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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면역항암제 투약 거부"…심평원 온 환자들

  • 이혜경
  • 2017-08-30 06:14:59
  • 이병일 실장 "명단 확보되면 투약 중단 사유 확인하겠다"

"면역항암제를 오프라벨로 투약해주던 의료기관들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진료비를 환불하고 있어요. 심평원이 무언의 압박을 했다는 겁니다."

"주치의 녹취록을 공개할게요. 23일 심평원 권고에 따라 면역항암제 허가초과 투약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어요. 그런데 주치의는 '심평원에서 오프라벨 처방은 원칙적으로 안된다. 사안별로 심사조정이 들어갈 수 있다'고 삭감을 암시했다면서 투약할 수 없다네요."

네이버 면역항암카페 회원 30여명이 29일 정오 심평원 약제관리실이 위치한 국제전자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9일 정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는 30여명의 면역항암제 카페 환자와 가족들이 모였다. 전국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 유지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심평원은 저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평원이 오는 12월 31일까지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도 면역함암제 사전사용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가초과 사용이 가능하다는 권고안을 배포했지만, 의료기관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면서 일이 커졌다.

면역항암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준(닉네임 맥스) 씨.
네이버 면역항암카페를 운영하는 김태준 씨는 "주치의 녹취록과 병원에서 보낸 환불 문자를 공개할 수 있다"며 "병원 심사팀에서는 심평원 관계자와 통화했지만 심사조정(삭감) 될까봐 오프라벨 투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 씨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600여명. 하지만 이들 중 1/3은 의료기관의 오프라벨 처방 거부로 투약 시기를 놓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환자들이 2~3주에 1회씩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하는데, 의료기관들의 오프라벨 투약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직접 병원 측 해명에 대한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심평원을 찾은 것이다.

김 씨는 "심평원과 병·의원은 확실한 갑을관계"라며 "심평원이 '지금부터 연말까지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문제를 의료기관에 묻지 않겠다'는 공문을 배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면역항암제를 오프라벨로 투약하는 의료기관의 명단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사항도 덧붙였다.

"우리는 이미 1차적으로 의사들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이에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으니,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다가 마감하라고 통보 받은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면역항암제를 투약하고 1년 이상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정부가 관리에 들어갔어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집회에 참가한 한 환자의 말이다.

심평원, 암 환자 등과 대화...오해 해소 기회 가져

암환자 및 보호자들이 심평원 약제관리실을 찾았다.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집회 시위를 하던 면역항암카페 회원 30여명은 오후 1시 40분부터 3시까지 심평원 약제관리실 대회의실에서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을 만났다.

이 실장을 만나고 나온 면역항암카페 운영자 김 씨는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면역항암제를 투약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고 했다.

1시간 20분이 넘는 동안 대회의실에서는 기존 오프라벨 투약자와 신규 투약자의 필요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에 앞서 이 실장은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건넸다.

면역항암카페 회원인 암 환자들과 보호자, 심평원 약제관리실 관계자들의 만남은 나름 성과도 있었다.

암환자 및 보호자 30여명이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을 만났다.
현재 의료기관의 거부로 투약이 중단된 환자 2명은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 약제관리실 관계자는 "내일(29일) 투약을 거부한 병원에 연락을 취할 계획이다. 투약 중단 사유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심평원은 암환자 카페 회원들에게 '핫라인'을 제안했다. 항암제 담당 심평원 차장이 카페 회원들이 요구한 사항에 대한 진행 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기로 한 것이다. 회원들 또한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담당 차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병일 실장 "의료기관 압박했다면 관련자 문책"

암환자와 보호자 면담을 끝낸 이 실장은 "시행규칙과 허가초과와 관련한 절차는 고시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심평원은 제도 개선을 건의할 수 있지만, 결정할 수 없는 기관이라는 한계를 설명하면서 고시와 시행규칙 안에서 환자 편의를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이날 이 실장은 면역항암카페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하면서, 심평원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선 암 환자들이 지적한 '심평원의 의료기관 삭감 압박'에 대한 논란에 대해 "비급여 처방은 건강보험 청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심평원에서 처방 요양기관을 파악할 수 없다"며 "명단이 없는 만큼 압력을 행사할 수 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이병일 약제관리실장
만약 녹취록 등을 통해 약제관리실 관계자가 '오프라벨 처방 시 심사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을 경우, 이 실장은 관련자 문책을 진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면서도 비급여로 처방되는 오프라벨은 심평원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실장은 "비급여는 청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급여와 연관성이 있을 수 없다"며 "만약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으로 향후 급여 삭감을 우려해 투약을 거부하는 병원이 생긴다면, 즉시 심평원에 알려달라. 투약 중단 사유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환자들의 민원을 듣고 지난 주 금요일과 이번주 월요일에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 연락을 취해 기존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내일은 면역항암제 자문회의를 연다. 이분들한테도 의료계에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지속투여에 대해 양해를 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표준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행하는 경우 표준항암제의 급여를 요구한 의견과 관련, 이 실장은 "2008년부터 230개가 넘는 요법이 관리되고 있다. 다양한 암 환자들이 다학제적위원회를 통해 진료를 받고 있는데, 이번 경우만 예외를 허용할 순 없다"며 "하지만 필요하다면 위원회에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직원들이 암환자 및 보호자를 만나고 대책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규 투약자의 면역항암제 심사 절차 간소화에 대해서도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다. 이 실장은 "고시 개정 이후인 21일부터 신규 환자들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다"며 "내일 열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도 논의할 부분이다. 현재 적응증인 폐암, 흑색종 이외 외국에서 허가 받은 적응증을 심의 이전에 처방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흑색종에 대한 국내 기준과 가격 등에 대한 협상도 이날 진행할 계획이다.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오프라인 처방 지속'에 대한 공문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실장은 "공문을 통해 처방을 요구하는 부분은 진료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신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병원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을 통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안내는 복지부가 진행했다. 심평원도 필요하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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