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분업, 27년 '침묵'…깊숙이 뿌리박힌 직능갈등
- 이정환
- 2020-07-16 1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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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한약분쟁 후 직능별 분업 청사진 갈림길
- 정부, '첩약급여와 제제 분업' 각론적 이슈 해결 정책방향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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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약분업은 1993년 한약분쟁 이후 27년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의사는 한의원과 그 부속기관인 원외탕전실에서 자신이 처방한 첩약과 한약제제의 조제·투약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관할한다. 한약사는 사실상 한의사에 귀속돼 일 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약분업 논의가 제자리 걸음인 배경에는 분업 주체인 한의사·한약사·약사간 대립과 함께 1993년 한약분쟁 결과 신설한 한약사 제도 활성화 실패로 분업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자리했다.
해묵은 이슈가 돼버린 한약분업을 새삼 일깨운 것은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첩약급여) 시범사업'과 '한약제제 분업' 논의다.
정부는 첩약급여 도입과 제제분업 논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시그널을 수 년에 걸쳐 보내왔다. 이 시그널은 한의약분업 필요성을 일깨웠지만 27년간 퇴적된 유관직능간 입장차는 변함없는 게 현실이다.
한약분업 필요성과 실익을 둘러싼 생각에서부터 분업 범위, 분업 후 한약 조제 주체 등 한의사와 한약사, 약사는 사사건건 대척점에 선 상태다. 한의약분업을 둘러싼 직능갈등 뿌리는 얼마나 깊이 박힌걸까.
한의사 vs 약사, 한약분쟁…한약분업 합의와 한약사 탄생
1993년 촉발한 한약분쟁은 한의사와 약사가 한약 조제권을 놓고 다툰 게 배경이다. 약사법 시행규칙 중 '약국은 재래식약장 외 약장을 둬 이를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게 직접적 갈등 원인이다.
한의계가 이를 약사의 한약취급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한약 조제권을 놓고 한의대생과 한의사, 약대생과 약사가 학업·생업을 멈춘 채 투쟁 일선에 나서는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
한약분쟁은 정부가 '약사의 한약 조제는 금지한다'는 대원칙을 관철(약사법 개정 국회 제출·통과)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와 한의사, 약사, 시민단체의 논의 끝에 '한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제도를 신설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졌다.
더 구체적으로는 의약분업 시행 3년 후 한방의약분업을 실시하는 합의안이 도출됐었다. 약사와 약대생에게는 한약조제자격시험을 거쳐 제한된 처방범위 내 한약조제를 허용하는 한조시 약사가 탄생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합의사항인 한약분업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한약분업 실패는 일단 약사법 개정 시 합의 내용이 명기되지 않은게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나아가 분업 시 한약 조제 주체인 한약사 수 부족, 한조시 약사의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한의계 반발 등이 분업 실패를 뒷받침했다.
한의사·약사·한약사, 한약분업 동상이몽
2020년인 지금도 한의사와 약사, 한약사는 각기 다른 한의약분업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의사=우선 한의사는 한의약분업 필요성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분업을 해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환경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첩약을 제외한 한약제제는 분업이 용이하다는 게 대한한의사협회 입장이었지만, 이마저도 한의계 내부 반발이 커지자 한의협은 '제제 분업 전면 보이콧' 카드를 내민 상태다.
특히 조제 주체를 놓고도 한의계는 약사회와 의견을 달리한다. 분업을 하더라도 한조시 약사는 물론 모든 약사는 한약 조제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게 한의계 보편적 정서다.
구체적으로 첩약은 한약사의 영역이며, 정식 면허가 아닌 한약조제자격시험을 통과한 한조시 약사는 첩약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한의계 중론이다.
한약제제 역시 한약사와 한조시 약사까지만 조제권을 부여해야 하며 약사는 의사와 치과의사가 발행하는 처방전을 조제하는 분업주체란 게 한의계 견해다.
◆약사·한약사=약사와 한약사는 한약분업부터 시행한 뒤 첩약급여를 도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뜻이 같지만, 한약제제 분업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역시 의견이 다르다.
약사회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이 구체화하자 한의사가 첩약 처방권과 조제권을 모두 가진 상태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면 의료체계와 투약체계 전반에 환자 부작용 등 혼란이 가중할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거듭 발표했었다.
한약분업 시 조제권을 나누는 약사회 기준은 첩약은 한조시 약사와 한약사, 한약제제는 전체 약사와 한약사다. 또 원외탕전실 제도의 문제점으로 현재 조제되는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분업 없는 첩약급여는 기형적 보험정책으로 첩약 전문가인 한약사가 정작 정책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거나 배제되는 치명적 결함을 지녔다는 논리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한약을 전문가인 한약사 손을 거쳐 투약하는 분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방의료와 한약산업이 상호 발전한다는 것도 한약사회가 견지중인 비전이다.
특히 한약사회는 분업 시 국민 혜택으로 '한약 처방전 공개'와 '첩약·한약제제의 대중화·과학화·표준화·산업화'를 내세웠다.
한약 처방전이 공개되면 환자가 더 안전하고 투명한 첩약을 복약할 수 있는데다 한의사는 더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한약사는 더 전문적인 복약지도 등 조제·투약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약분업에 대해서는 약사와 한약사가 일정부분 뜻을 같이한다. 다만 한약사는 첩약과 한약제제의 조제 주체를 한약사 고유 권한으로 상정하고 있어 약사와 한약 조제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지난 27년간 한의사와 약사, 한약사는 한의약분업 자체에 대한 견해는 물론 세부적으로 첩약·한약제제 취급권에 있어서도 주장을 달리하며 직능갈등이 뿌리깊이 자리잡게 됐다.
정부는 이같은 한의약갈등을 둘러싼 직능갈등의 근원적 해소를 선택하기보다는 첩약급여와 제제 분업이란 각론적 이슈부터 해결하기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A한의사는 "이제와서 한의약 완전분업을 논의하긴 직능간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럼에도 정말 분업을 논의하려면 결국 정부 의지와 방향성이 확실해야 한다. 유관직능인 한의사, 약사, 한약사 모두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협의안을 도출하는데 노력해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다"며 "첩약과 한약제제를 나눠 바라볼 때도 첩약의 과학화를 요구하는 의·약계 주장이 다소 불합리하다. 첩약 임상시험을 하고 싶어도 수용할 임상기관이 없고, 최종 결과가 나와도 한의사에겐 전문의약품 처방권이 없어 임상 통과 첩약에 대한 한의사 권한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는 반복해서 첩약급여에 앞서 한의약분업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왔다. 만약 분업이 선행됐다면 지금처럼 첩약급여를 놓고 모든 직능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 다툴 일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첩약급여와 한약제제 분업에 있어 모든 직능이 개별 트랙으로 각자 이익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약분업은은 유관직능 별 생각보다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약사회 관계자도 "한약사와 한조시 약사가 한의사 처방전에 따른 조제 주체다. 한약분업은 약사법 부칙의 한의사 조제가능 조항 삭제가 기본 전제이며 기형적으로 운영되는 원외탕전실은 없어져야 하다"며 "정부가 정말 분업 의지가 있다면 한약학과 증설과 한약사 증원으로 분업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사실 한약사는 의약분업 후 수 년안에 한약분업을 시행키로 합의하면서 도입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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