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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약사 부족…약대정원 아닌 연봉·처우 문제

  • 이정환
  • 2019-01-23 16:16:18
  • [기획] "정부, 제약·병원약사 위상 제고 등 유인책 제도화 고민해야"
  • 약국 대비 연구소·약제부 메리트 낮은 현실 개선 시급

#1 경영대 입학 후 약사면허 취득을 위해 진로를 바꾼 김 씨는 6년제 약대를 졸업하고 34살에 약사학위를 받았다. 제약사 입사를 희망하는 김 씨는 남보다 늦게 취업시장에 뛰어든 게 고민이다. 일반 기업에 입사한 또래 친구들은 이미 석·박사 과정을 밟은 과·차장급이 대부분이다. 제약사에서 받게 될 월급과 개국으로 벌어들일 수익, 친구의 월급을 비교한 김 씨는 요즘 자꾸만 약국 부동산 정보에 눈길이 간다.

#2 서울에서 약대를 갓 졸업한 정 씨는 신약개발·바이오산업에 높은 흥미를 느껴 국내 제약사 연구직에 입사원서를 냈다. 면접장에 들어선 정 씨는 심사석에 앉은 연구소 임원으로부터 귀를 의심할 만한 질문을 받는다. "혹시 입사 후 얼마 안 돼 다른 회사 이직이나 퇴사 후 별도 계획이 있는건 아니죠? 잠깐 커리어 쌓기용 취업은 아니냐는 말이에요." 첨단신약 연구약사를 향한 정 씨의 꿈은 첫 걸음부터 상채기가 났다.

#3 대학병원 소속 10년차 약사 홍 씨는 다섯 살배기 쌍둥이 딸의 전투육아를 겸직중인 '수퍼맘'이다. 의료진과 함께 직접 환자를 보는 임상현장에 서겠다는 고집으로 베테랑 병원약사라는 평가를 받지만, 며칠전 받아든 연봉통지서엔 예년과 별반 차이없는 액수가 찍혔다. 지난해 후배 약사 두 명이 병원을 떠나 업무량도 서너배 늘었지만, 인력 수급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밤샘 당직 근무 후 잡아 탄 새벽 택시에서조차 홍 씨는 쌍둥이 어린이집 준비물과 부모 동반 체험학습 일정을 챙기기 바쁘다.

제약사 연구(R&D)약사와 병원약사 수급부족 현상은 왜 수 십년째 제자리 걸음일까.

제약·바이오산업 약사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 자체신약 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뉴스, 7000만원이 훌쩍 넘는 고연봉에도 병원 약제부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뉴스가 매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제약·병원약사 공백 해소를 위한 약대 신설 정책이 약업계 핫 이슈가 되면서 이런 의문점을 향한 관심도 급부상했다.

현직 제약·병원약사와 약국약사, 약대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과 '열악한 업무 환경'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지표가 10년 전과 비교해 별달리 개선되지 않은 게 수급부족 현상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동일한 약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 소위 '못 벌어도 월 1000만원 소득'을 기대하는 약국개국을 외면하고 개인 흥미·적성을 찾아 제약·병원약사 진로를 택하기란 어려렵다는 게 약사사회 중론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월급이 개국약사와 견줘 아쉽지 않을 만큼 오르거나 월급이 아니더라도 국가·사회가 바라보는 시선,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되면 자연스레 제약·병원약사를 평생 직장으로 낙점하는 약사가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2017년 기준 약사 취업별 분표현황(출처 : 2017년도 대한약사회 통계집)
제약 연구약사, 지방근무에 박봉...자기어필 기회도 적어

글로벌제약사 PM(프로덕트 매니져)으로 일하는 20대 후반 남성 A약사는 약사의 직무 선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약사로서 전문성을 대내외 어필하며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욕구도 직무 선택에 영향을 주지만, 일차적으로 금전적 지표를 완전히 무시하기란 불가능하단 뜻이다.

A약사는 국내 제약사 연구소와 병원약사는 기업·병원 규모나 수준 편차를 따지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박봉'이라는 인식이 약사사회 팽배하다고 했다. 반면 글로벌제약사 입사를 원하는 약사는 훨씬 많다고 했다.

소수 대형제약사 연구소가 더러 높은 연봉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근무지가 서울 등 대도시가 아닌 지방이거나 약사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회사나 산업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입사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신약 등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약산업 연구직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사회적 패러다임도 문제라고 했다.

