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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리스크 공유'…실속형 R&D전략 확산

  • 천승현
  • 2018-06-19 12:20:22
  • GC녹십자-유한양행, 희귀병치료제 공동개발 MOU 체결
  • 경쟁업체도 특정영역 협력관계 구축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공동으로 신약 개발에 착수한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업체와도 손잡는 ‘실속형 연구개발(R&D) 전략’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GC녹십자-유한양행, 희귀질환치료제 공동개발 MOU...첫 신약연구 제휴

19일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이 공동연구에 착수하는 분야는 경구용 고셔병치료제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간과 비장 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킨다. 국내 환자 수는 70명, 전 세계 환자 수는 6500명에 불과하다.

GC녹십자가 후보물질 탐색 단계를 진행 중인 이 물질은 샤이어가 개발한 고셔병치료제 '세레델가'에 비해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뇌 증상에 대한 효능을 높이는 약물로 녹십자 측은 기대한다.

기존에 없는 혁신형신약(First-in-class)은 아니지만 개발 과정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제품으로 양사는 전망하고 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우선적으로 유한양행이 후보물질 도출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양사 간 협력 범위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다. 임상 개발과 적응증 확장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 향후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이 공동으로 의약품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각사가 강점을 갖춘 분야에 집중하는 '실속형 R&D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가 탐색한 신약 후보물질을 합성의약품 개발에 장점이 있는 유한양행이 후보물질 도출 단계를 담당하고 추후 개발 단계는 양사 협의하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직 탐색 단계라서 상업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각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신약개발 확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협력관계에 합의한 셈이다.

고셔병치료제와 같은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환자 수가 극소수이고 약은 개발하기 힘들어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다. 양사가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매출 1·2위 경쟁업체간 제휴...신약 리스크 공유 양사의 공동개발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국내 제약업계 매출 1·2위를 경합하는 경쟁업체 간의 협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까지 GC녹십자가 유한양행보다 매출 규모가 한발 앞섰지만 2013년부터는 유한양행이 조금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면서 국내제약사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유한양행은 1조4622억원, GC녹십자는 1조2879억원으로 양사의 격차는 1743억원에 불과하다.

연도별 유한양행과 녹십자 매출 추이(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GC녹십자는 백신, 혈액제제 등 바이오의약품에서 강점이 있고 유한양행은 합성의약품 분야가 주력 사업이라서 상당수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를 구축하지는 않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B형간염치료제 시장이다. GC녹십자는 BMS의 ‘바라크루드’를 2015년 말부터 판매 중이고, 유한양행은 길리어드가 개발한 ‘비리어드’의 국내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전체 매출 1, 2위를 다투는 대형 제품이다.

국내 대형제약사들간 R&D제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GC녹십자는 옛 LG생명과학과 광범위한 제휴를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녹십자는 의약품 판매·유통을 비롯한 포괄적 업무 협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GC녹십자와 LG생명과학은 양사의 모든 제품에 대한 판매·유통뿐만 아니라 연구 과제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골관절치료제 ‘신바로’의 공동 판매 이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협력 관계도 사실상 청산됐다. 하지만 당시 경쟁업체 간 포괄적 협력관계를 시도한다는 의지만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를 일동제약이 임상3상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은 것은 제약사들 간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특정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관계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개방적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두 회사의 협력이 제약사와 벤처간 짝짓기가 주를 이루던 ‘오픈 이노베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양사 모두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엔솔바이오사이언스, 테라젠이텍스, 유칼릭스, 바이오니아, 제넥신, 파멥신, 소렌토, 네오이뮨테크, 이뮨온시아, 앱클론 등 바이오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브릿지바이오와 자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의 공동개발에 나설 정도로 유연한 행보를 지속 중이다.

비록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디스크치료제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중단되는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다양한 제휴를 통해 신약개발 성공확률을 높이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GC녹십자도 녹십자셀, 녹십자랩셀 등 계열사뿐만 아니라 바이오리더스, 파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양사가 각기 다른 연구개발 특색을 지니고 있어 상호 보완 작용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양사의 이번 협력이 연구 개발 분야의 진일보는 물론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제약 본업의 뜻이 함께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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