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21:10:27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약사
  • 글로벌
  • 신약
  • #질 평가
  • #제품
  • 제약
  • 약사 상담
네이처위드

[데스크시선]무리한 정부의 발사르탄 손배 소송 검토

  • 김정주
  • 2018-09-17 06:15:03

분명 천재지변은 아니었다. 그러나 파장은 컸다.

발사르탄 원료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되리라곤 정부와 제약사 모두 예상치 못했다. 이것이 명백한 '유해물질'인지 단순 불순물인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발암 유발 고혈압약' '유해물질' '불순물', 사태가 수습된 아직도 용어가 혼재되는 건 그 때문이다.

해당 제약사는 강제성을 '띈' 자진회수를 하느라 진땀 뺐고, 그중 일부는 해외 원료약 공급책의 말썽에 한바탕 원료 루트 재정비에 부산했다. '싸구려 원료를 쓴 고혈압약'이라는 오명은 오롯이 제약사가 짊어지게 됐다. 이 영향으로 앞으로 발사르탄 제제 원료 수급비용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식약당국은 NDMA 생성 과정과 이상 수치를 조사하는데 분주했고, 숙원사업었던 해외제조소 등록 의무화 법안은 이제서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의 허들을 넘었다.

만성질환인 고혈압, 가장 흔하게 복용하는 제제인 발사르탄 약제는 약국 교환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2차, 3차로 이어진 사태로 교환한 약제를 재교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

사태는 비교적 빠르게 누그러졌지만 업체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발사르탄 사태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의 책임을 물어 해당 제약사들에게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천명했다.

업계 입장에선 천재지변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혼란한 와중에 식약당국의 규제 격랑을 겨우 넘으니 이제 보건당국의 소송 파고에 휘말리게 생겼다. 아직도 NDMA가 발암물질과 관련 영향이 직결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진회수 비용 소요에 이미지 추락, 송사까지 겹칠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 측과 업계는 전체 구상권 청구액 규모를 가늠할 약값 추가 소요 비용을 수십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손해배상 청구 범위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이 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수백곳에 달하는 업체에 건별 추산을 하게 되면 업체당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산출될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정부가 계획한 소송 검토의 의중이다. 정부는 과거 탤크사태보다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이번 사태를 하나의 매뉴얼로 정립해 비상상황에서의 정부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제약사 소송을 여기에 포함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발사르탄 사태 수습에 건강보험이 모든 손실을 떠안아 제약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소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만약 법정다툼으로 인한 금전적·정무적 이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면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소송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뉴얼화 될 것이다.

명백하게 제약사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했던 상황,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문제를 모두 제약사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을까. 추후 이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지금처럼 업체와 소송을 검토해 추가 소요비용을 환수해버릴 것인가. 단순한 금액 환수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할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소송을 앞세워 사태를 봉합할 게 아니라,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한 정부-산업간 공동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 대응에는 위험분담, 신속한 안전관리에 대한 업계와의 협의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당연히 식약당국과 삼자협의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있었던 복지부 보고 내용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져 있었다. 찜찜하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