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프리스 혈압계,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 첫 포함
- 황병우 기자
- 2026-07-20 06:00:4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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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밖 측정 IIb·근거 B…세계 첫 긍정 권고
- 보험 적용 후 사용 증가…개원가 활동혈압 측정 확산
- 학회 1000명 이상 임상 준비…치료 개선 근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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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 팔을 조이지 않고 혈압을 측정하는 커프리스 혈압계가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 처음 포함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료실 밖 혈압 측정에 커프리스 혈압계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를 세계 최초로 제시하면서 임상 활용의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 커프형 활동혈압계의 환자 불편과 의료기관의 장비 운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적용 이후 늘고 있는 임상 활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후속 임상연구를 통해 권고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고혈압 진료지침 제6판의 주요 변경 내용과 임상 적용 방향을 소개했다.

세계 첫 긍정 권고…임상 활용 문 열었다
이번 지침은 검증된 커프형 혈압계를 진료실 혈압과 가정혈압, 활동혈압 측정에 사용하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 커프리스 혈압계를 진료실 밖 혈압 측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새롭게 포함했다.
권고 등급은 IIb, 근거 수준은 B다. 진료 현장에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국과 유럽 지침이 임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있다.
학회는 커프리스 혈압계에 긍정적 권고를 부여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정확도와 활용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검증 연구와 실제 진료 경험이 축적됐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서울의대)은 "해외 학계에서는 한국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먼저 선점했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커프리스 혈압계에 긍정적인 권고를 제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가 기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값과 비교하는 검증 연구를 거쳐 실제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단순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 의료진이 활용하는 활동혈압 측정 수단으로 자리를 넓힌 셈이다.
임상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가톨릭의대)은 "이미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관련 근거도 나온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아직 I 또는 IIa 단계는 아니지만 임상에서 고려할 수 있는 IIb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보험 적용 후 사용 증가…개원가가 확산 축
커프리스 혈압계의 진료지침 진입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임상 활용 증가세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미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간사는 "보험 적용 이후 커프리스 혈압계 사용 건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상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편리하다는 장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손가락 마디가 굵거나 센서 위치가 어긋나는 경우, 부정맥이나 임신부 등 특수 환자군에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사용 증가 배경으로 개원가 참여 확대를 꼽았다. 기존 커프형 24시간 활동혈압계는 별도 장비를 구입·관리해야 하고 환자도 반복적인 팔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이 같은 부담이 검사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최성훈 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한림의대)는 "국내에서 기존 커프를 이용한 활동혈압 측정 빈도는 0.5% 수준에 그쳤다"며 "커프리스 혈압계 사용이 늘었다는 것은 대학병원뿐 아니라 개원의들도 진료실 밖 혈압 측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학회는 진료실에서 한 번 측정한 혈압만으로 환자를 치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며 "개원가에서 활동혈압 측정이 확대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야간·일상 혈압 확인…치료 데이터로 확장
커프리스 혈압계의 강점은 팔 압박 없이 야간과 일상생활 중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 활동혈압계는 15분 또는 30분 간격으로 커프가 팽창한다. 환자가 측정 시점을 인지할 수 있고 야간에는 반복되는 압박으로 수면 방해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반지형 혈압계는 팔을 조이지 않으면서 기존 방식보다 촘촘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야간뿐 아니라 환자가 움직이는 일상 상황까지 측정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있다.
김 이사장은 "커프형 활동혈압계는 15분이나 30분 간격으로 측정하지만 커프리스 혈압계는 훨씬 더 많은 시점의 혈압값을 얻을 수 있다"며 "야간혈압과 하루 이상 장기간 측정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혈액투석 환자처럼 팔에 커프를 착용하기 어렵거나 반복되는 압박에 불편을 느끼는 환자에게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현재 학회가 우선적으로 보는 임상적 위치는 이미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의 추적관리다. 약물치료 전후 혈압 변화와 야간혈압, 일중 변동을 확인하면서 커프리스 측정값에 맞는 해석 기준을 정립한다는 구상이다.
1000명 이상 임상…권고 상향 근거 만든다
학회는 진료지침 진입을 넘어 권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연구가 커프형 혈압계와 측정값이 유사한지를 확인하는 정확도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커프리스 혈압값을 기반으로 치료했을 때 혈압 조절과 환자 상태가 개선되는지를 확인한다.
김 이사장은 "기존 활동혈압계와 비슷한 값을 얻을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IIb 권고가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커프리스 혈압값을 기반으로 치료했을 때 결과가 더 좋아지는지, 기존 방식보다 예후를 잘 예측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건의 의미 있는 근거가 쌓이면 IIa로 갈 수 있고 국내외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되면 I등급 권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IIb는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임상 영역의 시작 단계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예상 연구 규모는 1000명 이상이다. 참여 기관과 개원가 포함 여부에 따라 최종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학회는 기관별 심의와 연구계획 검토를 거쳐 연내 연구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권고는 특정 제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환경에서 정확도를 검증하고 임상 근거를 확보한다면 다른 커프리스 혈압계도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학회는 이와 함께 이완기 단독 고혈압 신설과 고위험군 목표혈압 강화, 단일제형복합제 분류, 난치성 고혈압 진단·치료 알고리즘 마련, 임신성 고혈압의 적극적 치료도 강조했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은 환자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돼 지침과 진료 현장의 간극을 해소해야 할 영역으로 꼽혔다.
김 이사장은 "임신성 고혈압은 산모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학회도 정책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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