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의 기습'...의약품 안전관리 패러다임 바꾸다
- 천승현·김진구
- 2019-11-11 0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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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순물공포]➀발사르탄·라니티딘 NDMA 검출로 안전관리 초비상
- 천연물의약품 벤조피렌 검출때도 점차적으로 규제 강화
- 정부·제약업계, 추가 불순물 등장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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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김진구 기자] #1. 유럽의약품청(EMA)이 의약품 불순물 안전관리를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꺼내들었다. 지난달 29일 제약사들에게 "니트로사민 계열 불순물의 오염평가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내년 4월 26일까지로 '6개월'만 주어졌다. 점검 대상은 모든 의약품이다.
#2. 미국 식품의약품국(FDA)는 지난 4일 공식 성명서를 내고 "불순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민간의 위해작용 보고를 근거로 불순물 위협을 자체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3.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는 의약품의 불순물 관련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키로 했다. 현재 14종에 그치는 불순물의 종류와 하루 섭취허용량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에 예상치 못한 불순물도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에는 규격 기준에 제시된 유해물질을 관리하면 허가와 판매에 문제가 없었지만, 의약품 화학구조와 연관된 유해물질이라면 정부와 제약기업 모두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 허가받은 의약품은 허가 이후에도 효능과 부작용 여부만 점검하면 판매를 지속할 수 있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의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를 공포했다.
내년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할 때 유전 독성 또는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추후에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이 검출되면 제약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벤조피렌부터 NDMA까지...예측하지 못한 불순물 의약품 시대 도래
지난해 7월 불거진 발사르탄 파동이 ‘불순물 관리 시대’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불순물 의약품 파동은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발생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 175개 품목의 판매중지를 결정했다.
지난 9월말 항궤양제 라니티딘에도 불순물 불똥이 튀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NDMA가 초과 검출됐다는 이유로 유통 중인 라니티닌 함유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 제한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퇴출을 선언했다.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는 제조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닌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유해물질이다.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성분의 규격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이어서 사전에 걸러낼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의 NDMA 검출과 같은 불순물 파동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실 국내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한때 천연물의약품의 벤조피렌 검출로 업계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대한한의사협회가 일부 천연물신약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며 판매금지를 요구했다.
당초 식약처는 벤조피렌과 같이 제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해외에서도 판매 중인 천연물의약품의 벤조피렌 검출 여부는 규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5년 7월 감사원이 "국민 건강에 위해가 없도록 조속히 벤조피렌 저감화 등 적정한 조치를 하고 벤조피렌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자 식약처는 규제 강화로 선회했다.
식약처는 쑥을 원료로 만든 위염치료제 ‘스티렌’과 제네릭 9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2016년 6월부터 벤조피렌 검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줄인 제품만 출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때 벤조피렌의 규격기준이 신설됐다. 당시 식약처는 벤조피렌 노출안전역(MOE)이라는 계산식을 적용해 매일 해당 의약품을 평생 복용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위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음’(1일 최대 복용량 기준 벤조피렌 노출안전역 10⁶ 이상 확보될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후 다른 천연물의약품에도 엄격한 벤조피렌 관리기준을 적용했다.
NDMA, 의약품 불안정한 화학구조가 생성 원인
벤조피렌과 NDMA 사례를 뜯어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모두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각각의 발생 원인이다. 우선 벤조피렌은 원료의 문제였다. 벤조피렌은 발암물질의 일종으로 주로 300~600℃ 온도에서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될 때 생성된다. 즉, 한약재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그을음처럼 생성된 것이다. 오염된 원료생약으로부터 주성분을 추출했으니, 당연히 의약품에서도 벤조피렌이 검출될 수밖에 없었다.
발사르탄은 제조공정의 문제였다. 정확히는 발사르탄을 만들기 위한 ‘중간체’의 제조공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비페닐테트라졸’이라는 중간체를 고온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로 녹였는데, 이때 ‘디메틸아민’이라는 물질이 떨어져 나와 ‘아질산염’과 반응한 끝에 NDMA가 생성됐다.
