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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엔 억제·기면증엔 자극…'오렉신' 수면질환 표적 부상

  • 손형민 기자
  • 2026-08-13 06:00:46
  • 요약
  • 국내 '데이비고' 허가 이어 OX2R 작용제도 미국서 첫 승인
  • 에자이도 기면증 신약 2상…수면·각성 양방향 치료 개발 활발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오렉신'이 수면질환 신약 개발의 핵심 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면증에서는 오렉신 신호를 차단해 각성을 낮추는 치료제가 국내에 등장한 데 이어 기면증에서는 반대로 오렉신 수용체를 자극해 각성을 높이는 신약이 허가되면서다.

같은 신경전달 체계를 질환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수면제와 각성촉진제 중심이던 치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케다의 1형 기면증 치료제 '오르제이풀(오베포렉스톤)'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1형 기면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오르제이풀은 선택적 오렉신 수용체 2(OX2R) 작용제 계열에서 미국 허가를 받은 첫 치료제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먼저 허가됐다.

오르제이풀은 개발 당시 'TAK-861'로 알려졌던 후보물질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4년 1형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승인되면서 개발이 진행됐다.

1형 기면증은 뇌에서 각성을 조절하는 오렉신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도한 주간 졸림과 함께 감정 변화 등에 따라 갑자기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기존 기면증 치료가 각성 촉진이나 탈력발작 등 개별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오르제이풀은 부족해진 오렉신 신호 자체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OX2R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오렉신 신호를 회복시키고 각성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다케다는 이를 통해 주간 졸림뿐 아니라 탈력발작을 포함한 1형 기면증의 다양한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FirstLight'와 'RadiantLight' 연구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확인됐다.

두 연구에는 각각 168명과 105명의 1형 기면증 환자가 참여했다. 일차 평가지표는 각성유지검사(MWT)를 이용한 과도한 주간 졸림 개선이었다.

연구 결과 오르제이풀은 모든 평가 용량에서 위약 대비 각성 유지능력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엡워스졸음척도(ESS·주간 졸림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와 주간 탈력발작 발생률을 비롯해 집중력 유지, 삶의 질, 일상생활 기능 등 주요 이차 평가지표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모든 주요·이차 평가지표의 p값은 0.001 미만이었다.

특히 12주 치료 후 탈력발작 발생 빈도는 기저치 대비 80% 이상 감소했고, 치료 전 주당 탈력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날이 사실상 없던 환자들이 주 4~5일가량 탈력발작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됐다.

오렉신 '차단'하면 잠들고 '자극'하면 깨어난다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

오렉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기면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한국에자이의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렘보렉산트)'가 허가됐다.

데이비고 역시 오렉신을 표적으로 하지만 작용 방향은 오르제이풀과 정반대다.

데이비고는 OX1R과 OX2R을 동시에 차단하는 듀얼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다. 각성을 촉진하는 오렉신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아 각성 신호를 낮추고 수면 개시와 유지를 유도한다.

기존 벤조디아제핀계나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가 GABA 신경전달을 강화해 뇌의 신경활동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것과 달리 각성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낮추는 접근이다.

반대로 1형 기면증에서는 오렉신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개발되고 있다.

같은 오렉신 신호를 불면증에서는 억제하고 기면증에서는 활성화하는 셈이다.

특히 에자이는 두 방향의 오렉신 치료제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불면증에서는 이미 데이비고를 상용화한 데 이어 기면증에서는 자체 개발한 선택적 OX2R 작용제 'E2086'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에는 1형뿐 아니라 탈력발작이 없는 2형 기면증 환자도 포함되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국, 유럽, 일본 등에서 임상이 계획돼 있다.

E2086은 앞선 임상에서 위약과 기존 치료제 모다피닐을 비교 대상으로 각성유지검사를 평가한 결과 유의한 각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에자이는 이를 토대로 올해 3월 글로벌 2상 환자 등록에 돌입했다.

오렉신 작용제 개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센테사파마슈티컬스 역시 OX2R 작용제를 기반으로 1·2형 기면증과 특발성 과다수면증 등을 겨냥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렉신은 단순한 불면증 치료 표적을 넘어 수면과 각성의 균형을 양방향으로 조절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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