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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다국적사를 '외자사'라 부르나

  • 어윤호
  • 2017-01-20 06:15:00
  • 한국법인은 늘 "본사에 확인을…" 본사에 대한 협상력 갖춰야

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데일리팜의 '다국적 제약사의 허와 실' 기획기사 1편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처럼 제약회사가 자선사업가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약산업을 여타 산업군과 동일한 잣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

모든 외자사 한국법인은 신약을 들고 오면서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많다. 딜레마 없이 '치료제'보다는 '상품' ?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한국법인장,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에 있고 그 중심에는 CEO가 있다. 한국OOO, XXX코리아 등 제약사를 이끄는 CEO, 한국법인장들은 힘이 없다.

국내사 오너십으로 인해 CEO의 권한이 작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몇몇 수장들은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다. 사실상 한 회사의 'Executive director(이사, 혹은 전무)'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토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들 CEO는 한국 직함으로 모두 '사장'으로 불리우지만 영문 직함은 보통 Vice President, Senior Vice President, Corporate Vice President, Executive Vice President 등 등급이 나뉜다.

문제는 한국법인장 중 외자사의 지역본부(Region, 가령 아시아태평양 본부 등)에 입김이 작용하고 어느 정도 전결권을 부여받은 사장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인 CEO는 더 그렇다. 굳이 언급하자면 이동수 전 화이자 대표, 김진호 전 GSK 대표 등이 비교적 입지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수입원가, 예산, 송금, 약가 등 모든 지침은 본사, 혹은 리젼을 통해 내려온다. 법인장은 이를 수행하고 보고한다.

다음은 한 전직 외자사 CEO의 푸념이다.

"대리점주, 바지사장 등 법인장을 비꼬는 얘기들에 기분이 상하면서도 일부분 수긍이 갔던 부분도 있어요. 의약분업 이후 외자사들의 증흥기에 비교하면 현재는 더 권한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단돈 1000만원 결제도 본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회사도 있다고 합디다."

구조가 불러오는 악순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상반응이 적잖다. 무리가 따르니, 버거운 행보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본사가 정한 수입원가를 수용하면서 송금액을 맞추려면 비용절감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다품목을 통해 목표 매출을 당성하기 보다는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 등 이른바 '고가약'에 집중, 고수익 창출을 노리는 요즘 트렌드에 영업부 감원은 이어진다. 나이 많은 영업사원들은 첫번째 타깃이 된다.

무작정 노(勞) 측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외자사 노사갈등 상황이 정점을 찍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마케팅 대상인 국내사, 도매업체가 아무리 저마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도 한국법인에게 방도는 없다. 고맙게도 자청해서 저마진을 제시하고 계약을 원하는 국내사가 꼭 1곳은 나타나 준다.

원하는 약가 산정을 위해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눈이 먼 법인장이 앞장 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본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국법인 명의로 수년에 걸쳐 400억원 가량을 대출을 받은 한국인 사장 얘기는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2015년 기준 바이엘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본사로 송금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노바티스, 한국로슈 등 업체들도 적게는 순익의 30%, 많게는 절반 이상을 해외 본사, 즉 외국 대주주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외자사의 주장처럼 송금액 규모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 역시 '자의'가 내포됐다고 좋게 봐달라는 논리와 같다.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기댈 것은 윤리와 인격, 사명감 등에서 비롯되는 '어필'이다.

한 외자사는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 2종을 모두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국내 공급중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본사에서 제시한 약가는 높았고 한국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었다. 해당 회사 법인장은 몇번이고 리젼을 찾아 약가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함을 제시했다.

두 약은 모두 본사가 책정한 가격보다 인하돼 한국 보험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 외자사 약가 담당자는 "한국법인 입장에서 본사 설득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신약 론칭이 실패하면 사업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표이사가 리스크를 떠 안기 어렵다"고 밝혔다.

글로벌 약가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한국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약가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가능한 선에서 고민하고 읍소하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근 몇년 간 진행된 ERP, 소규모로 진행된 구조조정외 개별적 권고사직으로 인해 300명 가량의 임직원을 내보낸 외자사 한국법인을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화장품도, 자동차도 아닌 '약'이다. 제약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단,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반영한 상태에서 말이다. 불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놓고 싫으면 관두라면서 '환자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용안정을 제공했다고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은 '다국적제약'이라 칭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들을 '외자'라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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