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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동력 브레이크'...천연물의약품, 돌파구는 없나

  • 천승현
  • 2019-09-11 06:20:48
  • 천연물약 개발 연이어 고배...2012년 이후 상업화 성공 전무
  • 천연물신약 개발 지원 축소·처방권 논란 등으로 개발동력 축소
  • 판매 제품 모두 내수용...동아에스티 기술수출 신약 성패 관심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때 국내 제약기업의 유망 성장동력으로 촉망받던 천연물의약품이 ‘찬밥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굵직한 신제품 개발 성과도 뜸한데다 천연물의약품의 지원 축소와 의료계의 처방 권한 다툼으로 제약사들의 개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들이 기존에 내놓은 천연물의약품들도 내수용에 그치며 해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려제약·동화약품 등 천연물의약품 개발 난항...2012년 이후 개발성과 전무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천연물의약품이 연이어 상업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대화제약은 지난 4일 천연물 치매치료제 'DHP1401‘ 2b임상시험에서 목표달성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도네페질‘로 치료받고 있는 경증 내지 중등도의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DHP140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1차 평가변수로 선정한 기억, 언어, 재구성, 행동, 지남력 등을 다루는 대표적인 표준 검사도구인 ADAS-cog(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에서 최종목표를 만족시키는 통계적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화제약은 “임상시험 결과에서 유의적 개선을 확인한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는 대신 세부분석을 더 실시하고 이중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데이터를 통해 치매 전단계 건강식품 또는 초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 개발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고려제약이 개발 중인 천연물 소개 기반 골다공증치료제 ‘KDC-14-1’도 좌초 위기에 처했다. 고려제약은 2014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곰보배추를 이요한 골다공증치료제 산업화’를 과제명으로 정부출연금 50억원을 지원받고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개발기간은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5년만에 전임상 종료 소식을 알리고 임상 1,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임상 과정에서 독성 문제가 발생하며 최근 반기보고서에 ‘KDC-14-1’의 개발현황을 삭제했다. 고려제약은 개발 중단 또는 전임상 재실시 등을 검토 중이다.

동화약품이 개발 중이던 천연물 기반 과민성방광증치료제 ‘DW2005'도 지난 1월 개발이 중단됐다. DW2005는 후추과 식물 열매인 피페린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4월 DW2005의 임상1상시험에 착수했지만 시장성 부족으로 개발을 포기했다.

이로써 국내제약사들의 천연물의약품 상업화 성과는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최근 제약사들의 천연물의약품 개발 실적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2012년 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와 영진약품의 아토피피부염치료제 ‘유토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이후 국내 제약업계는 7년 동안 천연물의약품을 배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허가받은 유토마의 경우 원가 등을 이유로 발매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재심사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지난해 1월 허가가 취소됐다.

◆규제 강화에 의사·한의사 갈등으로 천연물의약품 개발 동력 위축

업계에서는 천연물의약품의 개발 부진에 대해 우선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파이프라인의 부재로 꼽는다. 2000년대 들어 제약사들이 안전성이 확보된 식물과 동물 유래 성분을 활용한 천연물의약품 개발 붐이 일었지만 월등한 효능을 확보한 물질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개발 지원의 축소도 천연물의약품 개발 동력의 감소로 지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7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을 통해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삭제했다.

약사법상 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의약품으로 정의된다. 생약이나 한약을 사용해 만든 천연물의약품은 신약이라는 단어 뜻과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금지했다. 제약사들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광고도 금지된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천연물신약 용어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천연물신약이 허가 심사 과정에서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천연물신약은 보건복지부가 2000년 제정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에서 용어가 시작됐다. 당시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 법이 신설됐다.

식약처는 2002년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인 ‘의약품 등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에 천연물신약에 대한 허가 요건과 심사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천연물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 규정했다.

식약처는 이후 천연물신약의 경우 허가시 제출자료 요건과 심사기준을 다른 신약에 비해 완화하는 혜택도 부여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천연물신약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예를 들어 천연물신약은 독성에 관한 자료 12가지 중 유전독성, 생식독성, 발암성 등 10가지 자료 심사를 면제하고 동물에 대한 약리작용 등 약효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일부 면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기존의 한약·생약제제 등 전통적 의약품과 차별화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과정을 적용해 유효 성분의 연구, 독성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하고 천연물신약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천연물신약 허가심사 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전무한데도 천연물신약이라는 이유로 다른 의약품에 비해 특혜를 부여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의 별도 허가 요건을 삭제함에 따라 기존의 천연물신약의 허가 특혜도 사라졌다. 예를 들어 한약(생약)제제 추출물은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변경했다. 성분프로파일은 한약(생약)제제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자료의 패턴을 말한다.

