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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셀프메디케이션? 약과 증상 안맞는 지명구매 많아

  • 정혜진
  • 2017-12-20 12:15:00
  • [앗, 실패다] 묻고 조언해 주려고 해도 "바빠요"...말한대로 달라 재촉 뿐

약국에서 일반약 환자를 대할 때, 가장 난감한 유형 중 하나가 '지명구매'입니다.

"ㅇㅇㅇ주세요." "어디가 아프신데요?" "배가 아파서요." "배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데요?" "그냥 ㅇㅇㅇ주세요, 바빠요."

이쯤 되면 대부분 약사들이 '됐다. 더 얘기해 뭐하냐, 상담해준다 해도 싫다는데...'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겠죠. 그냥 ㅇㅇㅇ을 주고 말지만, 그러면서도 찜찜하고 허탈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고 합니다. '배가 어떻게 왜 아픈지 알아야 약도 맞춰 먹고 얼른 나을텐데.' 싶은 생각에서요.

서울의 한 약사는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은 고비(?)를 넘어, 환자가 겪고 있는 증상을 알아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약국을 찾은 30~40대 남성이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편의점 안전상비약에 새로 추가될 지 모른다며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겔포스'를 찾았습니다. 약사가 '어디가 불편하신데요?'라고 묻자, 남성은 '소화가 안 돼서'라고 말한 거죠.

"깜짝 놀라서, 소화 안 될 때 겔포스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해준 뒤 소화제를 주었더니 그 환자분이 '소화 안 될 때 먹는 거 아니었어요?' 하더라고요. 참... 약국에 있다 보면 정말 별의별 경우가 다 생기지만, 젊은 분들조차 제대로 알고 지명구매 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약사는 '병에 든 피로회복제'를 찾는 노인에게 드링크제를 주었는데,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작은 병에 든 그게 잘 듣는다'라며 스무고개를 했다네요. 알고 보니 감기약 '판피린'이었습니다.

이 약사는 "내가 알고 있는 의약품 지식이 한 순간에 무색해졌다"며 "의약품 고유의 효능,효과를 익히고 전달하는 데 급급했는데, 이젠 환자와 소통해 어떻게 하면 그 효능효과를 환자의 기대감에 부합시킬지를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비단 겔포스, 판피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약사들이 '음주로 인한 두통에 타이레놀 복용은 위험하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아직도 회식 다음날 타이레놀을 사러 약국에 오는 일반인이 적지 않습니다. 지사제와 해열제는 어떤가요. 단순 감기약이라 해도 부담 없이 복용해도 괜찮은 의약품은 없습니다.

전문약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일반약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고, 신제품도 계속 출시되고 있죠.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얼핏 본, 어렴풋한 기억력을 가지고 약을 사러 옵니다. 여기에서 아무런 여과 없이 본인의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의약품을 구입해 복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너무나 자명합니다.

모든 약사들이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앞선 약사의 말이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약국이 이러한 '(몸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소비자의 욕구'와 의약품 고유의 효능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상담과 홍보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약국, 약사 뿐이라는 걸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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