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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실패로 끝난 정부 감기약 시스템...약국은 트윈데믹 걱정

  • 강혜경
  • 2022-09-27 17:08:07
  • 약국 현장과 동떨어진 시스템, 실제 활용도 제로
  • 약사들 "약사에만 짐 떠넘긴 채, 확진자 자연 감소가 과학방역인가"
  • "개수 제한 있어도 트윈데믹·재유행 대비 주문해 두자" 재고 비축 나서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전국적으로 심화됐던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도 점차 숨통이 트이고 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는 3만306명으로 완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듯 했지만 다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약국가에 따르면 아직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의 정상 유통엔 한계가 있지만 일부 약국들을 중심으로 유통이 재개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기는 하나 당장 시급한 문제들은 해소되고 있다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하지만 트윈데믹과 재유행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약사들은 또 다시 불안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야무야 끝나 버린 정부 감기약 시스템에 실망한 약사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말만 시스템 가동…자연감소가 과학방역이냐"= 약국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올 초 오미크론 변이 때부터 불거졌던 품절약 문제가 반 년 넘게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정부가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과 감기약 관련 전문의약품 보유추정정보시스템을 내놓았지만 정작 약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현장에서 빚어지는 의약품 부족 현상을 일선 약사들에게만 맡겨 둔 채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은 없었다는 것.

먼저 SoS Drug을 활용한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을 보자. 식약처는 8월 4일 자료를 통해 "오는 8일부터 매주 약국에서 공급 요청하는 감기약 10개 품목을 선정해 수급균형을 맞춘다"며 "감기약 신속대응 시스템의 운영과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이 감기약 수급 불안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의·약전문가단체, 제약·유통협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국민이 불편함 없이 감기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9월 27일이지만 여전히 감기약 신속대응 사이트에는 19일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8월 10일 첫 본격 가동된 정부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은 50일 가량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운영된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기간 동안 약사회가 요청한 10개 품목 대다수가 공급 곤란으로 표기되는가 하면 일부 공급 가능 품목의 경우 제약사나 도매상에서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는 등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8주차(9월 26일)에는 아예 업데이트조차 되지 않은 채 사이트가 7주차(9월 19일)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월 19일 기준 약사회 요청 품목은 ▲코푸시럽 ▲코푸정 ▲부루펜200mg ▲슈다페드정 ▲대화이부프로펜정400mg ▲세토펜정325mg ▲세토펜현탁액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 ▲애니펜정300mg ▲디롤정400mg으로 이 가운데 공급 가능 품목은 코푸시럽, 코푸정,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 등 3품목에 불과했다.

사실상 8월 10일 요청 품목과 대동소이했고, 공급 곤란 상황 역시 개선 없이 50여일 이어져 온 셈이다.

심평원의 감기약 관련 전문의약품 보유추정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8월 12일부터 심평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유추정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는 약국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평원의 감기약 관련 전문의약품 보유추정정보 시스템이 가동 중이기는 하나 이를 이용하는 약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팜이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조회 수를 살펴본 결과 조회 수가 한 자리인 경우도 다반사였다. 해당 데이터를 보고 도매상에 제품 공급을 요청하는 약국이 없다는 것이다.

약국가는 정부가 현장을 전혀 알지 못해 벌어진 문제이며,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이뤄졌음에도 시정되지 않는 데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A약사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해당 시스템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은 누구든지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왜 약사회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정부에 건의했는지, 정부는 왜 개선을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개별 약국에만 책임을 전가할 뿐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B약사도 "정부 시스템을 이용해 약을 구한 약국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 규모가 큰 대형약국들의 경우에도 약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소형약국의 요청에 응할 리 만무하다는 게 이 약사의 주장이다. 이 약사는 "과학방역이 곧 확진자 자연 감소 말고는 무엇이냐"며 "왜 약사들이 약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대체조제를 하거나, 처방을 변경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써야 하는지, 또 애 쓴 부분을 일반 국민이나 정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재기 아닌데 창고에 약이 가득"…왜?= 의약품 수급 불균형과 잦은 품절을 겪으면서 약국 분위기도 달라졌다. 트윈데믹과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수급 불균형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의식으로 인해 '쟁여두자'는 분위기로 돌아서게 됐다.

종전에 문제시 됐던 사재기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C약사는 "여전히 공급 상황이 좋지 않다.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 등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다 보니 특정 약국들을 위주로 유통이 이뤄지고, 유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약국당 제한이 있다 보니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약국들이 대체로 사입을 늘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보통 종합감기약의 경우 '약국당 60개' 제한이 있다 보니 사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올 가을과 겨울, 내년 초까지 고려해 예상 수요를 주문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약사도 "통상 가을철 독감 등을 대비해 약국들이 종합감기약 등을 쟁여 놓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코로나 초창기 일반약 매출이 줄어든 약국들이 종합감기약 등을 대량 반품했었고, 이때 비축해 뒀던 감기약이 오미크론 당시 팔려 나갔던 것이었다"며 "쟁일 만큼의 물량도 없지만 자체적으로 대비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약사도 "약국을 운영하면서 품절약과 수급 불안정으로 올해 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 코로나19 관련 제제 뿐만 아니라 혈압약, 관절염약, 멀미약 등 다양한 제품에서 품절이 나타나고 가격이 인상되다 보니 수급 문제에 대해 약사들이 예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쌍화탕, 원탕, 콜대원, 판피린, 케토톱, 베타딘인후스프레이 등 일반약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약국들 역시 재고를 비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일반약을 생산하고 있는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가와 제조비용, 물류비용 등이 오르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짐을 덜기 위해 주문량을 늘리는 약국도 있지만 대체로 가격 인상을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가격 인상 전 특정 품목을 많이 매입해 경쟁력 있게 팔겠다는 약국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약국의 인식 역시 달라졌다는 것.

이 관계자는 "생산·유통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약국 수요를 맞출 만큼 약이 돌고 있지는 않다"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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