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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건 중 4건이 90일 이상 장기처방"…왜 이렇게 늘었나

  • 김지은
  • 2020-10-22 16:41:09
  • 1·2차 의료기관까지 가세…신규 환자 유치 목적 등 작용
  • 석달 이상 조제, 세브란스 38%·삼성서울 40%대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장기 처방 조제는 더 이상 대형 병원 문전약국들만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상급종합병원은 물론이고 1, 2차 의료기관까지 90일 이상 외래 처방 비율을 늘리면서 대형 병원 문전약국과 더불어 최근에는 로컬 약국에서도 장기 처방 조제는 나날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실제 김성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출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90일 이상 180일 미만 장기처방은 2016년 1056만건에서, 2017년 1183만건, 2018년 1372만건, 2019년 1546만건으로 꾸준히 증가했했으며, 올해 7월까지도 이미 970만건 이상이 처방돼 전 년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180일 이상은 물론이고 1년 이상 장기처방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6년 6만8천여건이던 1년 이상 장기처방은 지난해 12만여 건으로 2배 가랑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이번 자료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은 물론이고 병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매년 90일 이상에서 365일 미만 장기 처방 건수가 꾸준히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0일 이상 처방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일선 약국가를 넘어 약학 전문가, 국회에서까지 장기 처방에 대한 약물 복용 효용성,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처방 데이터 들여다보니

그렇다면 일선 약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기 처방 증가세와 이에 따른 영향은 어떨까. 데일리팜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2곳의 도움을 받아 각 병원의 외래 처방 조제 일수 변화를 분석해 봤다.

먼저 삼성서울병원 A문전약국의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처방 조제 데이터를 일수 별로 나눠 확인해보니 매년 90일 이상 조제 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A문전약국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조제일수별 비율 변화표.
실제 2001년 전무했던 90일 이상 처방은 2003년 13.67%로 늘어나더니 2011년에는 32.76%, 2019년에는 40.3%에 달했다.

1일부터 390일까지 처방을 14일 단위로 나눠 보면 90일 이상 장기 처방 중에는 166일부터 180일 사이의 처방이 14.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더불어 300일 이상 처방은 2009년 처음 등장한데 이어 매년 소폭 상승해 2019년에는 전체 처방 조제의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촌세브란스병원 B문전약국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 약국의 2013년과 2015년, 2017년, 2019년 3월에 유입된 처방전의 조제일수별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13년 이 약국 전체 처방 조제의 29.14%였던 90일 이상 조제는 2015년 30.62%, 2017년 34.51%, 2019년 38.6%로 매년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약국 역시 90일 이상 처방 중 166일에서 180일 처방 구간이 16.0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61일에서 390일 처방 구간도 2013년 2.15%에서 2019년 3.36%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B문전약국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조제 일수별 비율 변화표.
A약국 약사는 “실제 데이터를 뽑아보니 병원이 장기 처방을 늘리고 있고, 이것이 수치적으로도 매년 증가 추세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그간 약사회를 비롯한 약사사회에서는 90일 이후 180일 미만 처방 구간에 대해서만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300일 이상 처방 비율이 늘고 있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경향은 대형 병원을 넘어 중소형 병의원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일부 약국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장기처방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은 왜 90일 이상 장기 처방을 늘리나

대형 병원의 장기 처방 관행은 수년째 회자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약국가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국회 차원에서도 병원 장기 처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들이 매년 장기 처방 비율을 늘리는 데에는 ‘3차 의료기관 환자 쏠림현상’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1·2차 병원 진료를 거치지 않은 외래환자가 여전히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가운데, 만성질환자를 장기 처방으로 돌려 최대한 진료 텀을 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병원들이 장기 처방을 환자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처방 환자가 기존 처방을 받은 병원의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서 해당 병원에서의 진료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선 약국가에서는 대형 병원들이 신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존 환자의 처방 일수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병원에서 신규 수술, 진료 환자를 늘리기 위해 재진 환자의 경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처방 일수를 늘리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대형 병원에 이어 1, 2차 의료기관까지 장기 처방 비율 확대에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은평성모병원의 한 문전약국 약사는 “대형 병원에서 의사 한명이 볼 수 있는 환자 수는 한정된데 반해 재진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만큼 신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환자의 처방 조제 일수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 만성질환자 수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장기 처방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이런 추세로 간다면 대형 병원 문전약국들은 몇 년 안 돼 90일 이상 장기 처방 조제 비율이 90일 이하 처방 조제 비율을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 처방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이제 대형 병원 문전약국을 넘어 이제는 전체 약국들의 화두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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