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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가산 재평가 개정과 입해산사

  • 노병철
  • 2021-09-04 06:15:0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2012년 시행된 약가 가산제가 이달 1일부로 전격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약가 가산제도 변경에 따른 재평가로 475개 품목이 일괄 약가 인하되며, 가산 종료에 따른 해당 제약기업들의 연간 손실액은 최대 9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불합리한 정책·제도 변화에 항변한 일동제약, 광동제약, 애보트, 레오파마, 프레지우스카비 등 6개 국내외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37개 품목에 대한 한시적 약가인하 집행정지 결과를 얻어 냈다.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 조정신청제도를 건너뛰고 행정소송이라는 법적 초강수를 둔 이유는 간단하다. 조정신청·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약가 인하 방어 기전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는 보건당국과의 조정 기간 중 예고했던 대로 이미 가산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99.99%로 추정돼 이후 모든 경제적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약가 보존에 있어 조정신청제도는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제도다.

약가 가산제는 일괄약가인하 충격 완충과 채산성 보장에 따른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제약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따른 가치 반영 등을 목적으로 탄생됐다. 제도 시행에 따라 오리지널은 70%, 혁신형제약 제네릭·원료 직접생산은 68%, 제네릭은 59.5% 까지 가산 적용돼 혜택을 받아 왔다. 제네릭이 최초 등재되면 처음 1년 간 약가가산을 부여, 이후 동일성분 제품 생산 제약사가 4개사 이상이 될 때까지 기간 제한없이 가산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고시안을 살펴보면 가산 기본 적용기간은 3년으로 한정, 심평원의 판단을 거쳐서 1년 단위로 최대 2번 연장돼 사실상 5년까지만 가산이 적용된다. 다만 개량신약 단독 등재 의약품은 제외된다. 아울러 건보공단과 제약기업 간 공급협상에서 약가인하 시 해당 의약품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과징금까지 부과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채산성에 목적을 둔 기업의 영리추구 권리를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개량신약 단독 등재 의약품은 이번 약가인하에서 제외되는 반면 다수의 제네릭 출시 이후 다양한 이유로 단독으로 오리지널만 등재되어 있는 경우의 의약품까지도 가산이 종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동일성분이 제네릭으로 급여 등재 후 시판됐다 하더라도 5년 이내 급여 삭제되어 오리지널 단독 제품만 등재 중이라면 가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수긍이 간다.

보건복지부가 약가 가산제 합목적성을 뒤로 하고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제도 시행 10년간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공급 리스크가 소멸됐다'는 오판·피상적 해석에 기반한다. 지금까지 해당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된 원인은 복지부의 판단처럼 '기간'이 아닌 약가보전이라는 채산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즉 약물의 원활한 공급은 약가와 원가율의 상관관계에 있지 5·10년 동안의 가산기간 설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주장하는 행정소송 항변 논리인 '행정법상 신뢰보호 원칙 위배' '합리적 해석이 결부된 약가인하에 따른 중대한 매출 손실' 부분도 충분히 공감 되는 대목이다. '즉각적인 처분성이 없더라도 향후 이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과 권리 침해가 확실시 될 경우 행정소송의 요건 충족과 이번 약가인하 집행정지 결정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일부 대형로펌 관계자들은 집행정지·본안 소송 승소 가능성도 희박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10년 동안 유지되어 온 약가 가산제는 일괄약가인하 반대급부로 제약산업을 성장·독려키 위한 혜택·보장적 성격의 제도였다. 더구나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K-바이오 육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거시적 청사진과도 상충된다. 제약산업의 발전 근간은 특정기업에 국한된 연구자금 지원이 아니라 영속성 유지를 위한 합당한 약가 유지가 관건이다. 바다 속에 들어가 모래알 하나까지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편협하고 어리석은 입해산사(入海算沙)식 약가정책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 헬스케어산업의 도약을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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