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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치솟는 임대료 명동 약국들…최악의 불황에 '휘청'

  • 이정환
  • 2017-07-29 06:15:00
  • "약국부지, 대자본 화장품 기업들이 점유…중국발 사드영향"

약국 밀집지역 탐방-서울중구 명동 편

"1966년부터 명동 중심가에서 약국을 해왔지만 요즘만큼 어려운 시기가 없어요. 지금은 약국건물 수리로 휴업중인데, 나도 다시 약국을 열어야할지 고민중입니다. 명동 중심에서 약국 지키고 있는 약사는 한 두명 남았다고 봐야죠."

하루 유동인구 50만명, 일본·중국·동남아·아랍 관광객 쇼핑 1번지이자 서울의 중심 '명동'이 최근 약사들에게는 약국경영 데드오션(Dead-ocean)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10년 전만해도 국내 피부과, 성형외과, 한방의원을 찾는 세계 각국 의료한류 환자들의 밀려드는 처방전과 관광객들의 일반의약품 매약을 통해 고수익을 맛봤던 명동 약국가 풍경이 최근 1년 새 180도 바뀌었다.

병·의원 수가 점차 줄고 월 임대료와 보증금, 권리금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명동 중심가 약사들은 경영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드 후폭풍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여파도 회복세에 오르지 못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국산 화장품 산업이 세계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자 명동 중심가는 번쩍거리는 간판의 수 십, 수 백평대 코스메틱, 패션 브랜드 매장으로 빈틈없이 덧칠됐다. 대기업이 자본투자한 대형 드럭스토어의 입점도 약국부지를 위협하는 요소다.

28일 데일리팜이 4호선 명동 전철역에서부터 명동 예술극장,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이어지는 명동 중심가 위치 약국들의 경영 생태계를 발로 뛰어 살펴봤다.

현재 명동 지역 내에는 약 11곳의 약국이 운영중이다. 이중 명동역과 유네스코 회관, 명동대성당 앞은 피부과·성형외과·내과·치과·한의원 등 동네의원 두 세곳이 자리잡고 있어 처방전 환자를 소화하는 층약국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철역과 유네스코회관 외에는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보행하는 명동 중심가 1층에서 일반의약품 등 판매를 중심으로 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현황이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땅값,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국내 땅값 순위 상위 10위 대부분에 명동 부지가 포함된다. 이와 비례해 상가 임대료도 시쳇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현재 명동 중심가 1층 임대료 평균시세는 월세 4000만원, 보증금 4억원을 호가한다. 명동과 연결됐지만 외곽상권으로 평가되는 을지로 입구역 부근이나 회현역 인근은 월세 약 1200만원 보증금 2억여원으로 그나마 상황이 양호하지만 유동인구 발길도 비례해 크게 줄어든다.

건물주에게 지불해야하는 보증금과 월세 뿐만이 아니다. 약국개설을 위해 들어가려는 자리가 현재 영업중인 매장이라면, 해당 경영주가 개국을 앞둔 약사에게 권리금 1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케이스도 흔하다. 약국개국과 경영을 위해 예상해야할 기회비용이 크게 치솟는 이유다.

명동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아시다시피 명동 번화가 한복판 상가를 빌리려면 수천만원 임대료와 수억원 보증금, 1억원 이상 권리가 발생한다"며 "초고가 입지기 때문에 상가위치마다 가격차가 크지만, 외곽이 아닌 중심가는 3000만원~4000만원 이상 월세를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도 "만약 약국을 하시려면 명동 외곽지역을 추천한다. 이 곳은 중심가에 비해 유동인구는 크게 줄지만, 약국을 찾는 수요도 있고 월세도 대폭 떨어진다"며 "중심가는 사실상 약국들이 줄줄히 문을 닫고있는 실정이다. 어떤 건물은 1층을 통으로 빌려야해서 월세 1억원, 보증금 10억원 짜리도 있다. 기업이 아닌 개인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살인적인 임대료와 더불어 국내외 대자본 소유 기업들의 코스메틱, 패션 브랜드의 성장세도 명동 약국경영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명동 지역 개원가 부근 위치한 약국들
명동은 국내 소비자들과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1번지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특히 최신 유행 패스트패션(SPA)을 추구하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의류기업과 삼성, 이랜드 등 국내 대기업들의 패션브랜드들이 지상 3층짜리 수백평대 매장을 경쟁적으로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 코스메틱 전문 기업들도 해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너도나도 대형 매장을 신설하기위한 자리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리브영 플래그십스토어, 부츠 등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들도 명동을 타깃으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패션, 코스메틱, 드럭스토어 매장들이 줄줄히 늘어선 명동 거리에 약국이 버티고 설 힘이 크게 줄었다는 게 현지 약사들과 부동산 업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명동예술극장에서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이어지는 약 500m 직선구간에만 약 5곳의 약국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약국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내 통합검색 결과와 지도에는 표시되지만 실제 현장에는 다른 상점으로 변경됐거나 휴·폐업중인 상황이다.

휴업중인 한 약사는 "1966년부터 명동에서 약국을 했다. 그때만해도 명동성모병원 이전하지 않아 처방환자가 꽤 있었고 관광객이나 유동인구를 통한 매약매출도 높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문닫은 약국이 여러개"라며 "나도 휴업중이지만 다시 약국을 열어야 할지 고민된다. 의원도 없고 임대료가 과다하게 높아진데다 화장품 상가가 경쟁적으로 치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중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제재도 명동 약국가엔 적잖은 치명타다.

명동 중심가 분포 약국들
명동 중심가 한 약국장은 "명동 약국경영이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웠는데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마저 크게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더니 올 초부터 지금까지는 한가해서 사실 쉬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동에서 약국을 이어갈 수 있는 약사들이 많이 줄었다. 임대료도 높고 소비자도 줄었다. 아랍 관광객들이 늘었다곤 하는데 그들이 약국의 주요 소비자는 아니다"고 했다.

비교적 최근 명동 중심가에 약국을 연 약사도 "명동은 약국이 밀집했다고 볼 만한 지역이 없다. 중국인이나 아랍인 등 다국적 환자들이 많이 찾는 것은 사실이나,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의 체감은 어렵다"며 "처방전 환자는 거의 없다. 일부 층약국은 주변 클리닉 처방전에 의존하지만, 1층 약국이 처방전 환자를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약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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