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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몰랐다'는 변명, 환자는 무슨 죄인가

  • 안경진
  • 2019-04-15 06:15:52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의 국내 유통제품 성분 분석 결과가 오늘(15일) 공개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주성분 2가지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것과 다른 세포로 추정된다며 자발적으로 유통·판매 중지를 결정한지 보름 만이다. 국산 신약 29호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인보사가 허가 취소 기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분석 결과에 업계 관심이 높다.

인보사는 미국 임상 진행과정에서 1액(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 중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세포)라는 사실이 지난주에야 밝혀졌다.

15년 동안이나 인보사의 구성성분을 잘못 알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은 부랴부랴 국내 판매 중인 인보사의 세포주 분석을 미국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미국 3상 과정에 쓰인 세포주와 국내 유통제품에 사용된 세포주가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세포주가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올 경우, 인보사 판매가 재개되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인보사에 적시된 내용물을 변경하는 '허가 변경' 정도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임상제품과 국내 유통제품에 사용된 세포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된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보사에 포함된 실제 세포가 식약처 허가사항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뿐이다.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성분은 신장세포가 아닌, 연골세포였다. 이를 두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행정적으로 허가사항에 기재된 것과 다른 세포주를 사용한 것이 맞다면 식약처가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강도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사기를 당한 건 비단 식약처만이 아니다. 최초 임상시험 시행과 시판후조사에 이르기까지 11년간 인보사를 투여받았던 국내 환자들은 3500여 명에 달한다. 그들 중 일부는 '국내 유전자치료제 1호'라는 말을 믿고 한회 평균 600만~700만원씩의 시술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지불한 신뢰는 몇년 뒤 안전성 논란으로 되돌아왔다.

개발사는 "이름표만 잘못 붙였을 뿐, 약품 자체의 성분은 허가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인보사케이 물질 개발 당시 시험법의 한계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TGF-β1유전자를 연골세포에 삽입한 이후 해당 세포가 연골세포인지를 점검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니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시험 결과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허가당국인 식약처 역시 이번에 인보사 성분을 걸러낸 STR(염색서열반복검사), 일명 유전자지문검사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표했다.

식약처와 회사 측이 '모를 수 밖에 없었던' 변명을 늘어놓는 사이, 죄없는 환자들은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맞았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인보사' 함유된 GP2-293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파만파 번지자, 코오롱생명과학은 "완벽한 방사선 조사를 통해 종양원성(암 유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환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인보사케이 허가과정에 고의적 은폐가 있었는지 여부는 향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따져볼 문제다. 다만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질 순 없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산산조각나버린 환자들의 국산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도를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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