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신약 재정독성 유발이 다국적사 한국법인 탓?
- 안경진
- 2017-06-30 06: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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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회 암정복포럼, "제약사 약가인하" 목소리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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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암정복포럼 되돌아보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출범 당시부터 "미국 제약사들의 약값이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대적인 약가인하 의지를 밝혀왔다. 이달 중순부턴 약가인하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명령 검토에 돌입했다. 저가의 해외의약품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등을 신속승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제약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의 최신 보고서는 "미국이 가격인하 정책을 추진 중인 데다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당수의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0년 전 세계 의약품 매출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5.4% 낮아진 1조 6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제약업계와 전쟁 선포한 트럼프…과연 우리나라는?
그런데 이 같은 약가문제를 남의 나라 일로만 받아들인다면 큰 오산이다.
28일 암정복포럼에서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항암제 청구액은 약 1조 390억원으로 전체 약품비의 6.8%를 차지했다. 이를 적다고 판단할 이들도 있겠지만 증가율은 심상치 않다.
특히 2014년 이후 증가폭이 커지는 상황으로 암환자의 1인에게 소요되는 항암제의 연간 투약비용도 5년 새 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10~11년 2.1백만원'→15~16년 2.8백만원).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이 암과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되면서 항암제 심의사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약값이다. 10여 년 전 비싼 약값 때문에 말기 폐암 환자들이 죽어간다고 보도되며 사회적 논란이 됐던 폐암 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의 당시 가격은 한알에 8만원이었다. 한달 복용분으로 환산할 경우 240만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차원이 달라졌다. 지난 8월 제약사의 자진인하 결정으로 약값이 35% 낮아진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니볼루맙)'의 한달 약제비용은 60kg 성인 기준으로 5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옵디보의 미국 내 표시가격(list price)은 한달 평균 1만 3100달러(한화 약 1540만원)로, 연간 15만 7200달러(한화 약 1억 8500만원)가 지불되고 있다.
김흥태 암정복추진기획단장에 따르면 현재 1000억 달러를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항암제시장은 2020년 15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전체 암 치료비용은 26% 늘어났는데, 그 중 절반을 항암제가 차지했다. 1960년대부터 돌이켜볼 때 신약의 평균 출시가격은 10년마다 꾸준하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한달에 100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증가해 개발도상국에선 구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1975~2014년까지 가계 수입이 정체된 반면, 미국 내 출시된 모든 항암제의 평균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를 나타냈다(Nat Rev Clin Oncol. 2017;14:381).
항암제 가격 올라갈수록…늘어나는 환자 피해
고가 항암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암환자들이 떠안고 있다.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는 28일 포럼에서 2010년 이후 허가된 항암제들의 급여 현황을 공개했다.

그 이유는 다음 표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대호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항암신약 허가기간은 1~2년가량 단축됐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반영한다"며, "반면 고가의 항암제가 늘어나면서 급여시기는 당겨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고 허가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 효용성을 입증하기 힘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흥태 단장도 "선진국에서도 새로 허가된 항암제의 절반 미만을 사용할 수 있다. 국민건강시스템을 통해 환자에게 모든 항암신약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항암제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세계 경제가 항암제 비용 을 지불할 수 없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항암제 가격 낮출 일차적 책임은…"제약사에게 있다" 이번 암정복포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항암신약의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 해결방안을 제약업계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항암제의 급여 접근성을 향상시키려는 취지의 다른 토론회들과는 전혀 색다른 접근방식이었다.
김 단장은 "환자의 아웃컴 개선과 거의 상관관계 없이 항암제 가격이 책정돼 있다"며, "제약계가 항암제 가격을 낮출 일차적 책임을 갖는다"고 지목했다.
김 단장이 내세운 첫 번째 논리는 최근 도입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현재 책정된 가격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일부 암환자들에게 효과를 나타낸 건 맞지만 실제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인용된 논문(BMJ 2016;355:i5792)에 따르면, 영국의사협회는 항암제가 암환자 5년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 비율을 약 20%라고 봤다.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고환암과 호지킨림프종, 자궁경부암, 림프종, 난소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의 경우 5년 생존율 2.3%, 생존기간을 3개월 연장시키는 데 그쳤다고 분석한다.
다른 암종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지난 10여 년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된 항암제 14개는 생존기간을 1.2개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된 항암제 48개는 생존기간을 2.1개월 연장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사협회도 "2014년~2016년 FDA로부터 허가된 47개의 항암제 가운데 ASCO(미국임상종양학회)가 인정할 만큼의 임상적 이점을 지닌 약제가 9건(19%) 뿐이었다"는 연구 논문(JAMA Oncol 2016;2:1238-1240)을 발표했다.
빅파마들…"R&D 투자보다 마케팅 지출이 많아"
제약사들이 항암제 가격이 높아야 하는 이유로 흔히 내세워지는 명분은 연구개발(R&D)이다.
실제 미국제약협회는 "항암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억 달러가 투입돼야 한다"며, "약가는 혁신비용 및 해당 신약이 기여하는 가치 등을 반영한다. 향후 신약투자 비용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도 맹점은 있었다. 김 단장이 인용한 논문(Nat Rev Clin Oncol 2017;14:381)에 따르면, 존슨앤존슨(J&J)과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사노피, 머크(MSD), GSK,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애브비 등 글로벌 상위 제약사 10곳은 마케팅 지출이 R&D 지출을 초과했다. 회사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만만치 않은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신약이 허가를 받고 급여등재 되는 순간 주가가 폭등하기 때문에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수혜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포럼의 패널로 참여했던 심평원 이상무 심사위원도 "현재 약가가 적절한지를 점검하는 게 급선무"라며, "약가산정 자료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최근 나온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R&D 투자 대비 회사가 가져가는 이익금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순이익이 지나치게 높은 회사는 약가에 문제가 없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해결할 만한 방법으로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와 제조비, 마케팅비 등을 공개해 적정 약값을 책정하도록 하는 '의약품 가격 투명성법'이 거론된다. 이 위원에 따르면 이미 미국에서도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약가 투명성 법안을 입법화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 단장은 "높은 실패율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약값은 과다하다"며, "비용과 약제 효과의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비용은 낮으면서 가치가 높은 약제에 급여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법인 한계…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없나 '고가 항암신약의 재정독성 해결방안'을 주제로 열린 암정복포럼의 논의 내용은 참신했다. 물론 약가인하 외에 항암제지원펀드(CDF), 비용효과성 사후평가제 도입, 본인부담률 탄력적용 등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다양한 안들이 제시됐지만 이번 기사에선 약가인하에 관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중대한 한계가 있다. 국내 도입된 항암신약의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를 글로벌 본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국법인장들에게 본사로부터 주어진 권한이 지나치게 작다는 사실은 과거 데일리팜 기사에서도 따져봤던 문제다.
이 같은 발언에 김흥태 단장은 "제약사들이 더이상 자사의 이익을 위해 암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해선 안된다"며, "제약사가 약가를 인하하면 재정독성 문제는 90% 이상 해결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의약품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특허기간을 축소시키거나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의 저가의약품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들이 함께 고려돼야 할 듯 하다.
당장 손에 잡히는 해결책이 마련된 건 아니지만, "효과가 있는 유일한 약은 환자들이 지불 가능한 약이다"라던 김 단장의 마무리 멘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인상깊은 포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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