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예방 넘어 장기예후로…'알투비오', 혈우병 치료목표 확장
- 손형민 기자
- 2026-09-03 06:00:4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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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주 1회 투여로 응고인자 활성도 높은 수준 유지
- 연간 출혈 횟수 중앙값 0…삶의 질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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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A형 혈우병 치료가 단순히 출혈을 막는 것을 넘어 높은 수준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환자의 일상과 장기적인 관절 건강까지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증 혈우병 환자의 제8응고인자(FVIII) 활성도를 최소 1% 이상으로 유지해 중증 출혈 위험을 낮추는 것이 주요 치료 목표였다. 그러나 표준 반감기(SHL) 제제에서 연장 반감기(EHL) 제제, 비응고인자 예방요법 등 치료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투여 편의성뿐 아니라 충분한 출혈 보호 수준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박영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중증 혈우병 환자의 응고인자 활성도 최저치를 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였다"며 "이제는 생존을 넘어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예후까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혈우병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만큼 응고인자 반감기를 늘려 주사 횟수를 줄이면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지속해 장기적인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치료 옵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치료 환경에서 지난해 12월 국내 허가된 장기 지속형 제8응고인자 제제 '알투비오(에파네스옥토코그알파)'도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했다.
알투비오는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에 따른 기존 FVIII 제제의 반감기 한계를 극복하도록 설계됐다. 성인·청소년 대상 XTEND-1 연구에서는 주 1회 투여 후 평균 4일간 FVIII 활성도가 40% 이상 유지됐고, 투여 7일차에도 약 15%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출혈률(ABR) 중앙값은 0이었으며 기존 예방요법 대비 ABR은 77% 감소했다. 소아 대상 XTEND-Kids에서도 ABR 중앙값 0을 기록했다.
박 교수는 알투비오의 성인·청소년 대상 XTEND-1 연구와 소아 대상 XTEND-Kids 연구에 연구자로 참여했다.
박 교수는 "혈우병 치료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마다 현재 치료 효과와 생활방식, 선호 등이 다른 만큼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넓어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Q. 최근 A형 혈우병 치료 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여전히 진료 현장에 남아 있는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혈우병은 혈액 응고인자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중증 출혈성 질환이다.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과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평생에 걸쳐 결핍된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혈우병 역시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혈우병 치료제는 정맥주사 제형을 기반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환자가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자가주사 교육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상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 평생 자가주사를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주사 횟수를 줄이면서도 충분한 출혈 예방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혈우병 치료 목표 역시 과거에는 단지 생존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생존을 넘어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예후 개선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응고인자 반감기를 늘려 투여 부담을 줄이고 높은 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장기적인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치료 옵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Q. 표준 반감기(SHL) 제제에서 연장 반감기(EHL) 제제, 비응고인자 예방요법까지 치료 옵션이 발전해왔다. 기존 치료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SHL 제제에서 EHL 제제로의 변화는 정맥주사 투여 횟수를 주 3회에서 주 2회로 줄였고, 비응고인자 제제는 피하주사이면서 주 1회 이상의 긴 투여 간격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비응고인자 제제는 엄밀히 말해 응고인자가 아니라 응고인자처럼 일하는 물질을 투여하는 것이다. 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응고인자 활성을 정상 수준까지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경증 혈우병에 해당하는 수준의 출혈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다.
EHL 제제는 투여 횟수를 개선했음에도 여전히 주 2회 투여가 필요하고, 응고인자 활성도의 최고점과 최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기존 치료제 모두 효과와 투여 편의성 측면에서 각각의 미충족 수요가 있다.
Q. 소아 환자는 정맥주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피하주사제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제형에 따른 차이와 치료제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소아 환자는 정맥 확보가 어렵고 성인에 비해 응고인자 반감기가 짧아 투여 빈도가 잦기 때문에 치료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투여 편의성만을 이유로 피하주사제를 선택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같은 성분의 약을 투여 방식만 달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신체 활동량이 많거나 이미 관절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라면 비응고인자 제제로 충분한 출혈 예방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환자에서는 응고인자 제제로 응고인자 활성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의 출혈 예방이 필요할 수 있다.
비응고인자 제제는 응고인자를 직접 보충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응고인자 활성도 수치로 정확하게 치환하거나 환산하기 어렵고, 지혈 효과를 간접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응고인자 활성도를 직접 확인하면서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응고인자 제제가 보다 정밀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현재 혈우병 치료는 출혈이 발생했을 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출혈 전에 예방요법을 지속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방요법을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환자가 실제로 잘 지속할 수 있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Q. 알투비오는 기존 치료제와 기전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A형 혈우병 치료에 사용하는 제8응고인자 제제는 체내 대사 과정과 기전적 특성상 EHL 제제라고 하더라도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연장하기 어려웠다.
