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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약 "약 배송 범위 확대, 전국민 대상 무책임한 실험"

  • 강혜경 기자
  • 2026-08-20 18:16:20
  • 요약
  • "안전성 검증 없는 배송 확대 논의 중단하라" 성명 채택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약사단체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말 비대면 진료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됨에 따라 우선은 섬·벽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하지만 이를 확대하겠다는 데 대해 반발에 나선 것이다.

전라남도약사회(회장 김성진)는 20일 성명을 내고 "약 배송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무책임한 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안전성 검증 없는 배송 확대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면 방식의 의약품 전달에 관한 본인 확인, 배송 과정의 안전성 등 기본적인 체계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 배송 범위부터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정책을 산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의 관점으로 재단하려는 국무조정실, 중소벤처기업부,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라며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에 떠밀려 의약품 안전관리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약화사고와 국민 피해의 책임은 정책을 강행한 정부와 플랫폼 업계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의약품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규제 완화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며, 안전성 검증없는 의약품 배송 확대 시도가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규제 완화의 실험대에 올리지 마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하위법령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일부 정부 부처가 의약품 재택 수령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의 ‘완결성’과 국민의 ‘편의’를 내세우며 약 배송 확대를 주장하지만, 정작 의약품이 환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되고 올바르게 복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정책을 산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의 관점으로 재단하려는 국무조정실, 중소벤처기업부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의약품은 주문하고 배달받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환자의 질환과 병력, 병용약물, 알레르기, 신장·간 기능과 복약능력을 고려해 조제되고, 약사의 최종적인 검토와 복약지도를 거쳐 안전하게 투약돼야 하는 보건의료 수단이다. 배송의 편리함이 이러한 안전 절차를 대신할 수 없으며, 플랫폼의 기술과 물류 시스템이 약사의 전문적인 대면 확인과 환자 관리를 대체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진료를 ‘원칙 허용·예외 최소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자처방전 도입과 함께 의약품 재택 수령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시간과 이동 편의가 상쇄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플랫폼 서비스의 완결성을 위해 제거해야 할 불편이나 규제가 아니다. 진료와 조제, 복약지도, 의약품 전달은 각각 독립적인 안전 절차이며, 진료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의약품 전달 과정까지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원격의료산업계가 내세우는 이용자 만족도 역시 약 배송의 안전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비대면진료가 편리하다는 응답과 배송된 의약품이 안전하다는 검증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약 배송이 제한적으로만 허용된 현행 제도에서 나타난 사고 건수를 근거로 일반적인 약 배송까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교 대상과 조건을 왜곡한 것이다.

약 배송이 확대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첫째,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약품의 변질과 품질 저하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온도와 습도, 직사광선, 충격에 민감한 의약품이 일반 택배나 배달망을 통해 전달될 경우 동일한 품질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 오배송·분실·배송 지연과 제3자 수령에 따른 투약사고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의약품을 실제로 환자 본인이 수령했는지, 다른 가족이나 제3자가 잘못 복용하지 않았는지 플랫폼의 배송 완료 표시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셋째, 복약지도 이후 발생하는 환자의 질문과 이상반응, 중복 복용, 복용 중단 및 잔여 의약품은 누가 관리할 것인가. 특히 여러 의료기관에서 다수의 약을 처방받는 고령층에게 배송 중심의 투약체계는 약물 중복과 오복용의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넷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처방한 의료기관, 조제한 약국, 중개한 플랫폼, 배송한 업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최종 책임을 명확히 부담하지 않는 구조라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일선 약사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비대면 방식의 의약품 전달에 앞서 본인 확인, 배송 과정의 안전성, 처방 오류와 복용 금기 예방, 장기처방 환자의 부작용 및 잔약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 배송의 범위부터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책임한 실험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도 엄중히 경고한다. 보건의료제도는 벤처기업의 시장 진입과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규제가 아니다. 중기부가 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전문적 판단에 개입하고 규제 완화를 압박한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의 오용이며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국무조정실 역시 규제 완화를 정부 성과로 포장하는 데 앞서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조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보건의료 규제는 산업 발전을 방해하는 낡은 장벽이 아니라 수많은 약화사고와 오남용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나 신산업 진입 문제로만 다룬다면, 국무조정실은 조정기관이 아니라 산업계의 규제 철폐 요구를 전달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라남도약사회는 도서·벽지 거주자, 거동이 현저히 불편한 환자, 감염병 확진자와 희귀질환자 등 의약품을 직접 수령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한 제한적이고 공적인 전달체계의 필요성까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위한 예외적 지원과 플랫폼 기업의 시장 확대를 위한 보편적 약 배송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의료취약계층을 걱정한다면 민간 플랫폼에 의약품 배송시장을 열어줄 것이 아니라, 공공심야약국과 지역약국 지원, 방문약료, 공적 전자처방전, 공공 전달체계 등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

이에 전라남도약사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안전성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는 의약품 배송 확대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국무조정실은 의약품 전달체계를 규제혁신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말고, 독립적인 안전성 평가와 국민건강 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하라.

하나, 중소벤처기업부는 플랫폼 산업의 이해를 보건의료정책에 우선시키는 개입을 중단하고, 의약품 정책은 보건의료 전문성과 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논의되도록 하라.

하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이용자 만족도와 편의성을 약 배송의 안전성 근거로 포장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오배송·변질·복약관리 공백과 사고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부터 공개하라.

하나,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재택 수령을 현행과 같이 불가피한 환자에게 제한하고, 구체적인 대상과 전달 방식, 품질관리 및 사고 책임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라.

하나, 정부는 민간 플랫폼 중심의 약 배송 대신 지역약국, 공공심야약국, 방문약료와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연계한 안전한 의약품 전달체계를 구축하라.
국민은 규제 완화의 실험 대상이 아니며, 의약품은 플랫폼의 수익모델이 아니다.

충분한 검증도, 책임질 주체도, 사고 대응체계도 없는 약 배송 확대는 혁신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정책의 후순위로 밀어내는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에 떠밀려 의약품 안전관리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약화사고와 국민 피해의 책임은 정책을 강행한 정부와 플랫폼 업계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전라남도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의약품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규제 완화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며, 안전성 검증 없는 의약품 배송 확대 시도가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2026년 8월 20일
전라남도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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