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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문·파벌로 얼룩진 분회장 선거

  • 정혜진
  • 2019-01-27 12:24:37

1월이 끝나가고 있다. 전국 분회 총회도 대부분 마무리됐다. 총회에 맞춰 각 지역약사회가 서둘러 차기 분회장을 선출했다.

치열했던 선거와 추대를 위한 교통정리를 뒤로 하고 이제는 화합하고 단결해 지부 총회와 대한약사회 총회, 현안 대응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나 총회를 막 마친 분회들에서 과연 화합이 가능할 지 우려가 짙다.

지난 12월 대한약사회장 선거는 동문 개입을 막기 위한 제재를 포함한 첫 시험대였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표면적으로 동문 차원의 선거운동과 전화방 운영은 많이 줄어든 듯 보였다.

그러나 대약 선거에 미처 힘을 다 쓰지 못한 아쉬움을 쏟아부으려는 것이었는지, 엉뚱하게도 분회장 선거에서 여느 때보다 동문과 파벌을 내세운 보기 흉한 모습들이 만연했다. 상대 후보는 물론 후보의 출신대학을 싸잡아 비난하는 악플이 난무했고, 분회장 선거운동은 대한약사회장 선거를 방불케하는 과열경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약사회 어느 인사는 오죽하면 "분회장 선거가 아니라 대한약사회장 선거인 듯 하다", "이러다 분회 다 망가지겠다"며 혀를 찼다. 당선 소감을 말 할 때는 다들 "이제는 화합하고 뭉쳐서 하나의 ㅇㅇㅇ약사회를 만들자"고 말했지만, 그 말에 공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올해 들어 부쩍 분회장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데에는 대의원 선출권이 영향을 미쳤다. '분회 대의원이 뭐 대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이 지부, 대한약사회 총회에 파견돼 안건에 거수할 사람들이란 점에서 이는 국회의원 선거나 다름없다. 그 무게감을 아는 '파벌'에 속한 이들이 분회장과 의장에 목숨을 걸었다.

또 그 뒤에, 약사사회에서 '정당' 역할을 하는 동문의 입김이 없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떤 분회에서는 수년 째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원로 중의 원로 약사가 의장으로 출마해 의장까지 투표를 진행했고, 여기에서 낙선하자 자신이 지지한 분회장이 선출되면서 자연스레 감사 자리에 앉았다. 80이 넘은 그도 민망했는지 기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난 안 하려 했는데, 굳이 날 이렇게 시키네'라며 허허허 웃었다.

또 다른 분회에서는 대의원 선출권을 두고 전에 없던 긴 토론이 벌어졌다. 달라진 정관대로 회원들에게 대의원 투표권을 넘기자는 원로 약사와, 분회장과 의장에게 위임하자는 또 다른 원로 약사가 설전을 벌였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들의 속내가 빤히 보이는 이들에게는 특히 씁쓸한 광경이었다.

올바른 방향일까. 분회 차원의 정치력과 분회장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도입한 규정이 또 다른 비정상적인 정치력과 영향력을 낳고 있다.

동문선거로 인해 약사회장 선거에서 정책과 공약 대결이 사라진 지 오래다. 분회장부터 대한약사회장 후보까지 모두가 들고 나오는 공약은 비슷비슷하다. 약사들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이미 수년 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산적한 과제를 앞에 놓고 동문 간 헐뜯기로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안 해결은커녕 제자리 걸음 중이다.

이제는 동문 대결로 번진 선거가 분회에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민초 약사들은 후보 간 역량과 공약을 살필 필요성을 못 느낀 채 '회비 동결, '회비 인하'를 말하는 후보에게 표를 준다. 기대를 걸었던 달라진 선거제도와 선의로 개정한 대의원 선출 규정이 시작과 동시에 변질되고 있다. 이러면서 언제까지 '직선제'의 장점을 허울처럼 내걸 수 있을까. 기자들이 바라보기에 이 정도인데, 민초 약사들이 보는 약사회 '정치 수준'은 한숨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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