 입장에선 기존 약제 대비 신약의 효능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소요되는 비용이 합리적인지 등을 따져보는 기간이 필요하다. 비급여 기간을 최소화 하려면 허가 이후 즉각 급여등재를 신청하거나 건강보험에서 허용하는 범위로 약값을 인하하는 등 제약사 측에서도 적극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사후평가제도·본인부담률 차등화…다양한 의견 나와= 이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루가 절실한 폐암 환자들에게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평원도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방법 중 하나는 비용효과성을 사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병일 실장은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먼저 항암제를 쓰게 하고 사후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따져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위험분담제(RSA)나 본인부담률 차등제도도 여러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제약업계와 함께 경제성평가 개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약의 진입절차를 간소화 하는 방안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5%로 고정되어 있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다양화 하고 사후평가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많은 패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왼쪽부터)패널로 참석한 안기종 대표·김준현 대표·김봉석 교수·이병일 실장·강진형 교수
패널로 참석한 김봉석 교수(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암환자들에게 항암제 투여를 중단한 이유를 물었을 때 69%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 암환자와 보호자들은 본인부담률을 20%까지 올려서라도 항암제를 투여받을 용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신속한 급여적용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진형 교수 역시 "모든 환자들에게 일률적으로 5%를 적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건보재정을 절감하면서 항암제의 급여혜택을 확대하려면 본인 부담률을 다양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5~10년 뒤를 예측함으로써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야 하는 현 제도보다는 급여시기를 앞당기고 이후에 재평가하도록 하는 사후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영국에선 급여와 비급여 외에 예비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급여시기를 앞당기는 대신 효과가 없으면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식"이라며 "백혈병 치료제 '에볼트라'에 적용된 근거생산조건부 급여와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단, 시민단체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비용효과성을 사후검토한다고 가정할 때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운영은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족한 재원은 담뱃세·항암펀드가 대안= 다음으론 재원마련에 관한 고민이 해결돼야 한다. 담뱃세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주요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진형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면역항암제에 보험급여를 적용한 일본의 경우 11조엔에 달하는 재정이 소요됐다"며, "담뱃세는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급여권 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항암제들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흡연력을 가진 이들이 상당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담뱃세 활용에 대한 명분이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김봉석 교수도 "담배는 암환자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30%를 차지한다"며, "담뱃세를 통해 거둬진 국민건강증진기금이 항암제 급여에 따른 추가재정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힘을 보탰다.

미래포럼의 좌장을 맡은 이재현 교수
그 외 영국과 같이 비급여 약제에 대한 항암제지원펀드(CDF)를 운영하고, 제약사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환급형에 치우쳐 있는 위험분담제를 보다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봉석 교수는 "암의 보편성을 고려할 때 전 국민이 최소 1명의 암환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시대다. 그 중 60%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특정집단이 아니라 내 가족의 이야기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끼리만 논의하기 보다는 당사자인 암환자들과 제약사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병일 실장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소비자단체 등을 포함시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지만 최근 암환자들의 민원이 늘어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며,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여러 환우회와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성균관약대 이재현 교수는 "당장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임상전문가와 정부기관, 환자단체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의미깊은 시간이었다"며, "항암신약의 급여등재 과정에서 폐암 환자들이 느끼는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긴 바란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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