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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자의 Why] 인보사는 왜 신약 리스트에서 빠졌나

  • 천승현
  • 2021-01-25 06:17:04
  • 성분 변경 논란 후 허가취소..."허가 자체가 무효"
  • 식약처, 2017년 허가 인보사 국내개발 신약 명단서 제외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까다롭고 복잡한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다루는 영역이어서 난해한 내용도 많습니다. [천기자의 Why]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펼쳐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주요 이슈에 친절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랜만에 국산 신약 등장 소식을 알렸다.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31번째 국내개발 신약으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레이저티닙’ 성분의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한 이후 활발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미 유명세를 탄 약물이다.

이때 식약처는 국내 개발 신약 허가 현황 정보도 제공했다. 지난 1999년 허가받은 SK케미칼의 ‘선플라’부터 ‘렉라자’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총 31개의 신약 리스트를 공개했다.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개발 신약 현황 정보를 제공한 것은 2017년 인보사케이 허가 이후 4년 만이다.

식약처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국내개발신약 현황
이번에 공개된 국내 개발 신약 허가 현황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가 제외됐다는 점이 흥미로운 변화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인보사케이를 국내개발 29호 신약으로 허가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무릎 골관절염치료제로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유전자치료제 신약 ‘인보사케이주’를 허가한다”라면서 “퇴행성질환인 무릎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제는 인보사케이가 처음이다”라고도 추켜세웠다.

2017년 식약처의 인보사케이 허가 보도자료
2017년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국내개발 신약 현황
하지만 이번에는 인보사케이는 신약 명단에서 사라지고 29호 국산신약 자리엔 퓨쳐켐의 ‘알자뷰주사액’이 차지했다.

인보사의 국내개발 신약 명단 제외는 허가 무효와 함께 신약 지위의 박탈을 의미한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케이는 시장 진입부터 잘못된 제품이다”라면서 “허위자료를 통해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허가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해 국내개발 신약 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인보사케이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2액)와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1액)로 구성된 제품이다. 인보사 성분 중 하나인 2액에서 TGF-β1 유전자가 허가사항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에 삽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분 변경 논란이 발생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케이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달랐지만 임상단계부터 판매 중인 제품까지 모두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결론내리고 2019년 7월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국내개발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지 2년 만에 강제 퇴출된 셈이다.

식약처는 ‘시장 진입 자체도 무효’라고 판단해 국내개발 신약 성과 목록에서도 인보사케이를 삭제했다. 인보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취득했기 때문에 허가 자체도 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명분이다. 국내개발 신약으로 허가받은 이후 신약 목록에서 제외된 것은 인보사케이가 처음이다.

신약 허가를 받은 이후 허가가 취소됐다고 국내개발 신약 목록에서 모두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카엘젬백스의 ‘리아백스’의 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리아백스는 여전히 국내개발 신약에 이름이 올려져있다.

지난 2014년 조건부허가를 받은 리아백스는 췌장암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삼성제약이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리아백스는 5년간 국소진행성·전이성 췌장암 환자 14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식약처에 그 결과를 보고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임상 조건에 맞는 환자를 모집하지 못했고 환자모집 지연으로 기한 내 임상결과 보고서를 내지 못하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리아백스의 경우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유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허가취소가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허가 취소가 결정됐더라도 국내 개발 신약으로 허가받은 성과는 유지된다는 의미다.

국내개발 신약 중 슈도박신, 밀리칸, 올리타, 시벡스트로 등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허가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거나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이들 제품도 모두 허가는 정상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국내개발 신약 리스트에 꿋꿋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식약처가 직접 신약으로 허가를 승인했으면서 추후 문제가 발견됐다고 허가 사실 자체를 뒤늦게 부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를 부실 심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식약처도 인보사케이 파동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보사케이가 ‘괘씸죄’에 걸려 국산신약 리스트에서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사실 국산신약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식약처의 국내개발 신약 현황이 특별한 지위나 권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국내기업의 개발 성과를 집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산신약이라는 상징성을 가질 뿐이다.

정부가 국내개발 신약의 허가 소식을 공개하는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허가받은 신약 중 올리타, 인보사케이, 렉라자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허가 사실을 알렸지만 베시보, 알자뷰, 케이캡 등의 허가 소식은 별도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2016년 식약처의 올리타 허가 보도자료
‘국산신약 OO호’라는 타이틀은 신약 개발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에 등장한 표현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22년 동안 연 평균 1.5개 가량의 신약을 배출했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산 신약 OO'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단한 관심을 집중받았던 다수의 신약들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춰버렸다.

일부 신약은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돼 국내개발 신약 타이틀을 붙이기 어정쩡한 경우도 있다. 국산신약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시대에 걸맞지 않은 논쟁이라는 얘기다. 국산신약 개수 세는 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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