응고인자 활성도가 40% 이상이면 혈우병 범위를 벗어나 출혈 위험이 낮은 구간으로 보는데,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SHL 제제의 경우 1일 미만, EHL 제제도 길어야 약 하루 정도였다. 하지만 알투비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투여 후 평균 4일간 40% 이상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알투비오는 제8응고인자의 반감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물질이다. 기존 제8응고인자 제제는 체내에서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와 결합해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vWF 자체의 짧은 반감기로 인해 치료제의 반감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알투비오는 융합 단백질 기술을 통해 이 vWF 의존성을 극복했다. 반감기가 약 48시간으로 주 1회 투여만으로 다음 투여 직전까지 vWF 수준과 무관하게 상당히 높은 최저 응고인자 활성도(trough level)를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Q. XTEND-1과 XTEND-Kids 연구에 직접 참여했다. 임상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알투비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잘 설계된 치료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요 허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었을 정도로 기대가 컸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먼저 혈우병 치료 관련 임상시험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인 연간 출혈률(ABR) 중앙값이 0으로 확인됐다. 소아는 빠른 대사로 인해 반감기가 다소 짧아질 수 있음에도 연령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고 특별한 안전성 이슈도 크게 없었다.
알투비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치료 경과를 보였다. 기존 제제 임상시험에서는 다음 투여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응고인자 활성도가 최저점으로 낮아질 때 일상생활 중 예상하지 못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알투비오는 일주일의 투여 주기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응고인자 활성도가 유지됐다. 임상시험 중 수술이 필요했던 환자도 안정적으로 수술과 입원을 마칠 수 있었다.
Q. 알투비오는 투여 후 평균 4일간 응고인자 활성도가 40% 이상, 7일차에도 약 15% 수준으로 유지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제8응고인자 활성도의 정상 참고범위는 통상 60~150% 수준이며 40% 미만으로 낮아지면 혈우병으로 진단한다. 이 가운데 1% 미만은 출혈 위험과 발생률이 높은 중증 혈우병, 1~5%는 중등증, 5~40%는 경증 혈우병으로 분류한다.
과거에는 중증 혈우병 환자의 응고인자 활성도 최저 수치를 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였다. 낮은 수치이지만 1%라는 최소한의 수치가 중증과 중등증 혈우병을 나누고 장기적인 예후를 바꾼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임상에서 알투비오는 투여 후 평균 4일간 응고인자 활성도 40% 이상을 유지했고 다음 투여 직전인 7일차에도 약 15% 수준을 유지했다. 활성도가 40% 이상으로 유지되는 구간은 일상적인 신체 활동에서 출혈 위험이 낮은 수준이다.
Q. 임상에서 특별한 안전성 이슈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혈우병 치료에서 중요하게 보는 이상반응은 무엇인가.
응고인자 제제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상반응은 면역 반응으로 생성되는 억제인자, 즉 중화항체다. 억제인자가 생기면 응고인자를 투여해도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려워 치료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혈우병 치료에서 가장 경계하는 합병증이다.
이외에 과민반응이나 주사 부위 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지혈 작용에 관여하는 약제인 만큼 혈전성 사건 역시 안전성 관찰 항목에 포함된다.
알투비오 임상에서는 억제인자 발생이나 혈전성 사건,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안전성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Q. 새로운 치료제들이 허가된 이후 급여까지 시간이 소요되면서 환자 접근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국내 치료 환경과 급여 평가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내 혈우병 치료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지난 20년간 치료 환경과 환자들의 치료 성과도 꾸준히 향상돼 왔다. 다만 지속적으로 신약이 등장한다는 것은 기존 치료에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있고 치료 목표 역시 계속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치료 환경이 발전하는 만큼 국내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 옵션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임상에서 확인된 데이터만으로 치료제의 가치를 모두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 환자가 10~30년간 치료를 지속했을 때 순응도를 유지하면서 출혈과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정상에 가까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과거 충분한 예방요법을 받지 못해 관절이 손상된 환자들은 만성 통증과 운동 제한을 겪고 여러 부위의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 경우 수술과 추가적인 응고인자 사용뿐 아니라 학업이나 직장생활 중단과 같은 사회적 부담이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기부터 충분한 치료를 통해 관절 건강을 보존하고 치료 순응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향후 수술 등 추가적인 의료자원 이용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
혈우병 치료제 급여 평가에서도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단기적인 임상 지표뿐 아니라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안정적으로 예방요법을 지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삶의 질과 미래 의료 부담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약제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혈우병 치료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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