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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커지는 약 접근성 확대 요구, '반대' 그 다음은

  • 김지은 기자
  • 2026-06-16 06:00:36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를 둘러싼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공식 정책 과제로 제시했고,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에서는 의약품 재택수령 확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실증특례를 통한 화상투약기 품목 확대, 안전상비약 자판기 도입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다. 

약사사회는 그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통해 일정 부분 제동을 걸 수 있었다. 실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논의는 수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역시 약사사회의 우려 속 ‘재택수령’이라는 명칭으로 제한적 범위에서만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의약품의 '접근성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는 시대가 됐다. 늦은 밤 약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편, 의료취약지의 의약품 접근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편의성 요구가 정책 논의의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편의쪽에 무게추를 둔 이 같은 방향성이 정답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며,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화상투약기든, 안전상비의약품이든, 의약품 배송이든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이유 역시 충분히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으로 사회를,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약사사회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설계하는 일일 수 있다.

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사회적 요구라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비대면 환경에서도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안전상비의약품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어떤 품목까지 허용할 수 있고 어떤 관리체계가 전제돼야 하는지를 약사사회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단순 정책을 막는 데 집중하는 동안 정책의 설계권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도는 결국 약사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면 끝까지 반대해야 할 정책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반대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왜 안 되는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에 대한 답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약사사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접근성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전문성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 왔다. 이제는 반대의 논리를 넘어 대안의 언어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것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약사사회가 사회적 신뢰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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