한약(생약)제제의 품질관리는 주성분을 구성하는 특정한 지표성분의 함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합물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한약(생약)제제의 허가를 신청할 때 잔류·오염물질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과거에 없던 규제다. 한약(생약)제제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배과정 등에서 유해한 잔류·오염물질의 혼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유해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대표적인 안전관리 강화 규제가 ‘벤조피렌’이다. 당초 식약처는 벤조피렌과 같이 제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감사원이 "국민 건강에 위해가 없도록 조속히 벤조피렌 저감화 등 적정한 조치를 하고 벤조피렌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자 식약처는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천연물의약품의 허가가 합성신약보다 수월하고 정부 지원금을 쉽게 타낼수 있다는 이유로 집중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측면도 있다”면서 “천연물의약품의 허가가 종전보다 까다로와지면서 탁월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개발 시도가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천연물의약품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도 제약사들이 개발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2012년부터 한의사들은 한방과 생약제제로 만든 천연물의약품의 처방을 허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확인 소송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의사들의 천연물의약품 처방 요구는 제약사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한의사들의 처방 요구가 본격화하면서 의사들의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라면서 “의사들의 처방 의지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는데,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이 크지 않아 내부적으로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개발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개발 천연물의약품 모두 내수용...동아에스티, 글로벌 공략 시동

제약사들이 내놓은 천연물의약품 중 상당수는 상업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

국내 간판 천연물의약품 '스티렌'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지난 2002년 발매 이후 한때 연 매출 800억원 이상을 올리며 ‘국내 개발 간판 천연물신약’ 위용을 떨쳤다. 그러나 2011년 보건당국의 유용성 검증 결과 적응증 중 ‘위염 예방’에 대한 급여가 삭제됐고, 보험약가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매출 하락세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스티렌의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은 98억원에 그쳤다. 2011년 870억원에서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스티렌의 용량을 늘려 복용 횟수를 줄인 스티렌투엑스가 가세하면서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티렌투엑스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97억원이다. 스티렌투엑스는 올해 상반기 52억원의 처방액으로 스티렌(44억원)을 넘어섰다

주요 국내개발 천연물의약품 원외처방실적(단위: 백만원, %, 자료: 유비스트)
지난해 기준 처방실적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천연물의약품은 SK케미칼 ‘조인스’, 안국약품 ‘시네츄라’, 동아에스티 ‘모티리톤’, 피엠지제약 ‘레일라’ 등 4개 품목이다.

이중 조인스는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14.3% 증가한 172억원의 처방액으로 선전을 지속하고 있다. 시네츄라는 최근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레일라는 제네릭 출시에 따른 약가인하로 처방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바로는 2016년 이후 처방실적이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원제약이 영업에 가세하면서 반등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일부 천연물의약품이 상업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서의 매출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대다수 천연물의약품은 개발 초기부터 내수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어서 해외 진출이 요원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럼에도 명확한 약효기전을 입증하고 경쟁력을 갖춘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한다면 해외 시장 공략 가능성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동아에스티가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천연물의약품 2종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동아에스티는 계약금 200만달러와 뉴로보의 지분 5%를 수령한다.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1억7800만달러와 상업화 이후 판매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DA-9801은 생약제제인 산약과 부채로 구성된 천연물의약품으로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동아에스티는 DA-9801의 임상2상시험을 마치고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최근 뉴로보는 연내 임상3상진입을 예고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월 뉴로보에 퇴행성신경질환치료제 ‘DA-9803’에 대한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동아에스티는 양도금 500만달러와 지분 24%를 받았다.

DA-9803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며 신경세포 보호에도 효과를 가진 천연물의약품으로 평가된다. 동아에스티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하고 천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DA-9803을 개발했다. 전임상을 마치고 뉴로보에 DA-9803의 권리를 모두 넘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내놓은 천연물의약품 중 상당수는 명확한 약효기전을 입증하는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면서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관리 체계와 연구 전략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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