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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K바이오팜의 새 파이낸셜 스토리

  • 차지현 기자
  • 2026-09-10 06:00:40
  • 요약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SK그룹에는 여느 기업과 조금 다른 경영 언어가 있다. 바로 '파이낸셜 스토리'다. 단순히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미래 사업 방향을 구체화하고 이를 시장과 공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종의 경영 방법론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 역시 자신만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2022년 이동훈 사장 취임 후 회사가 제시한 경영 전략은 명확하다.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미국에서 직접 판매해 안정적인 현금창출 구조를 만들고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청사진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며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상반기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만 422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6월 월간 처방은 4만9155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가 이익 확대로 직결되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9%까지 올라섰다.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회사는 2023년 미국 로이반트로부터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를 인수해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과 연구 플랫폼을 확보했다. 2024년에는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로부터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위스콘신대 기술이전기관으로부터 두 번째 RPT 후보물질 'SKL37321'까지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넓혔다.

여기에 최근 후속 상업화 자산까지 더하며 성장 전략을 한층 구체화했다.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도입하면서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 4억달러(5532억원)를 포함해 총 계약 규모가 최대 7억9500만달러(1조1000억원)에 달한다. 계약금으로만 지난해 SK바이오팜 연간 영업이익의 2.7배를 한 번에 투입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이번 오파칼림 도입에는 SK바이오팜이 그동안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가 잘 녹아 있다. 오파칼림은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뇌전증 치료제지만 작용기전이 달라 보완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K바이오팜이 이미 미국에서 대규모 영업망을 구축한 만큼 추가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 함께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자산가치 평가 과정에서 외부평가기관은 오파칼림의 2042년 미국 순매출을 20억7913만달러로 추정했다. 세노바메이트를 잇는 또 하나의 대형 품목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률 전망은 더욱 과감하다. 외부평가기관이 제시한 영업이익률은 72%로 100원을 벌면 72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길 수 있다고 봤다. 오파칼림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과 함께 '시간'까지 샀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신약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일수록 개발 일정에 쫓기지 않고 더 긴 호흡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오파칼림 도입으로 향후 14~15년간 현금창출 기반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가 단기 성과에 쫓기지 않고 실패 위험이 큰 신약개발에도 더 과감하게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물론 오파칼림을 도입했다고 해서 새로운 파이낸셜 스토리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임상과 허가라는 관문이 남아 있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신약으로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으로 후속 제품과 미래 기술에 다시 투자하는 SK바이오팜의 행보는 국내 바이오텍이 꿈꾸는 이상적인 성장 모델에 가깝다. 새로운 성장 경로를 개척 중인 SK바이오팜이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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