특히 A약사는 일부 제약사의 연구약사 홀대 경향이 여전해 제약사 입사를 꿈꾸는 대다수 젊은 약사들이 연구소를 '어쩔 수 없이 한 번 정도 지나가는 코스' 정도로 여기는 풍토가 잔존했다고 말했다.

A약사는 "연구소 약사가 부족한 이유는 박봉인데다 지방 근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사는 아직 야근이 많고 휴가를 편하게 못쓰는 군대 문화라는 인식이 크다"며 "반면 글로벌제약사는 취업자리 나기만을 기다리는 케이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A약사는 "제약사는 결국 회사다. 입사 후부터 퇴사, 은퇴 후 고민을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연구약사로 제약사를 다녀보면, 큰 비전이 안보이는 경우가 다반수다. 당장 월급이 높지도 않을 뿐더러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 왜 입사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수긍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 : 대웅제약 홈페이지)
상급종병 약사 인기 높아...과다한 업무량 단점

10년 넘게 서울 모 병원 약사로 근무중인 30대 후반 여성 B약사는 병원약사 부족은 다양한 원인이 결합돼 수 십년 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빅5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약제부는 임상약사로서 인정받으며 높은 월급이 보장돼 선호 현상이 확대되는 반면, 중소병원은 급여가 적고 야간·주말·휴일 당직 등 업무량이 많아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으로 기피 현상이 악순환된다고 했다.

또 직능이 과거 대비 크게 확대되고 항암제 등 약효·안전성 관련 디테일한 약사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약품이 늘면서 병원약사 위상이 제고된 점도 병원약사 비율 소폭 증가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

다만 확대된 직능과 비례하는 수준으로 급여가 늘어나거나 정부의 수가 인정폭이 넓어지거나 병원 별 인력 증가로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은 현실은 병원약사가 대폭 늘어나지 않고 부족현상이 완화되지 않는 주원인이라는 게 약사들의 견해다.

이를 근거로 B약사는 단순히 약대를 새로 만드는 것 만으로 병원약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정부 계획는 다소 현실과 괴리됐다는 주장을 폈다.

B약사는 "최근 상급종병 약제부는 많이 가려는 추세다. 특정 질병 환자를 직접 부딪히며 전문성을 발휘하고 높은 급여를 받는 임상약사는 누구나 멋지다고 여긴다"며 "그러나 여전히 약사는 적고, 일은 많고, 연봉 인상폭이 낮고, 개국 대비 소득이 뒤쳐진다는 인식이 크다"고 피력했다.

B약사는 "상급종병을 제외하면 취업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박봉에 당직·휴일 근무, 낮은 복지혜택을 기본으로 병원이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지원부서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며 "힘든 일을 견디며 병원약사로 성장해도 큰 보람이나 명예를 얻기 어려워 젊은 약사들이 몇 년 일하지 않고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개국, 초기 자본·실패 위험 커도 고소득 보장 인식 강해"

10년 가까이 국·내외 제약사에 근무하다 퇴사 후 직접 약국을 차린 C약사도 '돈과 안정성'이 개국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개국은 약국부지 선정·내부 인테리어·의약품 입고가격 등 초기 비용이 수 억원에 달하고 성공·실패 책임을 오롯이 약사가 짊어지는 자영업이란 위험성이 동반된다.

하지만 약국경영을 익히고 꼼꼼한 준비 끝에 일단 개국을 하면, 높은 확률로 상당한 소득을 영위하며 은퇴 걱정없이 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크다는 게 C약사 시각이다.

무엇보다 개국을 하지 않고 근무약사로 일하는 것 만으로도 단순 급여 측면에서 제약·병원약사 평균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6년제 약대 전환 후 배출되는 약사 평균 연령이 26세~27세 이상으로 상향된 환경도 개국과 근무약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약사 면허를 취득하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직급체제가 확실하고 조직문화가 강한 제약사나 병원 취업을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C약사는 "일단 근무약사는 자리가 많아 구직이 쉽고 지방으로 갈 수록 급여가 대폭 오른다. 근무약사로 일하며 성공 개국을 꿈꾸는 케이스가 많은 이유"라며 "제약·병원약사도 각기 매력이 있지만, 상위 레벨에 속하지 못하면 급여 등 약사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C약사는 "정부가 제약·병원약사 위상을 상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말로만 제약산업이 신성장동력이고 임상약사가 꼭 필요하다고 해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며 "제약사·병원을 다니다 개국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월급·근무환경 등을 개선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유인책을 꾸준히 고민해야 부족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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