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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비대면진료 몸살 해소 의지 있나

  • 이정환
  • 2023-06-21 20:36:46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시행했던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이달 1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한 직후 보건의료계에서는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현장과 약국가, 플랫폼 업계는 정부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강행하면서 예상됐던 혼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혼란은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선택하는 시작 단계부터 의사 진료·처방을 거쳐 약사 조제·약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형국이라 문제 심각성이나 크기가 상당하다.

소관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한 원칙을 시범사업에 그대로 담았다는 입장이지만, 보건의료계는 원칙을 따르기 혼란스러운 세부안이 마련됐다는 불평불만을 내놓고 있다.

먼저 진료 부문을 살펴보면 의사들은 비대면진료 시행에 앞서 재진 대상과 초진 대상을 구분하는 것부터 까다롭고 추가 행정력이 소모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 신청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뒤져야 하는데다 초진 허용 대상을 꼼꼼히 살펴야 시범사업이 허용하는 비대면진료에 부합한다는 불만이다.

특히 화상통화 방식으로 환자 본인확인, 건강보험자격 확인, 비대면진료 대상 여부 확인을 해야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신청된 비대면진료를 외면·포기하거나 오는 8월까지 예정된 계도기간에는 초·재진 구분 없이 한시적 비대면진료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조제약 배송 부문에도 뚫린 구멍은 있다. 시범사업부터 비대면진료 조제약은 '재택 수령 대상자'가 아니면 환자 또는 대리인이 약국을 직접 찾아 대면수령 해야 한다. 환자의 약사 복약지도 권리와 약화사고 위험 축소를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 수령 대상자가 비대면진료 후 조제약 택배 수령을 선택하면 의약품을 택배로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상황이 곳곳 발생하고 있다.

의약품 장기처방 기간 제한 역시 90일까지지만, 지침과 상관없이 6개월 등 더 긴 장기처방을 내는 의료기관도 허다하다는 전언이다.

물론 복지부가 오는 8월까지는 비대면진료 계도기간으로 설정해 이 같은 위법이 발생해도 당장 문제 삼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과연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9월 1일부터는 이런 위법이나 편법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보건의료기본법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시범사업인 탓에 합법과 위법 간 줄을 타는 경우 위법으로 처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데다, 당장 의료현장에서 혼선없이 비대면진료를 실천에 옮길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서울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의 한 원장은 "비대면진료는 지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정부 지침이 모호하다. 의사들이 비대면진료를 자신 있게 시행하기 어려운 데다가,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환자 불만까지 모두 커버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보건의료계 혼란 속 복지부는 자문단을 꾸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간에 발생한 문제점을 최대한 해소해 제도화를 위한 입법에 나서겠다는 계획만 반복하고 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하루 전날인 21일 복지부는 긴급하게 2차 비공개 비대면 진료 자문단 회의를 열고 의료계와 약사회, 플랫폼 업계를 향해 위법 비대면진료 행위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3개월 계도기간 중이라도 시범사업 지침을 반복해 위반하거나 고의적으로 어긴다면 행정처분에 나서겠다는 게 긴급 자문단 회의에서 복지부가 전달한 일방적인 요구다.

재진, 초진 대상을 구분해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기 어려운 현장 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이날 회의에 담기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9월부터도 혼란을 완벽히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현장에서 비대면진료로 인해 겪는 애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깊이 고민하는 행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회 복지위를 앞두고 긴급 자문단 회의를 소집할 게 아니라, 상시 자문단 회의 시스템을 마련해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복지부는 이처럼 졸속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비대면진료에 대해 의료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체가 애시당초 국회를 거쳐야 하는 제도화 입법 과정에서 복지부가 복지위 여야 의원들의 송곳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입법이 필요 없는 우회로를 선택하면서 시행됐다.

이미 복지부는 국회로부터 비대면진료 제도화 정공법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시범사업 강행 카드를 꺼낸 복지부가 현장 혼란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 없이 제도화 입법을 채근한다면 국회로서도 입법에 저항 없이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비대면진료는 의약분업에 준하는 수준의 보건의약계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할 수 있는 제도다. 복지부는 코로나19 3년 동안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제도화와 입법 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았다. 복지부가 여당과 힘을 합쳐 시범사업 우회로를 선택한 지금, 국민과 의료계, 약사회, 플랫폼 업계 혼란 없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누차 약속한 '신속한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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