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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여대약대 존재가치 인정…남녀차별 논란 일단락

  • 김민건
  • 2020-07-16 20:00:38
  • 청구인 "여대약대로 직업 선택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 헌재 "여대약대 외에도 다양한 학교에서 약사 될 수 있어"

1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2019학년도 약학대학 입학정원 배정행위 위헌확인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헌법재판소가 여자대학에 설치된 약학대학(이하 여대약대)의 사회적 존재 가치와 기여도를 인정했다. 사실상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남녀 평등성 문제를 일단락 지은 셈이다.

16일 헌재는 조모 씨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2019학년도 약학대학 입학정원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청구에서 "여대가 아닌 다른 약대를 통해 약사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며 기각했다.

헌재는 "여대가 아닌 다른 약학대학 재적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적으로 50%에 달하고 약대 편입학은 중복 지원이 불가하다"며 "수도권 출신 남성은 여대약대나 지방인재특별전형에 지원한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조모 씨는 교육부가 여대약대 정원을 동결해 직업선택권을 침해당했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그 배경에는 여성만 입학을 허용한 여대약대는 남녀차별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남학생은 여대에 못 들어가니 위헌 소지가 있다며 따진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약학대학 신입생 선발계획
"남학생은 여대 못 가는데" 남녀 형평성 불만 커

예전부터 약대 준비생 또는 약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여대약대가 '남녀차별'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사회적 취업난이 심한데다 약사직능 인기가 높아져 약대 입학문이 좁아진 탓이다. 여자만 입학할 수 있는 여대약대에 대해 "여학생 보다 남학생의 약대 입학이 어려워 공평하지 않다"는 형평성 문제로 야기됐다.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느끼면서 여대약대 폐쇄 또는 정원 축소, 남학생 입학 허용 주장까지 이어졌다.

작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대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입학을 불허하는 것은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6월에도 '약학대학의 여성 편향적 모집인원을 개선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난 8일 종료됐지만 1만3740명이 참여해 적지 않은 이목을 끌었다.

청원인은 "여대약대는 현존하는 최악의 여성할당제이다. 국내 여대약대는 모두 서울에 있고 서울 소재 약대의 77.9%를 차지하는데 반해 남학생은 22.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약대 입학 경쟁은 남녀 모두 치열한데 일정 자리를 한쪽 성별에 할당하는 게 옳냐"며 여대약대 폐지 또는 남학생 입학 허용 등 조치를 요구했다.

지난 4월 대학교육협의회 등이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서울 소재 약대는 경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삼육대, 서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중앙대 등 8개교다. 8개교 입학정원은 총 605명이며 이중 여대약대는 330명(54.55%)이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넓히면 16개교 930명 중 35%를 차지한다. 약 10명 중 4명이 여대약대생이다. 여기서 국민청원 주장대로 여대약대를 제외한 12개교 정원 600명 비율을 남학생, 여학생 각각 일대일로 보면 서울·수도권 약대 재학 여학생은 67%가 된다.

국내 약대 재학 중인 A학생은 "약대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만을 가진 학생이 많은데 학생 대부분 서울 소재 대학에 가고 싶은데도 여대는 모두 서울에 몰려있어 특혜라고 생각해 불만이 더 크다"고 말했다.

A학생은 "PEET 경쟁률이 낮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번 헌재 판결을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PEET 자체 경쟁이 치열한데다 약대별 경쟁률도 다르기 때문에 남학생이 실제 체감하는 경쟁률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대 재학 중인 B학생도 "(남학생 입장에선)여대가 아닌 남녀공학 정원을 늘렸다면 약대를 갈 수 있는 문이 더 넓어진다"고 말했다.

제71회 약사국시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실에서 1교시를 준비하고 있다.
"남녀차별 아닌 사회적 가치로 판단해야"...전통, 사회적 가치, 공헌 인정해야

약대생 또는 약대를 준비 중인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번 헌재 판결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약학계에서 나온다. 단순한 남녀 차별이 아닌 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얘기다.

이날 헌재는 "학생 정원 조정 계획은 오랜 기간 약학을 연구하고 약사 양성에 헌신한 여대약대 경험과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며 약사의 적정 수급과 원활하고 적절한 보건 서비스 제공에 기여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약학계는 여대약대 존재 인정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내보였다.

경기도권 소재 약대 A교수는 이번 헌법소원이 학생 학습권과 대학이 가진 자율적인 교육 목표의 충돌이라고 봤다. A교수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충돌할 때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게 우리나라 법이다. 개인의 직업 선택권을 침해받았다고 국가가 일일이 나서서 조정하는 건 옳지 않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사학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A교수는 "단순히 양성평등 관점에서 여대도 남학생을 받아야 한다거나 사회적 특혜를 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교육에서 불이익을 당하던 시절에 여성이 약사로서 위치를 잡고 전문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학교의 건학이념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남녀차별 문제로 몰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A교수는 "약사직능에 있어 그동안 여성의 역할이 굉장히 많았다.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해온 부분과 여대의 전통과 교육적 가치, 건학이념을 무시하고 사회와 국가가 양성평등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인원을)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약대 B교수도 "이제 전체 약대 정원이 1800~1900명이 될 만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여대약대가 약대에 입학하는데 강하게 영향을 미칠 요소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A교수는 "각자 시각에선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객관적 경쟁이기에 판단이 애매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약대 C교수는 "약대 정원은 정부가 보건의료인력 중에서 적정 배출 인력을 판단하는 것이며 그간 우리나라는 여대약대에서 약사를 배출해온 전통이 있다"며 헌재 판결을 긍정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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