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05:28:55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글로벌
  • gc
  • #질 평가
  • #제품
  • #허가
  • CT
  • #침
네이처위드

[기자의 눈] 코로나 3년, 규제고삐 풀린 비대면 진료

  • 이정환
  • 2022-07-20 14:59:18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불법 약국들이 정부 규제를 비웃으며 의료법과 약사법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틈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향한 규제 고삐가 느슨히 풀린 데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이렇다 할 제도화 채비나 정비를 제 때 하지 않은 탓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현행법이 엄히 규정하는 약국 내 의약품 조제·판매, 약사 직접 복약지도·조제, 전문의약품 광고·알선 금지, 약효동등성 입증 의약품 대체조제 등이 비대면 진료 시행 과정에서 위반되거나 혼란에 빠졌다.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취합한 약사법 위반 사례만 추린 게 이 정도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면, 비대면 진료가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 골격에 균열을 일으킬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는 진작 감지됐다. 일단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 허용했을 뿐 규제·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는 추가로 세부 규정을 정비하거나 신설하는 데엔 미흡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발기부전약이나 향정신성 비만약, 탈모약, 여드름 치료 호르몬제 등을 앞세운 광고를 집행하며 환자 약물 부작용 위험 수위를 크게 높여도 이렇다 할 규제 가이드가 없어 지켜볼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향정약 등의 비대면 진료·처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국회 비판이 제기되고 나서야 급하게 규제를 정비하는 만시지탄 태도를 보였다. 그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운영이나 현행법과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후속 조치도 부족했다. 기민하지 못한 조치는 결국 비대면 진료를 현행법 근간을 뒤흔드는 초법적·초규제적 존재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약사법·의료법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군데군데 기워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복지부는 지금도 비대면 진료·조제 중개 플랫폼 지침서를 만들기에 정신이 없는 상태다.

비대면 진료 대응에 부족했던 건 국회도 마찬가지다. 일단 정부가 시행한 정책 감시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회 본연 역할에서 부족함을 보였다. 나아가 국회는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단 두 건 발의하는 데 그친 데다 충분히 논의하는데도 실패했다. 그마저도 정권 교체 전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만 두 건이 발의됐고,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정을 바로 세우려는 법안 발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강병원 의원이 비대면 진료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세부 조항 구축에 소관 부처로서 입장을 충분히 개진한 것은 칭찬할 부분이나, 추후 좀처럼 심사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국회와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의료계와 약사사회는 발의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법안 두 건이 국회 서랍 속에서 늦잠을 잘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의사와 약사 입장에서 당장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진료의 격랑을 아무런 반발이나 두려움 없이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의료계와 약사사회는 벌써 구어가 된 4차산업혁명시대 무작정 거부할 수만 없는 비대면 진료·처방·조제와 관련해 선제적 대안을 마련해 국회와 정부에 제시하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경제가 마비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국민 일상 깊숙이 스며든 이후 코로나 완화로 인해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지금까지 의료계와 약사회는 이렇다 할 제언을 하거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비대면 진료·처방, 약 배달 원천 반대'란 표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데 열중하진 않았나.

어쩌면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지 모르겠다. 현행법이 광범위하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비대면 진료의 국내 연착륙은 한 차례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대면 진료량은 거침없이 늘어났지만, 관련 규제와 법제화에 대한 고민은 반비례했다는 사실에 정부와 국회, 의약계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현행법을 위협하는 비대면 진료·조제 행태를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막고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국회에서 심사 기일을 기다리고 있는 비대면 진료 법안의 꼼꼼한 검토다. 두 가지 숙제와 동시에 해야 할 일은 비대면 진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복지부, 국회, 의약계가 진척 없는 갈등을 반복하지 않고 점진적 합의와 현명한 제도 만들기에 힘을 합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소비자들은 비대면 진료·처방·조제가 주는 편익과 효능감을 지난 3년 동안 직접 체감했다. 이젠 정부, 국회, 의약사가 비대면 진료 안팎에 안전한 울타리를 세워 편익, 효능감을 넘어선 안정감을 건네야 할 때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