라니티딘은 분자구조 자체의 원인이 유력하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에 포함돼 있는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특정 조건에서 자체적으로 분해·결합해 생성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리하면 원료에서도, 제조공정에서도, 분자구조 자체에서도 ‘의도치 않은’ 불순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어디서 불순물이 생길지 예측할 방법이 현재로선 알기 힘든 상황이다.
NDMA는 과거에도 의약품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에 몰랐던 유해물질을 인지하게 된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벤조피렌은 제조공정만 잘 관리하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지만 NDMA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존재를 알아낸 유해물질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의약품 NDMA 위험성 징후 감지
라니티딘에서의 NDMA 검출 위험은 징후가 있었다. 가깝게는 이번 사태의 촉발점이 된 ‘밸리슈어(Valisure)’가 있다. 미국의 온라인약국인 밸리슈어는 “자체 실험결과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제제에서 1정당 최대 327만ng(나노그램)의 NDMA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밸리슈어 보고서에선 2016년 미국 스탠포드대가 진행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 남녀 각 5명이 라니티딘을 섭취케 했더니, 소변의 NDMA 농도가 400배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2017년엔 미국의 물질분석업체 애질런트(Agilent)가 일반에서 버려지는 의약품·화학물질이 수질오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발표했다. 여기서도 라니티딘의 이름이 등장했다. NDMA 형성 비율이 60~90%에 달한다는 결론이었다. 라니티딘 분자 100개 중에 60~90개는 NDMA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홍석원 박사팀은 작년 8월 '라니티딘이 염소화 과정에서 쉽게 NDMA를 형성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데일리팜과의 통화에서 "라니티딘이 NDMA 생성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물질로 학계에선 이미 알려져 있다"며 "특히 라니티딘은 염소와의 반응에 취약한데, 인체에 들어가면 세포 속 염소이온과 반응해 NDMA를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라니티딘 NDMA 연구는 인체내 생성 여부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됐다. 의약품 화학구조상 문제로 NDMA가 만들어지는 것은 최근에서야 규명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라니티딘이 아닌, 다른 물질들이다. 니자티딘 등 다른 물질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니티딘 사태 이후 업계의 관심은 ‘과연 다른 의약품들은 안전한가’로 옮겨오고 있다.
다수 보고서에서 라니티딘뿐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재까지 확인된 물질만 ▲니자티딘(H2블로커 계열 위염치료제) ▲독시라민(항히스타민제) ▲클로르페닐아민(항히스타민제) ▲딜티아젬(CCB 계열 고혈압치료제) ▲데스벤라팍신(항우울제) 등이다.
특히, 일부 니자티딘에선 NDMA가 공식 확인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3일 “오하라(大原)약품공업이 니자티딘캡슐 75mg과 150mg을 자진 회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니자티딘의 회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FDA는 4일 라니티딘의 NDMA 유해성 결과를 발표하면서 2개 업체의 니자티딘제제 4개 제조번호에서 NDM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니자티딘제제에서는 기준치 미만의 NDMA가 검출돼 자진 회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당뇨병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피오글리타존’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의약품청(EMA)은 4월 26일(현지시간) 안전성서한을 배포했다. “인도의 헤테로랩스(HeteroLabs)가 제조한 피오글리타존에서 적은 수준의 NDMA가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는 문제의 헤테로랩스를 원료제조소로 등록(DMF)한 곳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오글리타존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언제라도 ‘제3의 불순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선 의도치 않은 불순물이 ‘과연 NDMA 뿐이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실제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에서 NDMA가 아닌 NDEA가 로사르탄·이베사르탄 등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바 있다. FDA·EMA는 제지앙화하이·헤테로랩스·헤리티지파마슈티컬스 등 중국·인도계 원료의약품 제조업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외에도 NMBA, DIPNA, EIPNA 등의 발생 가능성을 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모두 ‘니트로사민’ 계열이다. 니트로사민 계열이 아닌 불순물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이론적으론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발사르탄·라니티딘을 제외한 다른 의약품에서도 NDMA·NDEA를 비롯한 다양한 불순물이 언제든 검출될 수 있다"면서 "당장 내일 ‘비의도 불순물 사태’가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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